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2. 10. 19. 23:00


아침 나절 햇볕이 잘드는 거실에 앉아 두 녀석 손톱을 깍아주었다.
목욕하고 나와 찐고구마랑 보리차를 먹으며 셋이 아옹다옹 놀다가 문득 생각나 셋이 차례대로 손발톱을 깍은 것이다.
따뜻한 볕아래 작고 보드라운 손들을 쥐어보는 순간이 참 좋았다.

저녁에는 자다깨서 찐찡거리는 두 녀석 배를 차례로 쓸어주었다. 자기전에 빵이랑 찬우유를 많이 마셨는데 그것땜에 속이 아픈가싶어 '엄마손은 약손'하며 한참씩 쓸어주니 다행히 둘다 다시 순하게 잠이 들었다. 연호배를 문지르다 연수배를 보니 새삼 내 큰아이가 얼마나 많이 자랐는지 알겠다. 누워있을때는 아이들이 더 커보여서 늘 놀란다.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지내며 아이키우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참 많이 누리고 산다.
두 아이데리고 종일 보내는 일이 힘들지 않은건 아니지만
내 힘 안에서, 그럭저럭 하루를 잘 꾸려나갈수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좋다.
내가 할수있는만큼, 내 힘안에서 내 아이들을 돌보며 지낼수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네 식구 둘러앉아 아침밥먹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이들이 오래도록 손을 흔들고, 내가 집안일하는동안 '아야(형아)'가 연호데리고 잠깐이라도 다정히 잘 놀면 흐뭇하고, 모처럼 청소라도 하는 날에는 깨끗한 집에서 아이들노는 모습 보는게 또 참 흐뭇하다.
점심에 볶음밥이나 카레같은걸 해서 셋이 같이 배부르게 잘 먹었을때 내가 애들데리고 이렇게 밥잘챙겨먹으며 지낼수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사하다. ^^

셋째가 태어난 뒤에는 어찌될까?
한동안은 또 참 정신없고 나도 어설픈 세 아이 엄마노릇에 허둥거리게 되겠지...
시간이 한참 지나고나야 우리만의 새로운 리듬을
만들 수있겠지. 그러면 아마 다시 지금같은 고단하지만 내 힘안에서 감당할수있는 일상을 살수있을 것이다. 힘들지만 평화롭고, 부단히 성장통을 겪지만 마음은 한결 안정된 그런 날 말이다. 어쩌면 셋째 출산이 예정된 '폭풍 전야'이기 때문에 두 녀석과 보내는 순간순간들을 더 애틋하고 평화롭게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전투를 앞둔 장수의 심정이랄까...ㅎㅎ

게다가 나는 참 과분하게도 '삼형제 엄마'라는 버겁고 긴장되는 자리에 당첨! 되었으므로 앞으로 얼마나 더 어려운 엄마 수련의 길을 가야할지 모르겠다. ^^;;
'쫄지 말고' 가봐야지, 내게 주어진 길.

밖에 나가면 한걸음 옮길때마다 "엄마 선물이야!"하며 들꽃과 나무잎과 열매들을 내 손에 쥐어주는 큰아들과
형과 엄마를 따라 이제 제법 꽃향기도 맡을줄아는 둘째아들에 이어
셋째 아들도 데리고 함께 꽃같은 일상을 살아볼 일이다.

내일 우리는 제주에 간다.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을 살고올 생각이다.
친구네 게스트하우스와 바닷가 작은집에서, 작은 마을에서
서울 우리집서 그랬듯 아이들과 밥해먹고 산책하며 지내려고한다.
씩씩하게 즐겁게 잘 지내다 올수있길-!
아기돼지 삼형제와 엄마, 화이팅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