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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네 밥상2012/05/09 23:08





우리집 올해 텃밭은 강일동 707번지에 마련했다.

강일동 707번지에는 V대장이 살고, 뒹굴깨물이가 살고, 엄마가 살고 아빠가 산다.


작년처럼 동사무소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 텃밭을 신청하려고 탁상달력에 크게 동그라미 쳐놓고 메모까지 해놓고 그전날 밤에도 퇴근한 아빠랑 내일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신청하러 가자고 얘기까지 구구절절 해놓고 잤는데

다음날 아침이 밝자 후다닥 아침 챙겨먹고 아빠 출근하고 연수 유치원 다녀오고 점심먹고 오후 어느맘때쯤 퍼뜩 '오늘~?!!!'하고 기억이 났다. ㅠㅠ


동사무소 텃밭이 그렇게 허망하게 날아간 뒤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올해 농사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퍼뜩 떠오른 생각이 

'베란다 텃밭'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사올 때 거실 베란다에 수도꼭지와 샤워기가 달려있는 것을 보고 '아 여긴 화분들 키우라는 거구나~'하고 감탄했는데

그때부터 내심 거기에 텃밭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었다.

엎어진 김에 동전 줍는 마음으로 해보고싶었던 베란다 텃밭이라도 가꾸면서 꿈같은 '가래여울 텃밭의 추억'을 되씹기로 했다.










그리하여 당장 '흙살림' 홈페이지(http://www.heuk.or.kr/)를 찾아갔다.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화분용 퇴비'를 만든 곳으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6.2데이' 행사장에 가서 보니 유기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배양토부터 미생물과 자연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병충해방제, 영양제도 만들고 토종씨앗과 모종들도 판매하고 계신 것을 보고 '아 참 좋다' 했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교육과 유기농산물의 직거래판매, 도시농업 확대를 위한 노력까지 20여년 동안 건강한 농업과 땅을 살리기 위해 애써온 존경스러운 운동단체이자 연구소이자 사회적 기업인 '흙살림'을 만날 수 있었다.









새싹채소도 전부터 한번 키워보고 싶었는데 마침 흙살림에서 귀엽기도 한 '새싹채소 재배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적무, 보리, 배추 등 씨앗 세 종류와 재배키트 묶음가격은 4500원. ^^

물 붓고 씨앗 뿌려주니 끝! 간단도 하네~! 

우리집 공식 농부 V대장이 직접 했다.












새싹채소와 함께 도착한 베란다텃밭 장비들! 두둥~~~~!! ^^ 

손 큰 연수엄마가 배양토 4포대와 그 흙을 담아 채소를 기를 그로우백 4개를 일시에 주문했다. ㅎㅎ

도시의 작은 아파트인 우리집으로 거름냄새도 살짝쿵 나는 커다란 흙포대들이 큰 택배상자에 담겨서 들어오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이렇게 해야 '흙'을 가질 수 있구나... 

흙에서 자란 것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도 

흙이랑 가까이 사는 길은 큰 맘먹고, 여러 손 빌려가며 애를 써야 가능한 일이구나.











흙살림 택배가 오자 제일로 신난 것은 V대장 연수.

어린 시절부터 '흙사랑'이 남다르셨던 이 분은 마침내 집안에 자기만의 흙놀이터까지 갖추시게 된 것이다.

게다가 물도 있고! 이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










우리집 차기농부 뒹굴깨물이도 신나긴 마찬가지~^^

거실베란다를 차지하고있던 아이들 자전거와 유모차 등등을 현관 밖으로 빼고 선반의 오래된 짐들도 대거 정리해서

이 베란다에는 화분들과 물에 젖어도 괜찮을 법한 물품들만 남겨놓았다.


그래놓고 엄마와 형아가 요 베란다를 뻔질나게 드나드니 어린 연호도 당연히 함께 기어나와 

흙포대에 기어올라가도 보고, 화분의 싹들도 잡아당겨보고(ㅠ) 하며 신기해했다.


