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주이야기/연수 '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0.09.09 엄마, 설겆이하지 마세요. 10
  2. 2010.09.06 엄마, 내 팔 베고 누워 4
  3. 2010.08.19 견인차 안에 있던 빵
  4. 2010.06.18 침이 밥이네 2
  5. 2010.06.07 엄마와 아들, 밥상머리 마주이야기 12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들때까지 연수는 엄마랑 놀고 싶다.


엄마, 연수랑 자동차 경주해요~.
엄마, 이 책 읽어주세요~.
엄마, 요게 뭐예요?
엄마, 밖에 나가자!


늘 엄마를 부르고, 엄마의 동참을 바라고, 엄마의 눈길과 목소리를 원한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요청에 바로 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응, 엄마 잠깐만 밥 안쳐놓고 할께..
응, 엄마 잠깐만 밥 차려놓고 읽자..
응? 뭐? 이리 가까이 가져와볼래..
응, 엄마 잠깐만 설겆이하고 나가자....



이 '잠깐만'이 너무 안타까웠을 연수가 얼마전부터 이렇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엄마, 밥 안치지 마세요. 연수가 안칠께요. 엄마는 이리 와서 자동차 경주해요.
안돼요. 엄마, 밥 차리지 마세요. 연수가 차릴께요. 엄마 책부터 읽어줘요.
엄마가 얼른 이리 와봐요.
싫어요. 엄마, 설겆이하지 마세요. 연수가 할께요. 엄마는 그냥 나가요



진지하다. 정말로 제가 엄마 설겆이를 대신하겠다는 듯이 개수대 옆에와 서서 나를 끌어내고, 제 손을 뻗는다.
아직은 턱없이 짧다. 너는 이제 겨우 개수대에 이마가 닿을까 말까한 세살배기인걸.. 
엄마와 함께 더 많이 놀기위해 연수가 찾아낸 그 어른스러운(?) 대책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마음이 찡했다.

얼마나 엄마를 원했으면...
엄마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는데 꼭 필요한, 그러니 누군가는 꼭 해야만하는 일들이란 것을 이해하고 나서 제 나름으로 찾은 방법은 엄마는 제가 하라는대로 얼른 와서 장난감 자동차와 그림책과 놀고, 제가 대신 엄마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도 더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더 많이 바라봐주지 못하는 것이.. 이 어린 아들이 온통 나를 원하는 이 짧은 시절동안 내가 더 절절하게 그 바램에 응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
철부지 초보엄마가 때로는 몸이 피곤하고, 때로는 마음이 고단하여 마음을 다해 놀아주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

급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부터 먼저 하라는 오래된 조언을 떠올리며 
설겆이와 연수와 노는 일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묻자 가슴이 철렁했다.  
연수가 깨어있는 시간에 집안일을 아예 안할 수야 없겠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지.

한 아이가 자란다는 것은 참 오랜 시간에 걸친, 긴 과정인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때로는 턱없이 조급해지려는 내 마음을 다독일 때가 있다. 어떤 아이가 되었으면.. 어떻게 키워야할텐데... 그런데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걱정이 드는 그런 때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작은 순간순간들이 모여 그 긴 시간을 이룬다.
인디언은 함께 걷다가도 누군가 얘기를 하면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그 사람을 향해 서서 들었다고 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란 책에서 그런 내용을 읽으며 경청한다는 것, 귀담아 듣는다는 것이 참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말을 할 때는 꼭 돌아봐야지.. 작은 결심들을 다지는 밤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1. 요구르트 아줌마 기다리기


연수와 둘이 동네 골목에 내려가 장을 봤다.
생선가게에도 들리고, 야채가게에도 들리고... 
오늘은 어쩐 일인지 업어달라고 하지 않고 엄마 손을 잡고 잘 걷는 아이가 기특해 내가 말했다. 

엄마: 연수야, 아파트 입구에 가서 요구르트 하나 사먹을까?
연수: 좋아!!!

아파트 앞에는 늘 요구르트 아줌마의 작은 수레가 파라솔을 꽂고 얌전히 서있다. 
아줌마는 가까운 어디로 배달을 가셨는지 안 계셨다. 
연수는 수레 앞에 멈춰 서더니 엄마 손을 놓는다.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잠시 서성이다가는 수레 옆 인도 턱에 다소곳이 걸터 앉았다. 
나도 곁에 앉았다. 
지나가던 슈퍼 아저씨가 우리 모습을 보고 웃어서 나도 쪼그리고앉아 쑥스럽게 웃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줌마는 오시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연수가 수레를 가리키며 말했다.

