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8. 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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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위에 또 다시 밤이 왔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살고있는 쪽 지구에 밤이 내린 것이다.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에서 주인공 켄지가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가 '지구위에 밤이 온다 어디선가 카레 냄새가 난다 내가 좋아하는 오믈렛(?)가게는 지금도 하고있을까...' 어쩌구 였던 것 같다.

세상에 많은 저녁들이 있을 것이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그리운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저녁, 퇴근 행렬속에서도 뭔가를 파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저녁, 새로운 모임을 위해 총총히 향해가는 저녁. 여행지에서 맞는 저녁..
그 저녁들에 보탤 요즘 나의 저녁은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자장가를 부르며 재우는 저녁이다.

우리집 앞산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지고 노을이 잔잔히 내려앉는 동안
아기는 젖을 먹고 졸음에 겨워 찡찡거리고 울다가
자장가를 부르며 안고 돌아다녀주면 잠이 든다.
잠든 아가를 이부자리위에 뉘여놓고 잠시 더 뒤척이는 것을 지켜보며 토닥거리다
깊은 잠이 든것같으면 살그머니 방을 빠져나와 조용히 저녁을 먹고
나도 그 옆에 가서 누워 밤에 아기가 깨서 다시 젖을 먹을때까지 잔다.

다행히 아가는 낮밤을 잘 구분해서 저녁해가 질무렵이면 하루중 가장 긴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밤에 두세차례 깨어 젖을 먹고 또 잠들다가 새벽 5시, 그러니까 해가 뜰때쯤 되면 젖을 먹어도 다시 잠들지 않고 깨어난다.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난다고 해서 신랑은 '농민의 아들일세, 농민의 아들이야'라며 툴툴거린다.
아침잠 많은 아버지도 같이 새벽에 일어나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개는 다시 재우려고 안고 흔들며 갖은 애를 쓰다 결국 포기하고 노는 아기를 옆에 둔채 아빠는 다시 잔다.

*

오늘은 아가가 낮잠을 좀 오래 잔 덕분에 나도 낮에 잠을 좀 자서 오랫만에 블로그를 열어볼 기운이 났다.
하루하루가 참 잘도 흘러서 어느새 똑순이는 생후 8주하고도 사흘을 더 살았다.
저위에 사진은 한달쯤 전에 찍은 것인데 그사이 아기는 정말 많이 자랐다.
사진속의 똑순이는 옆으로 누워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요즘의 똑순이는 똑바로 누워 발버둥을 친다. ^^
옆으로 누워 속싸개에서 발만 내놓고 버둥거리는 똑순이가 꼭 작은 새처럼 귀여워 찍어놓았던 사진인데
요즘 사진이 없어 올렸다.  
아.. 참 작았네.. 우리 똑순이.
요즘도 작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고개에 힘도 생기고 눈도 잘 맞추고
말이라도 할듯이 입을 움직이며 싱글거리는 것이 뭔가 아는 큰 아이같다.
아이키우는 엄마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거짓말을 한다지만 그래도 요즘 똑순이와는 대화가 된다. ㅋ

나도 이제 겨우 기운을 좀 차렸다.
여전히 버벅거리지만 조금씩 아이와 생활의 패턴이 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밥도 하고, 요리도 조금씩이지만 하고, 어제오늘은 아이가 수유쿠션위에서 자는 짬짬이 육아책과 신문도 읽었다.
아이가 노는 동안에는 청소랑 빨래도 했고... 설겆이는 신랑의 몫이라 하지 않았고. ^^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안고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서재로 쓰는 작은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이 그렇게 읽고 싶을 수가 없었다.
언제쯤 다시 읽을 수 있을까.. 못읽는 상황이 되니 괜히 더 읽고 싶다
막상 책상에 다시 앉으면 졸음이 쏟아져서 한페이지도 채 못읽을지도...^^;;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 조금씩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싶다.

하루가 참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그래도 잠깐씩 짬이 날때는
'이제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육아를 하면서
내 일이나 내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우선 몇년은 아기 키우는데만 집중하고 아기가 얼마쯤 큰 뒤에 다시 활동을 하려고 계획하는 선배도 있고,
또 육아의 세계란 것도 참 깊고 매력적인 것이어서
잘 하고싶다고 생각하고 보면 정말 할 것도 많고,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매력이 있으니
하고싶은 일이 있으면 아주 어린 지금같은 때부터 해야한다고 말하는 선배도 있다.

