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끔 학교와 유치원에서 화분을 받아온다.
유치원의 특별활동으로 진행되는 과학수업에서 식물 키우고 관찰하는 단원이 있을 때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둘째와 셋째가 다닌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화분 선물(?)하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봄이면 봄꽃 화분, 가을에는 들국화, 겨울에는 포인세티아 화분...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건강한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유치원의 고마운 교육관에 나는 대체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엄마이지만.. 밀려오는 화분들을 잘 키우기는 쉽지않았다.

 

 

이 친구는 작년 봄쯤에 온 ‘애플 민트’라는 허브 식물이다. 물을 자주 주면 안되고 햇볕을 좋아한다.
그래서 잘 자랐다. ^^
햇볕 잘 드는 거실 피아노 책상위에 올려놓고 잊어먹고 몇 주쯤 물을 안줘도 이 녀석은 잘 살아있었다.
잎을 건드리면 향긋한 사과향이 퍼져서 좋다.
그래도 한때 너무 물을 못 줘서 시들려고하기에 안방 베란다로 옮겨준 후에 다행히 기운차리고 더 부쩍 잘 자랐다. 봄에는 분갈이를 해줘야할 듯..

 

 

 

이 친구는 작년 봄에 온 장미.
고운 분홍꽃송이를 많이 달고 우리집에 왔다.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두기가 안쓰러워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고, 가을까지 분홍 장미를 집안에서 보는 호사를 누리게 해주었다.
그런데 겨울에 춥고 너무 물이 부족했던지, 아니면 병에 걸린건지 잎이 다 떨어지면서 죽을 것 같았다. ㅜㅜ
꽃나무 키우기는 내가 특히 못하는 일중에 하나라 어쩔 수 없이 너도 이별해야하나보다... 했는데 어찌어찌 겨울을 견디고 살아있더니 얼마전부터 연초록 새잎을 조금씩 내밀기 시작했다.
이번 겨울이 많이 춥지않았고 안방베란다에 햇볕이 잘 비친 것이 장미에게는 다행이었던걸까.
함께 5월을 기다리고 있다.

 

 

 

치자 나무와 포인세티아, 이 친구들도 유치원에서 온 친구들.
포인세티아는 둘째가 일곱살 크리스마스 즈음에 받아온 것 같으니 올해로 3년차 식구네.
치자도 같은 해에 온 것 같다. 치자가 하얀 꽃이 피면 향기가 어마무시하게 좋다는걸 알고있어서 기대하며 분갈이를 했건만 2년 넘도록 꽃은 안 피었다. 그래도 신혼초에 키우던 치자가 죽었던 기억이 있어서 푸르게 잘 살아있어주기만 해도 고마운 녀석이다.
포인세티아를 셋째도 작년 크리스마스에 유치원에서 받아왔는데 그 녀석은 부엌 아일랜드 위에 장식으로 두었다가 많이 말라서 잎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ㅠ
살 수 있을까.. 지금은 안방베란다에서 요양중.

 



화분을 키우며 아이들도 나도 생명도 배우지만 죽음도 배운다.
생명이란 강하기도 한 것이고 여리기도 무척 여린 것이어서
어떤 생명이 오래 잘 살아간다는 것은 평범한 일이면서도 기적같은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똑같은 것 같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매일을 함께 보내다 어느 날은 눈부신 꽃을 피우기도 하고
어느 날은 쓸쓸히 잎을 떨구기도 한다.
고요한 것 같지만 늘 꿈틀대며 약동하는 것이 생명이고 식물이다.

 

 

 

2년 쯤 전에 첫째가 방과후 과학수업에서 받아온 ‘아스파라거스’는 푸르게 자라면 잘라서 요리에 넣어 먹으라고 하셨다는데 아직 한번도 먹어보진 못했다.
제때 잘 잘라줘야 줄기가 굵어지면서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굵기까지는 안되도 어느 정도는 자랄 것 같은데 늘 푸실푸실하게 넝쿨지며 키만 멀쑥이 크게 방치하는 아줌마와 사는 관계로 우리집 아스파라거스는 언제나 파슬리같은 느낌이다.
꽃대를 자주 올리며 붉은 꽃을 피우고 또 지고 또 피우는 제라늄 꽃화분도 유치원 친구.
이제 드디어 막내까지 유치원을 졸업했으니 우리집 베란다 정원에 당분간은 새식구가 좀 줄겠지..

하지만 의외의 복명- 학교 방과후 과학수업이 아직 남아있다.
작년 가을 우리집 베란다를 술렁이게 했던 그들이 언제 또 돌아올지 모른다.

 

 

 

생명의 세계는 정말 놀랍고도 신비하여라...
과학 수업의 영역도 무궁무진하다.
느타리버섯은 그래도 잘 수확해 요리해 먹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