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살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5.09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 8
  2. 2011.05.24 다용도 미생물, 텃밭을 부탁해~!^^ 8
밥상2012. 5. 9. 23:08





우리집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에 마련했다.

강일동 707번지에는 V대장이 살고, 뒹굴깨물이가 살고, 엄마가 살고 아빠가 산다.


작년처럼 동사무소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 텃밭을 신청하려고 탁상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쳐놓고 메모까지 해놓고 그전날 밤에도 퇴근한 아빠랑 내일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신청하러 가자고 얘기까지 구구절절 해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이 밝자 후다닥 아침 챙겨먹고 아빠 출근하고 연수 유치원 다녀오고 점심먹고 오후 어느맘때쯤 퍼뜩 '오늘~?!!!'하고 기억이 났다. ㅠㅠ


동사무소 텃밭이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간 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올해 농사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퍼뜩 떠오른 생각이 

'베란다 텃밭'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사올 때 거실 베란다에 수도꼭지와 샤워기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긴 화분들 키우라는 거구나~'하고 감탄했는데

그때부터 내심 거기에 텃밭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었다.

엎어진 김에 동전 줍는 마음으로 해보고싶었던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꿈같은 '가래여울 텃밭의 추억'을 되씹기로 했다.










그리하여 당장 '흙살림' 홈페이지(http://www.heuk.or.kr/)를 찾아갔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화분용 퇴비'를 만든 곳으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6.2데이' 행사장에 가서 보니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양토부터 미생물과 자연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병충해방제, 영양제도 만들고 토종씨앗과 모종들도 판매하고 계신 것을 보고 '아 참 좋다' 했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과 유기농산물의 직거래판매, 도시농업 확대를 위한 노력까지 20여년 동안 건강한 농업과 땅을 살리기 위해 애써온 존경스러운 운동단체이자 연구소이자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을 만날 수 있었다.









새싹채소도 전부터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흙살림에서 귀엽기도 한 '새싹채소 재배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적무, 보리, 배추 등 씨앗 세 종류와 재배키트 묶음가격은 4500원. ^^

물 붓고 씨앗 뿌려주니 끝! 간단도 하네~! 

우리집 공식 농부 V대장이 직접 했다.












새싹채소와 함께 도착한 베란다텃밭 장비들! 두둥~~~~!! ^^ 

손 큰 연수엄마가 배양토 4포대와 그 흙을 담아 채소를 기를 그로우백 4개를 일시에 주문했다. ㅎㅎ

도시의 작은 아파트인 우리집으로 거름냄새도 살짝쿵 나는 커다란 흙포대들이 큰 택배상자에 담겨서 들어오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해야 '흙'을 가질 수 있구나... 

흙에서 자란 것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도 

흙이랑 가까이 사는 길은 큰 맘먹고, 여러 손 빌려가며 애를 써야 가능한 일이구나.











흙살림 택배가 오자 제일로 신난 것은 V대장 연수.

어린 시절부터 '흙사랑'이 남다르셨던 이 분은 마침내 집안에 자기만의 흙놀이터까지 갖추시게 된 것이다.

게다가 물도 있고!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










우리집 차기농부 뒹굴깨물이도 신나긴 마찬가지~^^

거실베란다를 차지하고있던 아이들 자전거와 유모차 등등을 현관 밖으로 빼고 선반의 오래된 짐들도 대거 정리해서

이 베란다에는 화분들과 물에 젖어도 괜찮을 법한 물품들만 남겨놓았다.


그래놓고 엄마와 형아가 요 베란다를 뻔질나게 드나드니 어린 연호도 당연히 함께 기어나와 

흙포대에 기어올라가도 보고, 화분의 싹들도 잡아당겨보고(ㅠ) 하며 신기해했다.


농부의 딸인 나는 베란다에 쌓아놓은 흙포대만 봐도 배가 부를만큼 기분이 좋아서

정말로 꽤 오랫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ㅎㅎ

막상 애 둘 데리고 저 포대를 뜯어 텃밭을 차릴 엄두가 어찌 그리 안 나던지....;;











그러는 사이에도 새싹채소는 무럭무럭 자랐다.

강일동 707번지 주민 4인은 모두 새싹 처음보는 서울촌놈 티를 팍팍 내가며 볼때마다 신기해했다.










예쁘다..










참 예쁘다.











새싹채소 수확한 날.










연수가 직접 장식(?)한 새싹채소비빔밥. ㅜ

보기는 참 그렇지만... 맛은 상큼쌉쓰름한 것이 입맛 돋궈준다. 음~ 

또 먹고 싶은데 새싹채소 키트는 한번 밖에 못 키우는 것이라 아쉽다.. 집에서 채소를 더 키워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밥 잘먹고 힘내서... 드디어 텃밭을 만들었다.