농부의 딸인 나는 베란다에 쌓아놓은 흙포대만 봐도 배가 부를만큼 기분이 좋아서

정말로 꽤 오랫동안 쳐다보고만 있었다. ㅎㅎ

막상 애 둘 데리고 저 포대를 뜯어 텃밭을 차릴 엄두가 어찌 그리 안 나던지....;;











그러는 사이에도 새싹채소는 무럭무럭 자랐다.

강일동 707번지 주민 4인은 모두 새싹 처음보는 서울촌놈 티를 팍팍 내가며 볼때마다 신기해했다.










예쁘다..










참 예쁘다.











새싹채소 수확한 날.










연수가 직접 장식(?)한 새싹채소비빔밥. ㅜ

보기는 참 그렇지만... 맛은 상큼쌉쓰름한 것이 입맛 돋궈준다. 음~ 

또 먹고 싶은데 새싹채소 키트는 한번 밖에 못 키우는 것이라 아쉽다.. 집에서 채소를 더 키워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밥 잘먹고 힘내서... 드디어 텃밭을 만들었다.

저 초록색 비닐백의 이름은 '그로우백 작은텃밭'. 

튼튼하고 깊고, 작은 물빠짐 구멍이 옆면에 네개쯤 뚫려있다. 

그 구멍을 별도의 돌 같은 걸로 막지 않아도 흙이 새지않고 물은 잘 빠져서 참 좋다.

작은 공간에서도 채소를 키워볼 수 있도록 고안된 아이디어 상품! 가격은 3300원! ^^ 

이래뵈도 상자텃밭용 유기배양토 15L 한포대가 남김없이 싹~ 들어간다.

땅이 깊어서 토마토나 고추같은 뿌리 깊이 내리는 작물도 키울 수 있단다.











엄마의 텃밭인 것 같지만 실상은 연수의 텃밭이다.

아니, 우리집 베란다 텃밭이니 우리 가족 모두의 텃밭이고, 우리집에 놀러온 이들도 함께 물주고 바라보고 열매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모두의 텃밭이다. ^^

동네 꽃집에 가보니 토마토 모종만 팔고 있었다.

노란 토마토 꽃도 보고, 올망졸망 방울토마토도 따먹을 수 있겠구나... 

손바닥만한 모종 세포기 심어놓고 엄마는 벌써 배부르다. ㅎㅎㅎ 

물받는 연수 뒷태가 듬직하다. 













'토마토야, 무럭무럭 잘 커라~'

얘기하면서 준다.  











텃밭 차리느라 든 비용에 비해보자면(흙이 비싸다..ㅠ) 여기서 얻는 수확은 값으로 환산했을 때 정말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연수가 제 손으로 토마토를 키워보며 느끼는 마음의 풍요는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귀한 것이라고 믿는다.

살아있는 흙, 살아있는 작물.. 자라고 열매 맺고 스러지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지켜보고 돌보면서 설레임과 고마움, 아쉬움을 함께 느끼며 

아이들도 나도 나무처럼, 풀처럼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자란다2012/05/08 21:23

 

 

 

카메라에 들어있던 4월 사진들을 오늘에야 정리했다.

고작 한달 안쪽인데도 아주 오래전 일 같다.

하루하루는 그닥 별다른 일 없이

주로는 심심하게 가끔은 신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러는 중에도 아이들은 참 무럭무럭 자라는 모양이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니 말이다.

 

 

 

 

 

연수는 4월에 치과치료를 했다.

이가 빨리 나기도 했고, 촘촘히 붙어있기도 해서 '어머니께서 양치를 꼼꼼히 해주셔야한다'는 치과 선생님들의 충고를 여러번 들었음에도

연수가 워낙 양치를 싫어한다는 핑계 하나,

연호 태어난 후로는 펄펄 뛰는 연수 쫓아다니며 이 닦일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 둘,

달달한 간식을 워낙에 좋아한다는 (엄마랑 연수 모두ㅠㅠ) 핑계 셋... 해서

결과는 아랫니 어금니 양쪽에 모두 갈색 충치가 크게 생겼고 연수는 이가 아프다며 울었다. 

 

 

어금니 한쪽을 신경치료하고 은니로 씌웠는데 어찌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

치료받는 아이도, 지켜보는 나와 연호도 모두 진이 쏙 빠졌다.

