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9. 11. 5. 12:36

어릴때 우리집에는 어린이책 출판사인 ‘계몽사’의 판촉 사원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시곤 했다.
키가 크고 따뜻한 인상이었던 걸로 기억되는 나이가 지긋하셨던 계몽사 아저씨의 자전거 뒷자리에는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전집 종류를 소개하는 팜플렛이 꽂혀 있었다.

농사일에 바쁜 엄마가 잠시 짬을 내 뜨락에 앉거나 서서 아저씨가 팜플렛을 펼치며 소개하는 전집 설명을 들으시는 동안
나는 그 주위를 괜히 기웃거려보곤 했다.

책이 귀한 시골에서 우리집은 책이 꽤 많은 집이었다.
범우사르비아문고의 어린이세계명작은 60권 정도되는 작은 문고판 책이었는데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내 유년기의 학습과 정서는 그때 우리집 책장에 꽃혀있던 책들에 아주 큰 영향을 받았다.
위인전들, <금오신화>, <구운몽> 같은 한국고전들도 전집으로 읽었고
좀 더 큰 뒤에는 김동인, 현진건, 김유정 같은 현대 소설가들의 단편 소설 전집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테스’처럼 고전 명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아놓은 전집도 읽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값은 만만치 않다.
다 잘 읽으리라는 보장도 없지만 그래도 선뜻 책을 사실 때에는
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우리 부모님께 있으셨겠지.

그런 부모님 덕분에 나의 청소년기의 정신세계는 참 풍요로웠다.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자연속에서 보낸 유년기와 함께 좋은 책이 많았던 청소년기를 보낸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릴 때는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려고 했다.
뒤로 갈수록 많이 못 읽어줘서 아쉽지만 학교에 들어간 큰 애와 둘째는 다행히 자기들이 책을 좋아해서 책을 열심히 본다.
그런데 학습만화 종류를 주로 많이 읽는다.
만화는 책보다 훨씬 읽기가 쉽다.
줄글로 된 책은 훨씬 책읽기 훈련이 되어있어야 온전히 책 내용을 이해하고 감동도 느껴가며 읽을 수 있다.

만화책도 나름의 좋은 점이 있지만
좋은 책이 줄 수 있는 고유의 감동과 깊이가 따로 있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요즘 아이들 책을 열심히 찾는다.
우리집에는 계몽사 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므로
인터넷 서점과 좋은 추천도서들 목록을 구해 나름대로 열심히 찾는다.

요즘은 정보가 워낙 많고, 아이들 책 또한 너무 많기 때문에 그중에서 정말 좋은 책, 필요한 책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고전, 명작 위주로 잘 추천해주시던 계몽사 아저씨의 팜플렛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내가 다녔던 작은 시골 초등학교에 3학년 때쯤인가 처음으로 도서관이 생겼었다.
서가가 크지않았기에 정말로 또 좋은 책들만 엄선하여 들어올 수 있었던 작은 도서관이었다.
반짝반짝하는 새 책 맨 뒷장에 붙어있던 도서카드를 꺼내 내 이름을 적고 대출하던 기분이 지금도 생각난다.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고, <초원의 집>, <작은 아씨들>, <시튼 동물기> 같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좋아했던 책을 읽혀줄까 싶어서 다시 구해 읽어보니
좋은 면도 있지만 아쉬운 면들도 이제는 보였다.
그때는 그저 감동과 재미에 푹 빠져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봐도 좋은 책도 많지만, 그동안 읽어온 다른 책들이 있다보니 어릴때와 같은 기준으로 읽게되지는 않는 것이다.

아이들 책, 어른 책.. 여러 책들을 읽고 하면서 내가 책읽기를 참 좋아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늘 좋아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따로 좀 정리를 해봐도 좋을만큼
책이라는 친구가 내게는 늘 가까이 있었고
큰 즐거움과 기쁨과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 이야기를 따로 좀 해보려고 한다.
네이버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이름으로 책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하나 따로 마련했다.
원래 네이버에도 블로그가 있었는데 안 쓰고 있다가 이번에 책 이야기 블로그로 따로 열어보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쌓일지는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소중한 내 공간으로 꾸려가보고싶다. 놀러오세요~~^^
(Http://m.blog.naver.com/dlahrrh)

아참참,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래서 어렵게 이번에 아이들을 위해 ‘고전 책’전집을 하나 구입했다.
우리 꼬마들이 재미있게 잘 읽어주길...! ^^
부족한게 많은 엄마지만 자연과 책, 두 가지의 아름다운 세상을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엄마지만
열심히 노력중이야.
재미있게 읽고, 건강하게 자라렴. 우리 꼬마들~!





주르륵 꽂힌 전집을 보니 내 어린 시절 언니방에 있던 갈색 책장이 생각난다.
재미있는 전집들로 가득 했던 나의 보물상자가.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