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들2009/07/09 21:59








스무살, 새댁이 처음 남도를 만났던 그 봄에 본 남도의 흙은 참 붉었습니다.
서른둘, 아들을 데리고 떠난 남도여행에서는 넓고 부드러운 뻘이 우리를 그 품에 넉넉하게 안아주었습니다. 
똑순이는 생후 13개월에 남도를 만났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갯벌 위에 선 똑순이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흩날립니다.
두 손에는 모래를 꼭 쥐고 있습니다.
걸음마 걷는 모습이 춤추는 것 같습니다.  

이 곳은 전라남도 영광, 백수마을 근처에 있는 바닷가입니다.
멀리 갯벌위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 엄마와 함께 뻘을 걸어가는 작은 소녀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기차니스트님, 히로미님 그리고 정은이와 토마토새댁님입니다.
^^ 







사람들이 조개를 캐러 뻘에 들어간 사이, 아기들과 엄마들은 모래사장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고운 모래 사이로 작은 게들이 바쁘게 기어다녔고,
조개들의 숨구멍같은 구멍들과 동글동글하고 작은 흙덩어리들이 모래위에 가득했습니다. 

똑순이 눈에 띤 작은 게 한마리가 흙덩어리들 사이로 기어가더니 자기도 흙인척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똑순이도 꼼짝 않고 한참동안 게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손짚고 일어서'
두 손으로 땅을 꼭 짚고, 궁둥이는 하늘 높이 쳐들고 끙~ 신중하게 일어섭니다.
요즘은 늘 이렇게 궁둥이를 높이 들고 일어서는데.. 앞구르기를 하고싶은게 아닐까 엄마는 궁금해합니다. 







서툴던 걸음이 어느새 꽤 능숙해졌어요.
갯벌위에 세워놓으니 어찌나 신이 났는지...^^
매일 아파트 놀이터의 맥빠진 모래만 만지고 놀다가 '살아있는 모래'를 만났습니다.







푹신푹신 모래사장을 신나게 걸어다닙니다.
두 손에는 모래를 꼭 쥐고... 
마음껏 걸어가도 끝이 없을만큼 모래사장은 넓습니다.  








'똑순아, 아빠가 조개 많이 잡아와서 이유식 만들어줄께!'
장담하고 떠났던 아빠는 언제쯤 오시려나..
해가 뉘엿뉘엿 지는 갯벌을 바라보며 똑순이가 기다립니다.






이번 여행길 오고가는 내내 함께 했던 솔이네-^^ (이 아이는 남자 솔이~)
먼 길, 어린 솔이가 피곤했을까봐 걱정도 됐지만 새댁은 오가가는 차 안에서 솔이엄마와 얘기도 많이 나누고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 두 아기들 간식도 같이 먹이며 너무 즐거웠습니다.
뻘을 밟고선 예쁜 솔이야, 앞으로도 똑순이랑 같이 많이 놀자~!







꼬미고모의 블로그에서 늘 사진만 보다가 드디어 이번 여행에서 직접 만난 훈남 장동건 군과 그의 엄마-^^
먼 바다를 응시하는 동건이의 눈매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







여행을 함께한 모든 아기들을 다정히 안아주었던 명이이모.
솔이 이유식 조개를 캐기위해 엄마아빠가 모두 뻘에 들어간 사이, 솔이가 이모품에서 울음을 터트렸군요.
명이 이모도 함께 울고 있습니다..^^;;;
(이 아이는 여자 솔이~)







어느새 해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셨던 포마드님의 사모님과 아들 지훈이가 저녁햇살을 받으며 돌아옵니다.

음.. 이 날 조개는 아무도 캐지 못했어요.
알고보니 조개는 뻘이 아니라 고운 모래가 있는 곳에서 캘 수 있다네요.
조개를 캘 꿈에 부푼 일행을 인솔하고 자신있게 장비를 빌려 들어가셨던 mepay님께 낚였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갯벌가는 길에 들른 염전입니다. 
똑순이만이 아니라 많은 어른들도 처음으로 염전을 보았습니다. ^^
그리고 '귀한 국산 천일염'을 너도나도 한 포대씩 사서 차에 싣기 바빴다지요. ㅋㅋ   







토마토새댁님네 예쁜 세 아이와 똑순이와 새댁이 염전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한장 찍었습니다.
두 번째 만난 것인데도 어느새 많이 친해진 것 같고, 늘 보던 옆집 아이들 같고.. 
반듯하고 다정한 마음씨와 행동으로 새댁을 또 놀라게 했던 아이들입니다.
 






