하루2020. 8. 17. 16:47



용용이가 사라졌던 그 날 밤에 용용이를 찾았다.
용용이는 제가 살던 작은 집이 올려져있는 낮은 나무 책장 뒤쪽에 떨어졌던 모양이다.
밤늦게 남편과 함께 책장을 옮겨보니 그 밑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죽은 용용이가 있었다ㅠㅠ

혹시 물에 넣어주면, 먼지가 벗겨지면 숨을 쉬고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혹시라도.. 작은 기대를 하며
비어있던 용용이의 집 물 속에 용용이를 넣어주었다.
아이들은 모두 잠든 밤이었고,
집에 넣은 용용이를 안방 베란다에 옮겨놓으며 나 혼자 많이 울었다.

아이들은 낮에도 여러번 용용이를 찾았다.
밤에 잠들기 전에는 야행성인 용용이가 이제 일어나서 돌아다닐지도 모른다며 손전등을 하나씩 들고나와 나름대로 집안 구석구석을 비춰보며 열심히 찾았다.
연호가 “아무래도 멀리 안 갔을 것 같은데.. 이 책장 주변 어디에 있을 것 같은데...”하면서 낮은 거실 책장을 열심히 살폈지만
벽에 거의 딱 붙어있다싶이 한 책장 뒤쪽 틈이나 바닥의 작은 틈으로 용용이가 들어갔을 것 같지는않다고 나는 계속 말했다.
그런 틈은 용용이가 들어가기에도 너무 작다고 생각했고, 설마 그 쪽으로 내려갔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리로 내려간 모양이었다. ㅜㅜ
밤에 아이들이 잠들고, 운동하고 온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길하고 자려고 누웠다가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일어났다.
“여보, 나 좀 도와줘”
남편과 함께 책장을 옮기고 용용이를 찾았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말라고 했다. 알면 많이 슬퍼할텐데.. 그냥 멀리 밖에 나가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용용이 찾은걸 얘기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알려주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돌보고 사랑하던 생명인만큼 아이들과 함께 죽음을 슬퍼하고, 마지막까지 함께 보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서 제 핸드폰을 찾는다, 게임을 한다 분주할 때 용용이를 찾았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은 안방 베란다로 가서 용용이를 보고 용용이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많이 울었다.

“엄마, 내가 어제 후레쉬로 책장 밑에 비춰볼 때 거기 용용이 비슷한게 있는거 같았는데 엄마한테 말을 안 했어.. 흑흑”
연수는 울면서 자기가 그때 얼핏 후레쉬에 비친 무언가를 엄마에게 얘기해서 책장을 옮겼더라면 용용이를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는 듯 했다.
나도 그랬다. 내가 진작 저 책장을 옮겨봤더라면.. 아침에만 그렇게 해봤더라면. 그랬다면 밤사이 책장 밑 먼지더미에 빠져 괴로워하는 용용이를 구해서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ㅠㅠ

우리는 아쉬움과 후회와 미안함을 안고 오래오래 서로 껴안고 울었다.
연호는 울면서 “엄마, 용용이는 하늘나라에 잘 갔을꺼야. 거기서 자기 친구들을 만나서(우리집에 함께 왔었으나 일찍 죽었던 도룡뇽들)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해줄꺼야.. 그리고 같이 재밌게 놀거야, 그지?” 하고 말했다. 나는 그럴거라고 대답하면서 연호 등을 쓸어주었다.

용용이를 어디에 묻어줄까... 밖에 마당에 묻어줄까? 내가 물으니 연수는 싫다고, 우리집 화분에 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 용용이가 계속 우리집에 같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얼마전 분갈이해서 뿌리를 내려 살고있는 작은 인삼벤자민 옆에 묻어주기로 했다.

내가 모종삽으로 화분의 땅을 파고, 연수가 비닐장갑을 끼고 용용이를 들어올려서 먼지를 좀 떼어주고 땅 위에 잘 놓아주었다.
우리는 잠든 용용이 위로 흙을 두텁게 덮고, 그 위에 평소 용용이 집에 놓여있던, 용용이가 때때로 올라가 몸을 말리고, 그 아래 그늘의 물속에서 헤엄치던 큰 돌을 올려주었다.
용용이는 용용이의 돌과 함께 편히 쉬고, 인삼벤자민과 함께 자라나 푸른 하늘 아래 초록 잎사귀로 햇살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연호가 하늘을 보며 용용이의 영혼에게 인사를 했다.
“용용아 잘 가! 거기서 잘 지내! 친구들에게 우리는 잘 있다고 전해 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

나도 인사를 했다.
“용용아 잘 가.. 그동안 함께 지내줘서 고마웠어.. 충만한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렴.. 더 키워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용용이가 다시 태어날 수도 있을까? 그럼 다시 태어나서 또 우리집에 어떤 동물이나 생명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까? 또 만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물었다. 글쎄..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생명은 돌고도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용용이는 인삼벤자민의 몸속에 들어가 나무가 될 수 도 있고, 또 어느 날에는 다른 무언가로 이 세상에 돌아올 지도 모르잖아. 우리도 그럴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아주 헤어지는건 없는지도 모르잖아...






