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들2010. 7. 9. 14:06








금요일 저녁 퇴근한 남편이 말했다.
"월요일부터 2주 휴가냈어. 여행가자."
"뭐라고?"

25개월된 아이와 함께 하는 8박 9일의 가족여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예정대로 친구들을 만나고 공원에 다녀오는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하루는 여행준비를 했다. 처음 묵을 숙소를 정하고 간단한 생필품을 샀다.
화요일 아침, 덜마른 연수 옷을 자동차안에 널고 우리는 출발했다. 










날짜가 급히 결정되긴 했지만 우리는 올 여름에 천천히 긴 여행을 한번 하자고 전부터 얘기했었다. 
나는 절들이 가보고 싶었고 남편은 전국의 맛집들을 가보고 싶어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서산의 맛집 '향수가든'이었다.
연수는 이 집의 콩비지 뚝배기를 독차지하고 먹었고, 나는 나물넣고 비빈 비빕밥을 쌈에 싸서 입이 시원하도록 와구와구 씹어먹었다. 
구수한 장맛이 갑자기 오른 여행길의 불안함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 같았다. 괜찮아.. 좋은 여행이 될꺼야. 











첫 여행지는 충남 서산으로 정했다. 
여기있는 '개심사'라는 절을 내가 가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숙소는 개심사에서 가까운 용현자연휴양림으로 정했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고 평일인지라 하루 전에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휴양림은 처음 와봤는데 숲이 주는 고요함과 청량감이 참 좋았다. 노루귀란 이름의 4인실 숙소는 아담하고 깨끗했다.










용현자연휴양림 안에는 용현계곡이 있다. 
산 속에 있는 휴양림에서는 그리 깊지 않은 작은 개울인데 휴양림을 빠져나가면서는 제법 물길도 넓고 깊어져서 계곡을 따라 민박집과 물놀이장들이 꽤 많았다. 
이 산과 계곡에 기대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연수는 며칠전에 장만해두었던 '꽃게 보행기'튜브를 타고 신나게 물속으로 들어갔다.



 






깨끗한 계곡물은 정말 시원했다.
연수는 물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숲, 계곡.. 이런 곳에 들어와있으니 정말 휴가가 시작되었구나, 우리가 여행을 떠났구나.. 실감이 되었다.
부모님들께 갑작스런 휴가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드리는 것은 휴가 첫 날의 제일 큰 일이었다.
계곡물에서 용기를 얻은 나는 전화를 드렸고, 예상대로 부모님들은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닌가'싶어 걱정을 하셨지만 
연수가 물속에서 나오지도 않고 잘 논다는 말에 웃고 마셨다.  










개울물을 따라 걸어내려갔다.
연수는 휴양림 입구에서 멀지 않은 야트막한 곳을 특히 좋아해서 거기서 돌멩이와 나무가지를 주우며 해저물때까지 놀았다.
남편이 연수를 데리고 계곡과 그 옆 산책로들을 걸어다니는 동안
나는 혼자서 개울가에 앉아 햇빛이 물속에 만드는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소금쟁이가 내 발 옆에서 가만히 가만히 움직였다. 
소금쟁이 그림자는 물속에 작은 동그라미 여섯개로 그려진다는걸 태어나 처음 알게 되았다.
물소리, 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드는 소리, 새소리... 소리와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연수를 낳은 후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긴 여행을 떠났다는 것과 이 여행동안 나는 가끔 이렇게 혼자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게 될거라는 사실을 생각하며 갑자기 행복해졌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6. 23. 00:03








캥거루가 스스럼없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길고 굵은 꼬리로 몸을 받치고 서니 키가 연수만 하다. 
눈높이가 같은 둘이 서로 마주 본다.

쥬쥬 동물원에서는 사람만 동물을 구경하는게 아니고, 동물도 사람을 구경한다.
'난 캥거룬데 넌 누구야..?' '어.. 난 연수' 
둘이 얘기라도 할 것같다.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받아들고 냠냠 먹는다.

'당근도 좋지만 달달한 사과가 더 좋아요~'
다른 녀석에게 사과를 건네주니 먹던 당근을 제쳐놓고 사과있는 곳으로 간다.
사람이나 캥거루나 아기들은 다 똑같구나..^^









연수와 함께 가는 동물원 나들이는 경수이모와 엄마의 오랜 로망(?)이었다. ^^
처녀적에 같이 동물원 나들이를 즐겁게 다녀온 적이 있었던 우리는
연수가 태어나자 이 녀석이 얼른 커서 같이 동물원에 가는 날이 오기를 늘 기다렸다.

새벽까지도 비가 와서 고대하던 동물원 나들이를 미뤄야하나.. 걱정했지만
아침에는 비가 그치고 햇님도 화창하게 비쳐서 주먹밥싸들고 기분좋게 길을 나섰다. 









쥬쥬 동물원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고양시(일산)에 있다. 
작고 아담한 이 동물원에는 크고 화려한(?) 동물들이나 거창한 볼거리는 없지만
작은 동물들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다니며 동물들에게 직접 밥을 주고 털을 쓰다듬는 것같은 소소하고 깊은 즐거움이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나 살 것 같은 뿔이 멋진 사슴의 크고 검은 눈을 가까이서 한참동안 들여다 볼 수 있고
조랑말을 타고 드문드문 꽃이 피어있는 작은 풀밭을 오갈 수도 있다.
주말이라 해도 오전에 가니 사람이 많지 않아 동물도 사람도 여유로웠다.









큰 앵무새와 작은 꾀꼬리들이 많이 살고있는 큰 새장.
들어가면 조련사가 손바닥에 좁쌀을 부어준다. 
그 손바닥을 펴면 노랗고 파란 작은 새들이 날아와 콕콕콕 손바닥에 놓인 낟알을 쪼아먹는다.
큰소리로 우는 새들이 무서웠던지 연수는 엄마 등에 업힌채로
엄마 손에 앉아 밥을 먹는 새들을 아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뭘 볼까..?
동물들의 집에 놀러온 연수.
작고 소박한 동물원, 무엇보다 나무와 흙땅이 많아 좋았던 동물원에서
작은 동물 연수도 편안해보인다.









비온뒤 고인 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엄마의 별거아닌 장난에도 이렇게나 깔깔깔 웃어준다.
민들레꽃만큼 환한 웃음을..







엄마로 사는게 참 좋다.



 




민들레 꽃씨 불자.
작은 볼 가득 바람을 채우고 눈에도 잔뜩 힘을 넣고...









"엄마 어부바해.."
한낮, 낮잠 잘 시간.. 졸린 연수가 엄마 등을 찾는다.
많이도 무거워졌다. 
그래도 엄마 등에 찰싹 붙은 아이에게서 포근하고 아늑한 기운이 전해져온다.
이 작고 여린 것을 내 등에 업어줄 수 있는 때가 고마운 때일 것이다.









히힝~ 좋다~^^


경수이모: 동물원에서 제일 볼만한건 기린인 것 같아. 
아빠: 무슨 소리..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는 원숭이지~.
엄마: (기린이야~ 원숭이야~~ 둘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난 동물원의 꽃은 아이스크림이라고 봐...

그렇게해서 연수의 손에 아이스크림이 들리게 되었다. 것도 빵빠레가! ^^









점심시간. 열심히 먹는 부자. 







흐뭇하다.


점심을 먹고 유모차에 타자마자 연수는 바로 잠이 들었다.
잠든 연수를 차에 태우고 우리는 쥬쥬 동물원을 나와 동물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중남미 문화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남미에서 30년 가까이 외교관 생활을 한 이복형씨와 그의 아내가 수집한 그림과 조각, 민속공예품 등을 모아 만든
중남미문화원은 박물관과 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고 조용한 곳이었다.  