저 초록색 비닐백의 이름은 '그로우백 작은텃밭'. 

튼튼하고 깊고, 작은 물빠짐 구멍이 옆면에 네개쯤 뚫려있다. 

그 구멍을 별도의 돌 같은 걸로 막지 않아도 흙이 새지않고 물은 잘 빠져서 참 좋다.

작은 공간에서도 채소를 키워볼 수 있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 가격은 3300원! ^^ 

이래뵈도 상자텃밭용 유기배양토 15L 한포대가 남김없이 싹~ 들어간다.

땅이 깊어서 토마토나 고추같은 뿌리 깊이 내리는 작물도 키울 수 있단다.











엄마의 텃밭인 것 같지만 실상은 연수의 텃밭이다.

아니, 우리집 베란다 텃밭이니 우리 가족 모두의 텃밭이고, 우리집에 놀러온 이들도 함께 물주고 바라보고 열매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모두의 텃밭이다. ^^

동네 꽃집에 가보니 토마토 모종만 팔고 있었다.

노란 토마토 꽃도 보고, 올망졸망 방울토마토도 따먹을 수 있겠구나... 

손바닥만한 모종 세포기 심어놓고 엄마는 벌써 배부르다. ㅎㅎㅎ 

물받는 연수 뒷태가 듬직하다. 













'토마토야, 무럭무럭 잘 커라~'

얘기하면서 준다.  











텃밭 차리느라 든 비용에 비해보자면(흙이 비싸다..ㅠ) 여기서 얻는 수확은 값으로 환산했을 때 정말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연수가 제 손으로 토마토를 키워보며 느끼는 마음의 풍요는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귀한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있는 흙, 살아있는 작물.. 자라고 열매 맺고 스러지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고 돌보면서 설레임과 고마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도 나도 나무처럼, 풀처럼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11. 5. 24. 01:17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농민의 아들' 연수는 해가 뜨는 6시면 일어나 온집안을 뛰어다니고
배부른 엄마는 누워서 연수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있다가 7시쯤 일어나 밥을 차리고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이 아쉬운 아빠는 이 모든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9시에 이모님이 전화를 하실때까지 잔다. 

이모님은 일요일아침 9시면 어김없이 상일동역에 도착하셔서 마을버스를 타고 텃밭으로 가신다. 
그맘때쯤 오실줄 알고 미리 밥먹고 집치우고 가방챙기고 있었던 엄마와 연수는 부랴부랴 아빠를 깨워 차를 타고 텃밭으로 따라간다. 그래도 우리는 9시 반이 넘어서, 그야말로 해가 중천에 뜬 뒤에 밭에 도착한다. 
 









한주만에 보는 텃밭풍경은 얼마나 또 달라졌는지!
온통 초록빛이 가득한 밭머리에 서면 마음이 벅차다. 우리밭은 손바닥만하지만 꼭 그만한 이웃집 밭들에 모두 잘 자라준 푸성귀들은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밭을 둘러싸고 있는 키큰 나무들과 밭가운데 듬성히 서있는 과실수들의 푸른잎이 싱그럽다.










일을 시작하기전에 일주일동안 우리집에서 고생한 달팽이를 텃밭가 꽃그늘 아래 놓아주었다.
연수는 '달팽이야 안녕!'하더니 오늘의 관심사인 텃밭으로 쌩 뛰어가버렸다.
오랫만에 쬔 햇빛이 어색한지 긴 더듬이를 이리저리 뻗어보고, 몸도 늘였다줄였다하며 깜빡거리는 달팽이를 엄마 혼자 남아서 오래 지켜보았다.
고맙다, 고맙다... 힘들었을텐데 잘 견디고 살아주어서 고맙다... 고향에서 맘도 몸도 푸근히 잘 살아라..











상추들은 일주일만에 또 엄청나게 자라있었다.
어제 내린 빗물이 마르지 않은채로 달려있었고, 땅은 검고 푹신했다.










씨앗에서 자란 쑥갓도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이모할머니는 이날 쑥갓들을 다 따시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또 심으셨다. 연수는 할머니 옆에서 상추따는 법을 조금 배우는 듯하더니... 그에는 큰 관심이 없는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쪼르르 뛰어가버렸다. 











네살무렵의 남자아이에게 제일 관심있는 것은 아무래도 삽인 모양이다.
쪼그리고 앉아 푸성귀를 거두는 일은 역시 여자들의 몫인지..
이 날 우리집 두 남자는 제법 부지런히 밭가를 오가며 힘쓰는 일을 함께 했다.  











지난주 토마토, 가지, 고추에 이어 오늘 새로 심은 것은 쪽파.
이모님이 쪽파 한단을 사오셔서 한뿌리씩 고랑에 가지런히 눕혀놓으셨다.
그리고 흙으로 덮어주셨는데 신기하게 이렇게만 해두면 파는 저절로 뿌리를 내리고 몸을 세운다고 한다.  












