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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5 유치원의 첫 날들 6
umma! 자란다2012. 3. 5. 12:35










연수가 이번주 월요일부터 유치원에서 점심밥을 먹고 오후2시 20분에 마치는 유치원 정식 일과를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 연수는 '선생님이 우리 연수 왜 안오나 기다리시겠다' 고 얘기하며 밥도 잘 먹고 유치원으로 즐겁게 갔고,
오후에 만나서는 유치원에서 점심먹는 것도 좋고, 오늘 하루도 재미있었다고 얘기했다.
마음이 많이 놓였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집을 떠나 처음으로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첫 관문을 연수가 즐겁게 잘 통과하는 것 같아서다.

정식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있었던 2주 정도의 적응기간이 연수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 된 것 같다.  
적응기간은 이번 봄학기에 꽃피는 유치원에 새롭게 입학하는 모든 아이들과 그 엄마들이 함께 보냈다.
처음 1주일간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신입생 아이들과 엄마들만 유치원에 모여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놀고
엄마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고다닐 가방을 함께 만들며 보냈다.

노란색, 빨강색, 초록색 천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이게 정말 가방이 될까.. 과연 내가 손바느질로 가방을 만들 수 있을까... 막막했지만 하나씩 설명을 들으면서 만들다보니 어찌어찌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 끈을 달고 완성할 때까지도 '정말 될까'하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마지막 매듭을 짓고 완성품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희열은 대단했다. 바늘 하나로, 실 한뭉치로 정말 할 수 있구나.. 
작은 가방이지만 어찌나 뿌듯하고 성취감이 컸던지 뭐라도 바로 이어서 또 만들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 손길이 진하게 밴, 엄마 마음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유치원에 다닐 아이. 
비록 바느질 솜씨는 없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아이의 가방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참 기쁘고 좋았다. 









재학생들의 방학기간에 진행된 신입생 적응기간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과 간식도 먹고 마당에서 놀기도 하고 미사리경정장으로 산책도 다니며 유치원에 입학하면 하게 될 활동들을 조금씩 먼저 경험해보았다.
엄마들은 바느질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오면 잠시 놀아주기도 했다.
낯선 공간이지만 엄마가 함께 있으니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마음 편히 놀다가 엄마곁에 오기도 하면서 천천히 공간과 친구들, 선생님의 낯을 익힐 수 있었다.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알찼다. 
하루는 '딥스'라는 책(입학준비기간에 엄마아빠가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게 되어있는 책이다. 학부모되기가 쉽지 않다. 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또 하루는 유치원 대표엄마가 오셔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궁금한 것들, 함께 지켰으면 하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하루는 꽃피는 학교 전반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하고
적응기간중에 1시간 유치원 선생님들과 따로 약속을 정해 아이에 대한 심층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 시간들을 지나며 그동안 나 혼자 키워왔던 내 아이가 드디어 '힘께' 키우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는 아이의 첫번째 선생님'이라는 책 얘기처럼 연수가 태어나 45개월이 될때까지 내가 연수의 첫 선생님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우리 부부와 함께 연수의 선생님이 되어주시고 연수를 함께 키워주시는 것이다.
이제 나 말고도 매일 연수를 지켜보시는 분들이 있으므로 그동안 혼자 고민해왔던 것들을 함께 의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가방만들기와 여러가지 엄마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앞서 대안학교를 만들고 유치원의 여러 문화와 이런 적응기간의 내용들을 만들어왔을 선배 엄마들, 선생님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깊이 들었다. 
결혼하고 생협을 처음 이용하면서 20년에 걸쳐 이런 생협을 만들고 키워오신 분들께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공동육아나 대안학교유치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도 앞서 힘든 길을 열고 만들어온 선배들에게 뒤따라 가는 사람으로서 늘 참 고맙다. 