조각공원 안에 있는 남미음식과 차를 파는 '따꼬'라는 작은 식당으로 갔다.
차에서 내려서도 연수는 곤히 잘 잤다.
작은 산을 끼고 있는 조각공원은 키큰 나무들이 많아 시원하고 조용했다.









엄마가 된 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는 연수가 잘 때 마시는 커피였다.

쌔근거리며 자는 아이를 곁에 눕혀두고
나는 반짝이는 초록색 나무숲에 앉아 마음맞는 친구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셨다.
와... 좋구나.
육아 24개월차에는 이런 행복도 있다. 

연수가 자는 동안 엄마는 이모와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을 천천히 구경하는 호사도 누렸다.
잘 자준 연수도, 잠든 아이 곁을 지켜준 아빠도 고마웠다.









조각공원 잔디밭, '출입금지' 팻말에 붙은 청동개구리가 귀엽다.









남미의 조각, 그림, 공예품 곳곳에서 이 '생명의 나무'를 발견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꽃과 잎과 아이들같이 아름다운 것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무성한 가지가 마음을 끌었다. 
살아간다는 것이 나무와 같아서 꽃피우고, 열매맺고
잎 무성한 날과 그 잎을 다 떨구고 빈가지로 서있는 날까지 모두 겪고 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가능하다면 빈 가지로 홀로 서있는 날이 아니라
이렇게 주렁주렁, 생명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모두 매달고 꽃피웠던 날들을 기억해두고 싶다.
그 모습으로 남겨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도록 잘 자고 일어난 연수는 조각공원을 위에서 아래로 부지런히 오고가며 뛰어놀았다.
 







사진찍자~ 했더니 연수가 취한 포즈. ^^









아빠와 연수, 다정히 손잡고 계단 내려온다.
나중에 연수가 크고 나면 이렇게 우리가 손잡고 걸었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척 애틋하게 여겨질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6. 7. 21:52








더우니 숲이 생각나는 사람이 우리만이 아니어서..
서오릉은 주차장과 그 주변 길이 온통 차들로 만원이었다.
겨우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연수는 그앞 식당의 너른 자갈밭을 보고는 냅다 그리로 직행했다.








"돌 볼꺼면 집에 있어도 되는데..."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넓은 돌밭은 동네에 없어..." 엄마가 연수를 두둔하며 말했다.
실은 연수보다 엄마가 더 동네를 벗어나고 싶었다는 걸 아빠도 잘 알겠지만..^^;









화단에서 발견한 작은 풀꽃.








서오릉에 들어서자마자 연수는 큰 나뭇가지 하나를 주웠다.
역시 동네와는 스케일이 다르다. ㅎㅎ












신난다! 뜨겁다! 뛰자~~!!









단풍나무 좋아하는 연수.








엄마, 이것봐. 내가 딴 단풍잎 예쁘지?








서오릉의 가을도 좋고, 봄도 좋았지만 이번에 가보니 여름이 제일 좋다.
초록의 깊고 서늘한 그늘 속에 들어가 앉으니 '이게 사는거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복잡하고 후끈거리는 도시의 열기속에서 빠져나와
고요하고 시원한 숲을 찾아온 사람들..
그 사람들 마음도 다 나같았겠지. 여기와서야 비로소 큰 숨이 좀 터져나왔겠지...









열심히 걸어다니는 연수를 아빠에게 잠시 맡겨두고
나는 나무벤취에 앉아 양말을 벗고 발에 햇빛을 쬐어 주었다.
그 사이 연수는 익릉 꼭대기까지 꽤 긴 돌계단을 열심히도 걸어올라갔다 왔다.
덕분에 야외활동에 약한 아빠가 큰 운동했다.
 
어른들은 모두 두려워하는 뜨거운 볕을 아이들은 어쩌면 저다지도 용감하게 받아나갈까.
지칠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존경스러워지는 계절, 여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3. 25. 01:07







연신내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목장이 있다.

나이든 말들이 풀밭에 누워 졸고 
아이 사람과 어른 사람들은 막 돋아난 푸른 풀을 뜯어 말에게 먹여보며 신기해하고
젊은 말들이 경주 연습을 하느라 모래 트랙을 뛰면
사진동호회원의 셔터 소리가 차라라락 하고 울리는 목장.. 바로 '원당종마목장'이다.









그리고 여기, 오르막길을 조금 걷다 이내 '어부바'를 외친 아들을 업고 가는 엄마도 있다.









평지는 이렇게 잘 걷는 녀석이...-.,-
키 큰 나무들은 목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서삼릉(조선시대 왕릉 유적지)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넓고, 한적한 이 산책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지구 최후의 날 같았던 토요일, 최악의 황사가 지나간뒤 일요일 하늘은 깨끗했다.
덕분에 가까운 목장나들이로 황사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좀 털어낼 수 있었다.









목장 안에는 작은 매점이 있다. 과자와 음료수, 컵라면과 커피를 판다.
연수는 거기서 태어나 처음으로 '딸기우유'를 먹어보았다. 신세계를 발견한 녀석은 빨대를 단 한번도 입에서 떼지않고 한 통을 다 마셨다.








'몇 번 말이 우승할 것 같냐?'
경주 연습에 나선 말들은 처음엔 다같이 슬슬 걷다가 나중에는 한마리씩 아주 빨리 트랙을 돌았다.
연수는... 말이 가까이 뛰어올때마다 덩달아 열심히 풀밭을 뛰었다.





 











연수가 너무도 사랑했던 '풋!밭!'.
'크은 돌'도 발견했고, 맘에 드는 나뭇가지도 있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재미있어 집에 가고싶어하지 않던 녀석.









말이..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크다. 검고 큰 눈동자.
그림책에서만 보던 말을 실제로 본 연수는 조금 얼은 듯했다. 큰 동물들을 보면 왠지 경외감 같은게 든다.

그러나 엄마가 된 후로 나는 어떤 동물을 보든 '이 동물은 엄마일까, 아기일까..'를 먼저 궁금해한다.
그리고는 '밥은 잘 먹었니, 잘 지내라'하고 당부하는게 버릇이 되었다. 이 말도 어느 어미 말의 새끼일 것이다.
이 날, 우리 모자가 코도 만져보고 볼도 쓰다듬어보고 내가 뜯어준 풀도 먹은 이 말에게도 고맙다고, 잘 지내라고 당부하고 돌아왔다.









'엄마, 얘 나한테 왜 이럴까?' 하는 표정이다. 
잘 가라고 너한테 인사해주는 걸꺼야...  

원당종마목장은 마사회에서 운영하는데 입장료도 없고, 말에게 나눠주지만 않는다면 먹을걸 싸가서 맛있게 먹고올 수도 있다.
주차장이 조금 작지만 입구의 산길쪽으로도 차를 세울 수 있으니
따뜻한 날, 가족과 함께 도시락싸들고 가서 나무벤치에 앉아 먹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우리 가족도 이제서야 처음 가보았다. 우리집에 손님이 오시면 꼭 같이 놀러와야지~! 
연수가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너른 들판과 숲,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집 근처에 있다는게 정말 고맙다.
서울 끝자락에 사는 덕분에 누리는 큰 즐거움이다.



+ 이 포스팅에 쓴 사진은 모두 연수아빠께서 찍은 것이다. 어제(3.24)부로 '금주'를 선언하신 바로 그 분.
여보, 괜찮아? 갑작스런 결심에 나는 '이 분이 왜 이러시나' 걱정했지만, 본인은 지극히 담담하고 결심은 단호하다...^^  
화이팅~!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3. 16. 23:27







봄이다.
춥고 바람불고 황사에 눈도 온다지만... 그래도 봄이다.

