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카메라 두 대가 다 고장났다.ㅠㅠ
덕분에 연수 사진도 많이 못 찍어주고,
엄마는 안써지는 논문을 붙잡고 끙끙거리느라 통 정신이 없다보니 한동안 포스팅도 못 했다.

만28개월을 꽉 채우고 이제 29개월차에 접어든 연수는 씩씩하고 즐겁다.
쫑알쫑알 말도 끊임없고, 엉뚱한 일들로 엄마아빠의 웃음보를 터트리게 한다.
어느날은 제 바지를 모자라고 머리에 뒤집어쓰고 나타나기도 했다.
연수가 하는 얘기들도 잊어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흐르고 그때그때 기록을 안하니 아쉽게도 잊혀져간다.
얼른 두어개만 옮겨놔야겠다.









1. 엄마 밥 안먹어도 될 것 같은데...


연수는 그림책보면서 밥먹는걸 좋아한다.
TV보면서 밥먹는거랑 원리는 비슷하다. 그림과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엉겁결에 밥숟갈을 꿀떡꿀떡 받아먹는 것이다..^^;
한참 그렇게 밥을 먹이다보면 읽어주는 엄마는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다.
연수가 배가 부른지 더이상 안먹겠다고 하길래, 그럼 이제는 일찌감치 밥 먹고 소파에 앉아계신 아빠한테 가서 놀으라고 했다.

연수: 엄마랑 그림책 읽을래요. 엄마, 이것도 읽어줘요.
엄마: 엄마는 밥먹어야하니까 아빠께 가져가서 읽어달라고 해..
연수: 싫어요. 엄마랑 읽어야돼요.
엄마: 엄마 배고파. 밥 먹을테야. 
연수: 엄마 밥 안먹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책 읽어도 될 것 같은데... (이건 요즘 연수가 제 의견을 관철시키고 싶을때 곧잘 쓰는 말투다.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뭐뭐해도 될 것 같은데...'하고 뒤를 길게 뺀다ㅎㅎ)
엄마: 안 먹어도 될 것 같다고? 먹어야될 것 같은데? 엄마 배 많이 고파. 아빠께 읽어달라고 해.
연수: 엄마는 연수 책 읽어주고 그러는건데... 엄마 밥 먹지말고 책 읽어주세요.

이 녀석이.... 엄마도 배가 불러야 책을 잘 읽지~!!  
저에게 책 읽어주는 것이 응당 엄마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저런 생각도 할 줄아나.. 싶어 놀랐다.
그래도 그렇지. 밥도 먹고, 엄마도 가끔 쉬기도하고 그래야지!












2. 연수 이 그림 좋아해요~


식탁유리 밑에 물이 들어갔다. 유리를 들어올리고 밑에 스민 물기를 닦는데 연수가 그림종이를 끄집어내려고 했다. 

엄마: 연수야, 그냥 놔둬. 
연수: 엄마, 이거 뭐예요?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이야~ (사실 고흐의 그림인 것만알지 제목은 모른다. 가을들판의 풍경이 좋아서 모처럼 식탁이 깨끗한 날이면, 그런 날은 드물지만..^^; 일하는 사람들 풍경을 오래오래 본다.)
연수: 이거 빼자요~
엄마: 안돼... 엄마가 좋아하는 그림이라니까, 그냥 두고 보자. 
연수: 그거 빼고 이거 넣자요..(좀전에 대문에 붙어있던 중국집 전단지를 어느새 들고와서 집어넣으려고 한다)
엄마: 응?? 그걸 왜... 안돼.
연수: 연수 이 그림 좋아해요! 이거 넣자요~
엄마: -.,-;;; 김연수, 우리집이 학생회실이냐???  


그렇게 해서 우리집 식탁밑에 두 개의 그림이 깔리게 되었다. 
볼때마다 우습다. 하하. 한번은 시켜먹어야할 것 같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