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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8. 12:36



5월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두 달이나 묵혀서야 썼다.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도 조금 했고, 생활에 쫒겨 시간을 못 내기도 했다.
짧은 글들은 간간히 썼지만 내 나름대로 좀 정리를 해가며 길게 쓰고싶은 이 여행기는 시작이 쉽지 않았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하루하루는 어렵게, 때론 수월하게 버티고 애써가며 그저그렇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 시간들을 모아서 몇 년, 몇 십년의 단위로 묶어놓고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자신을 이루어왔는지가 보인다.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이루는 모자이크 처럼.
그리고 그 그림은 계속 그려진다.
바로 오늘도.

엄마 주위에 우리가 모두 모여 동화사에서 사진을 찍은 그 날에
나는 엄마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한 조각을 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삼랑진을 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목수였던 젊은 외할아버지와 책읽기를 좋아하셨던 외증조할머니,
장에 왔다가 무시로 들리시는 친지와 이웃 할머니들을 위해
큰 냄비에 수제비나 죽을 끓이다 한명 더 오면 물 한바가지 더 부으며
“점심 자시고 가시소~”하던 외할머니의 젊은 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나 잘 하시고
책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 하시는 울 엄마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떻게 자란 것인지 조금 더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엄마는 씩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과 함께 자신이 자란 곳에서 멀리 떠나와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강릉이라는 낯선 곳에서 우리들을 키우며 보여준 엄마의 여러 모습들을 생각할때
엄마가 만들어온 엄마 자신의 그림은 씩씩한 사람인 것 같다.
작은 몸에 깃든 씩씩한 마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나무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이야기라는 가지를 넓게 펼쳐가며 오늘도 아주 조금씩 자라고 있을 것이다.

엄마의 언니인 서울 이모께서 “아고~ 나도 삼랑진에 한번 가보고싶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여행하며 많이 들었다.
다음에는 큰이모도 함께, 강릉 언니도 함께, 외삼촌들도 함께 삼랑진 골목을 또 걸어봐도 좋겠다.
우리가 나무라면
가끔은 자기가 출발했던 곳, 자기 뿌리를 한번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리고 또 오늘의 가지를 뻗어가는 것이다.











우리 품에 깃든 고운 생명들을 보듬어가며.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9. 7. 24. 10:46



​​





엄마에게 삼랑진은 그 분들과 함께 한 공간이었다.
어디를 간다는 것은 그 곳에 살았던 사람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 추억을, 흔적을 찾아보는 시간이 된다.
엄마의 어린 시절 이웃들, 친구들은 지금은 거의 모두 삼랑진을 떠났다.
외할머니와 삼촌들은 대구와 울산에 계시고 이모는 김해에, 친구들은 전국 각지에..
엄마가 찾아볼만한 이웃 아주머니 한분 댁을 이모와 여러번 골목을 오고간 끝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50년 가까운 시간을 건너 엄마는 할머니를 알아보았고, 할머니도 엄마와 이모를 알아보셨다.
모두 잘 지내고 있으니 고맙다고, 이렇게 보니 참 좋다고, 앞으로도 건강히 잘 지내라고 서로서로 손을 잡아주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엄마는 다음날 대구 외할머니를 만나 이 아주머니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외할머니는 젊은 시절 삼랑진에 함께 살았던 친지들과 이웃들의 근황을 아는대로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셨다.
두 분이 한참 이야기나누는 것을 들으며
우리들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누렸던 사람들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와 헤어져 우리는 오일장이 서 있는 삼랑진 읍내를 걸었다.
오십년 전에 큰이모가 결혼식을 올렸던 삼랑진 극장이 지금은 사우나 있는 쇼핑상가로 변해있었다.
이모는 삼랑진 장에서 딸기를 두바구니 사서 각자의 손주들에게 먹이자며 한바구니씩 나누셨다.
자매는 각자의 손주들에게 주는 어린이날 용돈 봉투도 사이좋게 주고받았다.






오십년 전 이 길을 걸을때 소녀이고 처녀였을 이모와 엄마의 뒷모습.
저 방향에는 누구네 집이, 저쪽 들판에는 어디로 가는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나누는 두분을 보며
이 공간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나도 두 분과 함께 있어보았다는 사실이 고맙고 좋았다.

엄마와 이모는 어떠셨을까.
오십년 세월이 잠깐인 것 같으셨을까.








삼랑진 여행을 마치고 삼랑진 트윈터널에서 놀며 우리를 기다렸던 아이들과 아빠를 만나 숙소로 왔다.
대구 팔공산 근처에 있는 느티나무펜션이란 독채펜션을 빌렸는데
어른들도, 아이들도 아주 편안하게 잘 쉴 수 있었다.
아침밥도 펜션에 붙어있는 느티나무식당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정성껏 차려주신 백반을 맛있게 잘 먹었다.


아침 먹고는 팔동산 동화사를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대구 외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머니와 큰 외삼촌, 막내 외삼촌 부부를 만나
점심을 함께 먹고 다시 원주로 향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