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글쓰기2020. 8. 27. 16:04


지난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었다.
그날 아이들이 구독하는 어린이과학동아 앱에서 핸드폰으로 알람이 와서 알았다.
‘에너지의 날’은 2003년 8월 22일 우리나라에서 기록적인 전력소비(4598Kw)가 있었던 후에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에너지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제정한 날이라고 한다.
지금은 정부와 여러 지자체에서도 취지에 공감하며 ‘에너지의 날’ 밤9시에 모두 함께 전기불을 끄는 실천, 낮 2-3시에 에어컨 사용을 멈추는 실천 등을 시민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인증 사진을 올려보자는 과학잡지의 미션 이벤트에 동참하여 우리집에서도 밤9시에 불을 모두 꺼보았다.



날이 맑은 날 밤에 아파트 마당에 나가보면 아주 밝은 별들 서너개가 우리 동네 하늘 위에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별이 쏟아질 듯 많은 밤하늘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명절이나 방학에 시골에 가도 날이 맑지 않거나, 동네 집들이나 가로등 불빛들로 별을 많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빛공해’라는 말도 있을만큼 도시의 밤은 각종 광고판, 가로등, 차량들, 집집마다 켜져 있는 불빛들로 밝다.
불필요한 불빛들을 끈다면 전기도 아끼고, 그만큼 에너지도 아끼고, 발전량도 줄일 수 있으니 아직도 화석연료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탄소배출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밤 5분 불꺼놓고 이런 말을 하기는 정말 민망한 것이...
나는 우리 동네 에너지 악당이다. (ㅠ.ㅠ)





올해 6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7월에 받았다.
동일면적 평균 대비 무려 75%나 전기를 많이 쓰다니...ㅠㅠ
우리 단지의 같은 면적 세대들의 6월 전기사용량 평균이 326KWh 인데 우리집 사용량은 569KWh.

뭘 이렇게나 많이 썼다니...ㅜㅜ
이사온지 올해로 5년차인데 처음부터 우리집은 동일면적 대비 전기사용량이 늘 많았다.
그때는 아직 입주하지 않은 집들(비어있는 집들)도 많으니 평균이 당연히 적은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도 우리집은 늘 에너지사용량이 평균보다 많았다.
그래도 나는 마음속으로는 ‘환경이 걱정이야... 지구온난화가 큰일이야..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하는데...’하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내 집에서 내가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어떻게 줄여야할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다달이 내는 전기세가 차츰차츰 많아져도 ‘식구가 많으니까’ 생각하며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집은 다자녀혜택으로 전기비와 수도비를 감면도 받는다.
올해 6월에는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려 우리집도 일찍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도 며칠 돌렸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만 그랬겠는가. 다른집도 그랬을텐데..

기본적으로 우리집에서 돌아가는 가전제품이 많다는 의미일터였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그리고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혼자 애들 셋을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나는 도우미 가전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림을 한다.
오븐으로 요리도 자주 하고, 전기밥솥에도 한꺼번에 하루치 밥을 다 해두고 보온을 해놓고 먹었다.
다섯 식구가 각자 스마트폰이나 핸드폰을 한대씩 가지고 쓰면서 늘 충전을 하고, tv 대신 가끔 큰 스크린 화면에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것도 전력을 꽤 많이 소비할 터였다.

우리집부터, 나부터 에너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안되겠고,
심지어 내가 우리 동네 ‘에너지 악당’인 마당에야ㅜ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 얼마전부터 나름대로 안쓰는 콘센트를 열심히 뺐다.
아이들과도 화장실 다녀오면 꼭 불끄기, 안 쓰는 선풍기나 빈방의 전등 끄기를 다짐하고 같이 노력했다.
전기 밥솥에 밥을 빨리 먹고, 보온하지 않고 남은 밥은 냉동시켰다.




