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9. 12. 28. 01:26








신랑과 나는 2007년 12월 25일에 결혼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우리 부부는 결혼2주년을 맞았다. ^^

얼마전 가계부를 뒤적이다가 맨 뒷장 <경조문. 수례 서식>에 적힌 '결혼기념일'의 명칭을 우연히 보게됐다.
1주년 - 지혼식 (紙婚式)
2주년 - 고혼식 (藁婚式)
3주년 - 과혼식 (菓婚式)
이런 식으로 5주년까지는 매년 명칭이 다르고 그 뒤로는 7, 10, 12, 15, 20주년 등으로 띄엄띄엄 명칭이 있다가 60.75주년으로 끝났다. 

아마도 숫자가 작은 쪽은 부부가 함께 그 뜻을 새겨보며 기념하라는 것일테고, 숫자가 큰 쪽은 부모님들의 결혼기념일을 자식들이 챙기려고 할때 참고하라고 써있는 것인듯 했다. 
그런데 명칭만 있고 뜻은 안 적혀 있어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그 뜻도 재미있었다. 
" 결혼기념일의 명칭과 뜻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눌러보세요~^^"

결혼 1주년을 뜻하는 '지혼'은 종이 지(紙)자를 써서 말 그대로 '(혼인서약) 종이에 잉크도 안 마른 때'라는 뜻이었다. 혼인서약을 할 때의 마음을 다시 새겨보며 새롭게 결심을 다져보란 의미인 듯했다.
2주년 '고혼'의 고(藁)자는 '나무마를 고, 볏짚 고(藁)' 자다. '이제 겨우 지푸라기 구멍만큼 소통이 되는 때'란 뜻이었다. ㅎㅎ
정말 적절한 비유다 싶어 한참 웃었다. 바람 한 줄기가 겨우 지나갈까말까한 지푸라기 구멍만큼밖에 서로 이해 못하고, 그만큼밖에 말이 안 통하는 시절을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같이 산 세월이 그렇게 짧은 것이다.

평생을 함께 살아보자고 약속한 것이 부부인 것을 생각하면 2년은 얼마나 짧은지..
그 짧은 시간동안 때론 고마워도 하고, 새삼스레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알아보고 기뻐하기도 하고, 너무나 든든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망하거나 토라지거나 무심한 적도 많았다. 의사소통이 넘 안된다 싶어 답답하고 화나는 때도 있었다. 
그 2년을 거쳐 이제 우리도 '지푸라기 구멍'만큼은 소통을 하게 되었나..? ^^
생각해보면 그 보다는 조금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도 안되는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해가 가고 달이 가면서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우리 부부 둘다 '더 좋은 사람'으로 자라나리라 믿는다. ^^

'평생'이라고 말하면 참 긴 시간같지만 나이를 셈해보면 얼추 '30년 혹은 40년'정도의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그 중에 2년을 벌써 살았다고 생각하면 남은 날들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더 행복하게, 우리가 함께 또는 각자 하고싶은 일들을 더 많이, 열심히 하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음. 이런 마음으로 우리는 '고혼식'을 의미있게 보내고자...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 ^*^




 



파티 요리는 장금이 입맛(+손맛?!)을 가진 신랑이 맡기로 했다. 
여러번의 집들이(우리집, 친구집)와 많은 외식 경험을 통해 엄선된 '손 많이 안가고 푸짐하고 맛있는 손님초대요리' 메뉴는 
바로 '샤브샤브' ~ㅎㅎㅎ
나는 청소와 집안 장식을 담당했다. 풍선을 불고, 트리 장식하는 반짝이 줄로 창문에 달님, 별님을 만들어 붙였다.
연수가 아주 많~이 도와주었다. 

