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수 친구 소정이네가 놀러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갔다.
소정이는 연수 네 살때부터 단짝 여자친구인데 요녀석이 나이보다 늘 조금 더 성숙하다.
연수 장난감중에 뭐 하나가 아주 재밌었는지 들고와서 나에게 귀속말로 물었다.
"이거 빌려가도 돼요?"
나도 작게 대답했다.
"연수한테 물어보렴"
다시 귀속말.
"이거 빌려가도 되냐고요~?"
다시 속삭임.
"연수한테 물어봐~"
오랫만에 친구가 집에 놀러와서 함께 저녁을 먹으니 연수도 신나서 잘 먹고
연호랑 연제도 덩달아 신나서 잘 어울려다니며 먹고 놀고
나도 아빠가 늦어 혼자 힘들뻔했던 저녁이 오히려 유쾌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소정이는 연수가 빌려준 장난감을 들고 흐뭇하게 돌아갔고, 연호와 동갑인 소정이 여동생과 소정이 엄마도 잘 놀고 잘 먹고 간다며 웃으며 인사하고 갔다.
아이들 재워놓고 집치우는데 아차 싶었다.
대답을 잘못 했네..
"그럼~ 빌려가도 되지. 그래도 연수 장난감이니까 연수한테 한번 더 물어봐줄래?"
했어야 하는데.
아무리 요녀석이 그전에 연수 장난감을 빌려갔다가 한번 잃어버린 전적(?)이 있다해도,
아무리 고 장난감이 연수가 좋아하는 것이라 해도,
간절히 기대하는 어린 마음에게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미안하다, 소정아...
"그럼~" 하고 대답하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
그럼, 되고말고~
그럼, 되고말고~
어린 마음들을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