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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11. 7. 20. 21:07






강릉집에  내려와있다. 
참... 좋다.







연수는 외갓집 마당에서 하루종일 논다.
주말에는 외사촌누나와 동생도 함께 있어서 더 신이 났다.
아이들은 마당가 모래밭과 수돗가를 오가며 흙투성이, 물투성이가 되도록 놀았다. 
옷을 여러번 갈아입고 어른들의 걱정을 들었지만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른다.

사촌들이 서울로 돌아간 뒤에는 연수 혼자 옷을 버릴 정도로 모래놀이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뒤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논에도 가고, 밭에도 가고
제법 멀리 떨어진 동네 양계장집으로 계란사러도 다녀온다.
할아버지 차타고 마트며 떡집, 시장으로 장보러 다니는 일은 또 얼마나 반가운지..

강릉은 태풍 영향으로 요며칠 계속 비도 오고 저온이었다.
연수는 우산을 쓰고 마당에도 자주 오가고 그래도 심심하면 할머니와 퍼즐도 맞추다가
할머니와 나란히 누눠 이비에쓰 만화도 보고....
엄마랑 같이 노는 시간이 거의 없어 섭섭하겠지만 그 빈자리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뜻하게 채워주시는게 느껴진다.
연수도 엄마도 같이 그 따스함 속에서 지난 한달동안 생긴 고단함을 위로받고 새 힘을 얻고 있다.



 

연호는 첫 외가집 나들이.
나의 할머니, 아이들의 외증조할머니는 연호를 처음 만났을 때
"아이고~ 우리 햇님이가 왔구나! 어디 햇님이 얼굴 좀 보자~!" 하셨다.

햇님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낳은 어린 아기, 그 아기는 햇님이지. 순하고 여린 아기, 따순 햇살을 보내주는 햇님이지.

나도 강릉에 온뒤로 연호를 햇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햇님아, 젖먹자. 햇님이 잘 잤니. 햇님아..

강릉말 중에 '해든나'라는게 있다. 아주 어린 아기를 부르는 이름이다.
아기를 '언나'라고 부르는데 거기다 '햇'이란 접두사를 붙여서 '아주 어린 아기'를 부르는 것이다.
햇밤(막 생긴 어린 밤), 햇과일(새로 난 과일), 햅쌀..

여리고 고운 것들, 갓 생명을 얻은 귀한 것들... 
어린 아기를 대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몸이 힘들다보니 아이에게 더 다정히 대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 
엄마도 힘들지만... 아기, 너는 더 힘들겠지. 
사람 인생을 통털어 가장 빠르고 가장 큰 성장을 해내고 있는 젖먹이 아가야.
너를 더 많이 보듬어주고, 응원해줘야겠다.

강릉에서 지내는 동안 연수도 나도 연호도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다. 
낮시간동안 연수는 나를 찾는 일이 거의 없는데 그게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잠깐씩 짬이 나면 연수를 안아주고, 마당에서 함께 놀려고 애쓴다. 그래도 그 시간은 정말 짧다.
대신 연호는 하루종일 정말 많이 안아준다. 
밤잠을 수월하게 자는 대신 낮에는 거의 품에 안겨서만 자려고하는 연호.
연호를 재우느라 안고 다니다가 문득 '그래.. 이건 갓난아기, 너의 타고난 권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젖먹이 시절 엄마 품에 종일토록 안겨있고, 나중에는 등에 업혀서라도 엄마와 살을 붙이고 오래오래 그 체온을 느끼는 것은
아가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고, 권리겠구나.. 하는 생각.
너도 네 권리를 최대한 누려야지..
서른네살이나 된 엄마도 이렇게 엄마곁에만 와있어도 좋은걸.
엄마란 그런 분인걸.




+ 강릉집에 컴퓨터가 생겨서 집에서 포스팅도 할 수 있고.. 참 좋다.
그래도 짬은 잘 안 난다. 낮에는 내내 아기를 안고 있으니 밤이 되면 너무 고단해서 쓰러져 자기 바쁘다.
자면서도 몇번씩 깨서 연호 젖을 먹이지만 그래도 다행히 이번에는 '누워서 젖먹이기'신공을 터득해서 연수때보다 한결 낫다.
역시 둘째가 쬐금은 수월하구나... 

++ 엄마와 연수연호가 강릉에서 잘 지내고 있는 동안.. 서울에 혼자 남겨진 연수연호 아부지는....
아마 우리 가족중 가장 잘 지내고 계시겠지. ㅎㅎㅎ 
모처럼의 해방주간.. 뿌듯하게 잘 보내셔요. 

+++ 아.. 그러나 이 모든 웃음과 행복 뒤에는 우리 엄마의 고단한 수고가..ㅠㅠ
다리도 아프시고, 감기 기운도 있으신데... 연수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시랴, 미역국 끓이고 대식구 밥 챙기시랴.. 하루종일 종종걸음이시다.
딸은 더운밥 먹이시려고 나부터 밥먹으라 하시고 그동안 연호 안고 계시는 엄마. 우리 엄마.
엄마, 감사해요. 이 고마움, 어찌 갚을지...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