연수: 엄마.. 그냥 우리끼리 먹자.   

푸훕~~~!  
마치 우리가 아줌마와 함께 먹기 위해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고,
오래 기다렸으니 이제는 그만 수레에 있는 통을 열어 꺼내먹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그 어린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막 들었다. ^^

그래도 연수는 이만저만해서 그럴 수는 없다는 엄마 말을 듣고, 나중에 아줌마가 아파트 마당에 올라오시면 그때 사먹자는 제안에도 순순히 응해서 집까지 높은 언덕길을 잘도 참고 올라왔다. 세살배기 아들, 이젠 제법 의젓해진 것같다.




2. 옛날이야기 듣는 밤


젖을 끊은 후로 연수가 제일 좋아하는 저녁 잠들기 방법은 엄마 팔을 베고 누워 엄마가 해주는 옛날얘기를 끝도 없이 듣다가 어느 순간 까무룩 하고 잠드는 것이다.

덕분에 밤마다 나는 옛날 이야기를 하느라고 목이 칼칼해지고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 또 생각해내느라고 낑낑거린다.
새삼 내 어린 시절에 밤마다 옛날 얘기를 들려주셨던 우리 할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농사일, 집안일로 쉴 짬없이 바쁘셨던 할머니, 밤이 되어 자리에 누우면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그런데 철모르는 어린 손녀딸은 곁에 누워 옛날 얘기를 해달라고 얼마나 졸라댔던지..
내가 옛날이야기 해주는 처지(?)가 되어보니 이 일도 참 헐한 노동이 아니어서, 어떤 날에는 엄마라는 존재는 끝도 없이, 제 몸이 아프든 제 기분이 어떻든 다 젖혀놓고 어린 녀석을 재우기 위해 옛날이야기를 최대한 재미나게 읊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런 수고를 늙은 할머니께 끼치며 들었던 옛날 얘기들은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토막 토막 기억날만큼 재미있었다.
나는 할머니만큼 그렇게 구성지고, 그렇게 유쾌하게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를 하려면 까마득히 멀었다.
내가 하는 옛날 이야기는 내가 들어봐도 어설프다.
그런 내 옛날 얘기도 재밌는지 매일 듣고 또 듣고, 하루 밤에도 몇개씩 해달라고 조르니 참 내 아들은 내 아들인가보다.

아무튼 우리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해준 수고와 공은 다 갚을 수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나이들어 제 살림 한다고 할머니를 한번 뵐 때면 아주 조금씩 용돈을 쥐어드리고 올 수있게 되었지만 
그 작은 돈이 내 어린시절의 잠자리를 늘 따뜻하고 풍요롭게 채워주었던 할머니의 이야기값이 되겠는가..

에고.. 얘기가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

오늘도 연수는 엄마 팔베게를 하고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옛날이야기가 시원치 않았는지
세 개나 듣고도 잠이 안들어 발딱 일어나 거실로 나가더니 다시 엄마의 구슬림에 넘어가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더니 이부자리에 큰 대자로 누워 말했다.

연수: 엄마, 엄마가 연수 팔 베.
엄마: 응?
연수: 엄마가 연수 팔 베고 누워요.
엄마: 와... 그럴까? ^^

참..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런 날도 다 온다.. 생각하며 작은 팔위에 목을 대고 누웠다. 여린 살이 뭉클했다.

연수: 이렇게 하고.. 옛날에 옛날에.. 해줘요.
엄마: ^^;;... 그래.


아직 네가 옛날 얘기까지 해주기는 어려운가보구나...^^
언젠가는 네가 엄마한테 팔베게해주고, 옛날얘기도 해주는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얼마나 네 얘기를 마음졸이며 재미있게 듣게 될까. 그 날을 기대할께, 어린 이야기꾼.






Posted by 연신내새댁







연수가 갑자기 조용하길래 무슨 일인가 쳐다보니 어디서 빵 한조각을 찾아서 먹고있다.
 

