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동네.세상2008. 9. 29. 20:41


똑순이가 오늘은 좀 일찍 저녁잠이 들어서 새댁도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컴앞에 앉았습니다.
주초인 월요일, 화요일은.. 하루가 저물고나면 안도감과 함께 평소보다 조금 더 피로감이 밀려옵니다.
주말에는 신랑과 함께 똑순이를 보니까 새댁이 몸도, 마음도 많이 푸근해졌다가
다시 똑순이와 둘만 지내는 주중이 시작되면 아무래도 긴장을 하게 되나 봅니다. 휴..

*
 
요즘 뉴스는 온통 '멜라민분유' 파동으로 씨끌하지요..
신장결석으로 사망하거나 아파하는 중국 아기들을 생각하면 같은 아기 엄마로서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과자, 어른들의 커피크림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지요.. 참 짠하고 애틋한 먹거리들인데.. 사람의 안전보다 돈을 앞세우는 행태에 너무 화가 납니다.
카제인단백질이 들어가는 식품은 저 둘 외에도 햄, 어묵.. 등등 참으로 다양하다 하니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사람들 입에 안심하고 맛있는 먹거리들을 넣어줄 수 있을지..

식품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그 유통범위도 이미 국경을 넘어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으니 문제의 해결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것은 작은 그물을 하나 치는 것일뿐
애초부터 위험한 먹거리들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고...
어떤 것이 대안이 될까요...
먹거리의 자급자족, 식문화의 변화, 자연과 함께 상생하는 농업,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소통과 신뢰...
다양한 고민과 함께 생활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새댁에게는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좀 있습니다. 
이렇게 먹거리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할때는 그 분들 생각이 많이 나지요.
정성껏 농사짓는 그 분들과
덕분에 새댁네 식탁에 도착하는 그 분들을 닮은 먹거리들을 생각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네요.

새댁의 친정부모님도 농부이시니 우선 그 분들이 제일 가깝겠고요^^
신랑의 큰댁도 농사를 지으시는군요.. 외할머님도 농사를 지으시고요. 이제는 연세가 많으셔서 소소히 작은 텃밭을 가꾸시는 정도지만요..
도시에 사는 새댁네, 그 분들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받아먹습니다.
쌀, 김치, 고추가루, 감자, 각종 장류, 그 외에도 많고많은 소소한 채소들... 
무농약 유기농은 아니지만..(연세 많은 분들이라 비료나 약을 빼고 농사짓기를 어려워하시지요ㅜ) 
그래도 텃밭의 야채는 약 많이 안치고 정성껏 키우셔서 자식들에게 보내주십니다. 
   
가족 말고도 좀 있습니다. 새댁의 대학 선배들이지요..^^
한 선배커플은 서울서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전남 화순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쌀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정미소도 운영하고 있지요. '황금눈쌀'이라는 이름의 친환경 무농약 쌀을 짓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쌀집아저씨네' 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도 받고, 농촌소식도 올리면서 생산자-소비자, 농촌-도시의 작은 소통에도 노력하고 계시답니다.



                                                 http://ssalzip.goodfarm.net/

 
또 한 선배는 '요즘도 그런 일이 있어?'하고 놀랄 수도 있는.. '도시처녀 시집와요~'의 경우입니다.
새댁네 학교가 몇 년을 농활가던 지역의 총각과 결혼한 것이지요. ^^
언니는 형님의 고향이자 우리들의 농활지였던 상주에서 시부모님 모시며 함께 열심히 포도, 곶감, 인삼, 고구마.. 등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언니도 '밤원골농장' 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문도 받고, 농촌생활도 얘기합니다.   




                                                               http://bwgam.com



새댁은 이 분들께 현미쌀도 사먹고, 고구마도 사먹고.. 가끔 명절에는 곶감으로 어른들께 선물도 합니다.
새댁이 결혼할때 쌀집아저씨는 축하한다며 쌀을 보내주시기도 했지요^^
똑순이가 태어났을때 밤원골농장에서는 맛있는 호박고구마먹고 힘내서 아기 잘 키우라고 고구마도 보내주셨습니다.
이 농민분들의 마음을 받아서 똑순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나 봅니다.

'고향의 부모님이 더이상 농사를 못짓게 되시는 날이 오면 그땐 누군한테 그 정성스러운 먹거리들을 구하나..'
어느날에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이 분들이 떠오르면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래.. 내 곁에 농부들이 여전히 계시는구나.. 그 사실이 참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한여름에도 뙤약볕아래 고생하실 이 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 얼마전 도착한 쌀집아저씨네 현미와 밤원골 안심고구마를 찍어보았습니다~
최대한 맛있어 보이게 찍으려고 했는데 흑~ 그 맛만큼 사진이 안나온것 같아 속상합니다ㅜ 정말 맛있거든요!^^ )

요즘 삶은 고구마를 간식으로 먹으며 새댁,
"똑순아, 이 고구마는 똑순이도 여러번 본 적 있는 밤원골 아줌마가 열심히 키우신 거란다~ 아주 달고 맛있어. 엄마가 맛있게 먹고 똑순이 젖으로 줄께~" 얘기합니다.
현미밥을 먹으면서도 역시 얘기합니다.
"똑순아, 쌀집아저씨 기억나? 똑순이가 엄마 배속에 있을때 만났단다~^^ 담엔 아저씨네에 놀러도 가보자~" 
외가집에서 온 것들도 마찬가지지요. ^^