아빠는 고추, 가지, 토마토 모종에 버팀목을 세워주었다.
잔가지를 쳐내고 다듬은 긴 나뭇가지를 큰 돌을 구해 깊이 박아주었다.











이 나무가지는 우리 아파트단지 미화원아저씨들께서 가지치기하신 뒤에 버리려고 가지런히 묶어두셨던 것이다. 
버팀목감을 찾던 새댁이 관리사무소에 가서 '한단만 가져가도 될까요?'하고 물어본 뒤에 허락을 얻어 구해두었다. ^^
(뭐 주워오는데는 하여튼 도사라며 신랑은 혀를 끌끌 찼지만... 새로 사는 것보다 이리 재활용하니 얼마나 좋소~~!ㅎㅎ)
신랑 퇴근하기를 기다려 늦은 밤에 세식구가 아파트 화단에 나가 낑낑거리며 굵은 나무단을 들고와 차 트렁크에 실어두었는데
연수도 새댁도 그 야심한 밤외출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빠는 힘들다. ^^;;;;
재미있어하는 마누라와 아들을 위해 야심한 퇴근길에 나뭇단을 들고 옮기는 것도, 주말 아침에 늦잠도 못자고 밭에 끌려나와 힘쓰는 일은 도맡아 해야하는 것도.. 고단한 직장인, 서른넷의 젊은 아빠에게는 힘든 일이다.  











'밭 좋아하는 마누라 만나 당신 참 고생많다'고 위로라도 한마디 하면 '그렇지 뭐~' 하고 웃고마는 착한 신랑. 
고마워요.

 









연수도 엄마닮아 밭을 참 좋아한다.
이모할머니 언제 오시나.. 하면서 밭에 갈 시간을 기다리고, 밭에 내려주면 신나서 소리지르며 뛰어간다.
그냥 흙도 막 파보고, 아빠가 버팀목 꽂을때 두드릴 돌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좋아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질이나 성정이 여럿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연수가 행복을 제 주변에서 잘 찾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밭에서 자라는 작은 채소들, 흙의 감촉.. 푸른 나무 같은 것을 보면서 행복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커서 '라디오 수리공'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한자락, 사람들의 사연 하나에 행복을 느낄 수있는 그런 감수성이 있다면.. 적어도 세상을 불행하게 살 것 같지는 않았다.
행복한 농부, 행복한 라디오수리공, 행복한 커피볶는 사람.. 무엇이 되었든, 소박하고 작은 행복들을 삶에서 키우고 느낄 줄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렴... 행복하게 말이야.











상추는 정말 넉넉하게 제 것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나도 그걸 이웃들과 나눠먹어야할텐데... 어서어서 우리집에 오셔서 상추들 좀 먹어주세요~! ^^











네 평 농사라도 농사는 농사라 어찌하면 작물들이 실하게,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주에 이모님이 비료 얘기를 하신 것도 있어서 내 나름대로 한주동안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토마토를 실하게 키우려면 칼슘을 보강해주는 것이 좋은데, 토마토새댁님이 농민마이스터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포스팅해놓으신걸 보니 '먹고 남은 동물뼈를 현미식초에 담가 한달정도 푹 숙성시켜 밭에 뿌려주면 묵직하고 실한 토마토가 달린다'는 내용이 있었다('현미식초에 뼈를 담그며 나는 궁금하여라').
마침 집에 사골곳고 남은 뼈가 있어 만들어볼까 했더니 옆에서 신랑이 말렸다. 
"우리 토마토 다섯 포기 삼었잖아..." 그렇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다섯포기 심었지..^^ 
그래도 나는 아쉬웠지만 배부른 아내가 일벌리는게 안쓰러운 신랑의 만류를 받아들여 현미식초는 사지 않았다. 

대신....  그래도 토양을 살려주고, 생육에 힘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낸 것이 있었으니....
바로 한살림에서 나오는 '흙살림 다용도 미생물'!! ^---------------^










'다용도 미생물'은 국내토착의 유산균, 효모, 광합성 미생물을 고밀도로 배양한 친환경 미생물 제제로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양분 흡수를 도와준다고 한다. 오염된 물이나 하천에서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광합성세균도 들어었다.
쌀뜨물에 넣어 발효액을 만들어 싱크대, 하수구, 화장실 청도 등에 쓰면 잡균의 서식도 막고, 찌든 때도 깨끗하게 잘 지워진다.
세척효과도 뛰어나 이 미생물(효소)은 한살림이 만드는 '섬유유연제'같은 제품에도 들어있다.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지 않고 밭에 바로 뿌릴떄는 원액을 100~200배의 물에 희석하여 쓰면 된다.
큰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받고, 한 뚜껑 정도 부어주면 배율이 맞다.
 