여행 둘째날, mepay님이 살고계신 그리고 곧 명이님이 직장을 옮기면서 내려가 살게 되실 광주에서 먹은 점심식사입니다.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오는 남도 한정식이 먹고 싶다'는 객들의 청을 흔쾌히 받아주신 mepay님이
'백년옥' 이라는 작고 아담한 한정식집으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갖가지 나물반찬과 신선한 쌈, 황태구이에 푹 빠져 애기엄마들은 밥을 더 받아 싹싹 배불리 먹었습니다. ^^

 





mepay 삼촌과 똑순이입니다.
블로그에서 mepay님을 사귄건 똑순이나 다름없습니다.
똑순이가 태어났을때부터 늘 사진보고 '까꿍'을 해주시던 삼촌이모 덕분에 엄마아빠가 이렇게 남도여행까지 오게됐네요.
인연이란 것이 참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여행의 시간은 참 잘도 흘러서 광주에서 점심을 먹고는 서둘러 서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똑순이는 자기를 아껴주는 이모삼촌들의 다정한 사랑을 먹고,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인심을 먹고
또 한번 쑥 자란 것 같습니다.  
식당 밥상 아래로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하며 까꿍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







집에 잘 도착해 짐을 푸는데.. 내려갈 때보다 짐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웃분들의 따뜻한 정 때문입니다.
mepay님의 안내로 '자연방사 유정란'을 생산하고 계신 양계농장도 구경했는데
그 곳 주인내외께서 귀한 유정란을 삶아 간식으로 주신 것도 모라자 집에 가져가 먹으라며 여러팩 싸주셨어요.  

일반 양계장같으면 3만 마리쯤 키울수 있는 닭장에서 3천마리의 닭을 키우고 계신 이 농장에서는
닭들이 이리저리 닭장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울타리가 쳐진 너른 풀밭에서 놀기도 합니다. 
그래서 닭똥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어요. 
좁고 답답한 닭장안에서, 항생제를 많이 맞으며 자란 닭들보다 풀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 녀석들이 낳은 달걀이
훨씬 건강하고 씩씩하겠지요? ^^ 







곧 농장의 쇼핑몰을 만드실거란 mepay님의 소개에 '알고보니 마케팅 관광이었다'며 모두들 한바탕 웃었지만
안전하고 몸에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려고 애쓰는 소생산자들께서 판로를 찾는 것이 무척 어렵고
그래서 그 뜻을 지켜나가시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만남이 그 분들께 작은 응원이 되고, 또 조금이라도 구매가 늘어나서 생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오히려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농축산물과 그 생산자를 알게 되는 일은 참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광주에서 헤어질때 mepay님이 싸주신 '도토리속 참나무'의 치즈소세지 10kg입니다. ^^;;;;;;;;
집에 돌아와 이 박스를 풀어놓고 신랑과 둘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면서 치즈소세지 10kg를 또 보는 일이 있겠냐... 하며.
다섯개쯤이 하나로 이어져있는 소세지들을 냉동실에 넣기위해 봉지봉지 싸는 동안
이 맛있는것을 누구와 어떻게 나눠먹어야하나.. 행복한 고민도 봉지봉지 함께 쌌습니다. 






그동안 똑순이는 신나게 '소세지 봉지들고 이어달리기'를 합니다.
냉동실 한 칸이 소세지로 가득 찼습니다. 
넘넘 맛있는 도참표 치즈소세지가 떨어지기 전에.. 어서 새댁네로 놀러들오세요~^^ 







여행에 돌아온 다음날 아침식사는 도참 소세지, 자연방사 유정란 후라이, 토마토새댁님네 토마토로 뚝딱 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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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분들의 고마운 정이 녹아있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침식사였습니다. 


+


지난 주말에 다녀온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나는 2차 여행기를 이제사 다 썼습니다.

