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7. 4. 21:06
아기가 태어난지 한달.
매일 매일이 새롭다.
매일 잠자는 시간이 바뀌고, 수유 패턴도 바뀐다.
'어제 이 시간쯤에 잤으니 오늘도 자겠지...' 하는 섣부른 기대는 금물.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기록을 세울까, 우리 똑순이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고
즐겁게 새벽을 여는 것이 낫다.

벌써 한달이 흘렀다.
이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아이도 크고 나도 중년이 되어가겠구나..
'한달'이란 긴 시간이 어느새 채워져있는걸 보니 멀게만 느껴지는 백일, 돌..을 지나
똑순이가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가방메고 인사하며 문을 나설 날도 멀지 않았겠다 싶다.

아이는 매일 달라졌다.
생후 2주쯤 똑순이는 젖을 먹고난후 수유쿠션위에서 잠이 들곤했다.
고개와 가슴을 내 배쪽에 붙인채로 그대로 두어야만 잠이 들었다.
살그머니 들어서 요위에 내려놓으면 바로 잠이 깼었다.
그러다가 3주 이후에는 젖을 먹은 후 요위에 내려놓아도 깨지않고 잘 잤다.
아. 아이가 크니까 역시 떨어져서도 잘 자는구나.
그런데 5주차에 들어선 요즘 똑순이는 다시 등에 고감도센서라도 달린 것처럼 안고있다 바닥에 내려놓기만하면 잠이 깬다.
어쩌다 아주 피곤할땐 계속 자기도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금방 깨버린다.
새벽에 한참 똑순이를 안고 거실과 작은방들로 방황하던 아빠가 '이제는 자겠지..'하고
안방에 와서 내려놓으면 어느새 작은 몸을 버둥! 하면서 깨어나 아빠를 좌절시킨다.
그런데 이 녀석, 젖을 먹은후 수유쿠션위에 그대로두니 깊은 잠에 빠져든다.
2주때의 버릇으로 회귀한 것이다.
불과 3주전이지만 그때보단 한참 컸다고 생각하고, 큰 애처럼 다루었나 싶기도했다.

수유쿠션위에서 잠든 아이를 한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이 녀석 있는 위치가 딱 한달전, 엄마 배속에 있던 그 위치다.
엄마 심장과의 거리도 딱 그만큼.
달라진 건 그땐 배속에 있던 아가가 이제는 엄마 배밖에 있다는 것뿐이다.
똑순아, 이 높이가 좋니?
너도 그 시절이 그립니?
엄마는 요즘 가끔은 네가 엄마 배속에서 숨쉬고 놀던 시절이 참 아득한 옛날같고, 그리웁기도 하단다. ^^

아기는 세상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 것이다.
깜짝깜짝 놀라고, 잘 운다.
그런 아기에게 이 초보엄마가 제대로 힘이 되어주고있는지..
문득 오늘 엄마 배에 기댄채 곤히 잠든 아가를 보며 생각했다.
나도 힘들지만 엄마는 어른.
엄마의 엄마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란 어른이니
엄마는 괜찮다.
이제는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랑을 돌려줄 때인거야.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6. 25. 18:00

생후 3주간 신통하게도 '에~!'하는 한마디로 울음을 다하고
젖만 먹으면 곯아떨어져 1~2시간씩 잠을 자곤 하던 똑순이가
3주를 채우고 4주차에 접어들던 날부터 달라졌다.
하루종일 찡찡거리며 보채고 고개가 옆으로 훽훽 돌아가면서 숨이 넘어가라 젖을 찾는 것이다.
정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였다.

당황한 초보엄마, 아빠
애기가 어디 아픈가, 젖이 갑자기 줄었나, 방이 너무 더운가... 끙끙 앓으며
각종 육아책을 뒤지고, 똑순이가 태어난 병원의 모유수유원 간호사분과 상담전화를 한 끝에
똑순이가 '성장급증기'에 돌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후 2~3주, 6주, 3개월 정도에 아기가 급속히 성장을 하면서
더 많은 칼로리 수요를 채우기 위해 모유에 대한 욕구가 느는 시기가 있는데 이 때가 '성장급증기'라고 한다.
이때 많은 엄마들이 젖양이 부족한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분유를 더 먹이게 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엄마도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수분보충을 충분히 하고 푹 쉬면서
며칠간에 걸쳐 모유를 더 자주 먹이면 모유공급은 늘어나게 된다고 써있었다.
모유는 아기가 빠는만큼 늘어나므로 엄마가 힘들더라도 더 자주 젖을 물려주면
수일내로 엄마젖도 아기가 원하는 양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처럼 현실이 쉬운 것은 아니어서 잠들지 못하고 보채다못해 꽁꽁 앓는 것 같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분유통에 손이 안가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평소 2시간 정도 간격으로 3~40분씩 먹이던 젖을
갑자기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한시간씩 계속 먹이려니 가슴만이 아니라 온 몸이 얼얼할 정도로 아파
엄마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푹 쉬면서 젖양을 늘리라는 교과서의 지시를 따르기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다.

똑순이는 성장급증기의 3일째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밤에는 2시간씩은 꼭 자고, 낮에도 잠깐씩이지만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쪽잠에 빠져드는 아이.
살아가고 성장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우리도 모두 다 이렇게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며 오늘날 이렇게 큰 어른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첫날 보다는 둘째날이, 둘째날보다는 그래도 셋째날인 오늘이 한결 견디기 쉽다.
그래도 아까는 온몸이 노곤해서 칭얼대는 아이에게 바로 젖을 물려주지 못했다.
좀전에 정신차리고 젖을 먹인뒤 곤히 잠든 아이를 뉘어놓고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에게는 피곤함이지만 너에게는 생존인 것을.

사내아이의 엄마가 된 뒤에는 길을 가다 보게되는 할아버지들도 예사롭게 넘겨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도 자라서 언젠가는 저렇게 늙겠지.'
'저 할아버지도 우리 아이처럼 애지중지 어머니가 품어안고 키웠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인간이란 얼마나 애틋한지.
사랑해주시던 어머니는 이제 세상에 안계시더라도 그 사랑의 힘이
아이들을 오래오래, 머리희고 허리굽은 노인이 된뒤에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