"연수야, 왠 빵이야?"
"견인차 안에 있었어요"  
"(장난감 견인차 안에 왠 빵?) 빵이 왜 거기 있었지?"  
"(씩- 웃으며) 연수가 견인차 안에 너놨쪄요! 엄마가 먹을까봐 숨겨논 거예요~!"
!!!!


우리 둘다 무척 빵을 좋아한다.
그렇기로소니.. 모자지간에도 이리 인정사정없을수가! --++







+ 문제의 견인차. 앞좌석 문이 열린다. 
(이 사진은 연수가 내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연수는 플래시 터트리는 재미로 사진을 가끔 찍는다. ^^) 




내가 언제 연수빵을 뺏어먹은 적이 있던가?
먹지는 않고 빵을 계속 손에 들고 다니길래 '연수 먹기 싫어? 그럼 엄마가 먹을께'하고 한입 크게 먹은 적은 좀 있지만.... 
그게 그렇게 큰 상처가 됐나..? ㅜ.ㅜ

그래도 그렇지.  
27개월에 벌써 이리 영악(?)해서야 어찌 할꼬..
엄마, 크게 반성해야겠다.
 
연수야.. 아무튼 그 빵 엄마 한입만 먹어보자. 어제 먹던건데 상했으면 어떡해..ㅠ








+ 플래시는 눈부셔요...ㅎㅎ






Posted by 연신내새댁


두 돌이 될 즈음 연수가 '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줌 똥에 이어 세번째로 제 몸에서 만들어지는 신기한 물질 '침'을 발견한 것이다.
길가며 본 큰 형아들을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놀이인지 
방 바닥 여기저기에 침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침을 뱉으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조금 지나면 언제그랬냐는듯 지나가버릴 행동일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보고 아무말 안할 순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나부터도 누가 뱉어놓은 침을 보면 더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아이에게 침을 더러운 것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았다.
매일 우리 입속에서 만들어지는 침인데 더럽다고 생각하면 입안에 물고 있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예전에 침이 우리 몸을 지켜주는 무척 소중한 물질이란 얘길 읽은 적이 있다.
침은 입안과 목을 마르지 않게 해주고, 살균작용도 하고 그 외에도 기억나지 않는 무수히 좋은 효능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한방에서는 침을 입에서 만들어지는 '보약'으로 보고 침을 많이 뱉으면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 몸이 허해진다고 한다.
연수가 침을 뱉을 때마다 이 얘기를 조금씩 해주었다.

연수는 흥미롭게 듣긴 했지만 그래도 침 놀이가 재밌는지 뱉고, 떨어뜨리기를 멈추진 않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침은 귀한거고, 잘 먹어야한다는 엄마 말에 제 침을 엄마 몸에 묻혀놓거나 엄마 입에 넣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으.... 내가 아무리 연수가 먹다남긴 밥그릇을 싹싹 비우는 비위좋은 엄마라지만 침까지 받아먹는건....ㅠ


엄마: (밥먹다 말고 연수가 또 침을 뱉길래) 연수야, 침은 몸에 좋은 거지. 뱉지말고 얼른 꿀떡 삼켜~.
연수: 꿀떡 삼켜?
엄마: 응. 꿀떡 꿀떡!
연수: (뭔가 재밌는 생각이 난듯 꿀떡 삼키고는) 침이 밥이네~!
엄마: 뭐라고?? 침이 밥이네?
연수: 꿀떡꿀떡~! 침이 밥이네!
엄마: (방금전에 밥도 꿀떡꿀떡 삼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아... 그래~ 엄마가 침이랑 밥이랑 둘 다 꿀떡 꿀떡 삼키라고 했지..^^; 침이랑 밥이랑 같네~!


가끔 연수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할 때가 있다. 
신기해고 재밌어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써두었다가 여기에 적는다.
제 나름의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내서 그걸 잘 지키는 중인지 
아니면 침을 신기해하던 시절이 끝나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날의 '침=밥'이야기 이후 연수의 침뱉기는 잠잠하다.
 
가끔 큰 형아누나들이 침뱉는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아프다.
일전에는 연수가 타고싶어하는 놀이터 미끄럼틀에 침이 잔뜩 뱉어져있어서 물티슈로 닦아내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다른 아이 침도 그전처럼 더럽다는 생각은 덜 든다.
다만 아이들이 말로 다 풀어내지 못해는 답답함, 화 같은 것이
때로는 침으로, 때로는 거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이 더 많이 말로, 더 시원하게 말하며 자랄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에디슨젓가락으로 콩자반 집기에 심취해 있는 연수...








