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8.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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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참으로 힘들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이 행복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 행복은 아주 작은데서 오는데 예를 들면 '아가가 처음으로 소리내어 웃었다' 같은 것들입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는 매일 매일 자랍니다.
몸이 자라는 것은 쉽게 알아보기 어렵지만
눈짓, 손짓, 발짓 같은 행동들이 매일 조금씩 정확해지고, 의사표현도 분명해집니다.

어른이 되면 삶에서 놀라운 일들이 적어지지요.
어린 시절에는 세상에 참 신기한 것도 많고, 새롭고 흥미로운 꺼리들이 많아
매일 아침 눈뜨기가 설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왠만큼 어른이 되고 나면 그날이 그날같기가 십상입니다.
그런 어른들의 삶에 아기는 다시 설레임을 줍니다.
오늘은 이 녀석이 또 무슨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만발입니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육아 싸이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보니
그날 그날의 놀라운 사건들을 어딘가에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늙어서 심심할때 돌아보면 참 애틋하고 재미있을텐데요-^^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이 소중한 날들...
아가가 선물해준 행복한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담아두고 싶습니다.


8/22 - 어느 순간 보니, 똑순이가 안아주는 엄마팔을 손으로 꼭 잡고 있습니다. 와~! 그전에는 손이 그냥 팔위에 얹혀져 있었거든요. 엄마를 꼭 잡는 그 작은 손의 느낌에 엄마, 그만 울컥해집니다.

8/23 - 똑순이가 손을 날로 잘 씁니다. 소리도 맛있게 '쪽쪽쪽' 잘 빨고, 그러다 잠도 듭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서 5시간이 넘게 잤는데 중간중간 깰만하면 알아서 제 손을 가져다 쪽쪽 빨면서 다시 깊이 잠드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8/24 - 처음으로 엄마가 어깨띠를 해서 똑순이를 태우고 집앞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구입한 것은 누가바와 빠삐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빠엄마, 천천히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휴~ 첫번째 어깨띠 여행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똑순이, 웃으며 잘 견뎌주었습니다.

8/25 - 오늘로서 만으로 생후12주가 된 똑순이, 이제는 엄마가 이리가면 이리 보고, 저리가면 저리 보며 시선을 맞춥니다.  
혼자 눕혀놓으면 첨엔 잘 놀다가 심심해지면 "응응"하고 소리를 내는데 글쎄, 제 귀에는 "엄마~"하고 부르는 것처럼 들립니다.
큰 방에 저 작은 녀석이 하나 누워있을 뿐인데도, 온 방이 그득 찬 것 같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8. 1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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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엄마 일기에 늘상 '똑순이'란 태명으로 등장하는 아들입니다. 엄마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분들께 인사드려요~"

^^
똑순이가 많이 컸습니다.
이 사진도 벌써 열흘쯤전 사진인것 같군요.
하루가 다르게 아이는 자라고 저의 육아생활도 덩달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똑순이는 거진 3시간 간격으로 수유간격도 잡히고, 낮잠도 전보다 더 규칙적으로 잡니다.
에.. 낮잠자기 전에는 아주 규칙적으로 '대박' 울어주고 있고요..ㅠ

전에는 아무리 들고 흔들어도 통 낮잠이 들지않던 똑순이가
날이 선선해져서 그런가, 밥을 규칙적으로 먹어서 그런가.. 잠도 조금 더 잘 자게 되었습니다.
정말이지 처음 1, 2개월은 정말 잠 한번 들이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요.
책을 보면 신생아는 하루 17~8시간 잔다고 하는데
우리 똑순이는 왜이리 안잘까, 어디가 아픈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육아까페들을 검색해보니 우리집아기만 안자는건 아닌것같더라고요. ^^;;
많은 초보엄마아빠들이 붉게 충혈된 눈과 팔다리근육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아가도 세상이 낯설고 불편하고, 엄마아빠도 처음 해보는 육아다보니 아이를 편안하게 잘 해주지 못해서일듯해요.

갓 태어난 신생아시절에는 아가가 자다 깨서 울면 품에 꼭 안아만줘도 다시 잠들더니
얼마안가 안고 흔들어야 자고, 나중에는 안고 일어나 돌아다녀야만 잠이 들더군요.
이때부터 불면의 밤이 시작됩니다.
엄마아빠 둘중 한명은 아가를 안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거실과 방들을 배회해야하는데
아무래도 출근하는 신랑보다는 새댁이 이 '배회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느라 얼마나 피곤하랴.. 생각하다가도 쿨쿨 자는 신랑을 보면 울컥 얄미워집니다.
그럴때는 '인간을 사랑하자...' 되뇌이며 분노를 삭혀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한참 돌아다니다 아가가 곤히 잠들때까지 팔에 마비가 와도 참았는데  
요즘은 좀 안고 다니다가 팔이 아프면 아기가 꼼질꼼질 하는것 같아도 내려놓습니다.
'엄마도 좀 살자' 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아가가 잠을 못들이고 낑낑대거나 울면 냉큼 다시 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울리지 그래요? 울다 지치면 자지 않을까요?'라고 누군가 물을 것 같기도하지만... 그게 쉽지않습니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내버려둘만큼 강심장도 아니고, 이웃에 죄송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라는 아기에게 '잠'이 굉장히 소중한 것임을 알기때문에 어떻게든 재워주고 싶어집니다.