7월분 고지서가 왔다.
전기사용량은 521 KWh 로 전달보다는 48 KWh 줄어있었다. 와! 조금이지만 그래도 줄었다니 기쁘다. ^^
하지만 작년 7월에는 472 KWh 썼다는데 그보다는 많아진 양이다. 아마도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이 늘어나서 그렇겠지...





평균대비 75% 나 많이 썼던 6월에 비해서는 그래도 줄어들어 64% 많이 쓴 것으로 나왔다.
동일면적 평균 전력 사용량 317 KWh.
나도 저 가까이 까지 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초록색으로 가고싶다. ㅠㅠ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들이 많은지 찾아보고, 되도록 사용을 줄이는 것.
꼭 필요한 도움만 받으면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전기가 없도록 하는 것.
에너지를 적게 쓰는 가벼운 삶을 살고 싶다.

석탄, 석유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방식을 태양광이나 풍력을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로 바꿔간다 하더라도 현재 선진국들의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지구가 뜨거워지는만큼 해마다 태풍도 거세지고 기상이변도 늘어난다.
어제밤에도 태풍 소식에 마음을 졸이면서 잠들었다.
무심히 전기를 펑펑 쓰면서 내가 눈이 오지 않는 겨울과 50일이 넘도록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을 만들었다ㅜㅜ 이런 생각은 지나친 비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역으로 한사람 한사람이 자신이 쓰는 에너지에 대해 생각하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려고 한다면 지구의 내일은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점에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언제나 나부터 시작해야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에너지 다이어트~!
이름이 거창하지만.. 비장한 마음으로 나부터 시작하기.

저, 다이어트 중입니다.

(++ 근데 8월에는 열대야로 밤에 에어컨을 몇시간씩 틀고 자는 날이 많았다ㅜㅜ 비가 많이 온다고 건조기로 빨래도 많이 말렸고... 9월에 고지서를 받으면 또 빼도박도 못하는 에너지 악당이 되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노력하기. 화이팅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생명/한살림.농업2020. 8. 21. 15:29



우리 아파트 안에 작은 텃밭이 있다.
매해 이른 봄에 분양을 하는데 동별로 1~2 가구 정도가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경쟁률이 아주 높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많은 가정에서 신청을 하고, 해마다 알차게 농사를 지으신다.
관리사무소와 경로당, 작은도서관, 탁구장 등이 함께 있는 ‘커뮤니티 센터’ 옆에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는 아파트 텃밭은 스무개 남짓되는 작은 구좌들로 나누어져있고 각 구좌마다 ‘토끼네 텃밭’처럼 각 텃밭의 이름이 적힌 예쁜 팻말이 하나씩 꽂혀있다.

상추, 토마토, 고추, 깨, 가지, 오이,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들이 봄과 여름동안 쑥쑥 자랐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오며가며 눈으로 구경하는 즐거움이 컸고, 동네 이웃들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어느날은 꼬마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에 옹기종기 모여 얘기하고 물주는 풍경을 보는 것도 정겨웠다.

전부터 우리 옆 라인에 사는 이웃 언니가 “우리 텃밭에서 상추 좀 따다 먹어~” 하시더니, 얼마전에는 아침에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나를 불러 오이를 두 개 따주었다.




상추도 따가라는걸 상추는 사놓은게 있어서 괜찮다고 하고, 언니가 텃밭에 풀뽑는 것을 옆에 서서 좀 구경했다. 토마토 밑으로 바질을 키우니까 바질 향 덕분에 토마토에 벌레가 덜 생긴 것 같다고 좋아하셨다.

이 아파트로 이사온 첫 해에, 그 때는 내가 시이모님과 강일동에서 텃밭을 하던 마지막 해였던 것 같은데 올망졸망한 무를 한가득 푸대에 수확했었다.
그 때 둘째랑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있었던 언니네에게 무를 몇개 나눠드렸다. 아침에 아이들이 유치원 버스탈때 푸대째 들고나가서 같이 타던 서너명 되는 아이들 엄마들과 다같이 몇개씩 나눴다.