사실 '아주 잘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처음 접해보는 아가와 육아의 세계인지라 공부하고 배워야할 것은 엄청 많다.
요즘 아기자는 짬짬히 피곤하지만 '삐뽀삐뽀 119'며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그 외 육아책들을 자꾸 뒤적여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작은 생명 하나 키우기가 온 우주 건사하는 만큼이나 귀하고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특별히 잘난 아이로 키우려고 해서가 아니라 무사히, 건강하게만 키우고 싶어도 부모는 공부도 하고,
밤잠도 설치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참..

그래서 얼마전엔 신랑에게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뭘 그리 일찍 해~ 맘껏 더 놀구 해'라고 하겠어. 누가 임신했다고 하면 '아니, 왜 그래~?!'라고 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웃기까지 했다.

그래도 아이는 예쁘다.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한 일중 제일 잘 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에고. 이제는 자야겠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또 내일 생각하고.

참, 오늘 신문을 보다보니 '나라 꼴이 이게 뭐야' 싶었다.
참... 날도 더운데 나라도 이 모양이고, 애에 파묻혀 세상 돌아가는거 모르고 살았더니...
정신 차리고 살고있는 사람들은 정말 몸이 두세개라도 모자랄만큼 바쁘겠다. 아이구!!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7. 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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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은 지난 3주간 복지부와 은평구청에서 함께 하는 사업인 '산모/신생아 도우미' 서비스를 받았습니다.
출산 2달전부터 신청할 수 있고, 의료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65%에 포함되는 가구에 2주간 지원되는 서비스로,
산모가 4만6천원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구청과 보건복지부가 반반씩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너무 좋은 사회복지 서비스입니다.

산후관리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도우미분이 오셔서 아기도 돌봐주시고 산모의 몸조리도 도와주시는데
그 실력이 대단하십니다.
받기 전에 새댁과 신랑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어떤 분이 오실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산모들의 후기가 종종 있는데 참 좋았다는 후기도 있고, 별로였다는 후기도 있고
어떤 기관이 딱 좋다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어떤 분을 만나느냐는 완전 '운'이겠구나 생각했던 것이죠.

서비스를 받고난 지금 보니 역시 '운'은 운이지만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기본적으로 산모/신생아돌보기에 대한 교육과 경험이 있는 분 한분이 곁에 계셔주시는 것만해도
산모에게는 무척 큰 힘이 되며
힘든 산욕기를 견뎌내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은평구청 보건소와 연계를 갖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은 모두 4곳(서울YWCA, 맘밀크, 여성인력개발센터, 한국지역자활후견센터) 인데,
새댁은 그중 '지역자활후견센터'에 도우미 파견을 신청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아가마지'라는 이름으로 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도 강서지점을 비롯해서 몇몇 지점이 있는것같은데
저는 은평구에 살고있어 여기 가까이 사시는 관리사분을 배정받았습니다.

우리집에 오신 관리사님은 임정숙 이모님이셔요.
위에 사진에 똑순이를 안고계신 분입니다^^
새댁은 대학시절 '안토니아스라인'이라는 영화를 본 후 풍채가 좋은 여성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이모님이 딱 그렇습니다.
새댁품에서는 발버둥치던 똑순이가 이모님품에만 가면 순한 양으로 변하여 가만히 안겨있습니다.
엄마에게서는 '초보'의 풋내가, 이모님에게서는 '달인'의 포스가 느껴지는 것일까요..
이 분이 와주시는 동안 새댁은 정말 맛있고 풍성한 식사와 쑥좌욕, 유방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받았구요,
더위에 지쳐 찡찡대는 똑순이는 시원한 목욕과 마사지, 그리고 잠들때까지 품에 안고 토닥토닥 두들겨주시는
정성어린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이모님의 집안살림 솜씨 역시 완전 대단하셔서
와주시는 2주동안 우리집 방바닥은 파리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질반질했으며 씽크대는 항상 깨끗했답니다.
전라도가 시댁인 이모님, 점심상은 늘 9첩반상으로 차려주셨고
그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신랑도 맛있는 밥을 무척 잘 먹었습니다.
음.. 9첩반상, 사진으로 보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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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미역국, 호박조림, 닭가슴살조림, 고등어구이, 감자볶음, 두부전, 멸치볶음, 김치볶음(맵지않게 김치를 한번 빨아서 볶아주십니다), 김, 생오이와 파프리카.. 등입니다.
젖먹이는 엄마는 잘 먹어야한다, 속이 허전해서 안된다며 찐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의 간식도 항상 그득그득 상위에 준비해두십니다.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이 차례로 오셨다 내려가신후 이모님께 2주간 도움을 받고
그후 한4일 새댁 혼자 똑순이를 돌보며 지내봤는데요,
많은 산모분들이 그렇겠지만
제대로 식탁에 앉아 점심 한끼 차려먹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낼 엄두도 못내고 겨우 국그릇에 밥까지 말아 애기가 깰까 맘졸이며
후다닥 입속에 '퍼넣기' 바쁘거나
그마저 안되면 우는 애기를 옆에 두고 '똑순아, 잠깐만~ 엄마 배고파 안되겠다, 금방 먹고 갈께ㅠㅠ' 라고 외치며
밥을 입속에 떠넣어야 했답니다.
더위속에 아이도 새댁도 잠 못자고 지쳐 괴로와하다 결국 1주일 더 서비스를 신청했답니다.    
다시 이모님이 오셔서 어엿한 9첩밥상을 다시 받고보니
거짓말 살짝 보태서 눈물이 날뻔 했지요. ^^

