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들2011. 10. 21. 10:22









바람이 세게 불었다.
전날 내린 비로 하늘은 깨끗하게 씻겨 있었고  
강물은 짙푸른 색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이 세상 것이 아닌듯한 웅장한 구름들이 멀리서 일어나 하늘을 가로지르곤했다.











가래여울에 가을이 왔다.
가래여울 우리 텃밭에서 갈대밭과 자전거도로를 건너가면 한강이 나온다.
시멘트로 덮히지않은 날 것 그대로의 한강이.
거실 창문으로 눈부신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고 있다가 내가 말했다.
"이런 날은 가래여울에 가야해.."
 










연호 싸안고, 연수 장화신겨서 네 식구가 가래여울로 나섰다.
'이렇게 바람부는데 꼭 가야겠어?' 툴툴거리는 남편을 '오랫만에 작품활동 좀 하시지요, 가래여울에 억새가 끝내줘요'하고 구슬렀다.
'누가 말려'하고 따라나선 김작가님. 도착하더니 억새밭으로 신나게 달려간다.
오랫만에 사진기들고 가슴두근거려하는 남편을 보니 기뻤다.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들. ^^
김작가님 아직 녹슬지 않았어요.










밭에 가는데 뭐 차려입고 가랴.. 하고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나왔는데(애들 옷갈아입히고 울기전에 바쁘게 나오다오면 내 옷은 늘 이렇다;;) 
사진을 찍어놓고보니 꼭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주민같다. ^^;;
저 빨간 잠바와 초록색 바지는 모두 엄마가 입으시던 것들이다. 
나는 이 옷들이 참 좋다. 















텃밭과 한강을 좋아하는 연수.
갈대밭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닌다.
연수 사진을 찍고있는 아빠의 그림자가 따뜻하다.











하늘이 참 좋았다.
위쪽의 자전거도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갈대밭으로 내려와서도 찍고..
아름다웠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은 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름다운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많이 보고싶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계 속에서 살고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일인지..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강일동 우리집에서 제일 좋은건 가래여울이 가깝다는 것이다.
가래여울에 와서 한강을 보고있으면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진다.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경포바다를 볼 때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큰 물결을 보고있노라면 내게 닥쳐왔던 많은 일들과 앞으로 다가올 일들.. 그 모두를 끌어안고 일어설 수 있을 것같은 단단하고도 후련한 마음이 되곤 했다.











네살 연수는 큰 강물 앞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할까.
손에 들고 마시는 달콤한 핫쵸코 생각이 머리속에도 가득했을까. ^^












바람이 많이 불어서 강물이 제법 높게 일렁거렸다. 
사람들 생각이 났다. 
어려운 삶의 한 고비를 넘고있는 친구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넘듯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넘고 또 넘고...  
그러면서 물결 언저리로 반짝이는 모래들을 쌓아가는 일. 그게 우리들의 삶인가.. 싶었다.
내 삶도 또 한 파도를 넘고있는 중일터.. 언젠가는 저리 고운 진흙이 쌓인 가장자리에 가 닿게 되기를.

 










강가에서 아이들이 논다.
서울의 한강이 모두 제모습을 찾는 날이 오면.. 아이들이 어느 강가에서나 저렇게 고운 금빛모래를 만지고, 조약돌같은 웃음을 웃을 수 있겠지.
















연수는 흙땅위에서 맨손으로 성을 만들며 한참 놀았다.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강바람 잔뜩 쐬고 감기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둘 다 무사했다.
지금까지 지켜본바 연수는 나들이에 있어 엄마를 능가하는 아이인것 같고
엄마랑 형아에게 끌려다니며(?) 단련된 연호는 과연 어떨지...
좀더 큰 아이들과 함께 할 날들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아쉽게 강가를 떠나와 텃밭에 잠시 들렀다.
연수가 꼭 삽질을 해야한다고 해서 말이다.. 











배추며 무들이 푸르게,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추운 서리를 맞으면서도 푸르게 자라고 있는 곡식들을 보며 '희망'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희망이 있다. 푸르게 자라는 희망이.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