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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31 서울 눈
  2. 2017.12.18 겨울 소나무 2
umma! 자란다2018. 1. 31. 20:01




밤에 눈이 몇번 왔다.
강아지처럼 뛰어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달래 저녁밥부터 먹이고서
나는 아빠 마중간다는 핑계삼아 옷을 단단히 입혀 마당에 나간다.

바닥에 벌렁 누워 눈천사도 만들고
눈덩이를 굴려 눈공, 눈사람도 만들고
떨어지는 눈을 받아먹는 아이들.

내가 눈 먹지말라고, 먼지 많이 섞여있을지 모르니 먹지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입 속에서 녹는 눈이 시원하고 맛있어서
자꾸만 먹는다.
받아도 먹고 쌓인 눈은 퍼먹기도 한다.

나는 혼을 내다가 미안해졌다.
눈을 먹어보는 것은 어린시절의 권리같은 것 아닌가.
건강하게 잘 자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눈을 맛보고 뛰어놀 권리도 있는거 아닐까.

미안해진 내가 “서울 눈은 안 깨끗해서 그래.. 나중에 엄마가 깨끗한 눈보면 먹게 해줄께..”하고 말하니
“언제? 어디 눈은 깨끗해?”하고 묻는 아이들을 보며
또 미안해진다.

눈이 깨끗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워줘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 교육때문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도 아닌데..
남편의 직장, 우리 가족 생계 궁리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인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공기좋은 지방에 가서 살고싶다.

올겨울 눈은 몇번이나 더 올까.
아이들을 자꾸 혼내게 돼서 미안한 눈.
그래도 곱게 몇번 더 와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하루2017. 12. 18. 10:01


우리집 앞에는 나무가 많다.
봄여름가을에는 창문 바로앞 느티나무가 초록잎과 단풍 풍경을 곱게 보여준다.
새들도 자주 날아오고, 아파트 뜰 건너 교회와 학교 건물위로 하늘과 구름도 본다.





겨울이 와서 느티나무 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남으면
비로소 뜰 끝에 서있던 소나무들이 보인다.
키큰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르고
단정히 서서 눈을 맞는다.




소나무가 많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소나무는 고향같은 나무다.

오늘 아침은 함박눈이 내려 혼자 조용한 집에서
눈 사이로 소나무 풍경을 한참 구경했다.
문득 대학교 입학원서 넣던 날 생각이 났다.
한 대학의 본고사를 보기위해 수시 접수는 안하기로 마음먹고 서울 언니에게 엄마와 같이 놀러가있다가
마침 그 대학을 다니고있던 친척언니와의 통화에서
관심없는 학과에 점수맞춰서 가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에 마음을 바꿔 수시접수를 하기로 했다.
새벽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가서
마중나오신 아빠와 함께 고등학교로 갔다.
교무실에서 안된다는 담임선생님께 아빠가 화를 내시며 “아이가 가고싶다고 하잖습니까” 하시던 모습.
아빠가 강하게 말씀하시자 담임선생님도 어쩔수 없이 원서를 써주셨고
그 봉투를 들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와서
지하철안에서도 뛰어
간신히 5시 마감전에 원서접수 창구에 원서를 넣었던 날.
겨우 숨돌리고 나와 엄마랑 대학앞 박리분식에 앉아 참을 먹었던 기억.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으시지만 필요할 때는 강하게 말씀하실 줄 알았던 아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셨던 엄마아빠.

좋은 날들을 살아왔다.
돌아보면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

눈이 살짝 그쳤고 어린이집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산책을 나왔다.
소나무를 보며 나도 저렇게 푸르게 서있어야지 생각한다.
내 아이들 곁에 든든하게.
이제는 내가 엄마아빠의 편이 되어드리고,
원하는 것을 함께 해드리면서.

고향에도 눈이 왔을까.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