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9. 23. 21:01




헉-.-!!
똑순이가 탐스럽던 배냇머리를 잃어버렸습니다...!!!

태어날때부터 유난히 검고 숱많던 배냇머리는 똑순이의 미모(?)를 한층 돋보이게 해주는 자랑거리였는데...
그만 이렇게 홀라당~ 없어지고만 것입니다. 

범인은... 바로 ***새댁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범인의 자백을 들어보겠습니다.

"..백일을 앞두고 똑순이 배냇머리가 자꾸 빠지기 시작했어요. 베게에도 이불에도... 넘 많이 붙어있는 거예요. (흑 ㅜㅜ)
게다가 요즘 똑순이는 손도 많이 빨고, 뒤집어서 바닥도 잘 빠는데.... 배냇머리가 입 주변이랑 손이랑 목에 막 붙기 시작했죠...
떼주고 털어주고 하다가.. 혹시 머리카락을 먹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그만.. 우발적이었어요... 흑..ㅠㅠ"

백일 즈음에 배냇머리가 많이 빠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머리를 빡빡 밀어주는 것은 오래된 관습육아법(?)중에 하나입니다.
새댁도 예전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그렇게 하라고 많이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잘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소아과샘들은 혹시 아기 두피에 상처가 생길수도 있고,
어른들 말씀처럼 한번 빡빡 밀어줘야 머리카락도 굵어지고 숱도 많아지는 것은 아니라며 굳이 밀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나봐요.
제가 보는 소아과샘책에도 그렇게 나와있었지요...
그런데 또다른 임신/출산/육아 책에는 '머리카락을 자꾸 빨면 위생상 좋지 않으니 되도록 밀어주라'고 나와있었답니다. 

어떻게할까.. 갈등하던 새댁, 어느날 똑순이 입과 주먹에 머리카락이 붙어있는걸 보자 
그만 조금은 우발적(?)으로 "그래! 자르자!!" 결심하고 똑순이를 데리고 집앞 미용실에 다녀왔던 것입니다.. 


 
("엄마 왜그래~?" 똑순이는 엄마의 때늦은 후회를 알까요... 알겠지요. 얘기로, 느낌으로 다 전해질테니까요ㅜ 그래도 똑순이는 의젓합니다. 고마워 똑순아~ 넌 여전히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단다!!ㅠ)


처음 후회가 시작된 것은 의외의 곳에서였습니다. 
똑순이를 재우고 신랑과 주말드라마를 보는데.. 글쎄 거기서 한 엄마가 딸의 갓난아기때 '탯줄'과 '배냇머리' 등을 곱게 보관해둔 보석함이 나온 것입니다.
새댁도 똑순이의 태줄, 첫 손톱, 병원 발찌..등을 잘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만 '배냇머리'를 보관할 생각은 미처 못했던 것입니다!

아기가 엄마 배속에서부터 가지고나온 것들에 대한 엄마들의 애착을
아마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분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우실 거예요... 
작고 귀여운 생명을 배속에서부터 기르고 낳아 세상에 내어놓던 순간... 임신과 출산의 기억들이 그 작은 탯줄, 머리카락, 손톱 같은 것들에 다 묻어있어서
두고두고 엄마에게는 아이의 갓난이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추억의 물건들이 된답니다. 
다 자란 아이가 그걸 봤을때 어떤 기분이 들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새댁의 탯줄 같은 것이 지금 나타난다면 재미있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겠지요.. 
물론 그게 없다고 엄마에게 섭섭하지는 않습니다. 울엄마야.. 이제 사랑만 드리기에도 바쁜 고마운 분인걸요. (새댁이 애낳고 철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똑순이의 배내머리를 챙겨오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자책이 되더군요.ㅠ.ㅠ
그래서 새댁... 궁여지책으로 아직까지 똑순이 이불과 옷 등에 붙어있는 똑순이 배내머리 수거작전에 돌입했습니다.
발견할때마다 작은 카드봉투 하나에 집어넣으며 모으고 있는데... 아.. 그 탐스럽던 머리 한다발! 왜 가져올 생각을 못했을까요...!!!!!
때늦은 후회일 뿐입니다.ㅠ

이렇게 첫번째 후회에 몸을 떨던 새댁... 
그런데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랫만에 유명한 육아카페에 들어가 다른 것을 좀 알아보다가 무심코 '배냇머리'란 키워드로 검색을 한번 해본것이 실수였습니다....
주루룩 뜬 수많은 글들을 읽는데
대부분 '배냇머리 삭발'에 대해 그닥 좋지 않다는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그 이유들은 다양했는데 위에 소개한 소아과샘말씀을 제외하면 주로 '예쁘지 않다', '예쁘게 자라기까지 한참 걸린다'는 의견들이 많더군요. 

새댁의 후회는 똑순이가 '예쁘지않'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배내머리 삭발이 위생상 좋다는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새댁의 후회는... 똑순이 삭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 때문입니다.
 