주말에는 강화도에 있는 '마라하우스'라는 가족탕으로 온가족 목욕나들이를 다녀왔다.
온가족이라 하면 함께 살고있는 연수삼촌도 함께 다녀와야 맞는데
이 목욕탕은 일반탕은 없고 가족탕(어른 2인, 아이2인)과 단체탕(동성 어른 5, 6인) 밖에 없어서 아쉽게도 '또'(삼촌)는 함께 가지 못했다. 

9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일요일 아침, 목욕탕을 가는 것이니 모두 씻지도 않고 옷도 안갈아입고.. 그러니 준비가 빨랐다. ^^
강화도 한쪽 끝자락, 교동도로 가는 선착장 앞에 있는 마라하우스는 꽤 유명한 곳이어서
주말에 예약도 않고 늦게 가면 한참 기다려야할 것 같아 나름 서두르기도 했다.

10시 반쯤 도착한 목욕탕은 한산했다. 
신랑이 접수를 하고, 11시에 입실할 다른 가족들과 대기실에 앉아 가이드분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와 연수는 나무계단도 오르내리고, 1층 휴게실 큰창앞에 서서 바다에 떠있는 배들을 구경하며 지루하지 않게 잘 놀았다.
한산한 때에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었던 것이, 우리가 나오던 오후1시쯤에 보니 대기실에 사람도 많고 가이드 분의 설명도 한층 길어진 것이 마이크까지 우렁우렁하게 쓰고 계셨다.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긴 하지만 조용한 휴식을 기대하며 찾은 목욕탕에서 마이크 소리를 들으며 대기하는 모습이 고단해보였다. 










큰 나무욕조안에 받아져있는 물은 무척 뜨거웠다. 연수 아부지의 리얼한 표정을 보시라~~^^
'쓴물'이라는 뜻의 마라수가 담겨있는데 짭짤한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살이 조금 저릿저릿한 것 같았다. 
일반수가 나오는 샤워기도 있어서 연수의 아기욕조에는 찬물을 섞어주었다. 
 
햇살이 잘 비치는 작고 아담한 욕실에서는 옆 욕실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엄마아빠가 아이들 야단치는 소리가 다 들렸다.
분리되어 있으되 다 같이 있는 대중목욕탕같은 느낌.. 소란스럽긴 했으나 정겹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끼리 다 같이 누워 있을 수도 있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첨벙거리며 물놀이도 함께 할 수 있는 목욕탕이 어디 흔하랴... 모처럼 큰 맘먹고 나서보길 잘했다 싶었다.  

오랫만에 뜨거운 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자니 힘들기도 했으나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몸도 한결 가볍고 개운했고, 피부도 많이 보드라워져 있었다.
다음에는 친한 가족들과 함께 놀러오면 좋겠다.. 생각하며 마라하우스를 나왔다.










봄햇살이 갯벌위로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었다.
"연수야, 갈매기야! 갈매기들 좀 봐..!!"
목욕하고 나와 졸린 연수는 엄마의 흥분에는 아랑곳않고 아무 대답없이 눈을 쪼프렸다. 갯벌에서 튕겨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많은 내가 여기까지 와서 바다를 안보고 갈 순 없다고 신랑을 졸라
마라하우스에서 나오면서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선착장에 들렀던 것이다. 
주차장 옆, 줄지어 서있는 횟집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던 갯벌과 바다와 갈매기들을 보고 나는 그만 흥분하고 말았다. 








봄이구나.. 바다에도 봄이 오는구나.
교동도 앞바다에는 배가 많았다. 
책에서 읽었던 교동도의 아픈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이 교차하는 그 바다를 보고 있자니 언제고 교동도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배 이름을 딴 작은 가게들에서는 회도 팔고, 건어물도 팔고 있었다. 
어둑한 횟집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회 접시와 소주잔을 비울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운전하는 아빠과 젖주는 애기엄마 처지에서는 꿈같은 얘기다.


  
















시멘트 길이 너무 높이 만들어져 있어서 갯벌에는 내려갈 수가 없었다.
아마 만조때는 물이 길 가까이까지 차 오르겠지..
연수는 집에서 챙겨들고 온 모래놀이 삽을 아쉽게 어루만지며 아빠와 함께 갯벌 옆을 걸었다.












이 날은 다행히 낮에 참 포근했다.
긴 목욕으로 지친 연수는 차에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 사이 하늘엔 구름이 많아지더니 이내 비가 쏟아지고 공기는 다시 차가워졌다.
아주 짧은 봄을 잘 누린 셈이다.
 
대단한 꽃샘추위가 좀 누그러들고, 졸립고 고단한 몸을 뜨뜻한 물에 담궈 풀어주고 싶어질때 다시 가보면 좋겠다.
연수야, 아빠야.. 그때는 봄볕 쏟아지는 바다 앞에 더 오래 앉아 있자.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3. 11. 23:34






2주전쯤 주말... 진환선배로부터 한강공원에 자전거타러 같이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반갑게 달려가보니 신기한 자전거들을 잔뜩 모아놓은 작은 자전거장이 새로 생겨 있었다.

마음은 벌써 봄인데 아직 귓전을 스치는 바람에는 겨울 기운이 살짝 남아있었다.
차안에서 자다깬 연수는 자전거를 타는 내내 긴장을 풀지못하고 굳어있었지만
엄마는 모처럼 좋아하는 자전거를 마음껏 타서 참 좋았다. 
찌뿌둥하던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트이는 기분..

채윤이를 데리고 사진을 찍으니 꼭 우리집 큰딸같다. ^^
예쁘고 똑소리나는 채윤이는 수아언니를 쏙 빼닮았다.  








연수같은 어린 아이도 안고 탈 수 있던 큰 자전거. 
4명이 탄 무거운 자전거를 혼자 페달밟고, 핸들조종까지 하느라 선배가 고생많으셨다. ㅎㅎ
늘 좋은 휴식처가 있으면 우리 가족도 함께 가볼수 있게 연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연수에게 아직 자전거의 속도감은 무리였나... 영 긴장을 풀지 못한다.
봄에는 내 자전거 뒷자리에 연수 의자를 달아서 함께 태우고 숲으로, 도서관으로 다니려던 나의 계획은 이날 이후 잠시 보류되었다.
잠도 덜깨고, 춥기도해서 그랬던 걸꺼야.. 자전거를 다시 타고픈 엄마 욕심이 자꾸만 앞서려고 한다.

이 사진을 올리다보니 문득 작년 여름에 역시 채윤이네와 함께
이 한강난지공원 안에 같이 있는 물놀이장에서 놀았던 것이 생각나서 그 사진을 찾아보았다. 
아직 세상엔 눈이 하얀 겨울인데 쨍쨍한 여름 사진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그때만 해도 갓 돌을 지내고 고물고물 자그맣던 연수 모습을 보니 더욱 기분이 이상하다.
그새 이렇게 많이 컸구나..^^







지난 여름에 새로 만든 물놀이장은 작고 깨끗했다.
멀리 한강을 바라보며 파라솔밑에 앉아있는 기분이 상쾌했고,
아이들은 발목만큼오는 얕은 물부터 어른 허리정도까지 오는 깊은 물까지 신나게 오고가며 마음껏 첨벙거릴 수 있었다.







연수를 튜브에 태워서 끌어주는 채윤이누나.
채윤이는 연수보다는 연수엄마인 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왠 자신감~^^;;;)
우리 아들이 연상의 누나들에게 인기가 많은건 확실하다.
이 날도 많은 누나들이 연수를 보살펴(?)주어서 나는 뒤에서 슬슬 따라 걸어다니기만 하면 되었다. ㅎㅎ
짜식~ 좋겠다.