앞으로 새댁에게 꿈이 있다면..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들의 생산자, 혹은 판매자에 대한 이야기를 똑순이와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만들어졌는지 알수 없는 정체불명의 먹거리들, 거대한 기업들만 배불려주는 먹거리들이 아니라
우리 땅, 우리 이웃들이 정성껏 땀흘려 만든 것들로, 그 분들과 그 분들이 흘린 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밥상을 차리는 것입니다.
토마토새댁 아줌마네 토마토, mepay 아저씨네 쏘세지와 삼겹살, 또 다른 많은 분들의 야채, 과일... 
물론 모든 먹거리를 믿을 수 있는 생산자로부터 공급받는게 쉽지는 않겠지요.  
언제까지 아이가 집밥만 먹을 수도 없을테구요..
 
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퍼지고 퍼지면 온 세상이 변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생산하는 분들이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또 그를 통해 자신과 가족의 건강한 삶도 지키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똑순이가 세상에 나가 먹게될 급식, 식당밥들, 군것질거리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오늘도 새댁은 '이야기로 가득찬 밥상'을 꿈꿉니다..





(*사진은 무항생제 친환경돼지로 만든 mepay 아저씨네 소세지로 차린 밥상입니다. ^^ 불고기맛 소세지인데.. 별다른 소스없이 먹어도 맛있습니다. 소세지가 큼직해서 2개 먹고나니 한나절 내내 속이 든든했답니다.)


mepay 님네 멋진 돼지고기를 만나보시려면 여기 '도토리속 참나무'로! ^^



                                                              http://docham.kr/







 

Posted by 연신내새댁
밥상2008. 9. 27. 10:18


새댁이 첨 블로그를 시작할때는 제목 그대로 신혼살림을 시작하면서 첨 도전해본 요리들을 올리는 것이 주였습니다.
요즘은 육아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요...
오랫만에 요리 포스팅을 하나 올려봅니다. ^^

이름하여, '황태해장국수'

황태해장국은 새댁이 곧잘 끓이는 요리인데, 국수가 몹시 먹고싶던 어느 주말,
마침 회사 회식을 거~하게 하고 돌아온 신랑에게 해장국도 끓여줄겸 먹고싶던 국수도 먹을겸 한번 시도해 보았습니다.
원래 이런 요리가 있는가요? ^^;;

*재료: 황태 한줌, 국수 한줌(2인분), 당근, 호박 약간, 국멸치와 다시다(국물용), 양념간장(간장+고추 또는 다진 파, 깨), 참기름

*이렇게 만들었어요~

1. 국수 국물을 만듭니다. 국멸치 3~4개와 다시마 한조각을 넣고 푹 끓입니다. 끓고난뒤 5분쯤 있다 멸치와 다시마는 건져냅니다.

 

2.  국물내는 동안 다른 냄비에 고명으로 얹을 당근과 호박을 삶아서 썰어둡니다. 계란지단, 김 같은 고명도 하면 좋겠지만~ 새댁은 집에 있는 채소로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근데 고명올리는 호박, 당근을 원래 삶는 건지도 잘 모르겠네요. 볶는건가..? 새댁 요리, 참 엉성하지요? 그래도 맛은 있었어요~^^;





3. 황태는 물에 불렸다가 건져서 물기를 꼭 짠후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습니다.
이건 원래 황태해장국 끓일때 하는 방법인데, 국수에서는 약간 기름기가 많아지게 하더라구요.. 담백하게 드시고픈 분은 황태를 볶지말고 그냥 국물에 넣으셔도 될 듯합니다.^^  





4. 멸치다시마 육수에 볶은 황태를 넣고 푹 끓입니다. 기호에 따라 양파를 반개쯤 썰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국 끓일땐 양파를 넣지만, 새댁은 국수에는 안 넣었답니다. 



5. 한켠에서 양념장을 쓱싹 만듭니다. 간장에 고추나 파를 다져넣고 깨 약간과 참기름 한방울 똑! 

 

6. 국수를 삶습니다. 새댁이 엄마께 배운 국수삶는 비법은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한번 화~~악 거품이 끓어오를때 찬물을 살짝 부어주고 한번 더 끓인다' 입니다. 그래도 역시 면 삶기는 어려워요.. ㅜㅜ





7. 다 삶은 면은 찬물에 헹구어서 사리를 만들어 그릇에 담아둡니다.







8. 이제 다 됐네요~^^ 면기에 국물을 붓고, 황태도 적절히 나누어 담고, 다시를 올리고, 양념장 넣어 맛있게 먹으면 끝!




나름 국수면과 함께 씹히는 황태의 부드러운 맛이 아주 좋았답니다. 국물도 개운했구요~ 
신랑 왈 "먹고 한숨 잤더니 속이 다 풀렸어요^^;" 해장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주말에는 신랑이 똑순이를 보기로 했건만 술을 대박 먹고 지난주 토욜 내내 뻗어버린 불량남편,
새댁표 퓨전요리 '황태해장국수' 를 먹고 회개하였을까요? ^^;
회사에서는 애봐야한다고 늘 일찍 가려해서 찍히고, 새댁에게는 주말에 잔다고 불량남편으로 지탄받고, 청년회에서는 진작에 불량회원이 된 신랑.. 사실은 무척 안쓰럽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뭘 해 줄까요... 경상도표 '국시기'에 도전해볼까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