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펜과 색연필'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8.09.07 백일홍을 보다가
  2. 2018.08.14 제주에서 그림 2 2
  3. 2018.08.13 제주에서 그림 1 2
  4. 2018.08.07 제주 여행
  5. 2018.07.28 여행
  6. 2018.07.10 망월천 다리 풍경 2
  7. 2018.07.04 여름 풍경 2
오늘 그림2018. 9. 7. 22:52

우리 아파트 단지안에 백일홍 나무가 참 많다.
작은 나무도 있지만 가지를 넓게 벌린 키 큰 백일홍 나무도 여럿 있다.

백일동안 붉은 꽃이 피어있어 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친정집에서 가까운 강릉 오죽헌에는 아주 오래되고 고운 배롱나무들이 많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롱나무>에서 한 꽃이 백일을 가는게 아니라
작은 꽃들이 피었다 지고 또 피고 지고 하며 백일 동안 나무가 붉은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뒤로는
배롱나무를 보면 괜히 한번더 쳐다보게 되었었다.

아파트 마당의 배롱나무들을 보며
고향 생각, 시 생각에 애틋한 맘이 들어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이 작은 배롱나무는 단지안에 있는 정자 옆에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럴지 모른다.
빛나는 어느 한 시절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꽃이 지면 또 다른 시절의 꽃이 피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모두 다른 꽃, 삶의 다른 시기들에 저마다의 곱고 빛나는 꽃들을 피워내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전 한결 시원해진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보았는데
이 잎들은 모두 올해 이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슬펐다.

생명은 피고 진다.
아이들 교육방송을 보다가 우리 몸의 세포는 7년마다 거의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7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세포로 보면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라는 얘기.
(그런데도 나를 계속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어린이 철학 강의였다^^;;)

나날이 새롭고, 매일 변하고, 매순간 피고지는
백일홍 꽃, 배롱나무, 나, 우리들.
매일매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부단히 달라지고 있고
큰 리듬을 타며 중요한 한 굽이 한 굽이를 넘어가는..
산다는 건 쉬운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8. 14. 11:42

​​

‘달에 물들다’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먹는 식당이자 휴게실인 ‘작은달 식당’에 앉아있으면
긴 탁자가 있는 데크와 마당의 풀꽃들, 빨래줄에 걸린 빨래들 그리고 마을의 낮은 지붕들과 하늘이 보인다.
좋은 노래가 항상 흐른다.

그림그리는 것을 내가 왜 좋아할까..
이 그림을 그리다 알았다.
생각들이 아주 편하게 흘러갔다.
떠올랐다가 깊어졌다가 나름의 결론을 얻고 돌아갔다.
그리고 잠깐씩은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고
음악이 참 좋아서 뭉클했다가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그림은 내가 아주 편안하게 생각을 하거나
그 생각을 관찰하거나
아무 생각도 들지않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던 것이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광호와 수지가 수련하는 요가 수업에 두 번 함께 갔다.
7층 건물의 통유리와 통거울로 둘러싸인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적 요소를 강조하며 진행하는 내 요가수업과 다르게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도 마을안에 자리잡은 작은 집안의 요가 수련장에서는
호흡과 명상에 중점을 둔 요가를 해볼 수 있었다.

광호가 달물에서 진행하는 ‘수지에니어그램’프로그램에도 참가했다.
나를 찾는 여행, 나를 돌아보는 시간, 지친 나를 다독여주는 친구의 이야기, 내 얘기를 깊이 공감해주는 친구들에게 솔직히 오래오래 얘기하기.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끝의 선에 대해 얘기하다가
그 것은 내 시선의 한계, 끝이란 걸 알았다.
지평선, 수평선처럼 내 눈에 보이는 구름의 끝.
지구는 둥글고 내 시선이 가닿을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다.

뭔가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내 생각, 내 시선의 한계를 안다는 것이
오히려 그 뒤의 끝없는 세계, 더 많이 존재할 풍부함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해줘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삶은 신비로울 것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8. 13. 11:40




제주에 가기전에 나는 좀 많이 우울해하고 있었다.