용용이가 떠난 뒤로 오래오래 비가 왔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위기로 기록적인 긴 장마였다.
우리 앞에 어떤 날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다 알 수는 없다.
힘껏 오늘을 헤쳐나갈 뿐이다.
다만 내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제의 잘못들을 바로잡는 오늘을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용용이를 보내고 마음에 또 한겹 그늘을 얻은 아이들이 한뼘씩 자라난다.
우리 곁의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자고, 더 잘 돌보자고 마음을 모은다.

우리집 가까운 곳에 ‘구산’이란 지명을 가진 곳이 있는데 거기 있는 작은 산이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구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비가 그친 주말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구산에 다녀왔다. 오랫만에 맡아보는 숲의 공기는 향기로웠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자연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자연이 병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해와 이상 기후와 코로나는 자연과 사람이 모두 아프다는 아우성이다.






모든 생명들의 터전인 지구, 우리들의 자연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작은 행동, 작은 마음을 함께 모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20. 8. 5. 11:32


용용이가 사라졌다.
용용이는 우리집에서 사는 도룡뇽 이름이다.
작년 초여름쯤에 연수가 방과후 융합과학 수업에서 받아왔다.

맨처음에 받아온 친구는 안타깝게도 며칠만에 죽었고, 다음주 수업에서 연수가 다시 한번 두 마리를 받아왔는데 그중에 한 마리는 죽고 한마리만 오래도록 잘 살았다.

우리는 도룡뇽에게 ‘용용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작은 채집통에 집을 만들어 주었다.
큰 돌 하나와 물만 채워져 있는 작은 집에서 용용이는 주로 물 속에 들어가서 헤엄치고 걸어다녔다.
말린 밀웜을 한통 사서 밀웜 하나를 작게 몇 조각으로 잘라 넣어주면 그것을 먹고 살았다.

평소에 우리집은 건조한 편이라 용용이는 물 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요며칠 비가 계속 내리고 집안이 습해지자 용용이가 집(채집통) 벽을 타고 올라와 공기구멍이 뚫려있는 뚜껑 가까이 까지 와있었다.
평소 못보던 모습이라 우리는 깜짝 놀라 용용이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몸이 마르거나 어디가 아픈 것 같진 않았고, 공기가 습해져서 물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기 좋은 환경이 되니까 움직이고 싶은 것 같았다.

어제 오허에 아이들과 오랫만에 용용이 집 물을 갈아주자며 화장실 세면대에 용용이를 넣어놓고 집 청소를 했다. 며칠전에 미리 받아두어서 염소를 날린 수돗물로 물도 다시 채워주었다.
잠깐동안의 세면대 나들이 동안 용용이는 신나게 타일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넓은 물에서 헤엄치기도 했다.



 

그렇게 물을 갈아주고 난 후에 오후에 보니 용용이가 또 벽을 타고 올라와 있었다. 문득 물이 너무 따뜻해서 더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계곡이나 개울에서 살면 아무리 여름이라해도 물이 좀더 시원할텐데 작은 채집통 집 속의 물은 방안 온도가 30도 가까이 되는 여름날 자연보다 훨씬 더울 것이었다.

그 얘기를 했더니 연수가 “맞아. 선생님이 한여름에는 물 속에 얼음 조각이나 아이스 팩을 넣어서 물을 시원하게 해주라고 하셨어.” 하고 들은 내용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오후 동안 얼음 조각을 한 두개씩 넣어주었더니 용용이가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시원해서 좋은가봐! 생각하고는 저녁 무렵에는 아이스 팩 하나를 물에 담가주었다.
그런데 아이스팩이 커서 용용이 집 뚜껑이 닫히지 않는 것이었다. 이러다 용용이가 나오면 어떡하지...
연수가 아이디어를 내어 비닐을 가져다가 아이스팩 부분을 빼고 나머지 부분을 비닐로 덮어놓았다. 공기는 통해야하니 비닐 한 쪽을 살짝 열어놓고, 플라스틱 채집통 뚜껑으로 비닐이 벗겨지지 않게 덮어놓았다.

