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9. 22. 21:10



처음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는 고개조차 들기 어려워하던 녀석이
어느새 고개를 잘 가누게 되더니 두리번 두리번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보고, 벽지도 보고, 자기 앞에 놓인 베게며 노래하는 공 같은 장난감들도 봅니다. 

어느 오후, 혼자 의젖하게 엎드려있는 똑순이가 문득 다 큰 아이같아 사진 한 장 찍어두었습니다. 

*

젖먹고 잠자는 순간을 제외하면 요즘 똑순이가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뒤집기 입니다. 
잠깐 눈을 떼고 뭔가를 하다가 돌아보면 여지없이 뒤집고 있습니다.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다시 방에 눕혀 놨더니 그새 또 뒤집었군요!^^

참.. 열심입니다. "(엄마, 바로 눕히며) 에고~ 똑순아, 힘들지 않니~?"  "끙.......(뒤집!)"
우문현답입니다.
아이는 자라고 싶은가 봅니다.
엄마아빠랑 눈맞추며 얘기하고 싶고, 엄마아빠처럼 걸어다니고싶은가 봅니다. 뒤집기는 그 첫 시작인 셈입니다.

*

그제부터 똑순이가 기어가보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었다내렸다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단지 뒤집기만 하던 시절에는 한참 두리번거리며 잘 놀다가 힘이 떨어지면 '에~'하고 우는 것이 다였는데 
이제는 뒤집자마자 배와 다리에 힘을 주고, 머리도 땅에다 박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 온몸으로 애를 씁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머리와 목은 온통 땀 범벅... 끙끙 앙앙 앓는 소리와 울음 소리가 번갈아 터집니다.    
결과는... 아직은 제자리에서 90도 회전하는 것입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참.. 이제 겨우 백일된 아가를 앞에 두고 초보엄마, 감정이 북받칩니다.
바로 안아줘야할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갈때까지 더 두고 봐야할지.. 갈등하면서.
똑순이는 앞으로 기어가는 법을 찾고, 엄마는 자라는 아이의 곁을 제대로 지켜주는 법을 찾고 있습니다.




"찾고야 말겠어!" 오늘도 다부진 각오로, 똑순이는 바둥거립니다.


덧.
아이에게 생존을 위한 성장은 본능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리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지요... 
어린 새가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둥지를 박차고 나서듯 
힘든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아이에게서
어느새 내 삶에 꼭 필요한 변화와 성장이더라도 힘들다는 이유로 자꾸 미뤄두고 몸을 사리는 엄마에 대한 따끔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어른이 몸만 크지... 본능적인 용기는 잃어버렸나 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