아기를 낳고 많이 생각한 것중에 하나가 '희생없이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없다'는 것이예요.
아기에게 잠을 주기 위해서는 엄마아빠가 잠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아기를 배불리 먹여주기 위해서도 엄마아빠는 더 힘을 내야합니다.
사람이 자라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과 희생이 필요한지... 아이를 낳아보니 알겠습니다.

아무튼 이리하여 한번 '아이 재우기'가 시작되면 '수면의 적들'과 한판 승부를 펼쳐야합니다.
첫번째 적은 아가 자체 - 바로 쉼없이 꼼지락거리는 '팔과 다리'입니다.
한참 잠이 들다가도 번쩍! 하고 팔이나 다리가 들리는 순간, '끄응~'하는 신음과 함께 아이는 깨어납니다.
그래서 신생아때는 '속싸개'에 꽁꽁 싸서 재우지만
조금 큰 뒤에는 날도 덥고 워낙 팔다리를 열심히 휘젖는지라 속싸개도 해놓을 수 없습니다.
이 팔과 다리를 엄마 손으로 지긋이 누르거나 좁쌀베게 같은것으로 눌러놓는데,
행여 아기 얼굴을 덮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야합니다.  
두번째 적은 외부의 소리들입니다.
아기 잘때는 밥숟가락도 힘차게 들고내릴수가 없습니다. 깊은 잠이 안들었는때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깨어나거든요.

고요한 한낮, 동네를 휘젖는 방송차 소리들..
2002년 대선때 새댁은 민주노동당 선거유세에 참가했었는데 그때 주요 프로그램중 하나가
오전이나 오후 고요한때 동네 골목이나 공터에 유세차를 세워두고 신나는 로고송에 맞춰 춤도 추고 방송연설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창문열고 내다보지 않는 동네 한복판 공터, 참으로 한적하던 곳에서도 열심히 방송을 틀며
"그래, 집안에 있는 사람 한명이라도 이 얘길 듣고 우릴 지지해줄지 몰라~" 얘기했던 새댁과 친구들은
아기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너무 몰랐던 것입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것도 아니고.. 10분이 넘게 우렁찬 스피커소리를 쟁쟁하게 울리던 우리를
어느 아기엄마인가는 무척 원망했을 것입니다.
흠.. 이제 다시 한다면 새댁들의 표를 깍지않는 유세를 고민하겠어요.
엊그제 저녁에는 아파트 마당에서 얼콰하게 취하신 한 아저씨의 전화통화가 똑순이의 잠을 깨웠습니다.
"그러니까 전화를 바꿔보란 말이야~ 응~ 당장 바꿔! 바꾸란 말야~~~"
무슨 사정인지 알수는 없지만 전화의 상대방에게 '빨리 바꿔주심 안될까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이런 적들에 맞서는 엄마의 무기는 자장가와 토닥임 뿐입니다. 아! 공갈젖꼭지도 있습니다.
'자장자장 우리애기 잘도잔다 우리애기 앞집 개야 짖지마라 뒷집 닭도 울지마라
우리 애기 착한애기 잘도잔다 자장자장'
이 단순한 가사를 무한반복하는데, 앞집 개는 멍멍개로, 뒷집닭은 꼬꼬닭으로 변용이 가능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안고 규칙적으로 엉덩이나 등을 토닥토닥 때려주는 것이지요.
빈약해보이는 이 무기들의 위력은 직접 애기를 재워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한밤에는 자다깬 아가를 노래만 불러 다시 재울 수도 있게됩니다.(사실 이건 성공하기 무척 어려운 경지입니다ㅠ)
가장 큰 공은 공갈젖꼭지에 돌려야겠지만요.^^;
공갈젖꼭지를 쓰지않은 생후2개월까지는 전적으로 팔힘과 자장가로 아기를 재웠답니다.
 
이렇게 많은 '적들'(쓰고보니 좀 과격한데.. 방해자들^^)을 넘어 깊은 수면에 이른 똑순이,
자고 일어나면 또 한뼘쯤 자라있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졸려하는 똑순이를 안고 거실을 오가는데 라디오에서 무척 흥겨운 라틴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즐거워지면서 똑순이를 안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았습니다.
똑순이는 엄마의 떄아닌 댄스에 당황했는지 얌전히 안겨있더군요.
한참 즐겁게 춤을 추다 내려다보니 아가는 잠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이 녀석이 크면 늙은 엄마와 이렇게 다정이 춤을 춰줄 날이 있을까요?
왈츠도 추고, 탱고도 추고, 막춤도 추고.. 6kg가 채안되어 작고 가벼운 이 때
아가를 품에 꼭 안고 춤추는 행복을 많이 누려야겠습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