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텃밭'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9.25 대파 보관하기
  2. 2012.05.09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 8

 

 

파를 한단 사오면 베란다의 빈 화분에 심어놓는다. 

모종삽으로 흙을 파고 파를 단째로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준다. 

잠깐이라도 잘 지내렴.. 하고 마음 속으로 얘기하면서. 

 

가끔씩 요리 재료로 필요해 파를 한 줄기 뽑아보면 

며칠만에도 하얀 새 뿌리가 나있다. 

겉잎이 좀 마르긴 했어도 파는 잠시동안의 우리집 화분에서도 물과 영양을 흡수하려고 새 뿌리를 내리고 

애써서 자라고, 애써서 지내고 있었다. 

왠지 뭉클하다. 모든 생명들의 하루하루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나날들이. 

 

파를 사자마자 잘 씻고 다듬어서 냉동실에 갈무리를 해둔다면 

시드는 잎 없이 더 많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 주부라 그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귀찮고 힘들다. ㅠㅠ

다행히 내게는 흙이 담긴 빈화분이 있다. 

모종삽도 있고, 물이 잘 나오는 호스와 물이 잘 빠지는 베란다, 햇빛, 바람이 통하는 창문도 있으니.. 

파를 심는다. 

 

"엄마, 이제 우리집에 파도 키워?"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묻는다. 

그래. 별거 별거 다 키우는 엄마의 베란다 텃밭에 요즘은 파가 제일 자주 심는 작물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12. 5. 9. 23:08





우리집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에 마련했다.

강일동 707번지에는 V대장이 살고, 뒹굴깨물이가 살고, 엄마가 살고 아빠가 산다.


작년처럼 동사무소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 텃밭을 신청하려고 탁상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쳐놓고 메모까지 해놓고 그전날 밤에도 퇴근한 아빠랑 내일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신청하러 가자고 얘기까지 구구절절 해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이 밝자 후다닥 아침 챙겨먹고 아빠 출근하고 연수 유치원 다녀오고 점심먹고 오후 어느맘때쯤 퍼뜩 '오늘~?!!!'하고 기억이 났다. ㅠㅠ


동사무소 텃밭이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간 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올해 농사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퍼뜩 떠오른 생각이 

'베란다 텃밭'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사올 때 거실 베란다에 수도꼭지와 샤워기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긴 화분들 키우라는 거구나~'하고 감탄했는데

그때부터 내심 거기에 텃밭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었다.

엎어진 김에 동전 줍는 마음으로 해보고싶었던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꿈같은 '가래여울 텃밭의 추억'을 되씹기로 했다.










그리하여 당장 '흙살림' 홈페이지(http://www.heuk.or.kr/)를 찾아갔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화분용 퇴비'를 만든 곳으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6.2데이' 행사장에 가서 보니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양토부터 미생물과 자연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병충해방제, 영양제도 만들고 토종씨앗과 모종들도 판매하고 계신 것을 보고 '아 참 좋다' 했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과 유기농산물의 직거래판매, 도시농업 확대를 위한 노력까지 20여년 동안 건강한 농업과 땅을 살리기 위해 애써온 존경스러운 운동단체이자 연구소이자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을 만날 수 있었다.









새싹채소도 전부터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흙살림에서 귀엽기도 한 '새싹채소 재배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적무, 보리, 배추 등 씨앗 세 종류와 재배키트 묶음가격은 4500원. ^^

물 붓고 씨앗 뿌려주니 끝! 간단도 하네~! 

우리집 공식 농부 V대장이 직접 했다.












새싹채소와 함께 도착한 베란다텃밭 장비들! 두둥~~~~!! ^^ 

손 큰 연수엄마가 배양토 4포대와 그 흙을 담아 채소를 기를 그로우백 4개를 일시에 주문했다. ㅎㅎ

도시의 작은 아파트인 우리집으로 거름냄새도 살짝쿵 나는 커다란 흙포대들이 큰 택배상자에 담겨서 들어오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해야 '흙'을 가질 수 있구나... 

