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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2 더위야 물렀거라~! 시원한 열무김치가 나가신다~^^ 8
밥상2010. 8. 22. 19:03









결혼3년만에 처음으로 내 손으로 김치를 담궈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은 아니다. 중학교때였나.. 가사시간에 친구들과 '나박김치 담그기'실습을 한적이 있으니. ^^;

대학을 다니며 자취를 할때도 김치는 늘 고향집에서 부쳐주시는 품목이었고, 결혼을 한 뒤에도 김장때가 되면 친정이나 시댁에 가서 마늘찧는 일은 거들어봤어도 혼자 내 손으로 김치를 담궈본 적은 없었다.
늘 이제는 내 손으로 좀 해봐야지.. 싶기는 했지만 엄두도 안나고 자신도 없었다. 연수가 아직 어린 아기였을 때는 그야말로 삼시세끼 밥지어 먹는 것만해도 빠듯해 반찬, 특히 김치같은 것은 엄두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받아먹는 김치도 하루이틀이지.. 
얼마전부터 지난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들이 너무 시어져서 아삭한 새김치가 먹고싶긴했지만 멀리 계신 어머니들께 손벌리기는 죄송했다. 요즘 날이 보통 뜨거운가. 젊은 나도 축축 늘어져 내 입에 넣을 밥짓기도 귀찮을 때가 많은데 나이든 어머니들께 수고를 끼치기도 죄송하고, 또 요즘같은 더위에는 오는 동안 너무 삭아버릴까봐 택배도 겁난다.
이래저래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서두가 거창하지만 양념 많이 들어가는 배추김치는 아니고, 시원한 국물에 훌훌 밥말아 먹을 수있는 열무김치를 해보기로 했다. 
전화로 친정엄마께 만드는 법을 물었더니 엄마가 반색을 하신다. 서른세해만에 드디어 제 입에 들어갈 김치 한번 제 손으로 만들어먹을 궁리를 한 딸이 오죽 반가우셨으랴. 참 철도 늦게 든다.

엄마가 반가운 목소리로 불러주신 열무김치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재료는 열무 한단, 굵은 소금 2~3줌, 새우젓 한숟갈, 마늘 4~5개, 고추가루 1~2숟갈, 설탕 2~3숟갈 정도다.)


1. 열무를 씻은뒤 적당한 길이로 끊어서 굵은 소금에 재운다. 한나절 정도 재우는데 중간에 한번쯤 뒤적거려준다.
(처음에 열무 한단 자를 때는 이걸 언제 다 버무리나.. 싶게 부피가 컸는데 소금에 절이니 1/5쯤으로 줄어들었다. 오호~~! 신기해라~^^; 왕창 쫄아있었던 초보자는 이때에야 살짝 안심을..) 

2. 양념하기 한시간 전에 물을 한바가지쯤 부어놓는다.(소금이 더 잘 배라고)

3. 밀가루풀이나 찹쌀가루풀을 쑤어둔다.(물과 가루의 비율은 적당히.. 우리 엄마는 늘 '적당히'라고 말하는데 나도 해보니 그렇다..^^; 암튼 적당히 섞어 약한 불에서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이면 부드러운 풀이 쑤어진다.)

4. 열무를 건져서 풀쑨 것 + 새우젓 찧은 것 + 마늘 찧은 것 + 고추가루 약간 + 설탕 약간을 넣고 잘 버무린다.
(고추가루도 너무 많이 넣기 보다는 살짝만 넣는걸 우리집 식구들은 좋아한다.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적당히 넣으면 될듯.)

5. 물을 적당히 붓는다(국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보다는 열무가 잠길 정도로만 '자작하게' 붓는게 더 맛있다는 게 울엄마의 지론. 나는 그저 삼십년간 먹어본 깜냥으로 대략 적당하다 싶은만큼 부었다.)

6. 끝~! 통에 잘 담아 하룻밤 밖에 뒀다가 다음날 냉장고에 넣는다.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그래도 연수 낮잠잘때 손질해서 재우고, 식구들 밤잠잘 때 혼자 일어나 버무리느라 다른날보다 피곤이야 했다. 하지만 피곤하지않고 얻을 수 있는게 있으랴... 고단해도 기대감을 가지고 잠이 들었다.

냉장고에서도 하루밤 재운 뒤에 꺼내 먹어보니 첫 느낌은 '와. 먹을만한데~!'다. 솔직히 내가 만들었지만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도 했더랬다. ^^

하기 전에는 "왜 그래? 내가 어머니들께 김치 좀 주시라고 전화할까?"하던 남편도 "생긴 것만 봐서는 엄마들이 만든 거라해도 믿겠다~"고 말하며 한입 먹어보더니 "오~~~ 맛있는데!" 한다. 
나는 이제 김치도 담글줄 아는 '능력자'라고 한껏 으스댔더니 '원래 무슨 음식이든 처음엔 잘 만드는 법'이라며 너무 기고만장하지 말란다. 맞는 말이다. 남편도 나도 요리책을 펴놓고 이것저것 맛있어보이는 요리들에 처음 도전해보던 신혼초에는 긴장하는만큼 정성도 더 들어가는지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두번째, 세번째 할때는 처음만한 맛이 잘 안나오곤 했다. 먹는 사람의 마음이나 입맛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만드는 사람의 긴장이 덜해진게 원인일 것 같다.

매콤새콤하고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열무김치만 있어도 더운 여름 밥 한그릇 뚝딱할 수 있다.
내가 만들긴했지만 아직도 무슨 재료가 이런 맛들을 만들어내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신기하기만 하다. 
여러 양념들이 열무 안에 깃들어있던 열무 본래의 맛을 끌어내고 서로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맛이겠거니.. 하고만 생각한다. 
     
다음에는 만만한 상추같은 걸로 겉절이를 해봐야겠다. 나중에는 배추로도 해보고... 
하나씩 꿈은 야무진데 잘 할 수 있을까... ^^

여름 끝날 때가 다 된 것 같은데 마지막 더위인가.. 어제오늘은 정말 찜통같다.
끼니마다 시원한 열무김치를 꺼내서 먹고있으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시부모님 생각도 한다.
더운 날, 어른들이 모두 건강하시기를 빈다. 다음에는 내가 만든 김치도 맛보여드려야지.. 
이열치열이란 말은 아이들때문에 생겨난게 아닐까 싶을만큼 땀 범벅이 되어서도 지치지않고 노는 꼬맹이를 따라다니느라 기운이 쪽 빠진 나도 더 힘내서 이 여름을 마저 잘 살아내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