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6. 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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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똑순이가 태어나는 날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고집과 줏대가 예사롭지 않은 똑순이가 (엄마 아님 아빠겠지요 음.. 둘 다 한 고집합니다--;;;)
머리를 아래쪽으로 내려 나올 준비를 하지 않고 계속 꼿꼿하게 앉아 있는 관계로
똑순 엄마는 결국 제왕절개로 똑순이를 낳게 되었습니다.
수술날짜가 잡힌 후 똑순이는 유유자적 태동도 즐겁게 하며 잘 지내는듯 하나 똑순엄마는 사실 속이 많이 상해하였습니다.

열달동안 품속에서 키운 똑순이가 자기 힘으로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고,
다른 엄마들처럼 진통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낳은 진통이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 이야기를 많이 들어 익히 알지만
그래도 막상 내 힘으로 아이를 낳지 못하고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자
너무 안타깝고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수술하는 것이 겁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이 좀 편안해졌습니다.
계기는 요리였어요.
새댁은 몇시간후에 수술이라 오늘 아침부터 금식을 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을 기다리면서 점심상을 차리는데
문득 '잔치날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선을 굽고, 두부전을 부치고,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먼길 오시는 어머니들 대접할 점심상을 차리다보니
어느새 '똑순이 태어나는 오늘은 즐거운 축제날'이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맛있는 냄새가 나고, 몇가지 안되지만 정성껏 요리해 밥상을 차리며...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는 오늘,
새댁과 신랑을 낳아주시고 키워주시느라 너무나 고생하셨던 어머니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새댁은 간을 볼 수 없어 맛은 장담할 수 없었지만요-^^;) 식사 한끼 제 손으로 차려 대접할 수 있다 생각하니
똑순이 덕분에 이렇게 여유롭게 출산일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문득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외할머니도 똑순이 태어나는걸 축하해주러 멀리서 새벽부터 오셨고,
증조할머님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똑순이가 태어났다는 전화가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가족들, 친구들도 똑순이와 똑순엄마가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빌며 마음으로 함께 응원해줄 것입니다.

이제 오늘 저녁이 되면 280일동안 엄마 자궁안에서 자라온 똑순이가 세상에 나옵니다.
똑순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우리 똑순이, 씩씩하고 용감하게 세상과 만나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아빠에게도 이제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셋의 신나는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가는 길에 역경과 어려움도 많겠지만 용감하고 슬기롭게 헤쳐가야할 것입니다.
똑순이는 엄마 자궁속에서 딸국질을 참 많이 했습니다.
폐호흡 연습을 하다 양수를 살짝쿵 마셔서 그렇다는데 똑순이도 나름대로 세상과 만나기위해 열심히 준비해온 것입니다.  

휴. 심호흡을 깊게 하고.. 두려움을 떨치고.. 똑순엄마, 이제 새로운 세상으로 걸어나갑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5. 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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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의 얼굴을 처음으로 블로그에 올립니다.
초음파 사진중에 똑순이의 코와 입술이 비교적 잘 나온 것이 있어서.. 음... 예쁘죠? ^^
신랑은 저보고 '여기 고슴도치 어머니 또 한분 출현하셨네'라며 놀리지만... 제 눈에는 정말 예쁘게만 보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모두 자기 몫의 슬픔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세살박이 딸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입원시킨 선배 언니, 결혼 8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어하다 이번에 임신에 성공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는 체조교실의 한 엄마,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아이 상황때문에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힘들어하는 체조교실의 또다른 엄마,
입덧이 너무 심해 밥을 거의 못먹는 임신초기의 어느 엄마, 온몸이 퉁퉁 부어 엄지발가락이 보통사람의 2배쯤 되어보이던 임신 후기의 또 어느 엄마,
조산기때문에 한달가까이 병원침대에 누워만있다 엊그제 드디어 예쁜 딸을 무사히 순산하고 아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보내온 어느 선배네...
똑순엄마도 자연분만이 어려울듯해 한동안 마음 아파했답니다.
 
사람이 자기 인생에 찾아올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종류의 기쁨과 슬픔중 나에게는 이것이 차례졌구나...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아이가진 엄마들 걱정중에 제일 크고 공통적인 것은 '우리 아이가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하는 걱정일 것 같아요.
임신 사실을 모른채 술도 마시고, 감기약도 먹었던 새댁도
임신 기간 내내 사실 그게 제일 걱정스러웠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정말 많이 불안해하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초음파 검사나 기형아검사 등을 통해 큰 외상은 없는 것 같아보여 일단 안심했었지만
이제 출산을 앞두니 새삼 걱정이 많이 됩니다.
건강하기만 하면 정말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똑순이가 자랐을때 이 블로그를 들춰내며 '뭐야~ 엄마, 옛날에는 나 건강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더 안바란다고 했잖아~~~'라고
상기시킬 수 있도록 여기에 기록을 남겨둡니다. ^^
그래, 똑순아. 공부는 잘 못해도 된다. 남보다 크게 무슨 재능 같은것도 보이지 않아도 된단다.
튼튼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지만 이 '건강하게'란 바램 아래에는 '장애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깔려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그것은 결국 '장애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제 태도의 반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아이가 비장애인이기를 바라는 것이야 모든 엄마의 간절하고도 보편적인 바램이겠으나
우리 사회의 1/10은 크고작은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이들의 활동을 보장해주지 않기때문에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요.
몸의 장애보다 더 마음아픈 것은 이들이 겪어야만 하는 '마음의 장애'이며,
편견과 공포속에 빗장을 걸어잠그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지켜려하는 비장애인들도 '마음의 장애'는 같이 겪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고, 꿈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친구들도 사귀고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몸 어딘가가 조금 불편한 것은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이 나서서 장애인도 인간답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우리 사회를 바꾼다면
'장애에 대한 극심한, 그래서 비이성적인 공포'에서도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 이외의 다른 조건들 -재산, 학력, 장애, 성별, 인종, 국가간의 지배 등등- 때문에
인간의 존엄, 인간답게 살 권리, 행복한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세상.
우리 아이가 자라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으면 제발 좋겠습니다.

최악의 황사가 지나가고 맞은 조용한 토요일 아침.. 엄마는 소박하게 바래보는데.. 그 꿈이 좀 큰가요.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엄마는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 험한 세상에 또 한 생명 내어놓을 수가 있으니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