이렇게보면 지금이랑 얼굴은 거의 비슷한 것 같지만...







이렇게보면 아고~~ 얼마나 자그마했는지! ㅎㅎ
내 작은 아가가 너무도 쑥쑥 잘 크고 있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이렇게 크다간 금방 내 품보다 커지겠다 싶어 벌써 아쉬워진다.








채윤누나 예쁜 사진.
이 원피스는 토마토새댁님네 정은 공주님이 보내준 것이다.
정은이의 작아진 원피스들을 내가 받아서 주변의 예쁜 딸들께 나눠드렸다.
음.. 언제 나도 딸을 낳아 저리 고운 옷들을 입혀볼꼬. ^^; 
토댁님께 보낼 인증샷을 부탁해서 수아언니께 받은 사진.


+


가까운 한강난지공원에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놀이공간이 많다.
인공적인 놀이공간들도 좋지만 한강을 따라 그냥 걸어도 좋고, 난지지구를 지나 김포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콘크리트 없이 바로 흙과 만나는 강물을 만날 수도 있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풀과 나무가 자라고, 흙길로 된 산책로와 나무로 된 자전거 길이 있는 그 쪽으로
채윤이네와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

높은 건물들로 빽빽한 서울에 한강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가까운 한강에 가서 그나마 숨 한번 쉬고, 마음 한번 열고 돌아오곤 한다.
강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는데.. 아름답고 귀한 강들을 죽이는 4대강사업은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연수가 자라면 함께 찾아가보고픈 아름다운 강들이 모두 콘크리트 매끈하게 싹 발라진 죽음의 강이 되어있을까봐 무섭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0. 2. 25. 01:25








지난 주말에는 멀리 전남 광주에 다녀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애석하게도 블로그이웃 명이님과 미페이님의 결혼식에 가지 못했던 토마토새댁님과 내가
결혼 축하를 핑계(?)삼아 날짜맞춰 광주로 먼 마실을 떠난 것이다.
 
날은 무척 포근했다. 
설 명절 다음 주라 그런가 도로도 한산한 편이었다.
대천휴게소까지 가는 동안 연수는 오래도록 잘 잤다.
나는 예전에 사놓고 미처 읽지 못했던 '세상을 바꾼 대안기업가 80인'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한 편 읽을 때마다 운전하는 신랑에게 "방금 읽은 이 사람도 정말 멋있어.. 아이디어가 넘 재밌지않아?" 라고 수다를 떨어가며.

휴게소는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음식맛은 사람수에 비례하는 것 같았으나
모처럼 여유로운 휴게소에서 연수도, 엄마아빠도 따뜻한 기운을 담뿍 받으며 쉴 수 있어 참 좋았다.
오전 11시에 집을 떠나 오후 4시쯤 광주에 도착했으니 하루의 대부분을 길에서 보낸 셈이었다.
   
명이님 집에서 쉬도 하고, 똥도 싸고 대걸레를 들고 신나게 놀기도 한 연수는
중요한 사진도 여러장 미페이님께 찍혔으나.. 그것의 공개여부는 연수와 미페이님 사이의 일이므로 나는 관여하지 않을 참이다.

무등산 깊은 곳에 있는 닭백숙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광주에 여러번 왔었지만 망월동과 금남로와 대학들을 제외하면 가본 곳이 없는 나는 무등산이 늘 한번 가보고 싶었다.
밤이었고, 차로 구불구불한 그 길을 달렸을 뿐이지만
어둠속에서도 보이던 완만한 산의 형상은 '광주의 어머니' 품에 들어온듯 편안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저녁을 먹고 차를 한잔 마시러 다시 광주시내로 오는 동안 연수는 잠이 들었다.
잠든 연수를 지키느라 신랑은 잠시 차에 남고 나는 먼저 일행과 함께 영풍문고로 들어섰다.
대형서점도 오랫만이다. 연수 낳고는 거의 처음 온듯.. 
토댁님의 두 초등학생 아들들을 앞세운 미페이님이 막내삼촌 혹은 큰 형처럼 신나게 만화책과 판타지소설 코너들로 향하고
애플님과 명이님은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정은이를 데리고 문구팬시쪽에서 심각한 얼굴로 볼펜을 고르는 동안
나와 토댁님은 이런저런 책들 사이를 느긋하게 오고가며 책구경을 했다.

광주 영풍문고에서는 작년에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의 저작과 추모서들을 작은 부스 하나에 따로 전시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 한 권을 골랐다.
광주에 온만큼 'DJ 선생님' 책을 한권 사고싶기도 했으나 너무 짧았고, 너무 가까운 과거의 일이라 
어느새 더 기억에서 빨리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던 직전 대통령에 관한 기록을 집에 한권은 두고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한 적이 있어서 노대통령의 책으로 골랐다.

아빠가 잠에서 깬 연수를 안고 영풍문고로 왔다.
생애 처음 와본 대형서점에서 연수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엄마만 찾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붙어있는 커피숍에서 고구마케잌을 먹고, 애스컬레이터를 타고 그 근처를 여러번 오르내린 뒤에야
연수는 조금 마음이 풀렸다.
명이님 집에 돌아온 시간이 10시 조금 넘어서였으니 그리 늦은 밤은 아닌데도 
20개월남짓 밤외출을 거의 안해온 나에게는 정말 한밤중같이 느껴졌다.

남자들 혹은 소년들이 스타를 하러 PC방에 간 사이, 아기들은 잠이 들고 
엄마들 혹은 여자들 셋은 두런두런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새벽녘에 출출한 모두를 위해 미페이님이 잔치국수를 끓였다.
멸치육수에 버섯을 넣고 끓인 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나는 곧 이 댁에 태어날 예쁜 딸과 그 딸과 아내를 위해 언제고 다정스레 국수를 끓여 야참을 마련할 젊은 아빠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국수 한 그릇을 훌훌 마셨다.

다음날 아침, 예비엄마는 제외하고 현직(?) 엄마인 토댁님과 나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밥을 차려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애들 입에 밥 넣어주는 일만큼 중하고 시간맞춰야하는 일이 없는 관계로 
우리는 뚝딱뚝딱 남에 집 부엌에서 내 집 부엌처럼 맘 편히 밥하고 천연스레 냉장고를 열어 나물반찬을 다 꺼내 맛있는 비빕밥을 해 먹었다.

삼남매와 연수를 따라 나선 풍암저수지 산책은 단조롭고, 오래 걸리고, 다리 아팠으나 
느린 것들이 대개 그렇듯이 반짝이고 평화롭고 소중했다.

토댁언니가 처음 내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서 언니가 활동했던 육아카페인 '씨앗이랑 열매랑'의 글모음집을 보내주었을때부터
언니는 육아에 있어 내 선생님이었다.
언니와 함께 한 몇 안되는 여행들은 모두 내게 선생님이 아이대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채근하지 않고, 존중하고, 의견을 묻고, 속터지더라도 기다려주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어린 연수를 대해주었다.
작은 돌멩이와 나뭇가지들과 질척거리는 흙땅이 좋을뿐 큰 호수를 한바퀴 도는 일에는 의미와 목표가 없는
세 살 아가를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저만치 앞에 가서 어린 동생이 올때까지 마음쓰고 지켜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내가 배워야할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1박 2일이라 해도 오고가는데 걸린 시간을 빼면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오고가는데 걸린 그 시간도 우리가 함께 있기 위해 쓴 시간인만큼 함께 보낸 시간이나 진배없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다.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고, 물질을 쓴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쓰려고 우리는 인생을 사는게 아닐까..
광주를 떠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햇살은 너무 따뜻해서 꼭 봄 같았다.
봄의 광주, 광주의 봄..
5.18기념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잔디밭에는 부지런히 걸으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망월동 잔디밭에 가서 앉아보고 싶었다. 한나절 아무 일없이, 풀꽃을 따라다니는 아이를 지켜보며 그냥 앉아있다 오고 싶었다.