유치원 개학 첫날, 연수는 전날 엄마가 밤늦게 완성한 가방을 들고 신이 나서 뛰어갔다.
개학 후 일주일동안 신입생 아이들은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두시간씩만 유치원에서 생활했다.
낯선 공간에서 엄마와 오래 떨어져지내는 것을 어려워할까봐 유치원에서 마련한 두번째 적응기간이었다.
엄마가 함께 있어주기를 바라는 아이들은 그렇게 하기도 했다.
나도 연수와 월요일, 목요일에는 2시간동안 함께 지냈다.  
 

매일 엄마, 연호와 함께 유치원에 가서 놀다 돌아오던 적응기간에 연수는 유치원 가기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입학식을 하고 이제 월요일부터는 연수 혼자 유치원에 들어가서 친구들, 선생님과 놀다가 끝나면 엄마랑 다시 만나는 거라고 했더니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딱 붙어있는게 좋아'하면서 울먹울먹했다. 

연수의 그런 모습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전에 유치원은 연수 혼자 다니는거라고, 엄마는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리러오는 거라고 얘기하고 그동안 엄마랑 떨어져있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면 '응, 괜찮아! 엄마가 데려다주고 또 데리러오기만 하면 돼.'하고 자신있게 애기했었는데 
막상 이제 엄마랑 떨어져 지내는 것이 시작된다고 하니 슬픈 마음이 드는 모양이었다. 

월요일 아침, 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히는데 연수가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안돼?'하고 물었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응.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같이 살꺼야!!'했다.
'연수야.. 유치원다녀도 엄마랑 같이 사는거야. 유치원 가있는 잠깐동안만 떨어져 지내는걸..'하고 대답하는데 우스우면서도 나도 그만 눈물이 났다. 
그래서 둘이 같이 얼싸안고 울고 말았다.
'연수야, 사랑해. 흑흑'
'엄마, 나도 엄마 많이많이 사랑해, 흑흑흑'

영화도 이런 영화가 없다. ㅜㅜ

'연수야. 엄마는 항상 연수를 생각하고있으니까 연수 유치원가는 동안 잠깐 떨어져있어도 엄마 마음은 늘 연수랑 같이 있는거야...엉엉'
'난 엄마랑 언제까지나 딱 붙어있을거야.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엉엉' 
'연수랑 엄마는 집에서 늘 붙어있잖아. 잠깐 유치원가서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놀고나면 그 뒤엔 또 엄마랑 계속 같이 있는걸.. 훌쩍'
'유치원에 가는건 딱 붙어있는게 아니야... 훌쩍' 
'근데 연수가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했잖아... 유치원가서 노는거 싫어..?'
'아니, 좋아.. 그치만 엄마랑 떨어지는건 싫어..'
'그럼 어떡할까나... 유치원 가지말까?'
'아니... 갈래.... 엄마도 유치원에 같이 있으면 되잖아.. 엉엉'

이리하여 월요일, 목요일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화요일에는 신입생 엄마들의 모임이 있어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따로 한 아이 집에 모이게 되어있었다. 
오늘은 엄마가 모임에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있던 연수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마음에 부지런히 걸어가는 엄마를 붙잡으며 '엄마, 그렇게 빨리 걷지 마!' 했다.

그날 모임 마치고 12시에 만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연수는 '엄마, 너무너무 보고싶었어' 하고 내 손을 꼭 잡고 걸었다.
유치원의 첫날들 동안 연수는 자주 엄마 손을 잡고 걷고싶어했고 유치원이 끝나면 '우리집에 어서 가자'고 했다.
밖에 나오면 늘 더 놀다들어가고 싶어하던 녀석이 엄마도 그립고, 익숙한 공간도 무척 그리웠나보다 생각하면 마음이 찡했다.
다섯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어린 아가구나, 나의 첫 아기.