2차 여행지는 '전라남도 영광'이었습니다.
예전에 mepay님이 새댁네 집에 놀러오셨을때 "올해 여름 휴가는 영광으로 오시라"고 하고 가셨는데
그때만해도 정말 가게 될줄은 몰랐어요. ^^;;

아이디어 많고, 추진력은 더 높은 이웃분들(준비하느라 넘 애쓰셨던 명이님, mepay님 감사해요~!!^^) 덕분에
똑순이네는 이번에도 아무 준비없이 즐거운 마음과 회비만 가지고 떠났다 
구경 잘하고, 잘 먹고.. 양 손과 마음 모두 그득그득 채워서 돌아왔습니다. 
함께 여행했던 블로거들과 그 가족분들, 여행지에서 만났던 분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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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블로그 이웃들께로 떠났던 1차여행에서 만났던 또 한분의 고마운 이웃, 맑은물한동이 님께서
똑순이 돌선물로 땅콩과 자색감자와 노란감자를 보내주셨어요.
꼭꼭 여민 땅콩 봉지, 신문지로 층을 나눠 꼭꼭 눌러 넣으신 감자들..
맑은물한동이님의 정성과 사랑이 가득 들어있는 상자를 열어보고 감사한 마음에 잠시 어쩔줄 몰랐습니다.

사진을 찍고, 똑순이를 불러다 하나씩 만져보게 하고.. '물한동이 아주머니가 네게 보내주신거야'하고 얘기해주었어요.
이웃분들의 이 고마운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새댁은 최선을 다해 똑순이를 착하고 건강한 아이로 키워야겠습니다.

물한동이님, 삶아먹으면 맛있다 하시던 노란감자는 말씀대로 이미 다 잘 삶아먹었고요(넘 맛있었어요!^^) 
안토시아닌이 많다는 자색감자는 곧 갈아서 우유에 타먹도록 하겠습니다.
땅콩은 많아서 시댁이랑 친정엄니도 드릴려고 봉지봉지 나눠놓았어요. 볶아서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블로그에서 만나 정을 키워온 이웃분들.
이제는 얼굴을 보고, 그 댁을 찾아가며 더 그립고 가까운 이웃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 분들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이 분들의 존재가 제게 힘이 되듯이 저도 이 분들께 작은 힘, 응원,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이웃이 되고싶습니다.
새댁, 더 분발해야겠습니다! 
^^


 
 
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육아일기)2009/07/03 16:09


오늘따라 유난히 낮잠 들이기를 어려워하며 엄마 등에 업혀 낑낑대던 똑순이가
결국 등에서 내려와 엄마 젖을 먹고 잠에 막 빠져들던 순간에 집 밖에도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습니다. 

아침부터 우르릉 우르릉 천둥소리만 연거푸 울려오더니 드디어 비가 옵니다.
똑순이 잠투정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던 새댁의 들끓던 마음도 시원한 빗소리에 차츰 가라앉습니다.

요사이에는 어느새 단련(?)이 많이 되었는지 똑순이의 어지간한 행동에는 신기하게도 화가 안나서
스스로 대견해하며 살았건만, 역시.. 아직 갈길은 멀기만 한가봅니다.
다행히 엄마가 폭발하기 전에 잠이 든 똑순이와, 때마침 내려준 시원한 빗줄기에 감사해하며
모처럼 나를 위해 커피 한잔을 타놓고
랜터 윌슨 스미스 라는 사람이 썼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제목이 시를 찾아 읽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 한바탕 소나기 퍼붇더니 어느새 그치고 해가 났습니다. 천둥번개 요란한 와중에도 빙글빙글 돌며 똑순이는 잘 잤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육아에도 참 절실한 경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자주 육아 조언을 구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언니가 이런 얘길 해준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서툰(?) 행동을 잘 참을 수 없는 건 '얘가 계속 이러면 어쩌나'하는 걱정 때문인 것 같다구요.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지금의 장난이나 서툰 행동도 더이상 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온다는 걸
그 순간에 생각할 수 있다면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다그치는 걸 좀 덜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언니는 첫 아이가 이유식을 흘리며 먹는걸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어린 아기가 당연히 숟가락질을 제대로 잘 할리 없고,
또 음식의 색깔, 모양, 감촉이 모두 신기하기만한 아이가 밥먹을때 어질르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매끼, 밥먹는 아이 주변이 밥풀과 이런저런 음식으로 어지러워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이에게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속상해 울기도 했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이는 계속 어지르고 언니는 화내고..
그러다 어느결에 보니 끝나지않을 것처럼 반복되던 그 시절은 지나가고 아이는 자라있더라면서 
'(아이에 대해 걱정되는)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건 없으니 너무 걱정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똑순이 낳기전에 들었던 이 얘길 다시 떠올리게 된 건 똑순이의 이유식 3라운드가 시작되면서였습니다.
(1라운드- "신기한 걸 주세요", 2라운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참조~^^;;)


