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22 친정풍경 17
  2. 2008.09.16 똑순이의 첫번째 추석 8
신혼일기2009. 2. 22. 21:35


결혼을 한뒤 '고향집'이란 말을 '친정'이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친정..은 어떤 곳일까요.

결혼전에도 고향집은 편안한 곳이었지만 엄마아빠의 걱정어린 잔소리가 마냥 싫을때는
서울 작은 내 자취방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보니
친정은 우주에서 제일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생활을 시작한 스무살 이후로
'집에 내려가는 길'은 늘 제게 
서울에서의 숨가쁜 삶에 잠시 쉼표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 쉼표는 대개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따스한 것이었지만
때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휴식이 아니라 전투(?)를 위한 귀향도 있었고
패잔병이 된 기분으로 다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르기도 했지요.

남한강과 섬강을 건너고 대관령 높은 령마루를 넘어내려가는 길... 
이제는 그 길을 제 분신같은 아기를 안고 갑니다. 
언젠가는 이 아이가 저를 데리고 가는 날도 오겠지요.
삶이란 참 신기한 것이구나..
열어도 열어도 계속 예쁜 상자가 나오던 어린 시절의 색종이 상자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미있는 책처럼..
문득 삶의 다음 장이 궁금해집니다.

+

지난 연말과 이번에 아파서 내려갔을때 친정에서 찍은 풍경들입니다.
  




+ 햇살이 밝게 떨어지는 친정집 거실에서 아빠가 큰조카와 똑순이를 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얼마전에 작은 조카도 태어나 이제는 세 아이의 할아버지가 되신 아빠.. 아빠 주름살이 문득 낯섭니다. 






+ 네살(30개월)된 조카가 제 똑딱이 카메라로 할아버지를 찍었습니다. 아빠의 어색한 표정..  저는 이 사진이 참 맘에 듭니다.^^  



  


+ 친정에 가면 하루종일 먹을걸 입에 달고 살게 됩니다.
오랫만에 본 딸에게 조금이라도 뭔갈 더 먹이지 못해 애쓰시는 엄마 덕분에. 
한때는 얼굴만 보면 싸우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울엄마없으면 못 살 막내딸입니다. ^^ 






+ 경포바다 앞에 선 할아버지와 두 손주^^
친정에 가서 바다를 안보고 온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바다앞에 서면 답답했던 마음이, 번잡했던 머리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큰 답은 못 구해도.. 다시 또 힘을 내보자 마음잡고 돌아오곤 했던 바다.






+ 경포에 가서 '입도 쩍' 못하고 오면 안되지요~ 겨울호수 앞에서 먹는 오뎅맛이 끝내줍니다. ^^




+ 경포호수 앞에 선 외할머니와 똑순이






+  호수앞.. 손주들을 안고 사진찍는 부모님의 팔이 어쩐지 살짝 무거워 보입니다. ^^;
그새 많이 늙으셨나보다.. 철없는 딸 마음이 조금 무거워집니다.






+ 요리솜씨 좋으신 울엄마, 경단을 만드십니다. 할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니는 귀여운 조카녀석이 한몫 거드네요~^^






+ "예원이가 할머니랑 만든거야~"라고 설명중인 예쁜 녀석 ^^
친정집의 첫조카인지라 새댁과도 참 정이 많이 든 녀석입니다. 울엄마(할머니)를 많이 닮았지요. 이 아이를 보면 왠지 이집딸인 울언니와 제 어린시절 생각이 더 납니다. ^^




+ 할머니가 화분 물주실때도 어김없이 거들고 나섭니다. 아고.. 울 똑순이는 언제 저만큼 크나~~~^^



 




+ 사촌누나와 똑순이.. 이렇게 보니 다큰 녀석같네~!
새언니가 둘째를 막 출산할 무렵이어서 큰조카가 할아버지댁에 잠시 내려와있었습니다.
두 녀석.. 아옹다옹 은근히 신경전도 벌이면서 그래도 재밌게 잘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형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 외가집에 온 똑순이, 아주 신났습니다. 외할아버지랑 아침부터 새보러 간다고 마당에 나섭니다. 2월치고는 날이 많이 포근해서 이번에 집에 있을때 똑순이랑 바람을 많이 쐴수 있어 참 좋았어요.  
아파트 놀이터 한번 나가자고 해도 옷입히고 유모차 태우고.. 준비가 넘 힘들어 외출 엄두를 잘 못내는 서울에서와는 달리
친정집에서는 담요하나 덮거나, 모자씌어 포대기에 업기만하면 바로 마당에 나설수 있습니다.
마당있는 집이 참 그리운 서울 생활이네요.