 







개학 첫주, 그렇게 하루 2시간씩을 유치원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연수가 정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 3월만 다니다가 유치원을 잠시 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학기나 아님 두 학기 정도 쉬고 6살에 다시 가도 좋을 것이다.
연수가 언제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정말 가고싶고 엄마랑 떨어져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을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남편과 의논한 뒤 연수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연수는 아무말없이 가만히 듣다가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그런데 금요일 12시에 데리러가니 연수는 자기도 유치원에서 점심을 먹고싶다고 했다.
내심 놀라며 '그렇구나..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연수도 유치원에서 점심먹을건데.. 좋아?' 하고 물으니 좋다했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서 잘 놀고, 외사촌들도 만나 놀고 이모할머니댁에도 놀러다녀오고 맞은 월요일에는 선생님이 연수를 기다리겠다며 즐겁게 준비해서 유치원길을 나선 것이다.

 

 






이번 주 내내 연수는 아주 즐거워보였다. 
유치원 문앞에서 엄마와 헤어질땐 꼭 안아주며 '엄마 사랑해'하고 말하고 들어가기도 하고, 
끝나고 마당에서 기다리던 엄마와 만났을 때는 손을 잡고 걸으며 '엄마 보고싶었어'하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곤했다.
덕분에 나도 연수에게 자주 말하게 된다. 연수야, 사랑해.. 연수야, 보고싶었어.

선생님도 연수가 잘 지낸다고 얘기해주셨다. 
점심밥먹을때 매운 반찬 잘 못먹고, 선생님 노래부르실 때 저는 제 노래 큰 소리로 부르며 분위기파악 못하기도(?) 하고... 
아직 여러모로 어리고 개구진 면이 많지만... 그래도 친구들, 선생님 만난다고, 오늘도 재미있게 놀거라고 씩씩하게 유치원으로 향하는 아이가 대견하고 뛰어가는 뒷모습 보고있으면 참 뭉클하다.











하루 4시간 30분.. 어찌보면 짧고, 또 어찌보면 긴 시간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속에서 적응하느라고 저 나름대로 애쓰며 지내서 그런지
집에 와서는 간식도, 밥도 많이 먹고 전보다 훨씬 차분하게 놀다가 고단해서 그 좋아하는 아빠도 못 기다리고 잠드는 연수. 
  
연수야, 힘내라. 
연수야, 사랑한다.
고맙다. 그동안 엄마랑 잘 지내준 것도, 처음가는 유치원 이리 좋아해주는 것도 모두 고맙다.
모두 정말 고맙다. 










+ 여기서부터는 보너스 사진들 되겠습니다~ㅎㅎ
엄마가 따라가 있었던 적응기간에 찍은 연수네 유치원 풍경이예요~!





유치원 마당에 서있는 키 큰 나무. 
보트처럼 생긴 작은 열매껍질이 나무 밑에 수두룩하게 떨어져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나무도감에서 찾아봐야지.
연수와 그 껍질을 주워와 목욕할 때 물에 띄우고 잘 놀고 있다. ^^






여기, 예쁜 아이들 꽃이 참 많이도 피어있는 곳.








봄이라도해도 아직 쌀쌀한 아침, 
마당에 장작불 등장했다. 아이들은 잠깐씩 불옆에 와서 불구경도 하고 손도 녹이고.. 그리고 또 열심히 흙마당에서 뛰놀았다.







우리 유치원 선생님. 노래하시는걸 듣고있으면 나도 그 옆에 가서 앉아있고 싶어지던 분.







아이들이 모두 빨강 분홍천들을 망토처럼 목에 두르고 신나게 뛰어논다. 
저 중에 한 녀석이 연수. ^^;;






마당 한구석 나무집안에서는 여섯살 누나들이 '흙밥' 짓는다. 물도 붓고.. 제대로다. ㅎㅎ







어딜가나 빗자루 좋아하는 연수. 유치원현관 밑에 들어있던 빗자루 용케도 찾아내 쓸고다니네..^^;



아이들아. 건강해라.
이 마당에서 이 집에서 보내는 유년의 한 시절동안 모두 많이 기쁘고 재밌어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