그 해 이후로 나는 텃밭농사를 접었는데 그 때 “아! 나도 텃밭 농사 짓고싶은데!”했던 언니는 그 다음 해부터 하남시에서 분양하는 도시농장 텃밭을 신청해 여러해 지어오셨다고 한다. 올해는 아파트 텃밭이 당첨되어 가까이서 일하니까 좋다고 말하며 웃는 언니네 밭을 보니 깔끔하고 튼실한 것이 도시농부의 내공이 착실히 쌓이신 것 같아 부러웠다.

사실 그전에 강일동에서 텃밭을 할 때 농사는 이모님이 다 지으시고 나는 아이들데리고 구경삼아 따라다닌 얼치기 농사꾼이었던 터라 텃밭농사를 잘 모른다. 부지런히,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고.. 상상마루 작은도서관 친구들과 자연놀이동아리를 만들어 공동체 텃밭 농사를 지을때도 농사일은 영미언니가 다 맡아하시고 나랑 다른 엄마들은 그저 조금씩 일손이나 거들면서 지냈던 터라 이사온 후로 나 혼자 농사를 짓는 것은 생각도 안 했다.

근데 요즘에는 다시 텃밭 농사를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나도 아파트 텃밭을 신청해봐야지.
아이들도 아파트 텃밭을 볼때마다 “엄마, 우리도 이거 하자”고 졸랐는데 내가 엄두가 안나서 신청을 못했었다.
이제 세 녀석도 제법 컸으니 텃밭에 물 주고 풀 뽑고 하는 일도 좀 거들겠지?
아파트 텃밭이 안되면 미사리 쪽에 있다는 하남시 텃밭이라도 신청해보자.





여름 한 복판에 있을때 강릉에서 엄마아빠가 옥수수를 한 박스 보내주셨다. 사촌동생 올케네 친정에서 농사지으신 옥수수라고. ^^ 멀리 우리집까지 친정집 밭에서 자란 감자랑 대파까지 함께 넣어져서 고맙게 잘 도착했다.





그래서 우리집에 옥수수 공장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옥수수 1개당 100원씩 일당(?)을 받기로 하고 옥수수 껍질을 열심히 깠다ㅜㅜ




옥수수를 한 솥 삶아 몇개는 식혀서 냉동하고, 몇개는 이웃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우리도 실컷 많이 먹었다.
입맛없는 여름에 옥수수 같은 간식을 먹으면 배도, 마음도 따뜻하고 든든해진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자기 손으로 농사지을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하고 소중한 일이다.
먹지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농부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분들이다.
마트에서 쉽게 농작물을 사고, 또 그렇게 많이 산 것들을 다 못먹고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면서 살다보면
농작물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것을 키우는 수고가 얼마나 고맙고 큰 것인지 잘 모르게 된다.

농작물을 직접 키워보고, 다양한 작물을 골고루 먹어보면서 아이들이 채소와 친해지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먹거리들, 한살림에서 오는 채소들을 아이들과 함께 다듬고 손질해 버리는 것 없이 잘 거두어 먹는 것이 우선 목표.






코로나와 기후위기 관련된 글들을 읽다보면 식량위기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기후 위기가 불러온 기상 이변들로, 올여름에 우리 나라도 이미 많은 농가가 심한 비피해를 입은 것처럼 먹거리 생산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 나라처럼 식량 자급률이 23%(쌀을 제외하면 23%, 그나마 자급을 하고있는 주식인 쌀을 포함해도 46.7%로 50프로가 채 되지 않는다) 밖에 안되고, 식량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코로나같은 국제적 위기 속에 무역거래가 위축되고 기후위기로 식량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식재료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도시에 텃밭이 많아지고, 조금씩 자기 손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농업을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농사를 짓고, 농촌에서 잘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을 꿈꾸며...
우선은 세 끼 집에서 밥먹는 이 날들을 무사히, 밥 잘 지어먹으며 버텨내자.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