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2. 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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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이 결혼후 처음으로 맞았던 명절 연휴가 끝났습니다.

새댁은 신랑과 함께 화요일 저녁에 지방에 있는 시댁에 내려갔다가 금요일 저녁에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첫 명절이라 나름 긴장을 많이 하고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게 잘 지내다 올라왔답니다.
아직 손놀림이 서툰 제 대신 시어머님께서 대부분의 명절 음식을 준비하셨고,
신랑은 제 당부대로 놀아도 옆에서 놀고 때때로 음식장만을 거들기도 하면서 제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낯선 시댁 식구들 사이에 혼자 있으면 왠지 어색하고 외로울 것 같았거든요.
신랑이 어머님과 저와 함께 이것저것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니 저도 든든하고 분위기도 한결 즐거워졌습니다.

연휴 내내 가족들에 둘러싸여 삼시세끼를 잘 챙겨먹다가
오늘 오랫만에 집에서 똑순이와 둘이 있으려니 점심챙겨먹기가 약간 귀찮아서
빵과 식혜, 두유로 간단하게 점심을 떼웠는데
오후가 되니 배가 출출해졌습니다.

시어머니께서 부쳐주셨던 '미나리 부침개'를 냉장고에서 꺼내 후라이팬에 데웠습니다.
고소한 기름냄새와 함께 퍼지는 향긋한 미나리내음이 어머님 향기 같습니다.
한평생을 부지런히, 손이 다 갈라지도록 일하며 자식들을 키우고 먹여오신 그 분,
이제는 여기저기 아픈데가 자꾸 생겨 '나도 이제 늙었는갑다' 한숨쉬시면서도
그 손만큼은 절대 쉬지 않고, 자꾸자꾸 자식들 입에 넣어줄 뭔가를 쉬지않고 만들어주시던 분.
나이도 아직 젊으신데 머리카락이 다 시어서 늘 곱게 염색을 하셔야하는 분.
그 어머니에게서 나는 향기가 바로 이런 고운 미나리향 같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시댁을 떠나올때 어머니께서 싸주신 전이며 부침, 떡, 생선, 밑반찬이 한가득입니다.
이번주 도시락 반찬 걱정은 물론 2월 생활비 걱정도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갈라진 손끝은 좀 아무셨는지, 편도선 부으셨던 것은 가라앉으셨는지
미나리부침개를 먹으며 궁금해하는 월요일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