이제 곧 날도 추워질텐데.. 똑순이가 태어날때부터 준비해온 '자체보온수단'을 없애버렸다는 것이 제일 맘에 걸립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면 청소 좀더 자주 하고, 안먹게 잘 지켜보고 했으면 될텐데 쉽고 편하게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그저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대로, 타고난데로 자라도록 놔두는게 제일 좋다는 평소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인위적인 수단을 써서 좀 편하게 키워보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애들 다 그렇게 키운다'라는 관습육아법(?)의 대명제을 별 고민없이 수용한 것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한참 오버지만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삭발, 군대에서의 삭발.. 신체를 통제함으로써 정신도 통제하고 싶어하는
그 발상도 무척 싫어하는데...
예전처럼 머리에 이가 많은 시절도 아니고.. 싹 깍아놓아야 '단정하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좀 삐죽삐죽해도 타고난 그대로가 젤 예쁜데.. 흑.. 왜 그랬지... ㅠㅠ  

우발적으로 결심하기 전에 육아까페에 한번 찾아볼껄.... 자르고나면 어떻게 될지(춥진 않을지, 자르다 행여 다치진 않을지.. 등등) 더 생각해볼껄...
후회한들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앞으론 같은 후회를 또 하지 않게 신중히 생각해서 잘 해나갈 수 밖에요.
배냇머리 삭발보다 훨씬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때가 앞으로 수도 없이 생길 것이니까요...

돌보는 어른의 판단과 행동이 아이에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육아를 정말 중요하고 무게있는 일로 만듭니다.
아이 스스로 자기 삶을 결정하게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생각, 판단, 행동이 아이의 삶을 결정짓게 되니까요..
그래서 아이는 '백지'와 같아 부모가 그리기에 달려있다는 얘기도 있나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내 삶만이 아니라 다른 한 사람-아이-의 생명과 삶까지 책임지는 일이란 것..
그래서 부모가 된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훨씬 진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야하는 것이구나... 
김똑순 배냇머리 실종사건을 치르며 새댁, 곰곰히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아직도 까마득히 먼 새댁... 김똑순 배냇머리 실종사건의 범인, 똑순이 뒤로 숨습니다. ㅜ)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08. 9. 22. 21:10



처음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는 고개조차 들기 어려워하던 녀석이
어느새 고개를 잘 가누게 되더니 두리번 두리번 집안을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도 보고, 벽지도 보고, 자기 앞에 놓인 베게며 노래하는 공 같은 장난감들도 봅니다. 

어느 오후, 혼자 의젖하게 엎드려있는 똑순이가 문득 다 큰 아이같아 사진 한 장 찍어두었습니다. 

*

젖먹고 잠자는 순간을 제외하면 요즘 똑순이가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뒤집기 입니다. 
잠깐 눈을 떼고 뭔가를 하다가 돌아보면 여지없이 뒤집고 있습니다. 


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다시 방에 눕혀 놨더니 그새 또 뒤집었군요!^^

참.. 열심입니다. "(엄마, 바로 눕히며) 에고~ 똑순아, 힘들지 않니~?"  "끙.......(뒤집!)"
우문현답입니다.
아이는 자라고 싶은가 봅니다.
엄마아빠랑 눈맞추며 얘기하고 싶고, 엄마아빠처럼 걸어다니고싶은가 봅니다. 뒤집기는 그 첫 시작인 셈입니다.

*

그제부터 똑순이가 기어가보고 싶은지 엉덩이를 들었다내렸다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단지 뒤집기만 하던 시절에는 한참 두리번거리며 잘 놀다가 힘이 떨어지면 '에~'하고 우는 것이 다였는데 
이제는 뒤집자마자 배와 다리에 힘을 주고, 머리도 땅에다 박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 온몸으로 애를 씁니다. 
얼마나 힘이 드는지 머리와 목은 온통 땀 범벅... 끙끙 앙앙 앓는 소리와 울음 소리가 번갈아 터집니다.    
결과는... 아직은 제자리에서 90도 회전하는 것입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참.. 이제 겨우 백일된 아가를 앞에 두고 초보엄마, 감정이 북받칩니다.
바로 안아줘야할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갈때까지 더 두고 봐야할지.. 갈등하면서.
똑순이는 앞으로 기어가는 법을 찾고, 엄마는 자라는 아이의 곁을 제대로 지켜주는 법을 찾고 있습니다.




"찾고야 말겠어!" 오늘도 다부진 각오로, 똑순이는 바둥거립니다.


덧.
아이에게 생존을 위한 성장은 본능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리 힘들어도 계속 도전하지요... 
어린 새가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둥지를 박차고 나서듯 
힘든줄 알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아이에게서
어느새 내 삶에 꼭 필요한 변화와 성장이더라도 힘들다는 이유로 자꾸 미뤄두고 몸을 사리는 엄마에 대한 따끔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어른이 몸만 크지... 본능적인 용기는 잃어버렸나 봅니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