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볕좋은 오후, 내가 잠시 거실 바닥에 누워 팔을 괴고는
연수 연호 잘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연수가 한마디 했다.

'엄마, 돌담 같아'

'뭐가 돌담같아?'

'엄마가..'

'엄마가? 왜?' 

'기~일잖아.'

ㅎㅎㅎ
그렇구나.. 돌담은 길구나... 길게 누운 엄마는 돌담 같구나. 

연수는 냉큼 앞으로 와서 내게 기대 저도 길게 누웠다.
아가, 네게 돌담처럼.. 그렇게 따뜻하고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엄마로 오래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2.

봄비오던 날. 유치원에서 산책갈 때 입었던 비옷을 집에 오는 길에도 입고 걸어왔다. 
봄비속으로 걸어가던 레인코트맨.. 집 옆 냇물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했지. 

'엄마, 물은 우산이 없네..'

그러네.. 네 말듣고 바라보니 물은 맨얼굴 그대로 비맞고 있었지. 

연수는 제가 해놓고도 재미있어서 그 뒤로 한참 '물은 손이 없네~ 물은 발이 없네~ 물은~~'하고 종알거렸지만
나는 비맞는 물 생각을 하며 괜히 혼자 슬퍼져서 집에가면 커피 한잔 꼭 마셔야겠다... 생각하며 걸어왔다.












3. 


연수 아기였을때 선물받았던 목욕가운이 너무 커서 여직 못입히다가 며칠전에 꺼내주었다.
폭신한 수건천으로 만든 가운이 맘에 쏙 들어서 연수는 그냥 내복 위에도 잘 입고 놀았다.
이 가운에 곰돌이 모양의 큼지막한 단추 한개가 붙어있는데 연수가 몇번 끼우고 풀고 하다가 그만 실이 풀려 떨어졌다.
그날 밤 연수 잠들었을때 바느질해서 다시 달아놓았다. 
다음날 목욕한 뒤에 '연수야 가운 입어. 단추 다시 달아놨어' 했더니 좋아라하고 찾아입으며 들릴락말락하게 읋조리던 말.

'엄마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서, 정말 좋아서 가만가만 혼잣말하듯 감탄사처럼 내놓던 아들의 인사에 엄마도 괜시리 뭉클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