그러나 또 한사람, 만나야할 사람이 있었다.
오랫만에 온 광주에서 꼭 봐야할 반가운 얼굴이..
그 댁에 가서 근영언니가 해주는 저녁밥을 먹고 나서야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다음에 다시 광주에 가면 그때는 아마 명이님과 미페이님의 예쁜 아가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근영언니의 숲해설을 들으며 무등산을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망월동 나무그늘에도 앉아볼 수 있기를... 

집에 돌아오니 토댁언니가 싸주신 메주콩이 한 봉지, 근영언니가 싸준 둥굴레차가 한 봉지, 엿이 한봉지, 명이님이 싸준 찹쌀떡이 또 한봉지.. 
봉지들이 마치 그 사람들처럼 반가운 얼굴을 하고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메주콩은 토댁언니가 심어 키운 것이고, 둥굴레는 근영언니의 시할머니가 키워 말리신 것이라하고, 찹쌀떡은 광주새댁의 시어머님께서 직접 떡메로 쳐서 집에서 만드신 것이란다.
키우고 만든 분들의 정성까지 얹어져 있는 그 소중한 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무언가를 '싸보내는' 마음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살림하는 사람에게서 살림하는 사람에게로 싸보내지는 작은 봉지봉지들.. 그 속에 깃든 깊은 마음들과 정성에 대해.
다시 일상으로, 다시 제 고단하고도 복된 살림터로 돌아가는 여인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이 그 안에 있었다.
따뜻한 동료애와 연대의 인사를 들으며 봉지를 여는 마음이 참으로 뭉클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9. 10. 12. 22:01



긴 추석 여행이었습니다.
열흘간의 지방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똑순이는 오래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엄마와 단 둘이 있는 고요한 한낮은 정말 오랫만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일주일정도 지내며 추석 명절을 쇠는 동안
똑순이는 두살터울의 사촌형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지냈습니다.
신랑은 회사일이 바빠 우리를 데려다놓은후 추석도 못쇠고 서울로 돌아갔고, 
일주일후에 다시 우리를 데리러와서 친정길에 동행했습니다.
아빠의 부재는 쓸쓸한 것이었지만 다정한 친지들과 신기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하루하루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똑순이는 젖소를 키우는 큰댁에 가서 생전 처음 젖소들도 보고,
청리 진외가(아빠의 외가)에 가서는 형과 함께 돌멩이를 주워 냇물에 던지고 길가의 꽃을 따고..
강아지들을 따라 시골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습니다.
토란잎에 앉은 청개구리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주고, 이웃 아저씨의 경운기를 얻어타보기도 하며
새댁도 두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시골의 푸근하고 너른 품에 안겨보았습니다.









밤늦게 식당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무척 고단하실텐데도
오랫만에 만난 손자를 한번이라도 더 안아보고, 같이 놀아주려고 애쓰시던 어머님.
시댁에 있는 일주일동안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맛있는 국과 반찬을 받아 먹기만한 철없는 며느리에게
어린 아기 키우는게 제일 힘든 일이라며 어떻게든 많이 먹이고,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주려고 늘 마음쓰시던 당신.

어머님은 추석 지나고 조용한 어느날, 시내에 나가 똑순이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셨습니다.
비싼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새신을 골라주시며
'전에 애들 키울때는 이런 메이커 신발을 한번도 못 사줬는데.. 손주한테라도 신겨줄 수 있어 참 좋다'며 환히 웃으셨어요. 
어머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알고있는 저는 맘이 먹먹한데, 똑순이는 새신이 마냥 좋은지
팔짝팔짝 뛰며 어머님과 저를 지나 저만치 앞장서 걸어가곤 했습니다.









시댁 대문앞에 놓고 키우시는 어머님의 꽃화분.
가만히 보고있으면 어머님같은, 어머님 닮은 꽃.

이번에 8일 정도 있었던 것이 결혼후 시댁에 제일 오래 있어본 것입니다. 
다음에 저 복도를 지나 시댁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때는 조금더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 것같습니다.    

참, 이번에는 모처럼 상주에 오래 있는 김에 결혼해서 상주에서 살고있는 대학선배 언니에게도 놀러갔다 왔습니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가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둘째 아이를 카시트에 앉힌채로
시댁앞으로 와서 우리를 태우고 자기 집까지 데려갔다가 다시 데려다 주었습니다.

대학시절 우리의 마지막 농활지였던 상주에서
농민운동에 뜻을 갖고있던 언니는 농민회 간사로 일하다 이 곳에서 농사짓는 형님과 결혼했고,
저는 우연히 상주가 고향인 신랑을 만나 결혼해서
이렇게 명절마다 얼굴을 볼수 있는 한명뿐인 대학선후배가 되었습니다. 

여성농민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는 여전히 씩씩했고, 전보다 더 차분하고 여유로와 보였습니다.
밥먹고 차마시며 마음편히 한나절을 놀고 돌아오며 '시댁 동네에 언니가 있으니 꼭 친정온듯 좋다' 얘기했지요.
정말 친정다녀가는 동생처럼 언니는 밭에서 무와 가지들을 한봉지 가득 뽑아와 시댁으로 들고 가게 했습니다. 
언니를 꼭 닮은 두 딸과 똑순이가 함께 재미나게 놀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 명절을 기약해야겠어요.  
 








시댁을 떠나 친정으로 가는 길,
시댁 동네에서 가까운 문경에 계신 '맑은물한동이님'을 찾아갔습니다.
전에 뵜을때 시댁이 상주라는 얘길 했더니 '명절에 시댁오면 꼭 들리라'고 당부하셨던게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고구마를 캐신다 하길래 '바쁘신데 괜히 가서 폐끼치는게 아닐까요' 했더니 '그리 말하면 섭섭하다'며 얼른 오라 하셨습니다.









방금 밭에서 캐낸 오렌지 고구마 입니다.
슥슥 깍고 툭 잘라 내미시는 손길이 얼마나 시원하던지요. 
얼른 받아 먹어보니 아삭아삭하고 달착지근합니다. 당근에 많은 카로틴이 풍부하다는데, 맛도 딱 달달한 당근입니다.
아이들 이유식 먹이면 좋을거라 하시며 귀하다는 오렌지 고구마를 똑순이 먹이라며 싸주셨습니다.
 








물한동이님네 고구마밭에서 보이는 문경 풍광입니다.
산이 바로 지척이라 산새소리도 참 많이 들렸습니다.
이 풍경보고, 이 햇살받고, 이 바람맞고, 이 소리듣고 자란 고구마속에는 이 곳의 자연이 그대로 담길 것만 같습니다.
아마 이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 마음속에도 그대로 담겨있겠지요.








고구마나 야콘을 캐는 차입니다.
뒤에 달린 삽이 땅속 깊이 들어가서는 흙전체를 부드럽게 탈탈탈 털어놓기 때문에
차가 지나간 뒤로 말짱한 고구마들이 흙도 털어진채 줄기째 올라오더라구요. 무척 신기했습니다.
밭에 엎드려 일일이 손으로 캐는 수고를 크게 덜어주는 고마운 기계지만,
그 뒤를 따라가며 고구마를 정리하고 혹시 안캐진 고구마가 있는지 호미로 땅밑을 훑어보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 일을 위해 저와 신랑 몫으로 특별히 장만하신 '새 호미' 두 개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 불성실한 일꾼들은 와서 새참만 축내고, 싸주신 고구마만 한박스 덜렁 챙겨들고 금세 떠나야 했습니다.
'호미가 나빠 일못한다 할까봐 새 호미까지 사뒀구만~'하며 웃으시는 형님언니께
'이름표를 붙여주세요, 다음에는 꼭 아침일찍 와서 일하고 갈께요!' 다짐하고 돌아섰습니다. ^^;









문경오는 길에 잠이 들어 밭 가에 세운 차안에서도 한참을 잤던 똑순이는
출발하려고 하자 부시시 눈을 떠서는 맑은물한동이님께 겨우 눈한번 맞추고
밭가에 핀 달맞이꽃을 하나 꺽어 손에 쥐고는 그 향기를 맡으며 다시 차에 탔습니다.