그래서 결론은 한 쪽만 치료받고 나머지 한 쪽은 잘 달래며 살아보자는 것.

하루에 세번씩, 밥먹자마자 양치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이제사 우리는

치과에 가지 않기위해 필사적으로 하는 중이다. ㅠㅠ

다행히 그 이후로 치료 안받은 어금니가 아프진 않고 있다.

속으로야 점점 더 썩고 있겠지만 안 아픈 동안은 버티다가 나중에 아주 아프면 그때 가서 뽑던지.. 치료를 하던지.. 해야겠다.

그땐 연수도 좀 더 커있을 테니 힘든 치료를 조금은 더 견딜 수 있겠지..

 

 

 

 

 

 

 

 

 

창가의 아이들.

가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일찍 밥달라고 찾아온 비둘기들에게 쌀을 뿌려주는 일을 시작으로(이건 연수 일이다)

시시때때로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날로 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들도 구경하고

하늘의 구름과 별과 달을 구경하는 아이들.

 

연수는 가끔 아래윗집에 사는 누나형아들이 지나가면 큰소리로 부르고

이웃집 아줌마들도 불러 '누나, 냇가에 산책다녀오는거야?', '현수 아줌아, 우리 여기 있어요, 4층에!' 등등 열심히 쫑알거린다.

연수 얘기를 아줌마누나들이 잘 못 알아듣는 눈치일 때는 말하는 연수도, 듣는 사람들도 답답해해서 거실에 앉아 듣는 내가 다 조바심이 난다.

이웃들을 향해 말하고 싶어하는 연수를 보며 연수가 종일 말하는 사람이 엄마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쓰럽기도 하다.

가끔 연수 친구 소정이가 지나가다가 '연수야~' 하고 열심히 마당에서 부를 때도 있다. 참 반갑다.

연수는 누가 우리집에 놀러오는걸 참 좋아한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블로그 이웃님들, 우리집에 놀러오세요~! ^^

 

 

 

 

 

 

 

형아는 곰돌이 어부바한 채로 무슨 포즈인지 무튼 멋지고

연호는 '까꿍'을 하고 있네. ^^

눈대신 귀를 가리는게 연호의 까꿍.

 

아침에 형이 창가에 서서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안녕~! 오늘 저녁에 일찍 와? 일찍 올거 같으면 우리한테 일찍 온다고 꼭 전화해야돼~!!'하는 긴 인사를 온 동네가 떠나가라 고래고래 외치는 동안

연호는 형 옆에 딱 붙어서서 '으응~! 어어~~! 파~!!' 하고 덩달아 외치며 저도 안녕을 하느라고 작은 손을 나풀나풀 흔들곤 한다.

가끔은 연호 혼자서도 창밖을 내다보며 무어라무어라 곤지랑거리고 소리치기도 하고..

우리 아들들은 창을 사랑하는 소년들... ㅎㅎ 낭만적이기도 하여라.

 

 

 

 

 

 

 

 

4월에 연수가 암사어린이극장에서 하는 '빵꾸똥꾸의 괴물 마을'이라는 인형극을 아빠랑 함께 보고 왔는데

거기서 인형들이 저런 상자 가면을 썼던 모양이다.

마땅한 택배 상자를 보자 빵꾸똥꾸 가면을 만들어달라고 졸랐다.

구멍 네 개(눈 두개, 팔 두개)만 뚫으면 완성되는 초간단 가면으로 한달 내내 잘 놀았다. ㅎㅎㅎ

 

형이 벗어놓으면 연호도 그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둘이 서로 구멍으로 손 집어넣고, 간질르고 하며 정말 잘 놀아서

비싼 장난감보다 훨씬 좋다~ 지켜보며 무척 흐뭇했더랬다.

지금도 우리집 거실에 잘 모셔져 있는데 많이 낡았지만 그래도 한 달은 더 쓸듯. ㅋㅋ

 

 

 


 

 

 

 

 

11개월을 채워가는 연호.

