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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ma! 자란다2009. 2. 11. 16:50

모유수유 8개월차에 접어들던 지난주 금요일쯤
새댁이 갑작스레 유선염('젖몸살'이라고 보통 불리지요)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똑순이낳고 8개월.. 처음으로 심하게 앓아본 것인데요
보통 모유수유 초기에 많이 앓는다고 하는데 새댁은 이제사 그 지독한 아픔을 체험해 보았습니다ㅠㅠ

저녁부터 몸이 좀 이상했어요. 소화도 잘 안되는것 같고, 이상하게 속이 허한것 같기도 하고.. 좀 으실으실 떨리기도 했구요..
그러다 급기야 밤 11시쯤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감기가 왔나 했습니다.
그런데 자다깬 똑순이에게 젖을 먹여 재웠고 화장실에 가서보니 
가슴이 딴딴하게 부어있고 유두가 따끔거리면서 아픈 것입니다.

앗..! 유선염인가..?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심하진 않았지만 처음 아기낳고 모유수유 시작할때 
병원에 있는 일주일동안 유두에 상처도 종종 나고 유방이 붓기도 해서 유선염 연고를 발라 진정시키곤 했거든요.
그때의 아픔이 떠올라 겁이 확 났습니다.
그간 쓰지않던 연고를 찾아 바르고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지않고 몸이 점점 떨려왔습니다.

아....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지독한 오한은 처음 겪어 봤습니다.
부들부들.. 이란 표현이 부족한 것 같은데요.. 몸이 나도 모르게 툭툭 튀어오를 정도로 떨리고 
두꺼운 이불을 두개가 덮었는데도 냉기가 몸을 파고들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갑작스러운 증상에 깜짝 놀란 신랑이 체온을 재보니 40도가 넘는 것입니다. 

책을 찾고, 똑순이낳았던 병원의 모유수유원(다른 산부인과의 산후조리원과 같은 시설인데 모유수유를 전문적으로 도와줍니다)에 전화해서 문의하고..
그사이 새댁은 자다깬 똑순이에게 한번 더 젖을 주고 냉팩을 가슴에 붙이고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독하던 오한은 멈췄지만 열은 계속 39도를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새벽3시에 중무장시킨 똑순이를 들쳐안고 새댁과 신랑, 모유수유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직중이던 간호사분들이 새댁의 열을 재고는 깜짝 놀라시더군요. 
고생했다며 주사를 놓고, 가슴맛사지를 해서 뭉쳐있는 젖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정도 지난 후에야 가슴이 조금 시원해지더군요...

다행히 그 새벽에 똑순이는 울지도 않고(똑순이가 울어서 갓 태어난 동생들을 깨울까봐 내심 마음 많이 졸였는데) 
모유수유원에서 치료받는 엄마를 응원하며 아빠품에 잘 안겨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잘 있어주었습니다.

새벽 5시 넘어 집에 돌아와서는 세 식구가 모두 정신없이 곯아떨어졌습니다.
아침이 되니 젖몸살은 많이 덜해졌지만
죽을 고비(너무 심한 엄살같지만... 고열과 오한에 시달릴때는 정말 이대로 죽나부다 싶었어요ㅠㅠ)를 넘긴것마냥
새댁, 기운이 쭉 빠져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답니다.
결국 신랑이 월차를 내고 새댁죽과 똑순이 이유식을 끓여 아침을 차려주고.. 다시 세 식구가 한잠 자고는
신랑이 동을 떠서 부랴부랴 짐을 꾸려 시골 친정으로 내려왔습니다.

집에 내려올때는 너무 정신이 없고 아파서 잘 몰랐지만 제 몰골이 정말 초췌했었나봅니다. 
엄마아빠가 깜짝 놀라셨습니다.
부모님께 걱정끼쳐 드린 듯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엄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도 먹고, 
할아부지 할무니가 똑순이를 잘 봐주셔서 새댁 모처럼 푹 쉬며 몸을 추스리고 있습니다.

휴....
유선염, 젖몸살.. 정말 무섭습니다.
똑순이는 요즘 이유식을 잘 먹는데 그 양이 늘어서 젖을 좀 적게 먹게 되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과로나 스트레스도 원인이 된다네요.. 요즘 새댁이 좀 자주 피곤하다고 느꼈었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아무튼 모유수유하시는 분들 모두 조심하셔서 절대! 안 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젖몸살을 앓으며 문득 아이 어미에게 있어 '젖먹이기'란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새끼 젖먹이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이토록 어미몸이 격렬하게 반응하는구나... 
아가와 나, 우리 사이를 잇고 있는 생명의 끈에 대해 더 절실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시골집에서는 인터넷이 안돼 한동안 글을 못썼네요. 댓글들 답글도.. 나중에 달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럼 씩씩하게 건강해져서 새댁, 다시 올라가겠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 아참참... 시골 외갓집에서 똑순이는 무척 신나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유모차타고 바닷가 산책도 하고요, 아침저녁으로 마당에 나와 엄마랑 새도 보고 나무도 봅니다.
사진을 올리지 못해 안타깝네요..
곧 반갑게 다시 뵐께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