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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11. 26. 22:33









만 18개월을 꽉 채워가는 연수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제법 아이티가 난다.
아기 시절이 끝나가는 모양이다.

아기에서 아이로 넘어가는 고비일까.
문득 키가 훌쩍 큰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얼굴 살은 좀 빠진 것 같기도 한 요즘 
연수는 엄마 무릎과 가슴팍을 유난히 파고든다.
엄마 볼에 제 볼을 부비고, 엄마 옆에 꼭 붙어 앉고, "어부바~ 어부바~"하며 등과 목에 매달린다.  
한동안은 업기만하면 내려달라고 버둥거리더니...
책도 꼭 엄마무릎에 앉아 읽어야하고, 밥도 엄마랑 한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한다.
어찌나 치대는지, 몸무게도 12kg나 된 녀석이랑 한참 씨름하고 나면 온몸이 얼얼하다.

몸이 쑥 크는 이 시기에, 마음도 쑥 크고 있는 것 같다.
걷고 뛰는 것이 안정되어 어디든 제 맘대로 갈 수 있고,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이 무척 뿌듯하면서도
엄마와 독립적인 하나의 존재로 성장하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리광을 부리고, 엄마의 변함없는 애정과 보살핌을 확인하고, 구하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기저귀도 하기 싫고, 바지도 입기 싫고, 밥상에 얌전히 앉아 밥을 끝까지 다 먹는 것도 싫고, 제 변기에 앉아 쉬하는 것도 싫은-
그래서 도망다닐때보면 이제는 저도 제 기호가 분명한 어엿한 한명의 아이인 것 같은데
엄마 옆에서 놀때는 마치 방금 엄마 배속에서 나온 아기마냥 
엄마와 어떻게든 살을 붙이고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듯이
엄마를 잠시도 꼼짝못하게 붙들고 품안으로 파고드는 연수를 보며 한 생각이다.

18개월.. 그래, 아직은 참 어리다. 
많이 큰 것 같지만 아직 두 돌도 안된 정말로 어린 아가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는 매일 조금씩 엄마로부터 독립해갈 것이다.
엄마옆에 딱 붙어있고 싶어하는 이 시절에 그 매달림을 받아주고, 더 많이 안아주고, 다독이고 보듬어주는 것이
아이가 더 멀리, 더 힘껏 뛰어오를 수 있도록 떠밀어주는 길일거라고 생각한다.
매달리지 말고 네 힘으로 걸으라고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억지로 떼내는 것보다
힘껏 안아줌으로써 아이 마음에 깃든 두려움과 불안을 걷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성장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른인 우리도 때때로 나이드는 것이 무섭고, 새롭게 맞닥뜨리게되는 삶의 과제와 무게앞에 두려워지지 않던가.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기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은 혼자 가라며 뿌리치던 냉정한 손길이 아니라
언제고 힘들때 돌아가면 그속에 얼굴을 묻을 수 있는 어머니의 따뜻한 무릎, 포근한 품.. 그런 것에서 나오지 않을까.

아이가 내게 매달리면 언제고 받아주리라.  
쉽지만은 않지만 내 힘이 허락하는 한 기꺼이 안아주리라.
아이가 언제나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힘들고 두려운 순간에 내 품안에 위로받고 격려받은 아이는 더 힘차게, 더 멀리 내 도움없이 제 길을 잘 걸어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연수와 함께 지낸 몇 달의 짧은 시간동안 나는 연수가 좋아하는 성장의 방식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아이가 가고싶어 하는 곳을 가게 해주고, 같이 가자 하면 같이 가고, 하고싶은 것을 하게 해주면
아이는 지치지 않고 떼도 쓰지않고 잘 걷고 잘 놀았다.   
못가게 막아놓고 엄마가 정한 테두리안에서만 놀게하진 않았다. 그렇게 하려고해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가 가고자하는 길을 열어주면 아이는 언제나 신나게 앞장서서 걸어가곤 했다. 
다리가 아프거나 뭔가 무서운 마음이 들면 그제야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고, 그전에는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는 즐거움에 절대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매일매일 그렇게 조금씩 저 혼자 걷는 거리를 늘리고, 새롭고 재밌는 놀 거리를 더 많이 찾아내며 성장해왔다.
지금 이 매달리는 시기에 충분히 안아주고 북돋워주면
저 혼자 걷고 놀고하며 한뼘만큼 더 엄마 앞으로 떨어져나갈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빈다. 

만 17~8개월쯤에 아이들의 언어는 눈부시게 발전한다고 한다. 
아는 단어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연수도 그렇게 제 세계를 키워가고 있다.
생각할 수 있는 힘도 커지고, 입도 살짝 트인 아이는 이제 금새 자랄 것이다. 
그래서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냐는듯 성큼성큼 걸어서 엄마 품을 떠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이 아이의 무게를 내 팔로, 어깨로, 가슴으로, 다리로, 무엇보다 마음으로 온전히 지탱해줄 수 있어야할텐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보다 내가 걱정된다.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마 나도 아이와 함께 자랄 것이다.
그래서 더 튼튼하고 깊고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팔이 무척이나 뻐근한 오늘밤... 그런 희망을 꼽씹어본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