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디서도 잘 논다.
놀이기구들이 잘 갖춰진 폴리우레탄 바닥 놀이터에서 놀 때도 재밌게 놀고
이렇게 냇물과 풀밭을 첨벙거리고 뛰어다니며 놀 때도 잘 논다.
어디서든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놀며 클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연이 주는 고마운 선물들을 느끼며 시간을 보낼 때가 참 행복하다.
산책을 하고, 흙을 만지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함께 신기해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거기에 한동안 흠뻑 빠져보는 순간이 참 좋다.
나와 비슷한 엄마 친구들을 만나서 참 좋다.
아이들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고, 잘 노는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사는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다가
함꼐 해질 무렵 서로 이웃해있는 집으로 걸어돌아올 수 있어서 좋다.
기차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아빠데리러 가나보다. 기차야 잘 다녀와~! 기차야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외곽 동네.
여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유년의 고향으로 기억되겠지.
살다보면 슬픈 일이 많을 것이다.
자라는 일이 힘든 시간도 많을 것이다.
유년의 풍경은, 어린 날의 추억은 그런 날들에 조용한 위로가 된다.
이제 그것을 알겠다.
어떤 구체적인 사건들보다, 어린 날의 내가 매일 걸었던 길가에 서있던 나무, 논밭과 하늘, 멀리보이던 학교 풍경, 소꿉놀이하던 뜨락, 마당, 집 안팍의 여러 풍경들이
그 아스라하고 고운 그림같은 장면들이 그냥 힘이 된다.
내 아이들에게는 지금 이렇게 친구와 같이 놀고, 엄마와 함께 산책하고 걷던 길들이 그런 마음속의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어떤 놀이를 함께 할까..
아무리 슬퍼도 엄마는 밥을 하는 것처럼
아무리 세상이 무시무시해도 아이들은 뛰어놀 것이다.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 아직 허락되어지는 것에 감사하면서 가을에도 고맙게, 함께 잘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