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2008. 2. 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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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본격적인 요리에 도전하기 전에...
잠시 따뜻한 유자차를 한잔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앞산에는 아침햇살이 환하게 떨어지네요.

안방 화장대에 앉았을때도 이 앞산이 거울에 비칩니다.
오늘 아침 문득 '아 언제 저 산이 푸르러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나 저 산의 나무들이 갈색과 은회색을 벗고 연하고 부드러운 푸른잎으로 갈아입을까...
봄은 아직 멀었나..
문득 이 겨울이 참 길다는 생각을 합니다.

겨울이 지루해질 때쯤.. 아이들은 개학을 하고 졸업식들을 치르고
이제 봄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러니 '가장 지루할 때가 새로운 무언가가 가장 가까이 와있는 때' 일수도 있겠지요.
저 햇살이 땅속의 풀씨들을 깨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새댁도 새봄을 준비해야 겠습니다.

타버린 남대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떄 새댁은 어릴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방망이 깍는 노인'이란 수필 생각이 났어요.
동대문이었는지, 남대문이었는지, 혹은 경복궁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꼭 알맞게 날렵한 방망이를 깍아주던 그 노인이
방망이를 다 깍고 나서 무심히 고개를 들어 한참을 바라보던 그 누각의 추녀.
원숭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는 아름다운 지붕 선과
정연한 기와들과 그 아래 처마의 단청들.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 있어야 사람도 비로소 자기 삶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갈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무심히 고개들어 이윽도록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재들의 소중함과
그러나 바라봐주는 눈길을 잃은 그들의 쓸쓸함을 새삼 생각합니다.
바쁜 생활속에 잠시도 그런 아름다운 것들에 눈맞출 시간을 내지못한채 종종거리며 살기가 십상인
우리들 모두에게 남대문은 슬픈 조종을 울려준 셈입니다.
모두의 재부이자 모두의 삶을 다독여주는 문화재들인만큼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더욱 제대로 보살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눈길과 마음이 그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우리들 각자가 해야할 몫이지만 국민성금모금은 너무 무책임해보입니다.  

아침 차한잔이 길어졌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며칠전부터 심호흡을 하며 나름 용기(!)를 내온 것입니다^^
건투를 빌어주세요~ 레시피는 내일 공개하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