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2012. 12. 31. 22:59

 

 

2012년의 마지막날이다.
아이들과 강릉 부모님 곁에서 보내고있다.

돌아보니 올한해도 참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아직 추운 이른봄 연수의 첫유치원 등원의 날들이 있었고
아직은 엄마도 연수도 떨어져지낼 준비가 안됐구나 절감하고 한달여만에 그만 두었었고
그 뒤론 연수연호와 셋이 온전히 종일 붙어서 보낸 봄여름가을겨울이었다.
여름엔 연호가 첫 돌을 맞았었고, 바다를 임신해서 가을겨울을 함께 보냈다.

언제 시간이 가고 언제 아이들이 자라나... 싶던 때도 많았는데

올한해가 지나는 동안 연수는 네 돌을 꽉 채우고 54개월.. 어느새 참 많이 의젓해졌다.

그림이나 점토놀이 하는 것을 봐도 전과 다르게 사물의 형태나 특징을 묘사할 줄 아는 다섯살 형아로 자라났다. 투닥거릴때도 있지만 제 동생 연호를 예뻐하고 좋아하는 형아가 되었다.

연호는 엎드려 기던 녀석이 어느새 붙잡고 일어서고, 엄마 손을 잡고 걷고 어느새 저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걸을 줄 아는 아기가 되었다.

고운 아기말도 여럿 하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어느새 아기에서 아이로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바다도 어느새 엄마 배속에서 8개월을 다 채워간다. 꼼지락꼼지락 태동도 부지런하고 아직까지 작은 형아 밤중수유를 하느라 잠을 설치는 엄마 몸속에서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있는 고마운 아가.

천천히, 더딘 듯해도 아이들은 제 힘껏, 최선을 다해 신나게 자라준 한 해였다.

고맙다..

 

 

 

 

 

이빨 썩게 하고 몸에도 안좋은 도너츠, 쵸콜렛 같은 달달한 간식들도 덥썩덥썩 손에 잘 쥐어주고

때로는 터무니없게 화도 벌컥 내고 짜증도 부리는

부족한 엄마 곁에서도 큰 탈없이(연수는 올 여름에 치과치료 많이 받느라 엄청 힘들었다ㅠㅠ) 잘 자라줘서 미안하고 고맙다.

어린이집도 안 보내고, 무슨무슨 선생님도 안 부르고 화려한 체험전같은데도 한번 안 데려가주고(그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만) 

그저 종일 집과 아파트 놀이터만 오가며 노느라 많이 심심했을텐데도

저희들 힘으로 무슨 꺼리든 찾아내서 재밌게 놀면서 하루하루 보내줘서

엄마랑 같이 지내는 이 어린 날들을 좋아해주고 잘 웃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얘들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하는 일이 어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다 어른들 잘 되라고 지켜주고 있는 일들일지도 모른다.

형아들 덕분에 많이 걷고, 많이 웃고, 좀 고단해도 부지런히 몸 움직이며 지내는 동안

바다도 무럭무럭 잘 컸고, 나도 잘 지냈다.

임신 기간동안 크게 입덧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하면 바다 덕분이고,

보고싶은 친구들 만나러 여기저기 잘 다녀오고, 멀리 제주도까지 일주일간 여행도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보면

잘 자라고 씩씩하게 엄마와 동행해준 아이들 덕분이었다.

너희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구나.. 고맙다, 고맙다.

 


 

 

 

지난 토요일에 강릉에 내려왔는데 오랫만에 부모님 곁에서 지내니 참 좋다.

아이들과 나말고, 누군가가 온종일 함께 있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 참 좋다.

여름과 겨울에 한번씩,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1~2주씩 와서 지내는 동안

엄마는 계모임 같은 그나마 있던 일정들도 거의다 안 나가시고, 아빠도 바깥 약속들을 되도록 적게 잡으시면서

우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신다.

아빠는 우리들을 태우고 경포바다로, 호수로, 아이스크림 가게와 빵집으로 짬짬이 즐겁게 바깥 바람을 쐬어주시고

엄마는 연수와 구슬치기도 하고, 카드게임도 하고, 연호에게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같은 손놀이 노래를 가르쳐주시고

따뜻한 밥과 맛있는 간식들을 만들어 먹여주신다.

부모님 곁에 오면 지치고 고단했던 몸도 많이 쉬게 되지만, 무엇보다 외롭고 늘 긴장되어 있었던 마음이 푸근한 안식을 얻게 된다.

나말고도 아이들 곁에 누군가 계시다는 생각, 기댈 곳을 찾아 모처럼 푸근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

아빠가 함께 있는 주말을 제외하면 늘 엄마하고만 온종일 지내던 아이들에게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증조할머니가 늘 함께 계시는 외갓집에서의 생활은 얼마나 풍요롭고 따뜻한 시간일까..

오늘 남편 회사가 쉬었더라면 며칠 연휴를 맞아 마침 제사도 지내시는 상주 시댁에 다녀왔을텐데

휴가를 내기 어려운 상황상 상주에는 못가고 주말에 남편은 우리만 강릉에 데려다주고 다시 출근하러 서울로 돌아갔다.

상주 어른들을 뵈러가지 못한게 죄송하고 마음 한켠에 계속 걸려있긴 하지만

추운 연말연시를 고향집 부모님 곁에서 아이들과 따뜻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 참 고맙고 좋기도 하다.

 


 

 

 

2013년 한 해도 잘 살아야지...

올해보다 더 힘내서, 더 맑은 정신으로, 굳은 의지로 조금씩 더 노력하면서 살아야지.

새해를 맞으면서 바라는 것들을 생각해보니 건강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나도, 아이들도, 가족들 모두..

무엇보다 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셋째를 잘 낳고나면 세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날들을 씩씩하게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한동안 셋째 낳고 난 이후의 날들이 너무 겁나고 깜깜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건강하기만 하면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나도, 아이들도, 남편도 아프지만 않으면 아이들 키우며 겪는 고단하고 어려운 순간들은 어떻게든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모두.. 건강하자.

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부모님 곁에 와있으면서 하게 되었다.

집에 오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더 많이 쉬는데도 몸에 힘은 더 없는 것 같다.

셋째의 임신 후기는 많이 힘들구나.. 새록 절감하면서 서울에 돌아가서 지낼 날들, 출산..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하게된다.

그리고 내가 건강하게, 셋째도 잘 낳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는 평범한 날들, 평범한 일상이 다시금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깊이 느끼고 있다.

새해에도 그런 날들을 살 수 있기를..

그리고 새해에는 조금 더 많이 고민하고,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내 현실, 내 현장은 아이들을 키우는 내 가정.

그 안에서 공부하고 생각하는 일, 그리고 여기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겠다.

깨어있는 사람, 조금씩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올한해 내 곁을 지켜주었던 많은 분들, 내가 만났던 친구들, 이웃들.. 고마운 그 분들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리는 밤이다.

모두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어렵고 힘든 일들 속에서도 꿋꿋하고 행복하시길 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