젖양 많아지라고 돼지족도 두차례 고아주셨고, 감잎차, 옥수수수염차 등 산모에게 좋다는 것을
여러가지 직접 만들어주셨어요.
특히! 똑순이가 며칠전 여러날 똥을 못싸고 있었답니다.
모유수유책에는 '생후6주쯤 되면 엄마 모유에 카제인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많아지면서 아기가 며칠동안 똥을 안쌀수도 있다. 잘먹고 잘놀면 괜찮으니 걱정말라'고 써있긴 했지만
그래도 어디 걱정이 안될수가 있나요. ㅜ
새댁 가슴이 새까맣게 되어갈무렵, 이모님이 열심히 똑순이 엉덩이를 자극한 결과 무려 일주일만에 똑순이가
황금똥을 주룩주룩 한바가지 쌌습니다.
지식은 있어도 경험은 없는 초보엄마, 혼자였다면 병원에 벌써 열두번을 달려갔을텐데..
오늘도 안싸면 같이 병원가자 하시던 이모님 덕분에 약이나 관장을 통하지 않고 똑순이가 무사히 똥을 싸게 된것이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생각해보면 여러 사회복지서비스들이 이렇게 고맙습니다.
간병인도 그렇겠고, 노인돌봄 서비스도 그럴 것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어서, 직접 그 도움을 받아보니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며 고마운 것인지 가슴깊이 느끼게 됩니다.
분단된 나라에 살다보니 한해 예산에서 국방비는 30% 가까이 되지만 복지예산은 1%, 교육예산은 5%도 안된다는
얘기를 학교다닐때 많이 했는데,
우리 사회에 사회복지서비스가 얼마나 더 많이 필요하며,
그를 위해 무기수입이나 대규모 군대를 유지하는데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제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습니다.

내일이면 이제 이모님과 이별입니다.
똑순이도, 엄마도 많이 섭섭합니다. 이모님도 우리 똑순이가 많이 보고싶으실거래요.
가을이 오고 시원해지면 많이 자란 똑순이를 데리고 이모님을 뵈러가야겠어요.

새댁같은 초보산보가 이 더운 여름에 혼자서 갓난아기를 돌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 힘겨움을 덜어주신 것을 넘어서
진심으로 아기를 예뻐하고 걱정하면서 돌봐주신다는 것이 마음으로 느껴졌던 이모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 "인터넷에 우리 기관 좀 많이 소개해줘, 이런 좋은 사업이 예산없어 없어지지 않게 얘기도 좀 잘해주고~"
이모님이 넌지시 부탁해오시지 않았더라도 아마 새댁이 한번은 후기를 올렸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벌써 올해 예산이 다 되서 하반기에는 사업을 중단하는 자치구가 속출한다는 뉴스를 예전에 보고 속상했었는데
얼마전에 이모님은 새로된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사업 예산을 많이 확충해 사업이 계속될 것 같다고 밝은 얼굴로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통 뉴스를 못봐 어찌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 됐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애기낳는 제 주변의 많은 지인들도 꼭 이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어야할텐데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