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10. 7. 20:20



똑순이가 울음보가 제대로 터졌습니다... 에휴..

어제오늘 똑순이의 수면습관을 바꿔보고자 새댁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이지요.
언제부턴가 똑순이가 젖을 물고 잠이 드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젖먹다 좀지나면 잠이 드는데.. 가만 두면 젖을 물고 한 20분쯤 자다가 깨서 또 먹고.. 또 얼핏 잠들었다 또 깨서 반대쪽 먹고..
이러다보니 젖먹이는데 거진 1시간에서 1시간반이 걸리는거예요.
물론 똑순이가 잘때 새댁도 같이 꾸벅꾸벅 졸 때도 있고, 조용조용 신문이나 책을 볼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똑순이가 엄마젖을 빨지 않고는 잠을 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물론 일단 잠이 들어서 뉘어놓으면 살짝 깨도 제 손가락을 빨면서 계속 잠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 잠이 드는 것은 무조건 엄마젖을 빨아야만 잠을 들일 수 있게 된것입니다.
이런 버릇이 든건 엄마 잘못이 크지요.. 처음부터 젖먹다 잠들지 않게 잘 깨우고, 다 먹인 후에 다른 방법으로 재웠어야하는데
젖먹여 재우기가 개중 수월한 재우기 방법이기도 하고.. 잠깐이지만 곤히 잠든 녀석을 깨우기가 안쓰러워 그냥 놔두곤했던 것입니다.

육아책을 찾아보니 생후4개월쯤되면 밤에 잘때 그냥 뉘어서 잠이 들수 있어야한다고 나오더군요.
배고플때만이 아니라 졸릴 때까지 젖을 찾게되면 
양껏 많이 먹고 자는게 아니라 잠들기 전까지만 먹다보니 충분히 먹지못해 수유간격이 짧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4개월쯤 되면 밤에 6~7시간은 깨지 않고, 깨더라도 젖을 먹지 않고 잘 수 있다는데...(낮에는 물론 2~3시간 간격으로 먹습니다)
똑순이는 밤에 젖을 먹어야만 다시 잘 수 있고, 그나마 2~3시간 간격으로 깨서 젖을 먹으니 새댁이 몹시 피곤하기도 하더라구요. 
게다가 젖을 물고 자버릇하면 나중에 젖니가 난 뒤에는 이가 잘 썩을 수도 있다하고... 
아직 이가 나려면 몇 달 더 남았지만
이제는 수면습관을 좀 바꿔야할 떄가 된 것 같다는 것이 새댁과 신랑의 판단이었답니다. 

하여.. 어제부터 낮에 똑순이가 젖을 먹다 잠들려고 하면 깨워서 계속 먹이고, 일단 잠들면 엄마 젖꼭지를 빼고 재워보았습니다.
당근.. 금방 깨더군요. 
이러기를 몇차례 반복하자.. 어느순간 자다깬 똑순이가 무시무시하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리고.. 눈썹이 온통 눈물에 젖은채로 엄마를 쳐다보는 똑순이의 눈에는
왜 엄마는 내가 제대로 잘 수 없게 하냐는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아이가 크니 울음소리도 어찌나 커지는지.. 게다가 이제는 감정이 실려 서럽기 그지없게 웁니다.ㅠㅠ

어제 오후에도 그렇게 울더니, 오늘 오후에는 어제보다 더 심하게 울었습니다.
우는 똑순이를 재워보려고 집안에서 안아서 얼러도 보고, 유모차에 태워서 아파트 단지를 한 시간쯤 돌아보기도 했지만 역부족... 
결국 어깨띠를 해서 안고 제법 먼 동네 마트까지 다녀오는 길에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울면.. 엄마도 정말 마음속으로 같이 엉엉 울게됩니다.
새댁도 속으로 엉엉 울면서 그 길을 다녀왔답니다.

겨우 잠든 똑순이를 데리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8살쯤 되어보이는 아들을 데리고 귀가하는 젊은 엄마가 함께 탔습니다.
아들 녀석이 컴퓨터 게임을 하게해달라고 조르느라 찡찡 거리자 젊은 엄마,
"쉿~, 조용히 해.. 아가 자잖아.. 아가 재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그 순간 그 엄마가 얼마나 고맙던지요.. 아이를 조용히 시켜줘서가 아니라.. 갓난이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그녀가 너무 잘 알고있다는 것과
그녀 또한 그런 힘든 날을 지나왔을 거라는 사실이.. 새댁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되었습니다.

흠.. 그런데 똑순이 안고 길을 나선 새댁 얼굴에 "아기가 안 자고 울어서 재우려고 나왔음"이라고 써있었던 걸까요?
젊은 아이엄마 말고도 마트 아줌마도, 아파트 오르막길에서 만난 할머니들도 모두 새댁에게 한마디씩 하시는 거예요.
어깨띠 틈으로 바깥구경하는 똑순이랑 눈이 마주치자 "아고~ 안자네?", "그 녀석, 참 똘망똘망하게도 생겼다~"
다들 겪어보신 걸까요~^^;

다행히 어깨띠 안에서 한소끔 자고 일어난 똑순이는 좀 진정이 되어서
저녁잠이 들기 전까지는 새댁과 잘 놀았습니다.
요즘은 다리 힘을 키우는 중인지 안아서 세워주면 다리로 엄마 배나 허벅지를 밟고 서서 좋아서 까르륵~ 넘어갑니다.
그러다 둘이 같이 누워 앞산 너머로 해가 지고 노을이 지는 저녁하늘을 구경해주기도 하였답니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깃든 것입니다.

