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2. 11. 21. 21:48


(지난 추석, 시댁갔을 떄 작은 놀이터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은 갓난아기의 눈동자에 비친 노을이라는걸 둘째를 낳고 알았다. 


세상의 아기들 중에는 타고난 까칠이가 있는가하면 타고난 순둥이, 애교쟁이도 있다는 것을 둘째를 키우면서 알았다.
한 부모에게서 났어도 아이들 저마다의 기질이나 성격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또..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알게 된 것들.



예전에는 놀이터나 공원에 아빠 혼자 아이를 데리고온걸 보면 '아 저 집 엄마는 뭔가 혼자 할 일 하고있나보다 아님 모처럼 어디 혼자 외출했던지..' 생각하며 속으로 엄청 부러워했다. 그 엄마가 집에서 신생아 동생을 돌보느라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는걸 아이가 하나일때는 생각도 못했다. ^^


내 츄리닝보다 남편 츄리닝이 훨씬 편하게 몸에 잘 맞을 때, 그 쑥스럽고 조금은 민망하고 서글픈 기분을 둘째낳고 알았다. 암만 모유수유를 해도 둘째가졌을 때 찐 살은 어찌 그리 안빠지는지...--;



양쪽에 한명씩 두 아이를 앉혀놓고 두 권의 그림책을 한두쪽씩 번갈아가며 소리내어 읽어줄수도 있다는걸, 그래야만 하는 정신없는 순간이 온다는걸 불과 얼마전까지도 상상하지 못했다. 



큰아이가 어딜 다니지 않는 우리집에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한 애가 일찍 잠들거나해서 부부가 같이 아이 하나만 보고 있을 떄가 있다. 그런 순간이면 남편은 자주 말하곤 한다. "애 하나 키우는건 참 일도 아니야.." ㅎㅎ 

아이가 하나인 분들께는 초큼 죄송한 얘기지만.. 늘 두 아이에게 복닥복닥 시달리다보니 하나라도 조용하면 남은 하나 데리고 노는 일은 정말 일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이 것도 두 아이 부모가 되고보니 알게된 고마운(?) 배움. ^^ (그치만 우리도 연수 하나 키우던 시절에도 '아 왜이리 힘드냐..' 늘 생각하면서 살았었다. 그때도 정말 힘들었어~!!!)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나서 제일로 무서웠던 때는 두 아이가 동시에 아플 때였다. 

연호가 아직 신생아이던 시절, 둘 다 감기를 앓고 있었는데 자다가 코피가 터진 연수가 몸도 괴롭고 저도 코피가 무섭고 하니 심하게 운 적이 있었다. 급히 거실로 데리고 나와 코막아주고 안아 달래면서도 잠든 연호가 꺨까봐 겁이 나서 "울지마라, 연호 깬다, 조용히해.. 조용히.." 다그치며 맘을 잔뜩 졸였다. 연호가 깨면 우는 연호를 안고 젖물려야하니 연수 코피난 걸 제대로 봐줄 수가 없을 터였다. 마침 아빠도 늦게 오는 날이라 혼자 아픈 두 녀석 끌어안고 얼마나 끙끙거렸던지..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지나 여기까지 왔다. 

연호가 18개월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때때로 돌발상황에서 두 아이 동시에 챙기려다보면 당황하고 쩔쩔매게 되는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덜컥 겁부터 나는 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가 하나면 하나인데로, 둘이면 둘인데로 엄마의 능력은 그 상황에 맞추어 함께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 아이가 큰 탈없이,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잘 놀아주어서 종종거리고 버벅거리던 내가 그나마 이만큼 해올 수 있었다는걸 안다. 고맙다, 우리 꼬맹이들..





(연수연호가 소꿉놀이하며 엄마 먹으라고 차려온 맛있는 요리들. ^^ 안그래도 엄마는 늘 배가 부른데, 연호가 형아랑 같이 하는 소꿉놀이에 재미를 붙인 요즘은 가짜로도 많이 받아먹어 배가 꺼질새가 없다. ㅎ)


 






 

바다가 태어날 떄가 석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부쩍 배도 커지고 나도 살이 많이 쪄서 저녁이면 엉덩이며 다리가 몹시 아프다. 

그러다보니 두 아이 저녁밥먹이고 양치시켜 재우기까지의 저녁일과가 혼자 해내기엔 버겁기도 하다. 

우여곡절끝에 두 녀석 다 잠이 들고 한숨 돌리다보면 내년에 셋이 되면 어떻게 재우나.. 하루 해는 어떻게 보내나.. 하는 걱정이 슬금슬금 밀려온다. 아. 상상이 안된다.. 아이가 하나였을 때 둘 키우는 일상이 상상이 안되던 것처럼, 둘에서 셋도 그렇구나..

그러니 지금 생각해도 별 뾰족한 답도 없는거 너무 고민하지 말자고 얼른 마무리짓는다. 어찌어찌 되겠지.. 다 살게 돼 있겠지, 그럼그럼.. 


어젯밤에는 엉덩이가 하도 아파서 산모체조를 다 해보았다.

연수 가졌을 때는 5~6개월 무렵부터 매일, 그토록 열심히 하던 산모 체조를 바다 갖고서는 어제밤에 처음 해본 것이다. ㅋㅋ 

연호 때도 체조 한번 할 짬 내기가 그리 어려워서 몇번 못 하고 낳은 것 같고... 

그래도 연호는 나중에 커서 섭섭해할까봐 산모수첩에 초음파 사진은 빼먹지 않고 열심히 붙였는데, 바다는 그마저도 거의 못 붙이고 벌써 7개월이니..ㅠㅠ 미안하고나, 셋째야. 

이제부터라도 체조도 좀 하고, 밀린 초음파 사진도 붙이고, 바다에게 편지라도 한장 꼭  쓰고 하면서 바다와 만날 날을 준비해가야겠다. 


다행히 큰 형아 연수가 다섯살쯤 되고보니 막내동생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이가 되어서 바쁜 엄마보다 바다를 더 챙긴다.

'엄마 배속에 있는 아이스크림 바다야' 하면서 스케치북에 그림도 그려주고, 엄마 배에 뽀뽀하며 '바다야, 큰 형아야, 바다야, 잘 커~'하고 얘기도 자주 한다. 그러면 연호는 형아따라 덩달아서 엄마의 동그란 배에 뽀뽀도 하고 '뿌우~'하고 입방귀도 뀌고 하면서 둘이 막내동생과 엄마를 재미있게 해준다. 바다에게는 두 형이 자기를 불러주는 시간이 참 좋을 것이다. 

바다야, 따로 태교할 짬이 없는 엄마에게는 두 형아들과 지내는 시간이 모두 바다 너를 위한 태교시간이구나.. 따로 소리내어 이름부르지는 못해도 엄마 마음으로는 늘 너를 생각하고 있단다. 소리없이, 무럭무럭 잘 커줘서 고맙다.. 바다야, 사랑해. 


세 아이의 엄마가 되면 또 어떤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될까.

새로운 생명, 또 한명의 아이를 낳아 만나게 될 것을 생각하면 참 신비롭고 설레면서도, 출산과 양육의 첫 날들은 세번째임에도 아직 두렵다.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래보지만.. 힘들겠지, 힘들어야하지.. 아이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래야 또 크지..  마음 다독여 보는 밤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