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3. 5. 25. 23:47







지난 주말 강릉 친정을 떠나올 때
어른들께서는 이제 서울가서 나 혼자 아이들 셋 데리고 지낼 일을 생각하며 무척이나 걱정하셨다.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시고 깊이 믿어주시는 아빠는 '잘 지낼 수 있을거다.. 자기 새끼는 본래 굴려서라도 다 키우게 돼있는 법이란다. 우리 욱이는 잘 할꺼다' 하시면서도 '도우미아주머니 도움도 좀 받고 해서 너무 힘들지 않게 지내라..'고 여러번 당부하셨다. 
엄마는 아이들 밥먹일 때마다 '아이고.. 너 혼자서 이 애들을 어떻게 밥먹이며 지내냐..'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그도 그럴것이 연수, 연호가 워낙 밥먹다 딴짓을 많이 해서 밥 한그릇 다 먹이려면 시간이 엄청 걸리고 먹이는 사람이 무척 지치기 때문이다. 무튼 밥뿐만 아니라 팔팔한 세 녀석 따라다니며 건사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싶어 엄마는 내가 올라갈 날이 다가올수록 얼굴에 걱정이 깊어지더니 며칠은 요리안해도 먹고살만큼 국에 반찬에 떡에 양념에.. 차에 더 실을 데가 없을만큼 싸주고도 결국 우리가 떠나는 순간에는 걱정되고 안쓰럽고 애틋해서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강릉집에서 지내는동안 틈나는대로 연제를 안아주고 얼러주며 봐주셨던 할머니도 걱정어린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네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고 지낼텐데.. 내가 괜히 걱정이 되는구나.. 잘지내라..'하셨다.    

토일월화수목금.
꼭 일주일 살았다. 
엄마아빠할머니께 잘 지냈다고 말씀드려야겠다.
막내딸과 그의 꼬맹이 세 아들들 소리로 왁자지껄하고 정신없었던 고향집이 조용해진 이후, 
세 분이 둘러앉아 식사하실 때마다, 마당에서 조용히 커피드실 때마다 
'욱이는 잘 있나.. 연수연호연제는 잘 있나..' 걱정하셨을 세 분꼐.