나이든다는 것이 슬프고, 삶은 자꾸 어렵고 두렵게 느껴졌다.
크고 작은 일들이 힘에 부쳤다.

월정리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언제 봐도 곱지만 유난히 잔잔하고 푸르고 반찍이는 날도 있다.
아이들과 처음 바다에 간 날이 그랬다.
예뻐서 행복했다.
파도을 맞으며 물 속에 앉아있는데
파도처럼, 삶에서 닥치는 여러 일들도 그렇게 맞고 넘겨야겠다는 담담한 용기 같은 것이
마음안에 천천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월정리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우리가 여름이면 그 바다와 제주와 그 친구들 속에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해주는
‘달에 물들다’ 스쟈와 널븐. 예쁜 아이들 봄이와 원이.

제주에서 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 덕분에
나는 마음이 많이 따뜻해졌고 단단해져서 돌아온 것같다.




여름이, 한낮의 열기는 아직 뜨겁지만
절정은 지난 것 같다.
덜 무섭고, 더 견딜만하게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나도 조금더 깊어져보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8. 7. 12:04



여름, 다시 제주에 왔다.
친구들을 만나고 쉬고 행복해지려고.
그림을 그리고.



나는 연제를 그리고 연제는 나를 그렸다.







비행기 창문으로 본 구름 풍경.
참 신기하다. 구름들 저 끝에 존재하는 경계선.
내가 살고있는 세계를 손바닥만하게 내려다볼때의 마음.

떠나서 좋다.
잠시 떨어져서 볼 수 있어서.
한 숨 돌리고, 한 템포 끊고
멈춰서 생각할 수 있어서.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 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여행하는 나무들2018. 7. 28. 20:05

어린 아기들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다보니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거리 안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거나 잠깐이라도 버스를 타고 앉아있으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낯선 차림의 사람들 속에 섞이게 되는 것이
멀리 여행이라도 떠난듯 신기하고
정겨운 감정이 들게 한다.





지하철을 타고 꽤 한참 갔던 봄 어느날,
일곱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베낭을 메고 장화를 단단히 챙겨신고 지하철여행에 나선 듯한 어떤 엄마를 보고 그렸다.

오늘은 아이들과 기차를 타고
내가 나고자란 고향도시로 간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설레어왔다.
맞아.. 삶은 설레어야 하는 것이지..!
오랫만에 두려움을 이겨내는 설레임이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꽉 붙잡고 있는 단단한 두려움을 뚫고나올
작은 새싹같은 설레임을 찾기 위해서.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10. 10:49



주말에 하늘이 너무 깨끗하고 푸르러서
아이들과 자전거와 인라인을 챙겨 집 옆 호수공원에 나갔다.
아이들은 잠자리를 잡으러 뛰어다니고
나는 그늘 벤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공원이 이만큼 정리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군데군데 공사중이고, 호수 옆으로도 크레인이 높이 서있는 건물 공사장들이 많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만큼은 시간이 흘렀구나..

연제가 풀숲에서 아기 방아깨비를 찾아서 같이 놀았다.
‘또미’라고 이름도 붙여주고 한참 손바닥에 올려놓고 구경한 뒤에 풀밭에 놓아주며
“여름동안 풀 많이 먹고 잘 지내~” 인사했다.

한참 그리다 운동끝난 아빠와 만나 점심먹으러 가느라
스케치북을 접었다.
집에 와서 펴보니 다 못그린 그림이 좀 허전하다.
바 안올때 아이들이랑 다시 가서 마저 그리든지 사진이라도 찍어와야지.
또미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그림의 빈 자리들을 조금씩 더 채워넣고 있자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그려달라, 자기도 그리고 싶다.. 요구가 점점 많아져서 결국 같이 그린 그림이 되었다. ;; 구름은 연수연제 작품^^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7. 4. 11:53



파란 하늘 흰 뭉게구름.
때마침 라디오에서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음악이 흘러나온 아침.




어제 아이 친구들과 같이 무지개를 보았다.
멀리 파란 산 위로, 크레인 위로
곱게 떠올랐던 무지개.
장대비 그치고 해님 반짝 났던 오후.
크레인은 현준이 그림.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