자신이 평소 무척 깔끔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유식먹는 아기와 함께 밥을 먹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 지저분함(?)에 깜짝 놀랄만큼 아기들은 밥을 지저분하게 먹습니다. ^^;
물론 엄마가 깔끔하게 숟가락으로 떠먹여주고 그걸 잘 받아먹는 아기라면 다르겠지만 똑순이의 그 시절은 금방 끝나버렸어요.
돌 즈음부터 똑순이는 엄마가 떠먹여주는 음식은 뱉어내고 제 손으로 입에 넣은 음식만 씹어 삼키는 결연한(?) 태도로 
음식에 대한 제 호기심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스스로 먹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흥....!!!!! 

저 먹일려고 특별히 좋은 재료써서, 정성껏 만들어준 이유식을 고스란히 뱉어내는게 넘 괘씸하기도 하고,
엄마 숟가락은 거부하고 제 손으로만 음식을 집어먹으려고 하는 똑순이에게 화도 많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자꾸 손으로 음식을 헤집고 주무르는 통에 식탁 주변과 옷은 금새 엉망이 되었고요.
저는 어린아기를 앞에 두고 혼자 화를 내다 야단을 치다.. 제풀에 지쳐 정말 울고싶은 심정이 되기 일쑤였어요.

그러다 문득 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 이 시절은 지나간다. 
이렇게 혼자 먹으려고 바둥대고, 지저분하게 밥먹는 시절도 영원히 지속되는건 아니다. 아이는 자랄꺼야.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독립을 하겠다는데.. 엄마로서 환영해야할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를 기특하게 여기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대신 아이에게 턱받이를 꽁꽁 매주고 식탁의자 밑으로 신문지 세 장을 곱게 펴서 깔아줬습니다.
좋아, 어디 네가 원하는데로 해봐!

그때부터 똑순이는 식사시간마다 밥그릇에 담긴 야채들부터 신나게 제 손으로 집어 먹은 다음, 
밥도 손으로 집어서 옆에 있는 물컵에 넣고, 숟가락으로 푹푹 찌르고 휘젓습니다. 
그 와중에 밥알과 물과 야채조각들이 신문지 위로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 소리가 재밌어서 일부러 떨구기도 하고, 그럼 엄마한테 야단을 좀 맞습니다.  
가끔은 한 손가득 밥을 집어서 바로 입에 넣으려고 하다 온 얼굴에 밥풀을 덕지덕지 묻혀 놓습니다. ^^;;;;;;

처음엔 그 모습이 너무 지저분해 엄마인 저도 당황했으나 곧 "아고.. 어디 인도에서 오셨어요?"하며 웃어 넘기게 되었습니다. 
"똑순아, 이 모습은 엄마랑 너랑만 아는 비밀로 하자. 사람들이 알면 우릴 싫어할꺼야~~" 하고 말하며 웃으면
똑순이도 저를 보며 해맑게 웃습니다. ㅎㅎㅎ






+ 똑순이가 요즘 제일 사랑하는 과일, 수박이 왔습니다. 
새댁이 주문하는 생협물품이 배송돼오면 똑순이는 무척 신나합니다^^ 제 몸만한 수박을 굴려 굴려 가더니.. 
 





+ '앙~! 다 먹어줄테다~~' 어느새 깨물고 있습니다. ^^;;;



 
똑순이가 그렇게 한참 제 맘대로 밥을 먹는 동안 저는 제 밥을 열심히 먹습니다.
그전처럼 똑순이 밥 다 먹일 때까지 배고파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건 정말 좋습니다.
지저분해지는 것만 견디면 아이도, 엄마도 함께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 