월요일부터 연수는 다시 유치원에 갔다. 
이제부터는 엄마 대신 아빠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데려다주고 집에 올때는 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엄마 세명이 돌아가며 태워다주기로 했다.
아빠와 함께 아침8시에 일찍 연수가 집을 나서고 나면 그때부터는 집이 무척 조용해졌다.
큰 아이가 내뿜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제일 큰 형아가 나가고 어린 두 동생만 남은 집은 그야말로 고요한 절간같다.
연제 젖먹여 재워놓고 연호와 조용히 놀면서 집안일하고, 그러다 연제 업고 연호 세발자전거 태워 아파트 산책 한바퀴 돌고오면 오전이 다 가있다.
연제가 요즘 제 손을 잘 빨게 되어서 젖 많이 먹인 후에 눕혀놓거나 바운서에 앉혀놓으면 한참씩 손빨며 잘 논다.
그 때 연호랑 점심 후딱 차려먹는다.
그리곤 누워서 연제 젖주면서 연호도 옆에 눕혀놓고 그림책 읽어주며 낮잠을 재운다.
한참 뒹굴거리던 연호까지 잠들면 곤히 자는 두 아이 곁에서 나도 드디어 허리 펴고 잠시 휴식이다... 
그렇게 조금 쉬다보면 어느새 오후 서너시가 되고 유치원 끝나고 함께 차태워주는 형아랑 놀이터에서 더 놀기까지한 연수가 떠들썩하게 들어온다. 
연수 씻기고 간식도 차려주고, 동생들과 같이 좀 먹고 쉬다가 오후5시쯤되면 이제 애들 셋데리고 놀이터로 출동!
연제는 모비랩으로 싸안아 재우며 연호 자전거 뒤에서 밀어주며 놀이터에 가면 반가운 이웃들이 있다. 
한시간 남짓 놀다가 들어와 연제는 안은채로 후다닥 연수연호 손발 씻기고, 저녁도 미리 준비해둔 반찬들로 후딱후딱 먹이고, 치카치카까지 끝내고나면 드디어 취침!
엄마가 눈썹을 휘날리며 이 모든 일을 다 하는 동안 우리 순둥이 셋째는 엄마 품에 모비랩으로 꼭 싸인채로 자고 또 자거나 아니면 수유쿠션에 누워 엄마 젖을 먹으며 잘 있어 주었다. 그런 순간에는 아빠빼고 네 식구가 모두 같이 밥먹는 셈이다. 나도 애들 먹이며 부지런히 내 입에도 밥을 떠넣고, 연제는 부지런히 엄마 젖을 빨고...^^
다행히 밖에서 많이 놀아 고단해진 두 형아는 모처럼 켜진 티비앞에서 만화보며 부지런히 밥을 잘 받아먹는다. 배도 고플테지.. 그리 뛰어놀았으니.ㅠ 좋기도 하겠지.. 티비 앞에 밥상이 차려지니~;; 
참 이렇게 안하고 싶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니 조금만 지나가자.... 하는 마음으로 티비 앞에서 부지런히 아이들 입에 밥숟갈 떠넣는다. 
지난 주에는 아빠가 회사일이 많아 5일 내내 야근을 했다. 
나 혼자 애들 저녁먹이고 양치시켜 재우자니 정말로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하는데, 젖먹이 셋째까지 데리고 또 내 밥도 먹어야하니 티비한테라도 기대고 싶어진다. 손이 부족한 집에서는 티비도 어른 한명 구실을 하고, 떄로는 거실 창가에 날아오는 비둘기가 내 대신 애들을 봐주기도 한다.    
부지런히, 하지만 닦달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물흐르듯이 하나씩 일을 해가고 싶은 것이 내 바램인데 현실은 아직 좀 멀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화내지않고 저녁시간이 잘 마무리된 뒤에 잠자리펴서 아이들 눕히는 시간이 8시. 
낮잠도 안자고 종일 뛰어논 연수가 제일 먼저 잠들고 그다음 젖빨던 연제가 잠들고... 그 다음 연호는 그림책도 제일 오래도록 보고, 엄마 찌찌도 조물거려보고, 물도 먹고, 가끔은 밥도 한숟갈 더 먹고 제일 늦게 9시쯤 잠든다. 
그러면 드디어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끝난 것이다. 
어느 날은 나도 같이 곯아떨어져버리고 하루이틀 정도는 깨어서 집도 치우고 인터넷도 보았다.
내가 고단하긴 했나보다. 야근끝낸 남편이 돌아와보니 내가 코를 드르렁 골며 자고 있었단다. 나는 코 안고는데! 했더니 다음날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ㅠㅠ 