그렇게 하고 모두 잠을 잤는데...
아침에 비닐을 걷으면서 보니 용용이가 없었다.
벽에도 없고, 물 안에도 없고, 돌도 꺼내서 뒤집어보았지만 없었다.
아침밥 먹고나서 연호가 “엄마, 용용이 집에 잘 있나 비닐 한번 치우고 봐봐” 했다. 아침에 몇번 비닐덮힌 용용이 집을 보면서 ‘잘 있겠지..’ 속으로 생각했는데 연제가 막상 뛰어가 살펴보고 “엄마! 용용이가 없어졌어!”하는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살짝 열린 비닐 한쪽 틈으로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연수는 거의 울듯한 표정이 되어서 나와 함께 용용이를 찾아나섰다.
어제 밤에는 습도가 하도 높아 창문을 다 닫고 아이들은 거실에서 에어컨을 약하게 틀어놓고 잤었다.
그러니 용용이가 갈 만한 곳은 거실과 부엌 아니면 문이 열려있던 안방 뿐이었다.
화장실은 아침에 남편이 일어난 뒤부터 열려있었으니 화장실로 들어갔으려나..
아이들은 모두 손에 손전등이나 핸드폰을 들고 가구들 틈사이, 침대 아래, 집안 곳곳을 살펴보았다.

“용용아, 어딨니—?”
“용용아 빨리 나와~!!”
용용이는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았다.

어른 손가락 하나만한 길이의 작은 녀석이니 어느 틈 사이로 들어갔을지 알 수가 없다. 벽을 타고 올라갔는지, 화장실의 수채구멍으로 들어가버린 건 아닌지..

한시간 가까이 집안을 살피던 아이들은 용용이가 들어가 있을만한 구석 앞에 용용이 밥(밀웜)과 물 그릇을 몇 개 놓아두었다. 혹시 용용이가 숨어있다가 배고프면 밥 냄새를 맡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몸이 마르면 안되니까 물도 놔둬서 몸을 다시 적시고 갈 수 있어야한다고.

비가 계속 내리고 습한 날씨라 용용이가 나와있어도 몸이 금방 마르지는 않을꺼야.. 괜찮을꺼야... 용용이는 살 수 있을꺼야.. 원래 도룡뇽은 숲이나 산의 흙, 풀밭에서 사는 녀석이니까 가구먼지같은 것들도 잘 헤치고 지나갈꺼야... 그리고 우리집 안방 베란다에는 화분도 많고 흙도 많으니까 베란다로 갈 수 있으면 살 수 있을꺼야.
곤충이나 지렁이를 먹고 사니까 우리집 곳곳에서 가끔 보이는 거미들을 먹을 수 있을꺼야..
도룡뇽은 야행성이니까 지금은 자고 있을지도 모르고, 밤이 되면 우리가 내논 밥이랑 물을 찾아서 나올지도 몰라...

바램은 길고 마음은 짠하다.
작은 집에서 오랫동안 답답하게 살았던 용용이.
더 잘 지내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부디 잘 돌아오면 좋겠다. 돌아오면 더 널찍하고 돌과 흙과 풀이 있는 집을 꼭 마련해줄께..
혹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간거라면 부디 무사히 잘 살아주렴...
그동안 용용이 물갈아주는 것은 연수랑 연호가, 밥주는 것은 나와 연호가 함께 해왔었다.
작고 소리도 없고 늘 제 집안에서 지내는 용용이를 우리는 곧잘 잊어먹고 한동안 지내다가 문득 ‘아! 용용이 잘 있나? 밥줘야지!’하고 들여다보곤 했다.
이따금 아이들대신 내가 ‘우리도 밥먹는데 용용이랑 물고기들도 밥 줘야지..’하고 생각나서 용용이 집앞에 가보면 용용이는 의연하게 물 속에 앉아있어서 “잘 살아줘서 고맙다. 밥 잘 먹고 잘 지내라~”하고 말건네곤 했다.

잘 돌보지는 못했지만 일년 넘는 시간동안 한집에서 함께 살던 생명이 사라지니 허전하고 마음 아프다.
부디 살아서 잘 지내기만 빌 뿐이다... 미안하고, 고마웠어.. 용용아.
지난 밤에는 잠들기전에 귀가 찢어질만큼 큰 소리로 천둥이 치고 벼락이 한동안 번쩍번쩍 했었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들도 모두 무서운 밤이었을 것이다.
그 밤에 인생 처음으로 집을 나선 용용아, 부디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주렴.




처음 제 집 밖으로 나와본 작은 용용이에게 우리집은 얼마나 크게 보였을까. 혹시 밖으로 나갔다면 밖은 또 얼마나 어마무시하게 큰 세상일까. 용용이가 비오는 여름 마당으로 나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시원해 지기도 한다. 일생 처음으로 여름 세상을 만나보겠구나..
하지만 우리집 안에 어딘가 있는거라면 얼른 나와주렴, 용용아. 여름 세상으로 너를 데리고 나가서 보여줄께..
야생에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을테니 다시 들어와야겠지만 너에게 꼭 자연을 만나게 해줄께.
용용아.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