휴,, 새댁도 얼른 자야겠습니다..
내일도.. 넘 과하지 않게, 그래도 조금씩 똑순이가 혼자 잘 잠들 수 있도록 새댁과 똑순이, 같이 조금 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늘부터 똑순이랑 대화가 확실히 더 잘 되기 시작해서 서로의 마음을 좀 더 알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 친정이나 시댁도 없고, 찾아갈 친구나 이웃도 아직 없이 외로운 새댁과 똑순이지만
동네 마트 아줌마,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할머니들, 애기 엄마들이 건네주는 다정한 한마디에도 힘이 난다는 것입니다.
내일은 우리 둘 다 좀 덜 울고, 더 많이 자라야 할텐데요...^^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10. 1. 19:46



가을이 왔습니다.
똑순이 백일 즈음에 친정어머니 환갑이 있어서 고향에 갔었어요. 
그 때 고향집 마당에서 엄마가 똑순이를 포대기해서 업어주시던 모습입니다.
에고.. 우리 엄마 이제 정말 할머니가 다 되셨네요.. 웃으시니 주름이 자글자글..
우리들이 어렸던 시절, 소풍다녀오는 길가 어디에서 우리를 안고 사진찍던 엄마는 참 젊고 아련하니 예뻤는데 말입니다..^^

사실 그 때의 엄마는 참 피곤해 보였어요. 
사진을 찍어도 활짝 웃으신 모습보다는 웃는듯 마는듯... 가냘픈 몸매, 갸름한 얼굴을 한 엄마가 우리를 앞에 세우고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하시는 사진이 많습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피곤에 익숙해지는 일같아요..
이제 겨우 4개월된 아가 엄마인 새댁도 그렇게 느끼는데
아이를 하나도 아니고 셋, 넷씩 낳아 유치원, 국민학교, 중학교... 줄줄이 보내며
우리 엄마들... 참 얼마나 고단하셨을까요..

오늘 새벽에는 자다 꺤 똑순이가 한참 잠을 못 이루고 찡찡거려 새댁과 신랑이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해지면 자는 농민의 아들 똑순이는 요즘 해가 짧아져서 그런가.. 일찍 저녁6시쯤부터 자기 시작합니다.
11시~12시쯤 한번 깼을때 얼른 젖주고 다시 재워야하는데 그때 잠이 못들면 저는 자고싶은데 잠이 안들어서 아주 낑낑낑 난리가 납니다. 
안았다 팔아프면 내려놓고.. 울면 또 안고.. 결국 2시간쯤 씨름하다 젖을 먹고 새벽2시쯤 잠이 들어서.. 
5시나 6시쯤 먼동이 트기도전에 일어납니다. 허 참... 신통방통한 농민의 아들이죠..^^;
덕분에 엄마는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밥 하고.. 예전처럼 다시 신랑 도시락을 쌀 수 있어 좋다고 해야할지...ㅠ 
하지만 밤잠을 설치는 건 역시 괴롭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정말 피곤했는데... 
문득 '30대에 이만큼도 고생안하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이 있을까... 남들도 다 이만큼 힘들게 산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혼을 했든 안했든, 아이가 있든 없든... 대한민국의 30대.. 참 힘들게 살지요. 
'나만큼 안 피곤한 사람 있으랴.. 이렇게 30대를 살아내야하는 거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덤덤해졌습니다.  
(그래서 괜찮다는건 절대 아닙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넘 심각하게 길어서 하루빨리 단축되어야합니다 물론!ㅠㅠ) 

저 사진찍던 날, 엄마랑도 그런 얘길 했었네요, 참..
새댁이 엄마에게 똑순이가 아직 고개를 잘 못 가눠서 포대기 뒤로 막 넘어온다고 그랬더니 
엄마 하시는 말씀-
"옛날에 애들 요만할때 다 이렇게 업고 장에 다녔다. 그것도 뭐 사러가기나 했나.. 팔러갔지.
머리에 큰 다라 하나씩 이고, 호박이든 고추든 뭐라도 장에 나가 팔아서 돈벌어오려고... 
요만한 애들이 고개가 뒤로 다 젖혀져서 울다가 자다가 하면서 업혀다녔지 뭐~"

큰이모네가 딸기농사를 지을때 처녀인 엄마가 언니네 일을 도와주러 갔었나봐요. 
이모의 큰딸인 사촌언니가 기어다닐때쯤이었나 보지요..
아기 허리에 끈을 묶어서 한쪽 끝은 문고리에 묶어놓고
딸기밭에서 딸기를 따다가 일어서서 집 마루를 쳐다보면 그래도 착한 녀석이 울지도 않고 바둥바둥 놀고있더라는 얘기.. 
이모가 그 어린 것을 들쳐업고 장에 딸기를 팔러 나갈때 엄마도 딸기를 한다라 이고 따라가면서 언니가 가여워 남몰래 울었다는 얘기.. 
지금 두 분이 만나면 그 옛날 참 정말 고단하던 시절 얘기를 그래도 웃으며 재미나게 하십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새댁에게도 오겠지요.. 
물론 새댁에게는 고생할 날부터 먼저 와야할 것이구요. ^^'' 
지금 피곤한건 아무것도 아닐거다... 초대형 특급 완전지대로인 피곤이 기다리고 있을거다... 
아, 그리고 생각해보면 똑순이의 신생아시절, 
그때보다는 확실히 덜 피곤합니다. 그래도 작은 파도 하나는 벌써 넘은 것이죠~? ^^

고단함과 친구하기... 엄마의 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아는지 모르는지
똑순이는 나날이 예뻐지기만 합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