저녁시간이 좀 분주하고 힘들어서 그렇지,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 덕분에 나도 같이 일어나 좀 여유있게 아침준비해 먹는다. 아빠도 있고, 밤새 젖많이 먹은 연제도 아침 준비하는 엄마를 한참동안 잘 기다려준다.
서울와서부터는 연제를 업고 연호랑 아파트 산책도 나가고, 가끔은 업고 설겆이같은 집안일도 살살 하는데 허리가 좀 아프긴해도 다행히 연제는 잘 자고, 나도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이만큼 커준 것만 해도 정말 고맙다. 
언제나 다정하고 밝은 연호는 엄마를 늘 웃게 만든다. '형아 어디? 아빠 어디? 하삐 어디? 할미 어디?' 하며 유치원간 형아도 보고싶어하고, 회사간 아빠도 보고싶어하고, 강릉계신 하삐와 할미도 보고싶어하며 찾다가 '엄마 어디? 아가 어디? 연호 어디?'하며 함께 집에 있는 셋을 확인하고 '아가 에뻐..'하며 동생을 만져보는 녀석. 
연수가 유치원에 가있는 동안 연호는 형아를 많이 보고싶어하며 허전해하는데, 대신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를 제일 오래 독차지해보는 요즘이다.
연제가 잘 자서 연호와 낮시간에 둘이 많이 놀 수 있어 고맙고 좋다. 
연수는 그전보다 훨씬 일찍 유치원에 가고, 또 오후에는 다른 형아누나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것이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연수 유치원의 활동이 워낙 놀이 위주이고 특히 산책이나 마당놀이같은 바깥놀이가 많아서 연수가 마음 푸근하게 잘 놀고, 유치원을 무척 좋아하고 있어 다행이긴한데 그래도 어린 녀석이 너무 고단하게 지내는것 같아 걱정이 된다. 유치원 끝나고도 헤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 특성상, 또 엄마들이 내 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자기 아이와 연수를 데리고 한참씩 더 놀다가 와주곤 했던 것이다. 연수가 유치원에 가있는 시간이 엄마에게는 두 동생과 조용히 보내는 휴식의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아이는 힘들어도 내 손으로, 엄마 품에서 키워야한다. 아직 어린 나이에 너무 오래 집 밖에서, 가족과 떨어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지않다는게 내 생각인데 지난 주는 새로운 생활이 처음 시작된 떄라 나도, 카풀해주는 엄마들도 아직 리듬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었다. 곧 잘 조율해가며 안정적인 리듬이 만들어지겠지... 카풀해주는 형아누나들도 연수와 함께 노는걸 참 좋아해고 연수도 좋아해서 다행히 같이 잘 놀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치원 이후에는 집에와서 좀 조용히 쉬고, 놀더라도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놀게 해야겠다.
지난 주에 연수가 늦게 와서 내가 힘든 순간들을 그나마 잘 넘기고, 많이 쉬기는 했지만... 일주일 잘 쉬었으니 그걸로 감사! 이제는 힘들어도 우리 큰녀석에게도 엄마 자리를 좀더 주어야한다.
무튼 정말 고마웠다. 모두들.. 카풀해주는 이웃 엄마들도, 큰 탈없이 잘 지내준 아이들도, 또 매일 야근하며 엄청 피곤했을텐데 늘 밝게 아이들과 나에게 웃어주고 걱정해주었던 아빠도. 늘 걱정해주시는 친정과 시댁의 어른들도.. 또 나의 고마운 블로그 이웃들도.
혼자 힘만으로 하는 일들이고, 살아내는 삶인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많은 응원들이, 마음과 기운들이 우리를, 나를 지켜주어서 이렇게 고맙게도 살아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지난 일주일처럼 앞으로도 잘 지내야지..
씩씩하게, 부드럽게. 
엄마의 자리를 지키면서. ^^
엄마가 엄마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는 것만큼 아이들에게 든든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엄마가 산후조리를 했던 지난 두 달반 동안 아이들은 알게모르게 많이 긴장하고 지냈을 것이다.
할머니할아버지의 다정한 손길이 많이 그립긴 하지만, 이제 다시 우리들의 보금자리에서 예전처럼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을 먹으며 조금은 단촐하고 심심한 우리들의 생활리듬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는 큰 안도감을 준다. 
그동안 연제의 탄생과 함께 찾아왔던 많은 변화들을 잘 갈무리해서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으로, 나이테 하나를 늘리는 뜻깊은 성장통의 시절로 자리매김하면서 천천히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강릉에서 지내는 동안 아빠는 내가 집에서 아이들만 보고있어 답답할까봐 바람쐬게 해주시려고 모내기와 여러 일로 바쁘신 중에도 짬을 내 경포에 데려가주셨다.
바다를 보면 마음 시원해지는 나를 아시기 때문이다.
연제가 아직 어려 나는 연제를 안고 차에 앉아있고 아빠가 연수, 연호 데리고 모래사장에 다녀오셨다. 
고운 바다색깔이, 파도 소리가, 외할아버지와 두 손주의 아스라한 풍경이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게 아름다웠다.

어른들은 언제나 주고, 주고, 또 주고.. 그리고 또 걱정하신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성장의 순간을 따뜻하게 지켜보고, 때로 이끌어주고 때로 밀어주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신다. 
다 자란 뒤에도 보살피고 또 보살피며 힘들때 기대서 쉬어갈 수 있게 그 품을 내어주고... 
내가 이제 부모가 되고보니 부모란, 가족안에서 어른이란 원래 그런 존재인 것을 알겠고
동시에 또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알겠다.
   
자식이 밖에서 겪었던 엄청난 풍랑들도 그 품에 들어와 기댈 때면 모두 조용히 잠재우고 고요한 휴식속에 새로운 힘을 다시 채워주시는..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싶다. 










사랑하는 엄마.. 오늘 밤은 편안히 잘 주무시고 계실까..

웃는 엄마 얼굴에서 대구 외할머니 얼굴이 보인다. 

사랑하는 엄마.. 너무 걱정마세요. 막내딸은 오늘도 씩씩하게 잘 살았으니.. 

고마워요, 오늘도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깊은 사랑. 그 힘으로 내일도 행복하게 잘 살께..


이상.. 서울귀환 일주일 보고 끝! ^^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