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18. 1. 31. 20:01




밤에 눈이 몇번 왔다.
강아지처럼 뛰어나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달래 저녁밥부터 먹이고서
나는 아빠 마중간다는 핑계삼아 옷을 단단히 입혀 마당에 나간다.

바닥에 벌렁 누워 눈천사도 만들고
눈덩이를 굴려 눈공, 눈사람도 만들고
떨어지는 눈을 받아먹는 아이들.

내가 눈 먹지말라고, 먼지 많이 섞여있을지 모르니 먹지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입 속에서 녹는 눈이 시원하고 맛있어서
자꾸만 먹는다.
받아도 먹고 쌓인 눈은 퍼먹기도 한다.

나는 혼을 내다가 미안해졌다.
눈을 먹어보는 것은 어린시절의 권리같은 것 아닌가.
건강하게 잘 자랄 권리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눈을 맛보고 뛰어놀 권리도 있는거 아닐까.

미안해진 내가 “서울 눈은 안 깨끗해서 그래.. 나중에 엄마가 깨끗한 눈보면 먹게 해줄께..”하고 말하니
“언제? 어디 눈은 깨끗해?”하고 묻는 아이들을 보며
또 미안해진다.

눈이 깨끗한 곳에서 아이들을 키워줘야 하는데..
나는 아이들 교육때문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도 아닌데..
남편의 직장, 우리 가족 생계 궁리에
서울을 못 떠나는 것인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공기좋은 지방에 가서 살고싶다.

올겨울 눈은 몇번이나 더 올까.
아이들을 자꾸 혼내게 돼서 미안한 눈.
그래도 곱게 몇번 더 와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