친정에 도착해 저 고구마를 보여드리니 엄마아빠 모두 '참 예쁘게 잘 키웠다'며 칭찬하셨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자색고구마를 친정부모님께 나눠드릴 수 있어 물한동이님께 더 감사했습니다.
일손도 못거들고 고구마만 이리 많이 얻어 어떡하냐고 민망해하는 저희에게
'자주만 오라'시던 형님 말씀이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텃밭에 나가 배추와 무를 뽑으셨습니다.
김장하기 전까지 먹을 김치가 마땅치 않을거라 짐작하시고는
아직도 김치담글줄 모르는 철부지 막내딸에게 싸줄 김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외할머니를 따라 밭에온 똑순이가 꺽어놓은 깻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화단에서는 한번도 본적없는 풀, 이 높고 울창한 풀더미가 신기할 것입니다.

대학시절, 오랫만에 고향집에 내려오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똑순이도 저 밭을 맨발로 밟고 다니며 그리웠던 풀냄새와 흙의 감촉을 느끼는 날이 올까요.








날이 많이 쌀쌀해졌는데도 아직 밭에는 모기가 있습니다.
볼따구니를 한방 물렸네요.. 
가을 모기라 힘이 없는지 부었던 자리가 좀 있다보니 흔적도 없이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이 날 똑순이는 배추벌레도 손으로 처음 만져봤습니다. 
똑순이 손위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아고 이제 나는 죽었구나' 하고 있는 파란 배추벌레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배추잎이 모여있는 곳에 툭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엄마가 사진만 찍고 놀고있으니 나라도 도와야지..' ^^;;
 








푸른 배추를 성큼성큼 다듬으시는 엄마.
멀리 사는 자식들에게 싸보낼 먹을거리들을 종류별로 챙겨 꽁꽁 싸매고 하얀 아이스박스에 착착 집어넣는
엄마의 빠르고 촘촘한 손놀림을 보고있으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전국의 모든 엄마들이 아마 그러시겠지만.. 그런 짐싸기 대회가 열린다면 엄마는 분명 상위권에 입상하실 거예요.

얼린 사골국물, 거기에 넣어먹을 얼린 무청, 얼린 떡, 고추가루, 갓 담근 김치, 명절에 만들어서 얼려둔 산적, 각종 밑반찬...
서울에 돌아와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고 하나씩 정리해 넣다보면
언제 이 많은걸 다 챙겨 넣으셨나.. 
엄마의 정성과 수고와 걱정과 사랑을 말없이 말해주는 그 봉지들앞에서 꼭 다시 눈물을 쏟게 하고야마는 당신의 손길.





이번 명절도 여러 '당신'들 덕분에 참 따뜻하고 행복했습니다.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은 반갑고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다시 조용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께 받아온 사랑과 추억으로 우리는 더 깊어졌고, 매일의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내게 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9. 7. 9. 21:59








스무살, 새댁이 처음 남도를 만났던 그 봄에 본 남도의 흙은 참 붉었습니다.
서른둘, 아들을 데리고 떠난 남도여행에서는 곱고 부드러운 뻘의 질감을 느낍니다. 
똑순이는 생후 13개월에 남도를 만났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갯벌 위에 선 똑순이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흩날립니다.
두 손에는 모래를 꼭 쥐고 있습니다.
걸음마 걷는 모습이 한바탕 신나게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권투선수 같기도 합니다.  

이 곳은 전라남도 영광, 백수마을 근처에 있는 바닷가입니다.
멀리 갯벌위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 엄마와 함께 뻘을 걸어가는 작은 소녀의 실루엣이 아름답습니다.
기차니스트님, 히로미님 그리고 정은이와 토마토새댁님입니다.
^^ 







사람들이 조개를 캐러 뻘에 들어간 사이, 아기들과 엄마들은 모래사장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고운 모래 사이로 작은 게들이 바쁘게 기어다녔고,
조개들의 숨구멍같은 구멍들과 동글동글하고 작은 흙덩어리들이 모래위에 가득했습니다. 

똑순이 눈에 띤 작은 게 한마리가 흙덩어리들 사이로 기어가더니 자기도 흙인척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똑순이도 꼼짝 않고 한참동안 게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손짚고 일어서'
두 손으로 땅을 꼭 짚고, 궁둥이는 하늘 높이 쳐들고 끙~ 신중하게 일어섭니다.
요즘은 늘 이렇게 궁둥이를 높이 들고 일어서는데.. 앞구르기를 하고싶은게 아닐까 엄마는 궁금해합니다. 








서툴던 걸음이 어느새 꽤 능숙해졌어요.
갯벌위에 세워놓으니 어찌나 신이 났는지...^^
매일 아파트 놀이터의 맥빠진 모래만 만지고 놀다가 '살아있는 모래'를 만났습니다.








푹신푹신 모래사장을 신나게 걸어다닙니다.
두 손에는 모래를 꼭 쥐고... 
마음껏 걸어가도 끝이 없을만큼 모래사장은 넓습니다.  








'똑순아, 아빠가 조개 많이 잡아와서 이유식 만들어줄께!'
장담하고 떠났던 아빠는 언제쯤 오시려나..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갯벌을 바라보며 똑순이가 기다립니다.








이번 여행길 오고가는 내내 함께 했던 솔이네-^^ (이 아이는 남자 솔이~)
먼 길, 어린 솔이가 피곤했을까봐 걱정도 됐지만 새댁은 오가가는 차 안에서 솔이엄마와 얘기도 많이 나누고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 두 아기들 간식도 같이 먹이며 너무 즐거웠습니다.
뻘을 밟고선 예쁜 솔이야, 앞으로도 똑순이랑 같이 많이 놀자~!







꼬미고모의 블로그에서 늘 사진만 보다가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직접 만난 훈남 장동건 군과 그의 엄마-^^
먼 바다를 응시하는 동건이의 눈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







여행을 함께한 모든 아기들을 다정히 안아주었던 명이이모.
솔이 이유식 조개를 캐기위해 엄마아빠가 모두 뻘에 들어간 사이, 솔이가 이모품에서 울음을 터트렸군요.
명이 이모도 함께 울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여자 솔이~)







어느새 해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셨던 포마드님의 사모님과 아들 지훈이가 저녁햇살을 받으며 돌아옵니다.

음.. 이 날 조개는 아무도 캐지 못했어요.
알고보니 조개는 뻘이 아니라 고운 모래가 있는 곳에서 캘 수 있다네요.
조개를 캘 꿈에 부푼 일행을 인솔하고 자신있게 장비를 빌려 들어가셨던 mepay님께 낚였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갯벌가는 길에 들른 염전입니다. 
똑순이만이 아니라 많은 어른들도 처음으로 염전을 보았습니다. ^^
그리고 '귀한 국산 천일염'을 너도나도 한 포대씩 사서 차에 싣기 바빴다지요. ㅋㅋ   







토마토새댁님네 예쁜 세 아이와 똑순이와 새댁이 염전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두 번째 만난 것인데도 어느새 많이 친해진 것 같고, 늘 보던 옆집 아이들 같고.. 
반듯하고 다정한 마음씨와 행동으로 새댁을 또 놀라게 했던 아이들입니다.
 