나중에 하정훈샘의 '삐뽀삐뽀 우리 아이 이유식'을 다시 펼쳐보니 돌쯤 내용에
'아이가 숟가락질을 하고싶어하면 하게해주시라, 자꾸 못하게 하면 음식에 대한 흥미도 잃고 나중엔 밥숟가락 자체를 거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아고... 우리가 딱 그 상황에 처했던 건가 봅니다. 
똑순이의 단식투쟁(? 엄마가 떠주는 음식은 거부하는~^^;) 덕분에 상황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음식에 대한 똑순이의 관심과 스스로 먹겠다는 자립심을 살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꼭 그 이유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똑순이가 밥을 안먹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젖을 많이 먹고 있었다던가, 밥이 맛이 넘 없었다든가...^^;;;
정확한 원인을 찾긴 어렵지만 그 시점에 음식을 마음껏 탐색하고 스스로 먹도록 변화를 준 것이 
다행히 똑순이가 다양한 음식의 질감과 맛을 느껴보는 재미(?)에 빠져
일단은 식탁에 앉아 밥먹기를 좋아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 밥을 기다리는 동안 장갑을 끼고 놀고 있습니다. 새로운 놀이가 맘에 들어요~!ㅎㅎ



스스로 밥을 먹은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습니다.
똑순이 여전히 많은 양을 흘리지만 먹는 양도 그럭저럭 꽤 많습니다. 
잘된 일은 제 손으로 잘 집어먹을 수 있는 야채들을 무척 좋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떤 야채도 말랑하기만 하면 가리지않고 다 잘 먹습니다. 
밥은 제 손으로 물에 말고 잠시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노력하다 잘 안되면 그때부턴 엄마가 떠줘도 잘 받아먹습니다. 

숟가락은 아직 한 손에 꼭 쥐고만 있지만 포크는 이제 제법 잘 쓰고, 
물티슈를 주면 상위를 싹싹 닦을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훨씬 편합니다. ㅋㅋ   
신문지와 바닥에 떨어지는 밥풀 양은 들쭉날쭉 하는데 새롭고 신기한 음식을 먹을땐 거의 안흘리지만,
2끼 이상 같은 음식이 나오면 갑자기 확 늘어납니다. 벌써부터 반찬투정을~~~ㅠㅠ  

저 책에 따르면 18개월쯤 되면 아이들이 숟가락질을 대략 잘하게 된다고 하니...
이제 5달만 기다리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는 일간신문을 구독하고 있고,
엄마의 인내심도 자주 바닥 가까이 가긴 하지만 그럭저럭 충전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증거사진들만 좀 찍어놨다가 나중에 똑순이가 저 혼자 큰것처럼 잘난 척하면 이 사진들을 공개하겠다고 점잖게 일러줘야겠습니다.







+ 앗! 엄마, 부끄러워요~ㅎㅎㅎㅎ
요즘 좋아하는 '까꿍놀이' 중입니다. 피자판도 들고 까꿍~ 했는데 그건 사진이 없네요.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너무나 예쁜 아기 시절의 모습과 장난들도, 미숙하고 어설프기만한 아기 시절의 행동들도 곧 지나가버릴 것들이라 생각하니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지나갈 것들은 잘 지나가야하는 것임을, 잘 떠나보내는 것이 삶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를 키우며 새로 배웁니다.
언젠가는 지나가버릴 이 모든 순간들을 잘 견디며,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 날이 오면 정말로 멋지게 안녕!을 하고 똑순이도 새댁도 새로운 내일로 걸어갈 것입니다.  







+ 비 그치고 나니 베란다 장독대위에 빗물이 고였습니다.
세찬 소나기가 언제 있었냐는 듯 고여있는 물은 점잖기만 합니다.
우리 아이도 이 시절이 언제 있었냐는듯 숟가락질 잘하고, 혼자 잠도 잘 자고, 엄마한테 떼쓰며 매달리지도 않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 (꼭 와야합니다!!!)
시침 뚝 떼고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화분과 장독대 한장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오전에 쓰기 시작한 글인데 오늘 오후에야 끝냅니다. 아고.. 애기엄마, 글 한편 쓰기가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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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신내새댁
umma! (육아일기)2009/06/30 20:49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에 찜통더위도 기승을 부려
어제 하루는 똑순이도, 엄마도 참 보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초저녁까지 창문과 현관문을 모두 열어놓고 지냈더니 
밤에는 엥엥 모기들이 날아다녀 똑순이도 여기저기 3방이나 물렸습니다. ㅠㅠ
아파트 층수 높다고 살짝 방심한 사이 모기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나 봅니다.