띵똥~!
첫번째 손님이 왔다. 우리 가족 모두 무척 좋아하는 경수다. (연수는 경수이모가 책 읽어준걸 기억하고 이모 오기를 기다렸다ㅎ) 
신랑과 대학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인 그녀는 나와는 직장생활을 할때 만나 친해졌다. 경수는 우리 부부를 소개해준 책임자(?)다. 나는 경수를 몹시 좋아하는데, 가끔은 신랑보다도 그녀가 나를 더 잘 챙겨준다고 느낄 때도 있다. ^^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경수가 만들어온 '월남쌈'과 '과자'~! ^^
이 맛있는 것을 그녀의 남자친구와 함께 먹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지만... 언젠가는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겠지. 냉큼 나타나시오~~! 내 친구의 운명의 짝꿍~!ㅎ
 








두번째로 도착한 손님은 나의 오랜 벗, 오드리할뻔과 그의 가족들! ^^
내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소중한 친구인 오드리의 신랑인 '형님'은 예전 나의 직장동료이기도 하다.
와~ 이 넓고도 좁은 세상이여~^^ 내가 두 사람을 소개해 준것은 아니고, 두 사람이 결혼하고 나서 한참후에 형님이 내가 일하던 곳으로 직장을 옮겨오시면서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제일 가까운 친구의 신랑과도 잘 알고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고마운 인연은 이렇게도 깊다. 
오드리는 '크리스마스 파티'로 가장(?)한 나의 결혼기념일을 먼저 축하해주더니 잊지못할 선물을 주었다.
이 블로그에 올렸던 연수 사진들로 2010년 달력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오드리~ 정말 고마워~!!!^^ 내년 한해도 그 달력보면서 더 열심히 잘 살께! 









마지막으로 도착한 손님은 수아언니와 진환선배 부부, 그리고 두 분의 예쁜 아이들(채윤양과 민결군)~^^
수아언니와 진환선배는 내가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이다. 공부에서도, 삶에서도..
나는 언제나 이 부부에게 인생의 귀감이 되는 조언을 너무나 많이 듣고 있어서 '고혼'을 어떻게 의미있게 보낼까.. 생각할때도 제일 먼저 언니 부부가 생각났다. 두 사람을 초대해서 밥을 같이 먹어야지.. 고작 2년밖에 안되는 결혼기념일 이름을 거는건 좀 부끄러우니 크리스마스를 핑계삼아 저녁 초대를 하자! 이게 우리 부부가 궁리한 것이었고 두분은 기꺼이 응해준 것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채윤이의 팬이기도 하다. ㅎㅎ
이번에 만나면 채윤이가 또 어떤 얘기들을 해줄지 우리는 너무도 기대하고 기다렸다.
똑부러지고, 새침하고, 그러면서도 아이답게 천진한 채윤이의 얘기와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채윤이가 태어난 날, 병원에 가서 이 아이를 보았다. 엄마품에 안겨 젖을 빨고,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그 작은 손도 꼭 쥐어보았다.
그랬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큰 것이다.









좁은 우리집 거실이 가득 찼다. 어른들과 아이들과 장난감들로..^^;
나는 이 모습이 너무 좋다. 비록 집은 좁고, 어린 아가들과 어른들이 발디딜틈 없이 한데 모여 앉아 있지만
웃음섞인 대화가 있고, 맛있는 음식도 있고, 반가운 얼굴들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정말 좋다.    
더 자주 우리집에서, 혹은 친구들의 집에서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똑순이에게도 이런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얘기 나누고, 음식도 나누고, 웃음과 마음도 나눌 때의 행복한 분위기를...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노래도 같이 부르고, 아이들끼리도 더 재밌게 놀고, 가족들이 같이 몸을 부대끼며 하는 게임같은 것들도 하면서 놀면 더 좋겠지... 그런 날을 나는 마음 속으로 그려보았다. ^^ 








신랑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저녁 준비를 마쳐놓고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이는 거실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신랑. ^^

