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물들다’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먹는 식당이자 휴게실인 ‘작은달 식당’에 앉아있으면
긴 탁자가 있는 데크와 마당의 풀꽃들, 빨래줄에 걸린 빨래들 그리고 마을의 낮은 지붕들과 하늘이 보인다.
좋은 노래가 항상 흐른다.
그림그리는 것을 내가 왜 좋아할까..
이 그림을 그리다 알았다.
생각들이 아주 편하게 흘러갔다.
떠올랐다가 깊어졌다가 나름의 결론을 얻고 돌아갔다.
그리고 잠깐씩은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고
음악이 참 좋아서 뭉클했다가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그림은 내가 아주 편안하게 생각을 하거나
그 생각을 관찰하거나
아무 생각도 들지않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광호와 수지가 수련하는 요가 수업에 두 번 함께 갔다.
7층 건물의 통유리와 통거울로 둘러싸인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적 요소를 강조하며 진행하는 내 요가수업과 다르게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도 마을안에 자리잡은 작은 집안의 요가 수련장에서는
호흡과 명상에 중점을 둔 요가를 해볼 수 있었다.
광호가 달물에서 진행하는 ‘수지에니어그램’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나를 찾는 여행, 나를 돌아보는 시간, 지친 나를 다독여주는 친구의 이야기, 내 얘기를 깊이 공감해주는 친구들에게 솔직히 오래오래 얘기하기.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끝의 선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 것은 내 시선의 한계, 끝이란 걸 알았다.
지평선, 수평선처럼 내 눈에 보이는 구름의 끝.
지구는 둥글고 내 시선이 가닿을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다.
뭔가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내 생각, 내 시선의 한계를 안다는 것이
오히려 그 뒤의 끝없는 세계, 더 많이 존재할 풍부함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해줘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삶은 신비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