이렇게 서서 사진을 찍고보니 올망졸망 조롱조롱.. 새댁이 꼭 이댁 큰딸같습니다. ㅎㅎ
토댁님이 들으시면 펄쩍 뛸 얘기지만요~
'내한테 이렇게 늙은 딸이 있으면 내는 몇 살이란 말이고~~~' 정겨운 사투리.. 쟁쟁합니다. ^^








여행 둘째날, mepay님이 살고계신 그리고 곧 명이님이 직장을 옮기면서 내려가 살게 되실 광주에서 먹은 점심식사입니다.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오는 남도 한정식이 먹고 싶다'는 객들의 청을 흔쾌히 받아주신 mepay님이
'백년옥' 이라는 작고 아담한 한정식집으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갖가지 나물반찬과 신선한 쌈, 황태구이에 푹 빠져 애기엄마들은 밥을 더 받아 싹싹 배불리 먹었습니다. ^^

 





mepay 삼촌과 똑순이입니다.
블로그에서 mepay님을 사귄건 똑순이나 다름없습니다.
똑순이가 태어났을때부터 늘 사진보고 '까꿍'을 해주시던 삼촌이모 덕분에 엄마아빠가 이렇게 남도여행까지 오게됐네요.
인연이란 것이 참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여행의 시간은 참 잘도 흘러서 광주에서 점심을 먹고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똑순이는 자기를 아껴주는 이모삼촌들의 다정한 사랑을 먹고,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인심을 먹고
또 한번 쑥 자란 것 같습니다.  
식당 밥상 아래로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하며 까꿍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







집에 잘 도착해 짐을 푸는데.. 내려갈 때보다 짐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웃분들의 따뜻한 정 때문입니다.
mepay님의 안내로 '자연방사 유정란'을 생산하고 계신 양계농장도 구경했는데
그 곳 주인내외께서 귀한 유정란을 삶아 간식으로 주신 것도 모라자 집에 가져가 먹으라며 여러팩 싸주셨어요.  

일반 양계장같으면 3만 마리쯤 키울수 있는 닭장에서 3천마리의 닭을 키우고 계신 이 농장에서는
닭들이 이리저리 닭장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울타리가 쳐진 너른 풀밭에서 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닭똥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어요. 
좁고 답답한 닭장안에서, 항생제를 많이 맞으며 자란 닭들보다 풀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 녀석들이 낳은 달걀이
훨씬 건강하고 씩씩하겠지요? ^^ 







곧 농장의 쇼핑몰을 만드실거란 mepay님의 소개에 '알고보니 마케팅 관광이었다'며 모두들 한바탕 웃었지만
안전하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려고 애쓰는 소생산자들께서 판로를 찾는 것이 무척 어렵고
그래서 그 뜻을 지켜나가시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만남이 그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고, 또 조금이라도 구매가 늘어나서 생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농축산물과 그 생산자를 알게 되는 일은 참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광주에서 헤어질때 mepay님이 싸주신 '도토리속 참나무'의 치즈소세지 10kg입니다. ^^;;;;;;;;
집에 돌아와 이 박스를 풀어놓고 신랑과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면서 치즈소세지 10kg를 또 보는 일이 있겠냐... 하며.
다섯개쯤이 하나로 이어져있는 소세지들을 냉동실에 넣기위해 봉지봉지 싸는 동안
이 맛있는것을 누구와 어떻게 나눠먹어야하나.. 행복한 고민도 봉지봉지 함께 쌌습니다. 






그동안 똑순이는 신나게 '소세지 봉지들고 이어달리기'를 합니다.
냉동실 한 칸이 소세지로 가득 찼습니다. 
넘넘 맛있는 도참표 치즈소세지가 떨어지기 전에.. 어서 새댁네로 놀러들오세요~^^ 







여행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식사는 도참 소세지, 자연방사 유정란 후라이, 토마토새댁님네 토마토로 뚝딱 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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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분들의 고마운 정이 녹아있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침식사였습니다. 


+


지난 주말에 다녀온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2차 여행기를 이제사 다 썼습니다.

2차 여행지는 '전라남도 영광'이었습니다.
예전에 mepay님이 새댁네 집에 놀러오셨을때 "올해 여름 휴가는 영광으로 오시라"고 하고 가셨는데
그때만해도 정말 가게 될줄은 몰랐어요. ^^;;

아이디어 많고, 추진력은 더 높은 이웃분들(준비하느라 넘 애쓰셨던 명이님, mepay님 감사해요~!!^^) 덕분에
똑순이네는 이번에도 아무 준비없이 즐거운 마음과 회비만 가지고 떠났다 
구경 잘하고, 잘 먹고.. 양 손과 마음 모두 그득그득 채워서 돌아왔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블로거들과 그 가족분들, 여행지에서 만났던 분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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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났던 1차여행에서 만났던 또 한분의 고마운 이웃, 맑은물한동이 님께서
똑순이 돌선물로 땅콩과 자색감자와 노란감자를 보내주셨어요.
꼭꼭 여민 땅콩 봉지, 신문지로 층을 나눠 꼭꼭 눌러 넣으신 감자들..
맑은물한동이님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열어보고 감사한 마음에 잠시 어쩔줄 몰랐습니다.

사진을 찍고, 똑순이를 불러다 하나씩 만져보게 하고.. '물한동이 아주머니가 네게 보내주신거야'하고 얘기해주었어요.
이웃분들의 이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새댁은 최선을 다해 똑순이를 착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워야겠습니다.

물한동이님, 삶아먹으면 맛있다 하시던 노란감자는 말씀대로 이미 다 잘 삶아먹었고요(넘 맛있었어요!^^) 
안토시아닌이 많다는 자색감자는 곧 갈아서 우유에 타먹도록 하겠습니다.
땅콩은 많아서 시댁이랑 친정엄니도 드릴려고 봉지봉지 나눠놓았어요. 볶아서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블로그에서 만나 정을 키워온 이웃분들.
이제는 얼굴을 보고, 그 댁을 찾아가며 더 그립고 가까운 이웃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이 분들의 존재가 제게 힘이 되듯이 저도 이 분들께 작은 힘, 응원,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이웃이 되고싶습니다.
새댁,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09. 5. 12. 23:26



지난 2월, 똑순이네에 놀러온 명이님과 '봄이 되면 토마토새댁님네에 같이 놀러가자~'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후 부지런한 명이님이 이쪽저쪽 연락하며 날을 잡고 모든 준비를 도맡아해준 덕분에
똑순네는 맘편하게 여행갈 날만 기다리며 설레어하고 있었지요.

드디어 날좋은 5월의 토요일, 토댁님네를 향한 1박2일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명이님과 꼬미님, 히로미님이 한 차, 똑순이네 한 차, 그리고 다달식초한솔선생네 한 차 이렇게 세 팀이 함께
문경에 사시는 맑은물한동이님네에 들러 낮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성주에 계신 토마토새댁님네에 가서 하루 묵고 돌아오는 여정이었지요.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여행.
신기하고 고마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처음 도착해 맑은물한동이님을 기다리던 지동1리 마을회관 마당에서 찍은 버스정류장입니다.
마을에 도착하기 직전에 아주 꼬불꼬불한 고개를 하나 넘었는데 이름을 기억해두려고요.
역시 문경새재의 고장답게 작은 고개 하나도 예사롭지가 않았습니다. ^^;;
고개를 넘는데 아카시아 향기가 어찌나 진하던지..
창문을 열고 올봄들어 처음 맡아보는 달콤한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사실 맑은물한동이님과는 이 여행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뵙고 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음.. 얼른 또 뵙고싶어요~^^

저희들을 위해 바쁜 하루 농사일을 제쳐놓고 부군님과 함께
문경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시고 맛있는 점심도 맛보게해주셔서 넘 감사했습니다.