4월에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아도 제일 크고 고마운 일은 2, 3월 내내 끌고왔던 연호의 감기가 나은 일이다.

바람찬 계절에 아침 일찍부터 바깥출입을 하면서 연수도 감기를 앓았고 연호도 심해졌다 덜해졌다 하면서 감기가 오래 가서 걱정을 많이 했었다. 

4월 들어 유치원을 접기로 하고 셋이 늘 집에서 뒹굴거리고 가끔 동네 뒷산이나 아파트 개울가로 살살 돌아다니고 또 날도 따뜻해지면서 아이들이 큰 탈없이 제 힘으로 감기들을 이겨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감기 끝나고 연호는 밥도 잘 먹고 낮잠도 규칙적으로 자고 하더니 많이 씩씩해지고 부쩍 큰 것 같다.


요즘 연호의 돌잔치할 음식점을 알아보는 중이다.

연수 때처럼 가까운 친지분들만 모시고 식사 한끼 하면서 내가 간단히 돌상차려줄 생각인데

멀리서 오시는 어른들께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려하니 음식점 정하는데 조금 마음이 쓰인다.

직접 가보고 먹어보고.. 하느라 요즘 입이 호강이다. 

좋기도 하지만 어렵게 찾아갔는데 마음에 안들고 하니 '이것도 힘들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갔던 집에서 예약시간 기다리다 지쳐 잠든 연호를 아기띠에 안고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이 아이를 낳고 1년이 흐르는 동안 참 행복했구나..

첫아이 키울 때는 힘들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둘째 이 녀석 키우는 동안은 힘들단 생각은 거의 못하고 마냥 이쁘고 좋고 고맙기만 했구나... 싶었다.

 

세상에 수월하게만 크는 아이가 어디 있겠으며

연호 키우는 짧은 1년 사이에도 아파서 마음 졸이던 날도 있었고, 내 몸이 몹시 고단해 괴로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호 하면 젖먹고 순하게 잘 자던 모습과 나를 향해 언제나 벙글벙글 웃어주던 모습만 생각난다.

이 아이 꼬물거리던 몸짓, 통통한 몸으로 뒤집고 앉고 하느라 애쓰던 모습, 제 형과 까르륵 거리며 놀던 일들만 기억나서 참 행복했다.

고맙다, 연호야.

지난 일년 엄마를 더없이 행복하게 해주서 정말 고마워.

 

 

 

 

 

 

 

 

 

아기 연호가 어느새 이만큼 커서 형아랑 같이 큰 욕조에서 목욕을 한다.

둘이 나란히 서 있으면 형아가 월등히 커서 비교가 안되지만

이렇게 욕조에 앉아있을 때는 제법 등짝도 엇비슷해 보이는 것이 연호 녀석 참 튼실하다. (몸무게는 연호 11킬로, 연수 17킬로~)

 

연호는 요즘 어디든지 기어오르려고 애쓰고

하루가 다르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새로운 행동들도 배우는 중이라 그 모습을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할 때가 많은데

연수는 아무래도 그게 좀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연호가 하려는 것은 뭐든지 제가 먼저 차지하고, 엄마아빠가 재미있어하는 연호 행동은 꼭 따라해본다. 

그 모습을 보고있으면 웃음도 나고 찡하기도 하다. 

연수도 이렇게 연호만 할 때가 있었지.. 어느새 훌쩍 커버렸지만 네 마음속에도, 엄마 기억속에도 너의 아기 시절은 여전히 남아있지.

연호로 인해 연수도 어쩌면 그 시절을 다시 한번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껏 추억하고, 그 시절로 돌아간듯 엄마에게 어리광도 부리고 안아달라 매달리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동생처럼 엄마품에 종일 안겨지내던 젖먹이 시절같은 포근함도 느껴보면서

그렇게 형이 된 첫날들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도 좋겠지...

내가 더 마음을 넓게 갖고 두 아이를 다 품어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현실은 연수에게 자꾸 화내고 '너는 엄마 힘든것 좀 알아주면 안되냐'는, 다섯살 아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ㅠ 

 

 

 

 

 

 




연호가 덩치도 제법 커지고 움직임도 많아지고 하니 연수가 보기에도 동생이 '마냥 아기'이던 시절은 지난 것 같은지

비슷하게 친구처럼 몸으로 부딪히면서 놀려고 할 떄가 많다. 