흙에서 자란 것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도 

흙이랑 가까이 사는 길은 큰 맘먹고, 여러 손 빌려가며 애를 써야 가능한 일이구나.











흙살림 택배가 오자 제일로 신난 것은 V대장 연수.

어린 시절부터 '흙사랑'이 남다르셨던 이 분은 마침내 집안에 자기만의 흙놀이터까지 갖추시게 된 것이다.

게다가 물도 있고!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










우리집 차기농부 뒹굴깨물이도 신나긴 마찬가지~^^

거실베란다를 차지하고있던 아이들 자전거와 유모차 등등을 현관 밖으로 빼고 선반의 오래된 짐들도 대거 정리해서

이 베란다에는 화분들과 물에 젖어도 괜찮을 법한 물품들만 남겨놓았다.


그래놓고 엄마와 형아가 요 베란다를 뻔질나게 드나드니 어린 연호도 당연히 함께 기어나와 

흙포대에 기어올라가도 보고, 화분의 싹들도 잡아당겨보고(ㅠ) 하며 신기해했다.


농부의 딸인 나는 베란다에 쌓아놓은 흙포대만 봐도 배가 부를만큼 기분이 좋아서

정말로 꽤 오랫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ㅎㅎ

막상 애 둘 데리고 저 포대를 뜯어 텃밭을 차릴 엄두가 어찌 그리 안 나던지....;;











그러는 사이에도 새싹채소는 무럭무럭 자랐다.

강일동 707번지 주민 4인은 모두 새싹 처음보는 서울촌놈 티를 팍팍 내가며 볼때마다 신기해했다.










예쁘다..










참 예쁘다.











새싹채소 수확한 날.










연수가 직접 장식(?)한 새싹채소비빔밥. ㅜ

보기는 참 그렇지만... 맛은 상큼쌉쓰름한 것이 입맛 돋궈준다. 음~ 

또 먹고 싶은데 새싹채소 키트는 한번 밖에 못 키우는 것이라 아쉽다.. 집에서 채소를 더 키워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밥 잘먹고 힘내서... 드디어 텃밭을 만들었다.

저 초록색 비닐백의 이름은 '그로우백 작은텃밭'. 

튼튼하고 깊고, 작은 물빠짐 구멍이 옆면에 네개쯤 뚫려있다. 

그 구멍을 별도의 돌 같은 걸로 막지 않아도 흙이 새지않고 물은 잘 빠져서 참 좋다.

작은 공간에서도 채소를 키워볼 수 있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 가격은 3300원! ^^ 

이래뵈도 상자텃밭용 유기배양토 15L 한포대가 남김없이 싹~ 들어간다.

땅이 깊어서 토마토나 고추같은 뿌리 깊이 내리는 작물도 키울 수 있단다.











엄마의 텃밭인 것 같지만 실상은 연수의 텃밭이다.

아니, 우리집 베란다 텃밭이니 우리 가족 모두의 텃밭이고, 우리집에 놀러온 이들도 함께 물주고 바라보고 열매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모두의 텃밭이다. ^^

동네 꽃집에 가보니 토마토 모종만 팔고 있었다.

노란 토마토 꽃도 보고, 올망졸망 방울토마토도 따먹을 수 있겠구나... 

손바닥만한 모종 세포기 심어놓고 엄마는 벌써 배부르다. ㅎㅎㅎ 

물받는 연수 뒷태가 듬직하다. 













'토마토야, 무럭무럭 잘 커라~'

얘기하면서 준다.  











텃밭 차리느라 든 비용에 비해보자면(흙이 비싸다..ㅠ) 여기서 얻는 수확은 값으로 환산했을 때 정말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연수가 제 손으로 토마토를 키워보며 느끼는 마음의 풍요는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귀한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있는 흙, 살아있는 작물.. 자라고 열매 맺고 스러지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고 돌보면서 설레임과 고마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도 나도 나무처럼, 풀처럼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