성공하면 이렇게나 기뻐한다. ^^
이에 검은콩껍질을 붙인채로 환하게 웃는 아이 앞에서 고슴도치 엄마는 더 헤벌쭉 웃고 있었다. ㅎㅎㅎ





Posted by 연신내새댁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샀더니 사은품으로 돗자리가 따라왔다.
모든 택배 박스를 저부터 열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열심히 탐색하는 연수가 놓칠리없다.
혼자 끙끙거리고 단추를 열더니 저렇게 안방 가운데에 떡하니 펴놓았다.

"연수 돗자리 폈구나.. 소풍온 것 같네." 했더니 정말로 이제 그 위에서 소풍을 할 참이다.
제 물고기 장난감을 작은 통에 넣어서는 '도시락'이라고 갖고와서 돗자리위에 상을 차린다.
마침 점심에 먹던 주먹밥 남은게 냉장고에 있어서 꺼내가지고 와서 곁에 놓았더니
흐뭇해하며 제 도시락에 물고기 한입 먹고, 주먹밥 한입 먹고 한다.
이 날은 다행히 돗자리 덕분에 평화롭게 저녁을 먹었지만 평소에는 어림없다.

요즘은 연수랑 밥먹는게 전쟁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처럼 엄마는 부글부글.... 끓고 또 끓는다.
원체 화를 못내는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지라 엄마 혼자 속으로 삭힐 떄가 많지만.. 
날도 더운데.. 엄마 혼자 울그락불그락 하자니 이러다 병나지.. 싶어 
오늘은 밥먹으며 있었던 몇가지 일들을 적어보련다. 



1. 연수 고양이 됐네~


연수가 물을 또 쏟았다.
우유든 물이든 쥬스든... 자꾸 쏟는다. 
좀 먹고나면 잔에 남아있는 것을 얼른 쏟아버리고 재미있어한다. 가끔은 쏟아놓고 혀로 핥아먹는다.
그 장난이 하도 심해서 타일러도 보고, 큰 소리도 내보았지만 아직은 계속한다.

오늘은 연수가 식혜를 쏟았다. 

엄마: 연수야, 쏟으면 안돼.. 음료수는 잔에 담아 마시는거야...
연수: (얼른 식탁위에 쏟아진 식혜를 핥아먹으며) 연수 고양이 됐네~!

핥아먹으건 고양이나 강아지가 하는 일이라고, 너는 사람이니 잔으로 마시는 거라고 괜히 말해줬다.ㅜㅜ

연수가 하도 물이나 음료수를 쏟고 뿌리는 장난을 좋아해서 
나는 우리집 바닥이 연수가 맘대로 장난쳐도 되는 흙이나 돌 바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야외 식사'.
날이 좋은 요즘 가끔은 점심에 주먹밥같은걸 싸가지고 아파트 마당에 나가 먹는다.
정자 그늘에 앉아 먹으면 고맙게도 좀더 먹고, 물은 아스팔트 바닥에 뿌리거나 부어본다.

휴... 이렇게 키우는게 맞나.. 고민도 된다. 
어릴때 나는 엄마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는데 그게 참 싫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는 그렇게 심하게 야단을 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말로 설득하고, 이해시킨다는 것, 자발적으로 행동을 바로잡아가게 한다는게 참 어렵다.
나는 더 기다릴 수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연수에게 잘 하는 일일까.. 그런 고민이 들곤 한다.

  

2. 기다려봐~


그림책없이는 밥상에서 밥을 먹지 않는 연수, 오늘도 어김없이 그림책을 보는데
그만 원두막에서 수박먹는 아이들 그림이 나왔다.

연수: 맛있겠다! 수박~~ 연수도 아삭아삭 수박 먹고 싶어!
엄마: (이제 밥은 안 먹겠다는 얘기구나.. 한숨을 쉬며) 그래, 엄마가 다음주에 한살림에 주문...
연수: (엄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다려봐~~ 한살림 아저씨가 갖다 줄꺼야!

연수가 먹고 싶어 하는 많은 것들을 두고 내가 저 말을 참 많이 했었나보다.