이래저래 밤잠을 설친 똑순이가 낮잠을 오래 잡니다. 
오늘은 그래도 날이 서늘해서 다행입니다.






+  문 꼭꼭 닫고 에어컨 틀기보다는 좀 덥더라도 앞뒤문 열어놓고 맞바람 맞는걸 좋아하는 
별스런 엄마 덕분에 똑순이는 땀을 뻘뻘 흘립니다.ㅠ  
바지도 벗고 기저귀바람으로 다니며 더워도 잘 참고 놀아준 똑순이가 고맙습니다.  




어제 대구 외가집에 가신 엄마는 외할머니 곁에서 잘 주무셨나... 궁금합니다.
엄마 곁에서 자는 잠... 얼마만일까요?

똑순이는 매일 저녁 제 곁에 누운 엄마를 타넘으며 뒹굴뒹굴 구르다가
일어나 앉아서 엄마 배꼽이 잘 있나 확인도 하고, 엄마 종아리에 올라타고 닝가닝가도 하다가
그래도 잠이 안오면 엄마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더러 빨기도 하다 곤히 잠이 드는데
지난 밤 울 엄마는 참 오랫만에 엄마 옆에 누워서 어떻게 하다 잠이 드셨을까 궁금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드셨을까.
평소같으면 이모랑 셋이 누워 늦도록 깔깔깔 웃다 주무셨을텐데
이번에는 외할머니가 많이 편찮다는 얘길 듣고 뵈러가신 거라 걱정이 됩니다.

먼 농촌으로 둘째딸을 시집보내놓고 보고싶은 적도 참 많으셨을텐데
우리 외할머니, 많이 편찮아지셔서야 그 딸을 곁에 불러 재워보십니다.


엄마 곁에서 자는 잠.. 
아기엄마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 엄마는 참 절대적인 존재여서
자면서도 아기는 엄마 품, 엄마 냄새, 엄마 손길을 찾는다는걸 알았습니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똑순이는 훨씬 편하게 잠을 잘 잡니다.

깊은 밤, 자다 깨서 엄마가 곁에 없으면 어찌 서럽게 우는지..
그러다가도 엄마 가슴에 한번만 안아주면 다시 곤히 잠이 듭니다.
자면서도 제 발끝에 엄마 다리가 닿는지, 제 손끝에 엄마 팔이 만져지는지.. 뻗어보고 닿으면
안심한듯 그대로 잘도 잡니다. 

자라면서 차츰 혼자서도 깊이 잘 자게 되겠지만
아마도 아이의 마음 깊은 곳, 아니 몸의 기억 저 구석에는
엄마가 곁에서 함께 잘 때 느꼈던 그 안도감, 따뜻함, 아늑함 같은게 남아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어른이 된 우리들도 엄마 곁에 가서 누우면
왠지 '긴 여행을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요..
^^






+ 끙~ 더워도 책은 봐야지~~
요즘 다시 책을 좋아하게된 똑순이 덕분에 엄마까지 이 더위에 피서(避書)를 못하고 책꽂이 옆에 붙어있습니다. ^^



그래서 요즘은 똑순이랑 같이 뒹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재울 때도, 자다 깼을 때도 한참은 같이 이불위에 누워 간지럼도 태우고,
온 몸 구석구석 쓰다듬어 주고, 안고 뒹굴어도 보고, 발바닥에 뽀뽀도 해주며
지금 내 옆에서 깔깔깔 웃으며 행복해하는 이 부드럽고 여린 아이의 살을 더 깊이 감촉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느껴야지...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그리고 나도 더 행복해야지.. 생각합니다.
이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몸과 감각의 기억 저 밑바닥에
참 행복하고 따뜻했던 아기 시절의 느낌, 엄마품의 감촉이 저장되길 빕니다.
그런데 실은 아이보다 내가 더 행복하고, 더 따뜻한 기억을 얻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다시 엄마곁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실 우리 엄마.
오늘밤은 그 옛날 아기 시절처럼
아늑한 엄마 품안에서 코 잘 주무셔요..









 + 똑순이는 참 금새금새 잘도 커서 이제는 걸음마도 아주 자~알 합니다. ^^
2주전쯤 찍었던 동영상이 아주 한참전 같습니다. 시간만큼 빠른게 있다면.. 자라는 아이들인 것 같아요.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