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7. 1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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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똑순이가 오늘은 큰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작고작은 아기가 여기가 조금만 이상해도, 저기가 조금만 아파보여도
초보엄마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겁부터 납니다.
덕분에 똑순이가 태어난 병원의 소아과 선생님과는 하도 자주 전화통화를 해서
제가 "여보세요"만 해도 "아 똑순이 어머님~"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태어난지 40일이 된 요녀석, 조금 걱정스러운데가 있다고하여 작은병원샘이 써주신 소견서를 들고 오늘 큰병원에 다녀온 것입니다.
다행히 괜찮은것같다는 답을 듣고 돌아오니 이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너무나 걱정되었었거든요..
'아프지 마라  아가야, 네가 아플거 엄마가 대신 다 아플께'
엄마마음이 이런거구나 처음 느낍니다.

큰 병원 소아병동에 가니 아픈 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눈에 밟힙니다.
접수처에서 제 옆에 서있던 엄마는 시골에서 올라오신 모양입니다.
딱봐도 세련된 서울엄마들과는 다른데 뭔가 진한 생활의 향기가 납니다.
"시간을 늦게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한 8시정도로.. 촌에서 올라오다 보니까.."
다음 예약 날짜를 잡으시는 모양입니다.
시골 어딘지는 몰라도 멀리서 서울 신촌 세브란스까지 아픈 아이와 함께 오고갈 아주머니의 노곤함이 느껴집니다.
시설이 좋은 병원이 전국 곳곳에 좀더 가까운곳에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때도 박동기를 달고 오나요?"

얼마전 새댁이 똑순이황달치료차 모유수유원에 입원했을때 거기서는 '생성기'라는게 있었습니다.
아직 모유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엄마들의 아기들에게 분유를 보충해주는 조그만 플라스틱통인데
여기에 달려있는 아주 가느다란 호스를 엄마젖꼭지에 고정시키고 아기에게 엄마젖을 빨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실제 아이가 먹는 것은 분유이지만
엄마젖꼭지는 아이가 빠는만큼 젖을 만들기때문에 모유가 생성된다고 해서 이름이 '생성기'지요.
이 생성기를 목에 걸고 수유하는 엄마들은 그렇지 않은 엄마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젖이 처음부터 많아서 자기 아이에게 엄마젖을 충분히 먹이는 것이 부러운 것입니다.
새댁도 이 생성기를 곧잘 달고 수유했습니다.
오늘 '박동기'라는 것을 들으니 어떻게 생긴 것인지 본 적은 없지만
아기의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도와주는 어떤 도구겠다는 짐작이 들고
그걸 아이 심장에 달아주는 엄마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것같아 가슴이 찌르르 아팠습니다.

예전에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나그네'를 학교 음악시간에 배우면서
폭풍우치는 밤, 아버지가 아픈 아들을 품에 꼭 안고 뒤쫓아오는 마왕을 피해 말을 달린다는 해설을 읽었던 기억이 요즘 새록새록 납니다.
그 아버지의 절박한 심정,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
제가 엄마가 되고나니 이제야 조금씩 알 것같습니다.  

아이에게 새벽에 젖을 먹이고 있노라면
뜬금없게도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라든가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멀리 있습니다/.../어머니,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같은
윤동주 시인의 시구절들이 생각나고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아이 덕분에 새댁, 뒤늦게 예술눈이 틔일려나 봅니다.

세상에 아픈 아이들은 모두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수있게 병원도, 좋은 의사선생님도, 치료약도 충분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7. 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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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모처럼 엄마가 똑순이를 재우는데 성공하고 컴퓨터앞에 앉았는데
재활용분리수거일을 알리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예민한 똑순이가 깼을까봐 얼른 안방문을 닫아놓습니다.
방송끝나고 열어보니 똑순, 잠에서 깨려고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얼른 등을 가만히 토닥토닥해주었더니 다행히 다시 숨이 안정됩니다. 휴....

잠이 보물입니다.
우리집에서 요즘 똑순이가 자면 온집안에 평화가 흐릅니다.
똑순이가 안자면?
누군가가 안고 있어야 똑순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온 아파트단지를 울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똑순이의 잠 1분1분에 진땀이 흐릅니다.

주말내내 똑순이를 안고있느라 고생했던 아빠가 아들과 마주보고 잠이 들었군요.
저렇게 엉겹결에 똑순이가 잠에 뚝 떨어지는 행운도 가끔은 찾아옵니다.

"이 날씨에 밤샘집회한 사람들 진짜 힘들겠다"
똑순이가 우는 통에 일요일 새벽부터 똑순이를 안고 집안을 방황하던 신랑이
새댁에게 똑순이를 넘기며 인터넷뉴스를 보러 갑니다.
지난 토요일 50만명이 모인 최대의 촛불집회 소식을 보면서
역사적인 현장에 함께 있지 못했다는 서운함에 아빠가 묻습니다.
"우리 평생에 저렇게 큰 집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갓난쟁이와 산모를 돌보느라 전공인 집회에도 못 나가고 애태우는 신랑이 안쓰러워 새댁, 단호하게 대답해줍니다.
"그러~~엄! 혁명해야지."

우리 살아 있을때 세상이 크게 바뀌는 혁명의 날이 과연 올까요? 그런 날을 만들수 있을까요?
장담할순 없지만 오늘의 촛불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좀만 기다려, 나중에 똑순이데리고 이보다 더 큰 집회에 같이 나갈 날이 올거야"
거창하게 대답한 김에 똑순이를 안고 노래를 부릅니다.
"깨어라 노동자의 군대 굴레를 벗어던져라~ 정의는 분화구의 불길처럼 힘차게 타온다~"
노래를 하니 똑순이 재우기에 지쳐있던 몸과 마음에 새힘이 솟는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한곡 더 부릅니다.
"어둠에 찬 반도의 땅~"

집밖 마을을 가득메운 습기가 보기만 해도 무서운 장마에
눅눅한 어둠을 몰아내는 밝은 촛불의 행렬이 마음 한구석을 뽀송뽀송하게 해줍니다.
애쓰고계신 모든분들 건강 조심하시고 힘내십시요.
저희 세식구도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ㅠ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