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연호연제엄마... 화이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05.18 이제 시작! 16
umma! 자란다2013. 5. 18. 22:18





2주간의 친정 나들이를 마치고 오늘 서울에 돌아왔다. 
휴...
이로써 나의 길었던 산후조리기간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셋째를 낳고보니 신생아와 산모인 내 몸을 돌보는 일보다 큰 아이 둘 돌보는 일이 더 큰 일이었다.
하루 세끼 아이들 밥차려 먹이는 일부터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 해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셋째를 업을 수 있을 때까지만.. 업고 내가 큰 애들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도움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시어머니부터 산후도우미 이모님, 그리고 친정 어른들까지 어려운 시간과 정성을 우리를 위해 선뜻 내어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잘 왔다.

연제는 어느새 만11주를 꼭 채웠다. 신생아 시절부터 안을수있는 모비랩으로 꼭 싸서 안으면 밖에서도 한두시간쯤 잘 잔다. 
이제부터는 유모차도 태워보려고 낡은 신생아유모차를 깨끗이 손보아두었다. 아직 업고 일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포대기로 업고 재울 수도 있다. 이만큼만해도 정말 많이 컸다.

이제부터는 나 혼자다.
아침저녁으로 남편이 잠깐씩 함께 있겠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보통 아빠 퇴근전에 밤잠이 드는 우리 아이들의 리듬상 이제부터는 거의 나 혼자 세 아이들을 돌봐야한다.

에고... 인제 난 죽었다.ㅜㅜ
하루하루 무사히 살아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워하며 뭐 더 바라지 말고 살아야지..
휴식이라든지, 여유라든지... 뭐 그런 것 말이다.

몸과 마음이 다 힘들 것은 당연하고, 허리 다리 팔 어디 한군데 안 아픈데가 없겠지..
당장 오늘 점심쯤에 집에 도착해 딱 한나절 살았을 뿐인데 벌써 연수연호에게 버럭버럭 내내 화내고 
연제도 여러번 울렸고 집은 방금 내가 싹 치우기 전까지 말도 못하게 어지러웠다.
그래도 엄마가 싸준 국과 반찬들이 있어 다행히 먹을 것 걱정은 없었는데도 상황이 이러했으니 
이제 앞으로 내가 요리까지 해가며 보내는 날들은 어찌 될지 감히 짐작도 안된다.

엄마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연수랑 연호는 야단맞고 돌아서면 금새 또 언제 혼났느냐는 듯이 신이 나서 둘이 까불고 장난치며 좁은 집을 먼지나게 뛰어다니며 노는데
그전같으면 '형제가 다정히 잘 노니 좋네..'하고 흐뭇해했을 것을
오늘은 어찌나 심란하던지   
남편이고, 아이들이고 쳐다볼 마음도 나지 않았다.

문득 신경숙씨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가 너무 속상하고 답답하고 힘들 때는 장독대에 있는 항아리 뚜껑을 들어서 바깥벽에 힘껏 던져 쨍그랑! 하고 팍삭 깨지는 소리를 들어야 속이 시원해져서 항아리 뚜껑 새로 살 때마다 돈이 아까우면서도 또 깨고 또 깨고 했다는 얘기가 생각날 정도였다.
나는 뭘로 이 순간을 넘겨야하나.. 우리집은 아파트라 항아리뚜껑 던질 뒷마당도 없는데....ㅜ
   
어제 강릉에서 큰 애들은 할아버지할머니께 맡겨놓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연제는 미용실 밖에서 남편이 모비랩으로 안고 재우면서 엄마 파마 끝나기를 기다렸고.
더운 여름 아가랑 밤낮으로 붙어지내자면 긴 머리가 덥고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아주 짧게 잘랐다.
시원해서 좋긴 한데, 체온조절이 잘 안되는 나는 머리만 짧아져도 살짝 서늘한 기운에 코가 막히고 무튼 아직 잘 적응 안된다.

전투에 임하는 장수의 심정으로....
머리까지 짧게 잘랐으니 심호흡 크게 하고 힘 좀 내봐야겠다.
여기는 나의 전장. 자식농사짓는 농부로 보자면 나의 논밭. 
엄마이자 주부로 사는 서른여섯살 전욱의 일터.

힘내자, 힘내.
연제를 무사히 건강하게 잘 낳은 것 만으로도 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연제도 건강히 잘 크고, 내 몸도 또 이만큼 회복되어서 
이제 내 손으로 아이들 밥짓고, 내 살림 다시 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이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러니까.. 시작하기전에 징징거려 보는건 이쯤하고 이제는 웃으면서 가는 거다.
잘 할 수 있을꺼다. 잘 해야지... 

아이들 키우며 제일 힘들고 두려운 순간은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질 때다.
너희들을 낳은 것이, 이렇게 밖에 못 키우는 것이 미안해질 때...
그 때가 나 자신이 싫고 미울 때만큼이나 괴롭고 슬프다.
그런 순간을 너무 많이 만들지 말아야지... 
아주 없게 지낼 자신은 없지만... 노력해야지... 그런 순간이 적어지도록.

세 아이 육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