맑은물한동이님네 고구마 하우스와 인근에서 유기농오미자로 유명하시다는 효원농장을 구경하고 나서 먹은 점심사진입니다.
음.. 그 멋지던 하우스와 농장 사진은 못 찍고 새댁, 밥먹으러 가서야 카메라를 들었습니다..ㅠㅠ 
(훌륭한 사진들이 명이님과 꼬미님, 두 멋진 이모들의 블로그에 있으리라 믿어요~)

맛있는 산나물 쌈밥을 먹여주신 이 댁은
직접 채취한 산나물들로 반찬을 담궈 여러 곳에 주문납품을 하고계신 댁이었습니다.
이름을 알아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데.. 맑은물한동이님, 좀 알려주셔요~







감나무 아래 장독대에서 맛있는 산나물 반찬들이 익혀지고 있습니다. ^^
깊은 산중에서 자란 건강한 산나물들을 반찬으로 점심을 참 달게 잘 먹었습니다.
짭짤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경상도식 산나물 반찬들이 드시고싶은 분은 맑은물한동이님께 여쭤보셔요~~!





민지라는 마을의 산속에 멋진 유기농 오미자 밭을 가꿔놓으신 효원농장 주인 아저씨.
유기농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 남다르셔서 지난 20년간 유기농오미자 생산을 위해 땀을 흘리셨다네요.
유기농을 위해서는 복합영농이 필수..라며 각종 천연살충제(?)도, 퇴비도, 퇴비를 위해 키우는 소와 돼지, 닭의 사료도 직접 다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계십니다.

아주머니께서 오미자 진액을 물에 타서 얼음 동동 띄운 것을 가져다주셔서 한잔 마셔보았는데
아~!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과일물은 처음 먹어보았어요~!^^
깔끔하고 향기로운 단맛에 반해서 새댁도, 똑순이도 꿀꺽꿀꺽~~~!  







한낮에는 무척 더웠는데 똑순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신나게 잘 구경하고 잘 놀았습니다.
다정한 명이이모와 꼬미이모, 맑은물한동이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 똑순이도 정말 즐거웠나 봅니다.
산에 다녀오던 길에는 아빠품에 안겨 코 낮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먼길 운전하느라 고생했던 똑순아빠도 블로거들과의 만남이 넘 좋았다며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효원농장 주인아저씨의 깊은 산속 오미자밭을 다녀오던 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햇살 쨍쨍하고 바람 시원한 날에 트럭 뒤 짐칸에 앉아 울퉁불퉁 산길을 달려가자니
대학시절 농활을 다시 온 듯 신났습니다. 

 




농암면 읍내에 있던 시원한 솔밭에서 맑은물한동이님과.
바람에 흩날린 머리카락은 미처 못 추스렸지만..
서울을 떠나 모처럼 우리 농촌에서 자연과 따뜻한 이웃의 정을 느껴본 시원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맑은물한동이님과 함께 '문경 찻사발축제'가 열리고있는 문경새재도 둘러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다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선선한 저녁이 왔습니다.

우리들을 위해 소중한 하루를 고스란히 내주신 맑은물한동이님을
성주 토댁님네까지 고이 보쌈(?)을 해갔다 다시 모셔다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밭일을 하셔야한다해 아쉬운 작별을 했습니다. ㅠㅠ





차안에서 찍은 문경의 저녁 하늘입니다. 
깊은 산만큼이나 정도 깊은 이웃이 사시는 동네로 새댁에게는 기억될 것 같습니다. 

성주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잠시 잠들었다 깬 똑순이는 토댁님네 언니오빠에 둘러싸여 어리둥절하고도 행복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오후에 서울을 출발해 엄청난 고속도로정체를 뚫고 밤이 되서야 성주에 도착한 솔이와도 드디어 만났구요~

두 아가들을 재워놓고 어른들은 토댁님네 작업장하우스에 둘러앉아
도참 목살과 소세지를 숯불에 구워먹으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모두 배가 고팠던터라 열심히 먹느라 아무도 사진찍을 생각을 못했어요~ㅋㅋ)
 
블로그 세상에서만 만나던 이웃들과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아보니 반갑고 신기하고..
아가들은 코 잘 잤구요, 어른들은 재미있는 수다와 맛있는 고기를 앞에 두고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이 날 밤, 최고의 화제는 단연 '돈까스 피로연'이었으나 
누구누구와의 의리상 자세한 내용을 포스팅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음하하하~ 관련자들 모두모두 행복하시라~~^*^
   






다음날 아침, 토댁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김치찌개로 아침을 먹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아쉬움을 달래며 아가들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았어요~^^;
솔이가 앞을 보면, 똑순이가 뒤집고...






똑순이가 앞을 보면, 솔이가 고개를 숙이지요~~^^;;
형아들이 아가들델꼬 사진찍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토댁님네의 이 삼남매 얘길 안할 수가 없는데요, 정말 넘 예의바르고 배려심깊고 예쁩니다. 
똑순이를 데리고 너무나 잘 놀아주어서, 똑순이에게 이런 형아누나들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똑순이를 업고 새댁이 마을 구경을 부탁하자
둘째 동석이와 셋째 정은이가 앞장서서 하우스들과 마을 여기저기를 안내해주었는데요
"여기는 할머니네 하우스고요, 저건 참외 선별기예요. 토마토선별기도 좀있다 보여드릴께요" 하며
어찌나 의젓하게 잘 설명해주던지요...
그리고는 '아가는 씹을 수 있어요?"하고 묻더니 똑순이주라며 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도 따주고,
집에 가는 길에 먹으라며 작은 통에 챙겨주지 뭐예요. 

새댁은 이댁 삼남매에게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아이들 요렇게 이쁘게 잘 키우는 법을 토댁님께 전수받고파요~~~~ 






인증샷을 남겨보았습니다.
똑순이 데리고 왔다갔다하느라 정작 토댁님과는 많은 얘기를 못해 아쉬웠어요..
아쉬운 것이 좀 있어야 다음 만남을 더 기다리게 되겠지요?
대식구를 맞아 넘 편안히 하룻밤 묵어가게 돌봐주셨던 토댁님, 정말 감사합니다~^^
멋쟁이 부군님께도 감사인사 전해주셔요..!








마지막으로 농암면 솔밭에서 찍었던 사진 한장을 더 올려봅니다.

고구마와 야콘을 키우시는 귀농 4년차의 맑은물한동이님,
방울토마토를 키우시는 귀농 10년찬의 토마토새댁님..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정을 듬뿍 나눠주신 두 분을 뵙고 돌아오는 길..
고맙고 행복하면서도 이분들이 흘리실 땀, 농사의 고단함, 이 나라 농촌의 어려운 현실.. 같은 것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조금 무겁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유기농업을 고민하시는 맑은물한동이님,
농업사관학교(농업마이스터대학)를 다니시며 더 좋은 농작물을 생산하기위해 연구하시는 토마토새댁님..
이 분들의 열정어린 삶을 보며 감동과 희망도 얻고 배웁니다.
이 분들을 알게 되어서 참 고맙고 기쁩니다.  

블로그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삶에 힘이 되는 응원과 기쁨도 많이 받게 되구요.
서로의 삶에 자주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얼굴 한번 못봐도 왠지 아주 오래된, 가까운 친구같이 느껴지는 사람들인데
직접 이렇게 한번 만나고보니 자꾸 또 만나고싶어집니다.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여행.. 왠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