사실 생각해보면 이날 손님들은 대부분 내 친구들이었다.
결혼기념일을 이렇게 보내고 싶다는 내 제안에 군말없이 '그래!'하고 응해주고, 즐겁게 함께 파티를 준비하고 즐겨준 신랑이 새삼 참 고맙다. 여보.. 고마워~!^^








준비 끝~! 저녁메뉴인 샤브샤브 테이블 세팅을 모두 마친후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
역시... 맛있었다. 장금이 신랑에게 이제 그만 부엌을 넘겨야겠다. ㅎㅎ

이제 10개월된 민결이와 19개월된 연수, 34개월된 승모, 그리고 50개월(다섯살 큰언니!!)이 된 채윤이까지 
네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식사는 한 사람이 젖먹이러 다녀오면, 또 한 사람이 아이들과 놀러 거실로 나가고, 또 한 사람이 아기 쉬시키러 화장실로 가는 식이라 제대로 건배 한번 다같이 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그런 식사에 나름대로 익숙해진 사람들인지라 참 정신없는 와중에도 다들 웃고 이야기하며 잘 먹었다.  

상을 치운 후에는 거실과 부엌에 모여 앉아 아이들 키우며 겪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또 한참 얘기했다.  
하고픈 얘기가 더 많은데, 먼 연신내에서 모인지라 다시 집까지 돌아가기위해 일찍 헤어져야하는 것이 아쉬웠다.
어느새 졸려하는 아이들을 안고 풀어놓았던 짐을 챙겨 친구들은 일어섰다.
사실 제일 졸려한 것은 밤에 일찍 자는 연수였다. ^^;;;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후 식탁위를 정리하다 오늘 받은 선물들을 한데 모아 사진 한장 찍었다. 
진교가 만들어준 '연수 달력', 그리고 수아 언니가 주신 연수 그림책과 모과차.
수아 언니가 직접 담근 모과차는 깔끔하고 맛있었다. 나는 그 차를 성탄절 다음날 아침에 타 마셨는데, 그윽한 색깔과 은은한 향기를 맡고만 있어도 언니랑 다시 마주 앉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니 마음도 몸이 스르르 풀리고 편해지는 것 같았다.  

아. 경수의 선물인 월남쌈과 과자는 아주 맛있게 잘 먹은 뒤라 사진에 같이 못 담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사진에 담긴 선물들 말고도 좋은 사람들이 우리집에 가득 남겨놓고 간 따뜻한 기운과 즐거웠던 기억 같은 것들이 
연수와 나와 신랑을 모두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초대받은 손님들은 좀 정신없었을 것 같아 걱정도 되었지만
늘 똑순이와 조용히 둘이 지내는 날들이 많은 나는 오랫만에 보고픈 얼굴들을 한꺼번에 내집에 모셔서 보고 얘기나눈 것이 참 고맙고 즐거웠다. 









배웅나가 보니 밖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은 반갑지만 눈길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모두 잘 도착했다 한다.

졸려하는 똑순이를 얼른 재워놓고 신랑과 나는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함께 설겆이를 했다.

벌써 2년이나 지났어. 와.. 고마워. 응 정말 생각하니 참 고맙다.. 연수가 건강하게 잘 커주는 게 젤로 고맙다. 그지? 응. 그럼.. 사람들 보니 참 좋다. 맞아. 채윤이한테 스무밤 자고 놀러간다고 약속했는데. 응.. 그럼 1월 중순이겠네. 꼭 가자. 아이들하고 한 약속은 꼭 지켜야돼. 다 기억한단말이야.. 정말? 그럼... 채윤이가 날 너무 좋아하는것 같아(신랑).. ㅎㅎㅎ 새침떼기 아가씨가 정말? 응. 블럭 잘 만들어줘서? 응. 나한테 꼭 놀러오라고 여러번 말했어. 그래.. 그런가보다. 승모는 2월에 생일인데 그때 또 보면 좋겠다. 응.. 경수도 참 고맙다. 그지? 그래.....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