+ 외할머니와 공부하는 똑순이~ 잼잼 곤지곤지 짝짜꿍을 배우다...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중^^;;






+ 요즘 뭐든 붙잡고 일어서는 똑순이, 빨랫대를 붙잡고 일어선다는게 그만 빨래대 속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
빨빨거리며 다니는 똑순이 따라다니느라 외할아버지 아주 바쁘십니다. ㅋ




+ 친정집 마당에서 건너다보이는 앞산아래 이웃집 담장입니다.
똑순이 유모차에 태워 가까이 가서 사진 한장 찍어왔습니다.
지금은 개집이 있는 바로 저기서.. 어린 시절에 새댁과 친구들은 소꿉장난을 했습니다.
볕이 잘드는.. 무척 따뜻한 곳입니다. 바로옆 석류나무에서는 잘 익은 석류가 탁탁 터지던... 
저기 앉아 친구와 흙으로 밥짓고 꽃으로 반찬만들던 까맣고 작은 다섯살배기 여자애가
이제는 아기엄마가 되어 다시 와 섰네요.   
시멘트보루꾸(블록?) 담장이 근 30년을 그대로 서있는게 신기합니다. 쓰러지기 전에 사진 한장 찍어두자싶어 얼른 나섰습니다.







+ 앞산으로 나있는 오솔길을 걸어가면 새댁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나옵니다.
산속에는 친구들과 소꿉장난거리를 모아두던 아지트도 있었습니다.
그 아지트, 다시 올라가면 찾을 수 있을까요... 저 산 언덕에 올라 대보름엔 달구경하고, 쥐불놀이하던 기억이 선합니다.


어린시절 친정집 앞길을 달랑달랑 뛰어다니던 저를 지켜봐주던 앞산의 소나무들이
오늘은 똑순이를 지켜봐주고 있었습니다.
30년 세월을(실은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도..) 말없이 서서 우리 가족과 우리 동네 이웃들을 지켜봐온 나무들... 
그 나무들에게 똑순이를 잘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모두 떠난 뒤에도 이 나무들은 이 곳과 다정한 사람들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가에 가니 똑순이 볼이 빨갛게 터서 시골아가같이 되었습니다. 새댁은 그게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똑순이가 좀더 크면.. 외할아버지따라 논에도 가고 냇가도 부지런히 돌아다녀서 더 까맣고 빨간 볼을 가진 소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9. 16. 21:05

똑순이는 오늘 낮잠을 많이 잤습니다.
새벽에 달구경을 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거든요. ㅠ
오늘 새벽은 추석연휴 3일중 가장 달이 밝았습니다.
과장을 좀 섞어.. 달빛이 바로 들어온 안방은 대낮같이 밝았답니다. ^^;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는 똑순이가 달빛을 햇빛으로 착각했나... 좀처럼 잠을 못 이루고 끙끙 거려서 새댁과 신랑도 덩달아 달구경 한번 제대로 했습니다.

새댁은 사실 연휴 사흘 내내 집 안방에서 보름달을 봤답니다.
똑순이가 깨서 젖을 먹는 새벽 3시쯤에 베란다쪽으로 나있는 안방 큰 창문으로 달이 바로 보이더라구요.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앉아서 바라보는 보름달의 고즈넉한 정취라니.. 잊지못할 기억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새댁과 똑순이는 이번 추석을 서울 우리집에서 둘이 보냈습니다.
아직 차가 없는 새댁네 형편을 잘 아시는 시부모님께서
짧은 연휴에 고속도로도 많이 막힐텐데 갓난이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가 고생하면 어쩌냐시며
신랑만 고향에 내려와서 차례만 얼른 지내고 올라가도록 시키셨습니다.
대신 추석 직전에 있었던 똑순이 백일에 서울 저희집에 올라오셔서
'아가랑 며느리 얼굴 보았으니 됐다' 하시고 내려가셨거든요.
덕분에 똑순이와 저는 '민족의 대이동'에 동참하지 않고.. 집에서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들을 보낸 것이죠.
다른 것이 있다면 하루밤 아빠가 없었다는 것...