우리집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한살림 아저씨, 고맙습니다. 연수가 늘 무척 기대하면서 기다린답니다.
그런데 우리 연수, 밥 좀 꿀떡꿀떡 잘 먹게 해주는 그런 약은 한살림에 혹시 없을까요? 

엄마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연수는 수박을 생각하며 새로운 장난을 시작하는 중이다.

연수: (반찬들을 집어 바닥에 던지며) 수박이 툭~! 수박이 툭~!!!
엄마: (얼른 그릇을 치우며) 김연수!!!! 누가 음식을 바닥에 던져! 먹는걸로 그런 장난치는거 아냐!!
연수: 딘다루가 '연수야 그러지마~'해..

딘다루는 '아프리카 아프리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다.
그 아이는 먹을 것이 부족해 배가 고프다고, 우리가 함부로 음식을 버리면 그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얘기를 하며
딘다루가 '연수야 그러지마' 할거라고 했더니 그 이후론 장난을 쳐놓고는 저 혼자 저 말을 쫑알쫑알거린다.

으이구~~~~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다는 명언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   




3. 인도 사람


다른 아이들은 야채를 안먹고 다른 것만 먹어 편식이 심하다는데
연수는 야채만 먹고 다른 걸 안먹는 편식이 심하다.
오늘 저녁에도 소고기무국에 버섯이랑 당근같은 야채들을 같이 넣어 끓여줬더니 소고기와 밥만 빼고 다 건져 먹었다.
그것도 손으로....

24개월이나 된 녀석이 제 손으로 숟가락질해서 밥을 푹푹 떠먹으면 얼마나 고마우랴..
야채만, 그것도 손으로 건져먹으니 엄마가 분통이 안 터질 수 없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을 걸어보았다.

엄마: 연수야.. 밥도 먹어야지. 그리고 숟가락이나 포크로 먹어야지.
연수: 손으로 먹어!
엄마: 손으로 먹는건 숟가락이나 포크를 못 쓰는 아기들이 하는거야..
       (생각해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꼭 아기들만 그런건 아니지만.. 인도에서는 어른들도 손으로 밥을 먹는데..
연수: ! (계속해서 손으로 집어먹으며 흥미롭다는듯 쳐다본다)
엄마: (호응에 고무되어) 그 나라 사람들은 손이 별로 더럽지않다고 생각하나봐. 뭐 손은 원래 더러운건 아니지...
        (드디어 삼천포로 빠진다) 연수야, 우리 다음에 인도에 여행가보자.
연수: (그) 사람 찾아서!
엄마: 으응? 그래... 가서 손으로 밥먹는 사람이 어디 있나 찾아보자...^^;;
        그 사람이 연수보면 무척 반가워하겠네. 같이 손으로 먹는 사람 만나서. 
연수: (그) 사람이랑 연수랑 같이!!
엄마: 그래... 같이 손으로 밥먹으면 되겠네...--;;;;

대화가 이렇게 바람직하게 마무리되고 있을 즈음... 
갑자기 연수가 포크를 집어들더니 국에 들어있는 야채들을 콕콕 집어먹기 시작했다.   
왠 갑작스런 심경변화??
그 속을 다 짐작할 수야 없지만... 엄마는 하여튼 반가웠다.
인도에 가서 그 사람이랑 같이 밥먹기 전까지는 손은 아껴둘 셈인가? 제발 그래라~~~!










'마주이야기('대화'의 우리말)'는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말, 너무도 하고싶어서 터져나오는 그 귀한 말들을 귀담아 듣고
아이들 말을 모든 놀이와 생활과 교육의 중심에 놓아주자는 교육방법(교육운동)이다.
박문희 선생님이 쓰신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만큼 자란다"(보리출판사)는 책을 보고 나서 
나도 연수 말을 더 귀담아 들어줘야겠구나.. 생각하고 이 카테고리를 만들었는데
첫 글이 연수 흉보는 내용이 되어버려서 미안하다.

그래도 이 녀석아.... 엄마 마음도 좀 알아줘라.
하긴 엄마가 너를 더 잘 키워야 네 밥먹는 습관도 좋아지겠지..
엄마가 반성해야할 일인 것 같아 안그래도 요즘 엄마가 고민이 많다.

만 두돌을 채우고 세 살에 접어들며 엄마도, 아이도 새록새록 고민하고 클 일이 많다.
휴... 힘내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