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랑 운동삼아 동네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고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봐왔다.
나는 반찬거리를 고르고 아이들은 저마다 먹고 싶은 간식거리를 2개씩 고르기로 약속을 했다.
아이들은 과자 한 봉지, 음료수 캔 하나씩을 골라왔다.
집에 와서 손 씻고 사온 간식을 먹는데 연수가 골라온 과자가 ‘사브레’ 였다.
샤브레...
어린 날에 증조할머니는 내 책상 위에 휴지를 곱게 깔고 샤브레를 두어개 올려놓아 주곤 하셨다.
30년도 더 전에 참 고급과자였던 ‘샤브레’는 큼지막한 양철통에 들어있었던 적도 있고, 하얀색 두꺼운 골판지가 속에 들어있는 종이 포장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증조할머니께 ‘사브레’를 사다 드리는 것은 시내에 살고 계시던 쌀집작은할아버지.
증조할머니는 보름달처럼 둥글고 달콤한 그 과자를 아껴서 가끔 드시곤, 그나마도 거의 우리 삼남매에게 조금씩 간식으로 자주 내어주셨던 것 같다.
내가 열네살, 열다섯살 무렵에 돌아가신 증조할머니.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신입생 무렵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나름 바빴던 시절에 학교에 다녀와보면 책상위에 증조할머니가 살짝 가져다놓으신 ‘사보레’가 있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하얀 휴지 두 칸을 떼서 한칸을 바닥에 깔고 과자를 놓고, 이어진 한 칸은 곱게 과자 위를 덮어놓으셨었나...
연수에게 “너 왜 이 과자를 골랐어? 이거 엄마가 어릴때 엄청 좋아하던 과자인데... 증조할머니가 주시던 고급과자였어..” 하고 말했더니 “어디선가 먹어봤던 것 같아서...” 하다가 “아, 외갓집에서 할머니할아버지랑 먹어봤던 것 같아” 한다.
어릴때 먹던 것보다 샤브레는 많이 얇아지고 작아진 것 같다.
아닌가.. 내가 큰 건가?
어린 나에게는 정말 크고 두툼한 과자였는데... 아니다. 작아진게 맞는 것 같다. 포장도 가벼워졌고..
시간이 30년이 흘렀으니까...
증조할머니도, 증조할머니에게 샤브레를 사다드리던 작은할아버지도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다.
작은할아버지는 지난 겨울에 돌아가셨다.
코로나 때문에 가뵙지도 못하고 집에서 마음으로 ‘편히 쉬세요 할아버지.. 다정한 말씀들 감사했습니다..’하고 마음으로만 인사드렸던 할아버지가
오늘 샤브레 과자를 보니 다시 생각이 난다.
(오랫만에 친정에 갔다가 차고옆에서 오래된 간판을 보았다. 엄마께 여쭤보니 작은할아버지가 하시던 가게 간판이라고 알려주셨다. 할아버지, 다정하신 어머니 곁에서 편히 쉬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