많은 며느리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명절 중노동'에서도 해방되었고
(사실 새댁은 시댁에 갔어도 '너는 아나 봐라'하며 거진 해방되었을 것이긴 합니다-^^;)
긴 시간 고속도로에서 행여 똑순이가 울거나 보챌까봐 맘졸이는 고생도 하지않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하며
처음에 새댁, 사실 많이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음.... 막상 추석 전날밤이 되니 그것이 아니더군요.
모두들 그리운 사람들을 찾아 떠나거나, 찾아 돌아와
따뜻한 밥상을 앞에 두고 반가움으로 빛나는 얼굴들을 마주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외로움과 그리움이 슬며시 밀려왔습니다.

물론 엄마곁에는 우리 똑순이가 있어 괜찮았지만,
똑순이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삼촌, 고모.. 많은 친지분들의 예쁨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졌습니다.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던 새댁,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대학다닐때 수배중이었던 선배, 친구들을 학교에 두고 귀향단버스를 타고 내려가면서 마음은 아팠지만
막상 가족과 떨어져서 보름달을 바라볼 그들의 마음이 되어볼 순 없었던 것입니다.
이산가족들, 이주노동자들.. 이렇게 도드라지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이 추석, 그리운 고향에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이 바빠서, 몸이 아파서 혹은 차마 발이 안떨어져서....
그 사람들도 나같이 보름달을 혼자 보겠구나.. 새댁, 멀리서 가족들과 친지들, 친구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그리고는 신랑없다고 긴장한 새댁, 저녁에 블로그도 못쓰고 일찍 잤답니다.
'아침까지 나혼자 똑순이를 지켜야해!' 이러면서..
덕분에 유난히 덥던 이번 연휴, 아빠없다고 괜히 겁난 엄마가 평소 열어놓던 창문들까지 모두 꽁꽁 닫아건 탓에
똑순이는 더워서 잠을 설쳤습니다.

*

추석날 아침이 밝자, 새댁은 뜬금없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차례상에 오신 조상님들이 혹시 우리 똑순이를 보고싶어 하시진 않을까?'
참... 이 개명한 시대에 무슨 뒤떨어진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조상님들께 대접하려고 정성껏 차리는 차례상이니 많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삼삼오오 젯밥 잡수러 오셨다가
'참, 이 집에 얼마전에 손주나지 않았어? 갠 왜 안보여? 고녀석 궁금하네~ 나선김에 한번 보러가볼까?' 하실지도 모를 일이지 않습니까?

... 하여 새댁, 행여 멀리 서울까지 손주보러 오실지도 모르는 할무니할아버지들이 먼길 빈속으로 돌아가시게 하면 안되겠다 생각하며
얼려놨던 똑순이 백일떡을 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차차 판이 커져.. 급기야 애호박 하나를 썰어 호박전을 부치고... 육개장해먹고 남은 고사리나물도 무치고..
'정식 차례상은 아니고.. 간식인 셈이니까.. 신기한 것도 좀 드셔도 되지 않을까?'하며
mepay님네 '도토리속 참나무'표 소세지까지 구웠습니다.
기왕이면 맛있는걸 대접해드리고 싶었거든요. 집에 있는 먹을만한 재료는 총출동한 것입니다. ^^
 
그렇게 탄생한 추석날 아침 똑순이와 엄마의 차례상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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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란 것이 본디 조상님께 감사를 표한 뒤에는 차린 사람들이 푸짐하게 잘 먹는 상인만큼..
새댁도 추석날 아침 소세지와 호박전으로 포식하였습니다.
똑순이는 물론 '엄마가 왜 이리 야단법석이야?' 궁금해하며 바쁘게 돌아치는 엄마에게 안아달라 찡찡거렸습니다.

애시당초 '홍동백서 조율이시'같은 법도를 찾을 만한 제대로된 상도 아니긴 했습니다만
사진으로 보니 더욱 민망하네요-^^;;;

아무튼 멀리서나마 조상님들께 우리 똑순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보살펴달라고
엄마 혼자 마음으로 부탁드렸습니다.

추석까지 지내고 나니 이제는 정말 가을인가 싶습니다. 날은 여전히 여름같이 무덥지만요..
이 가을, 곡식처럼 자연처럼-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많이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새댁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똑순이와 함께 명절 인사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한 해의 소중한 결실들 잘 맺어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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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