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를 한단 사오면 베란다의 빈 화분에 심어놓는다.
모종삽으로 흙을 파고 파를 단째로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준다.
잠깐이라도 잘 지내렴.. 하고 마음 속으로 얘기하면서.
가끔씩 요리 재료로 필요해 파를 한 줄기 뽑아보면
며칠만에도 하얀 새 뿌리가 나있다.
겉잎이 좀 마르긴 했어도 파는 잠시동안의 우리집 화분에서도 물과 영양을 흡수하려고 새 뿌리를 내리고
애써서 자라고, 애써서 지내고 있었다.
왠지 뭉클하다. 모든 생명들의 하루하루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나날들이.
파를 사자마자 잘 씻고 다듬어서 냉동실에 갈무리를 해둔다면
시드는 잎 없이 더 많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 주부라 그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는 것은 귀찮고 힘들다. ㅠㅠ
다행히 내게는 흙이 담긴 빈화분이 있다.
모종삽도 있고, 물이 잘 나오는 호스와 물이 잘 빠지는 베란다, 햇빛, 바람이 통하는 창문도 있으니..
파를 심는다.
"엄마, 이제 우리집에 파도 키워?"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며 묻는다.
그래. 별거 별거 다 키우는 엄마의 베란다 텃밭에 요즘은 파가 제일 자주 심는 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