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3. 12. 13. 00:06





어제도 눈이 오고, 오늘도 눈이 왔다. 

신난다. 
겨울은 역시 눈이 와야 제 맛이지~~!
얘들아, 얼른 옷 챙겨입고 나가자~!!! ^0^

여기까지는 펄펄한 아들들과 종일 집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마누라의 반응이고
미끄러운 길을 걸어 출퇴근해야하는 남편은 눈이 영 싫다. 
회사에 있다가 눈이 펑펑 오는 걸 보고 눈속에 애들에게 끌려나가 고생할 마누라가 걱정돼서 '애들데리고 나가 노느라 힘들겠다'고 문자도 보내왔다. 
에이, 자상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치만 이 분이 살짝 까먹으신게 있다.
눈이 오면... 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애들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걸.
ㅋㅋ









눈 많은 강원도 시골에서 자란 나는 눈이 참 좋다.
지금도 눈 속에서 놀라면 몇 시간은 정말 신나게 놀 수 있는데
올해는 연제가 아직 어려 아기띠에 안고 있어야해서 애들과 맘껏 놀 수 없는게 아쉽다. 
그치만 이제 여섯살, 세살이 된 연수와 연호는 
엄마가 많이 놀아주지 못해도 자기들끼리, 혹은 저만의 방식으로 눈을 반기고 눈 속에서 즐겁게 잘 논다.

연호는 주로 먹고... 












연수는 눈으로 세수를 하고는 '엄마, 나 산타할아버지 같지~?ㅎㅎ' 한다. 

에구, 이 못 말리는 녀석들...^^;;;










오늘은 함박눈이 제법 많이 쏟아졌다.
예쁜 눈이 이렇게 오는데도 아파트 마당에 나와노는 애들이 없었다.ㅠㅠ
모두 추우니 어린이집이나 자기 집 안에 있는가...
가끔 초등학교 형아들만 귀가하다 눈싸움 조금 하는 모습이 보이고..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하는데..
추워도 좀 밖에서 뛰어놀고, 눈이나 비같은 자연의 귀한 선물들을 제 손으로 만져보고 맞아도 보며 생생한 몸의 감각을 깨우면 좋을텐데.. 
바람은 바람대로, 햇살은 햇살대로 또 얼마나 맞아보면 그 느낌이 좋은지.
얼마전에 바람이 아주 쌩쌩부는 날, 아이들과 아파트 다리에 서서 연을 날렸는데 연이 진짜 잘 날았다.
바람이 넘 세서 금방 집으로 철수했지만 나는 그 바람속을 뛰며 많이 웃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자주, 많이 있다는건 좋은 일일 것이다.
자연을 좋아하면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날의 하늘과 구름,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행복해질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돈이 들지 않는 행복..
돈도 안드는 놀이를 통해 나는 아이들과 그런 것을 찾고, 그런 감각을 일깨우고, 익숙해지고 싶다.


 









연수는 꼬마눈사람을 여럿 만들었다. 
연수꺼, 연호꺼, 엄마꺼... 왜 나 혼자만 만드냐고 투덜거렸지만, 
엄마는 애기동생을 안고있어 못 만들고, 연호는 아직 세살이라 만들줄 모르잖아.. 했더니 
동생들 것도 만들어주었다. 
눈이 계속 와서 주말에 아빠랑 눈썰매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연수 얘기를 밤에 퇴근한 아빠에게 전해주었더니 얼굴이 급 어두워지셨다. ㅎㅎ 


 






연제는 오늘 태어나 처음 눈을 맞아보았다.

집에서 창문열고 구경하거나 아기띠 안에 폭 싸여 바라보기만 하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유모차밖으로 나와 눈도 맞아보고, 

잠시 정자에 담요깔고 앉혀놓았더니 금새 기어나와 손가락으로 눈을 만지작거렸다.

 


눈이 오니까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것 같다.

춥고 긴 겨울을 애기들과 집에 갇혀 어찌보내나... 걱정이다.


앞에 써놓은 자연과 놀이 얘기가 민망하게시리 

밖에 한번도 못 나오는 날도 많을 것이다. 

애들이 감기 걸릴까봐, 혹은 내가 세 녀석 옷 챙겨입히고 안고 싸고해서 밖에 한번 나오는게 때론 넘 힘들어서 집안에서만 복닥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눈이 오면.. 

그때는 아마 꼭 나오겠지. 

눈이 내리면 왠지 참 특별하고 행복한 세상을 살고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눈내린 세상의 차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 살아있는 기분이 드니까.


오늘 그 고마운 눈이 왔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