아빠가 큰 물뿌리개로 두 통 가득 물을 담아서 '다용도 미생물'을 섞어 밭에 뿌려주었다.
나는 곁에서 이 미생물들이 잘 숨쉬고, 잘 살아서 우리 밭의 흙을 더 건강하게, 생생하게 살아있게 해주기를 빌었다.

일본 원전사고 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진다.
방사능물질이 섞인 비를 맞고 자라는 농작물을 먹지 않고 살 수있는 사람은 없고,
그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우리가 마시는 강물이 되고, 그 물을 먹은 동물들의 젖과 고기를 또 사람들이 먹으니 최종소비자인 사람의 몸에 축적되는 방사능의 양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한번 몸안에 들어온 방사능물질은 배출되거나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몸안에서 세포변형과 여러 질환들을 일으킨다 하니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가끔은 몸서리치게 무서워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한다.
내 입에 밥을 넣어 아이에게 줄 젖을 만들어야하고, 큰 아이의 입에 밥숟갈을 넣어주어야한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던가.
그러니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땅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지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오늘 하루 내가 사는 것이, 밥을 먹는 것이 모두 숙연하고 절절한 생명활동이란 생각이 든다.

내 작은 텃밭에 미생물을 뿌리며 비록 오염된 땅일지라도 우리의 푸성귀들이, 우리의 아이들이 
그래도 푸르게 씩씩하게 자라주기를, 이 생물들과 땅의 기운을 받아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있기를 빌었다.  











할머니가 연수 손에 무씨를 담아주셨다.











할머니의 손에서 아이의 손으로 전해지는 씨앗.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말할 수없이 뭉클해지던 마음..












씨앗을 뿌리는 손이 참 아름답다. 귀해 보인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있는 정말 아름다운 일중에 하나가 씨앗을 뿌리고 생명을 키우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아이라는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이라 고맙다.











연수도 작은 손으로 열심히 씨앗을 뿌렸다.
씨앗에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그것은 참 작은데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그 안에 숨어있을 큰 힘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만 겸손히 머리숙이게 한다.  

이번에 받은 한살림 소식지에 보니 예전에 한 TV프로에서 아이들이 나와 어떤 단어를 설명하고 어른들이 맞추는 게임에서 
아이가 '씨앗'을 이렇게 설명했다한다.
"이건 작지만 들어있을건 다 들어있어요!"
^^
정말 그렇다. 작고 마르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 안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크게, 푸르게, 실하게 자라날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다. 

씨앗은 땅을 만나야 제 꿈을 온전히 다 펼칠 수 있다.
그저 집안의 마른 방바닥에서 씨앗을 굴려볼 때랑 흙위에 씨앗을 올려놓을 때의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씨앗이 꿈을 꾸는게 느껴지고, 숨을 쉬고 바야흐로 어떤 거대한 출발선에 서있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땅위에 뿌려진 씨앗은 정말 아름답다.

땅과 씨앗. 
5월의 푸른 대지위에서 그런 생각들을 해볼 수있다는 것만으로, 아이가 흙과 씨앗을 함께 만지고, 그 둘을 만나게 해주는 큰 일을 제가 하고있다는걸 지금은 그 의미를 잘 모르더라도 어떤 경외감같은 것은 분명히 느끼면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기적같은 일이란 생각에 마음이 뭉클했다.
서울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꿈은 꿔왔지만 정말로 이렇게 내손으로 텃밭농사를 지어보는 날이 올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었다.
내년에도 우리가 텃밭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부디 그리되기를... 내년에는 어린 평화도 밭머리에 앉아놀게 하고, 제법 더 큰 연수와 씨를 뿌리고 기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런 기적이 살아있는 동안 오래 우리 곁에, 내 삶에 허락되었으면 좋겠다고 밭머리에 서서 한참 생각하다 돌아왔다.
 











++ 다용도 미생물은 여러 곳에서 판매한다.
한살림에서는 '흙살림'이라고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땅의 살리는 방법을 연구,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곳에서 제조한 미생물을 판매하고 있다. (흙살림 홈페이지를 링크해두었어요. 찾아가면 '장보기'란이 있는데 거기에 집에서 쉽게 채소를 기를 수있는 '그로우백'을 판매하고 있어요. 텃밭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집안에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는 예쁜 그로우백도 한번 살펴보시길~!^^) 
가격은 1L에 4,900원. 우리같은 소규모 텃밭에서는 두고두고 오래 쓸 수있는 많은 양이다.    
한살림 인터넷 장보기 사이트에서 '생활용품' 코너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한살림 장보기 사이트 바로가기)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