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1. 31. 17:25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개월정도된 조카가 즐겨듣는 동요중에 이런 곡이 있다.

"새싹들이 말하기를 봄이 왔대요~ 꽃들이 말하기를 봄이 왔대요~
새들이 말하기를 봄이 왔대요~  쏙쏙쏙쏙쏙쏙 쪼로로로로롱  아름다운 새봄이~"

가사가 정확하진 않지만
고개를 들고 봄이 왔다고 기뻐서 소리치는 새싹과 꽃들을 연상하며 웃음짓게 되는 예쁜 동요다.

어제는 꽤나 추웠다.
결혼식에 못오셨던 지인 한분께서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하여 숙대앞에 나가는데  
찬바람이 쌩하여 모자도 눌러쓰고, 숄도 꽁꽁 두르고, 장갑도 바짝 끼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분이 결혼식에 못와 정말 미안하다며 슬며시 내미신 선물은
노오란, 정말 봄빛같이 노오란 후리지아 꽃다발이었다.

바깥날은 추웠지만 마음은 봄이 온듯 따뜻하고 환하였다.
후리지아 향기를 맡으니
'그래ㅡ봄이 올때까지 기운내서 살아야지. 남은 추위 무사히 잘 이겨내야지' 하는 용기가 부쩍 솟아올랐다.

다른 약속도 있어 밤이 늦어서야 집에 돌아오니 몸이 꽁꽁 얼어 무척 피곤하였다.
신랑은 내일 끝나는 프로젝트때문에 요즘 연일 새벽까지 야근이라
혼자 돌아온 빈집이 무척 휑하게 느껴졌다.  
불을 켜고.. 따뜻한 물에 씻고..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거리에는 손도 대지 못한채
딱 한가지-후리지아 꽃다발을 풀어 꽃들을 물병에 넣는 일-만 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하루종일 나와 함께 찬바람에 시달려 움츠러져있던 후리지아꽃들이
밤사이 물을 먹고 생생하고 환한 노란빛을 되찾아놓고 있었다.

노란 오후 햇살받아 제 빛을 더 자연스럽게 내놓는 후리지아 사진을 한 장 더 올린다.
멀리서 산을 넘어 찾아오고 있는 새봄을 생각하며 추운 오늘도 모두들 힘냈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참, 이런 아름다운 결혼선물을 주신 분은 작년에 내가 아르바이트로 보고서를 써내곤했던 작은 시민단체의 간사님이다.
일전에 역시 또다른 시민단체에 일하는 선배언니로부터
"(결혼하고나면) 생활이란게 참 팍팍하고 쉽진않단 생각 많이 하게 될꺼야.. 바쁘겠지만 그래도 꽃 한송이 꽂아놓고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해서" 라는
멋진 이유와 함께 '화병'을 결혼선물로 받았었는데...
시민단체 사람들의 이런 고운 심성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지켜주는 '꽃같은 마음'들인듯 싶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