장난으로 골려줄려고 슬쩍 밀 때도 있고 연호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참지 못하고 콩 때리기도 한다.

그럼 연호는 '앙!'하고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두 아이 사이에서 나도 속이 상한다. 

큰 놈 야단치고 작은 놈 달래고, 큰 놈 위로하고 작은 놈 타이르고... 

떼놓고 돌아서면 엄마 속은 아직 안 풀렸는데 조금 있으면 저희들끼리 또 깔깔 웃고 논다. 

맞고 울고 했어도 형이 좋고, 동생이 좋은가보구나. 

 

연수에게 너무 좋은 형이 되라고 다그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리지 말라고, 말로 잘 타이르라는 정도만 계속 이르고 그 이상은 바라지 말아야지..

좋은 형, 좋은 언니 노릇은 서른 몇살이 된 우리들에게도 사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좋은 동생 노릇은 또 어디 쉬운가..

그런건 나이들수록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함께 자라는 어린 시절동안은 함께 있어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이 많아지는 것. 많이많이 같이 놀고 그래서 서로를 참 좋아하는 것.. 그렇기만 했으면 좋겠다.

 

 

매일은 지지부진한 것 같아도

시간이 한 묶음 흐르고 나서 보면 아이들은 쑥 하고 많이 자라있다.

언젠가는 연수가 의젓하게 형 노릇을 하고, 연호와 연수가 말로 대화를 하고, 다투고 화내다가도 손잡고 다독여줄 줄 아는 그런 형제들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시간동안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의 빛나는 모습들을 더 많이 지켜보는 것, 우리가 함께 지내는 이 날들의 행복을 더 많이 느끼는 것,

'너희들이 참 좋아' '고마워' '사랑해' 더 많이 말하는 것.

 

그런 5월을 살아야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하루2012/04/25 23:33


오늘 참 신통한 일이 있었다.

비오는 날.. 따뜻한 쑥국 끓여 점심밥도 잘 먹고 나니 무척 졸렸다.

얼추 연호도 졸릴 때가 된 것 같아 아이들 데리고 안방에 들어갔다.

누워서 연호 젖물리며 연수 책 읽어주는데.. 암만 봐도 나만 졸린 모양이다. 애들은 말똥말똥... 나는 헤롱헤롱.


젖을 다 먹은 연호는 떼구르르 굴러 발딱 일어나 앉더니 안방을 기어다니며 이것저것 뒤적이고 놀기 시작했다.

연수는 거실로 가서 책들을 몇권 더 들고와 '엄마, 이 책 좀 읽어줘'하는데 나는 너무 졸려서 그 소리가 까마득하게 들렸다.

'아고.. 연수야, 엄마 너무 졸려서 안되겠다. 엄마 10분만 자고 일어나서 읽어줄께...'하니

왠일로 '응. 알았어' 하고는 저 쪽으로 간다.

연호는 연호대로 잘 놀기에 나는 그만 스르르 잠이 들어 한참을 잤다.

중간중간 연호가 내게 와서 머리카락을 좀 잡아당기는 것도 느끼고 

형한테로 기어가 둘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거리며 깔깔거리는 소리도 듣기는 했다. 

그렇게 잠깐 자다가 내가 퍼뜩 놀라 일어나보니 

연수는 이불 저 쪽에서 혼자 누워 그림책을 배 위에 올려놓고 넘겨가며 보고 있고, 

연호는 내 옆에서 내 안경을 가지고 사부작 거리고 놀다가 내가 눈뜬 것을 보고는 내게로 얼른 안겨왔다.


정말 달게 잘 잤다.

엄마가 꺤 걸 보고는 연수가 '엄마, 10분 다 됐어?'하고 물었다. 

내 기분으로는 그보다 훨씬 더 된 것 같았지만 '응, 다 됐어. 엄마 너무 잘 잤어.. 고마워' 했다.


참... 이런 날도 있네..^^

많이 컸다. 우리 애기들.

