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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4 천연수세미에 반하다 19
생명/한살림.농업2010. 12. 14. 01:03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시작할때 '이제는 나도 생협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주부'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전까지는 나와 멀게 느껴졌던 '생활협동조합'이 내 삶에도 아주 가까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생협운동을 오래 해왔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한 가족이 집에서 배송받아 쓰기에는 '한살림'이 좋을 거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한살림과 인연을 맺은지 이제 만 3년이 되었다.
한주전에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을 월요일마다 우리집에 배송해주시는 '한살림 아저씨'는 연수가 갓난아기때부터 매주 한번씩은 꾸준히 보아온 분으로, 이제 연수는 그 아저씨를 보면 한달음에 달려가 반갑게 인사도 하고 배송상자도 제가 직접 아저씨게 꼭 드리겠다고 미리 챙겨둔다. 
연수가 좋아하는 '맛있는 것들(주로 빵과 과일, 밥을 좀 그렇게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과 일주일치 일용할 양식을 갖다주시는 그 분은 우리집에 너무도 고마운 존재이고 연수에게는 늘 설레임과 함께 기다려지는 분이다. ㅎㅎ 

아무튼 그런 아저씨가 얼마전에 가져다준 이것은 바로 '수세미'.
작년부터 한번 써보고 싶던 수세미가 마침 겨울부터 공급된다기에 얼른 하나 주문해 보았다.   










받고나서 우선 그 크기에 놀랐다.
와.... 진짜 수세미는 이렇게 크구나.
하긴 수세미 덩굴에 큰 열매가 달린 것은 한번 본적 있는데, 말라도 이렇게 크구나..

연수도 나도 마른 수세미 열매는 처음 보는지라 아주 신기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가면서 쓰면 오래오래 넉넉하게 잘 쓰겠다.
(값은 글쎄 이렇게 큰 녀석 두 개가 2,000원밖에 안했다. 우와~~~ㅠㅠ 쓰는 우리야 고맙지만 키우고 말리는 수고로움에 비해 넘 싼 가격은 아닐지ㅜ 이번주에 배송온 것을 보니 크기가 작은 것도 있었다. 한살림 자연물품이 원래 복불복의 성격이 좀 있는 것을 감안할때 지난번에 우리가 받은 수세미는 땡잡은 경우였던 것도 같다. ㅎㅎ)

자연물을 그대로 쓰는 것인지라 아무래도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뻑뻑한 느낌이 없지않았다. 
어릴때 만져본 지푸라기의 느낌같기도 하고, 설겆이하는 손에도 힘을 더 주어야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쓰고나니 이제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플라스틱이나 천같은 인조 수세미에 길들어있던 손매도 조금은 불편하고 생경한 천연 수세미에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의 세정력은 정말 놀랍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닦고나서 물에 한번 헹구고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원래의 그 산뜻한 질감과 은은한 제 색으로 바로 돌아오는 그 맛에 나는 그만 반해버렸다.
기름기나 고추가루 양념색깔이 묻어 세제를 다시 한번 짜서 빨아도 쉽게 깨끗해지지 않던 플라스틱 수세미나 천 수세미와는 다른 깔끔함과 정갈함이 이 천연 수세미에는 있다.  











조그맣게 잘라서 비누받침으로 써도 좋다고 하여 그렇게 만들어보았다.
물빠짐이 좋아서 비누와 받침대를 모두 뽀송뽀송하게 유지해준다. 
세 개의 큰 구멍이 있는 수세미의 단면은 적당히 촘촘하고, 적당히 얼기설기하다.
그래서 바람도 잘 통하고 그릇은 깨끗하게 잘 닦인다. 
인간이 만든 것도 참 훌륭한 것이 많겠지만, 수세미만큼은 천연의 재질과 그 우아한 품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배송온 수세미 봉지안에서는 마른 수세미 씨앗도 여러개 나왔다.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 따로 잘 담아두었다.
내년에 나에게 텃밭이 생긴다면 이 수세미 씨앗을 꼭 심어야지. 
그래서 좋아하는 지인들에게는 수세미를 선물해야지...
수세미 덩굴이 잘 자라 실한 열매를 맺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걸 어떻게 말려야 이런 수세미가 되는지를 아직 모르니 더 찾아보고 공부를 해봐야겠다. 그냥 바람에 잘 놔두면 저런 신기한 수세미가 되는걸까? 
연수랑 같이 내년엔 수세미 농사에 도전해봐야지... ^^

겨울의 한가운데로 한발한발 걸어들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방안으로만 자꾸 움츠러들려고 하던 때에 수세미를 만나고 받은 감동은 꽤 컸다.
추워도 밖으로, 자연 곁으로 한번 더 찾아가 감동도 얻고 생기도 얻어야지.. 집안에도 자연의 기운을 더 들여놓아야지.. 마음먹었다.

내 가까운 친구들께 드릴 올해 연말연시 선물도 수세미로 결정하고, 지난주에 여러개 주문해 오늘 받아두었다.
혹시 이 수세미를 써보고 싶은데 생협매장은 좀 멀고 어려운 분들이 계시다면 새댁과 연말연시 약속을 한번 잡아주시라~~
묵은 해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고 청신한 새해 새기운만 받아들이시라고 
빳빳하고 잘 마른 수세미로다가 한 봉지 크게 선물해드릴테니...^^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