연수가 혼자 그림책보는 모습은 그전에도 몇번 보긴 했지만 오늘처럼 조용히 엄마 자라고 기다려준 것은 처음이라 그 모습이 넘 예뻐보이고 고마웠다.

밥먹고 젖먹고 배부른 연호도 큰 탈없이 형아랑 엄마 곁에서 사부작거리며 잘 놀아준 것이 고맙고....

아. 좋다. 그렇게 한잠 자고 나서 

애들과 조금 더 이불 위에서 놀다가 그제사 졸려하는 연호를 다시 젖물려 재워놓고 연수와 거실로 나왔다.

나는 커피 한잔 하고, 연수는 우유 한잔 마시는데 

창밖에는 비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지 나무들이 많이 흔들렸다. 



저녁 준비할 때쯤.

연수는 식탁위에 올려둔 '새싹채소'화분들에 싹이 텄나 들여다보고있고

연호는 식탁 밑에서 진공청소기 만지며 잘 놀고있기에 

나는 돌아서서 가스렌지에 국을 데우고 있었다.

갑자기 '쨍그랑!'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돌아보니 식탁위에 올려두었던 불고기담은 접시가 식탁 아래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있었다.

연호랑 아주 가까운 곳이었는데 다행히 연호는 아무데도 다치지 않았고 

그릇 조각들도 연호 있는 반대쪽으로 좀 튀어있을 뿐 많이 흩어지진 않은 것 같았다. 

놀란 연수에게 식탁의자에 꼼짝말고 앉아있으라 이르고 연호 안고가서 포대기로 업고 돌아와 

깨진 그릇조각을 치우고 걸레로 주변을 닦았다. 

제법 멀리까지 작은 도자기 조각들이 날아가 있어 꼼꼼히 살피며 여러번 걸레질을 했다.

내 잘못이었다. 식탁 위에 접시가 너무 많이 올려져 있었다.

그 속에서 연수가 채소 화분들을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릴때부터 주의를 주거나, 접시를 좀 치웠어야했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연수에게 화를 냈다. 접시가 줄줄이 있는데 화분을 함부로 움직이면 어떡하냐고.... 다섯살 아이가 거기까지 생각하는게 무리인데도..ㅠㅠ 

마음 속으로는 사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고 있었다.

종교는 없지만, 이런 순간이면 어느 분께든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바로 곁에 있었던 연호가 아무데도 다치지 않은 것은 정말 하느님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싶었다.

연수에게도 엄마가 미리 얘기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 사실은 나에게 화가 날 떄가 더 많다. 

화 날 만한 상황을 미리 방지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또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에도 화가 나곤 한다.

빨리 사과하고, 앞으론 내가 더 조심해야지.. 생각하며 얼른 마음을 털어야하는데.




 비오는 날은 어디 나가지도 않고, 누구를 오라 하지도 않고

그저 우리 셋이서 오롯이 뒹굴뒹굴 놀 때가 많다.

농사짓는 사람들처럼 비오는 날이 휴일인 것이다.

안그래도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우리 아이들인데 비오는 날 풍경까지 더하니 정말 우리집은 농사짓는 집같다. ^^

가끔 같이 창가에 서서 비소리 듣고, 비오는 동네 풍경을 한참씩 보고 

그림책보고 기차길 만들고 하면서 오늘 하루도 참 여유롭게 잘 보냈다. 

크게 심심해않고 엄마랑 동생이랑 잘 놀아주는 연수가 고맙다. 

쑥국, 불고기, 시금치나물... 식구들먹는 반찬 다 먹어가며 밥 참 잘먹고 잘 노는 애교쟁이 연호도 참 고맙고... 

그래도 이 예쁜 애들한테 오늘도 꽤 여러번 화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굴기도 했다. 미안하다..ㅠ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고생하는 남편도 가엾다. 몸도 힘들텐데...



내일 하루도 잘 보내야지.. 

오늘보다 적게 화내고, 더 많이 웃으면서.

내일은 날이 좀 개려나... 따뜻해서 아이들이랑 장보러 다녀올 수 있었음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