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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10.06 도시락
  3. 2018.10.01
umma! 자란다2018. 10. 20. 21:26



친정 부모님들이 홍시와 밤, 김치 등 가을 먹거리를 풍성하게 담아서 택배를 보내주셨다.
아이들 맛 보여주라고..
제 때에, 그 계절의 맛을 보여주고 싶으셔서.
지금 한창 자라고있는 밭의 배추와 무를 솎아서 담근 김치까지.
시댁에서는 햇고구마를 한 박스 캐서 보내주셨다.

덕분에 신도시 아파트, 텃밭농사도 안짓는 우리집 베란다에도 가을이 도착했다.





아이들 키우는 일이 참 쉽지 않다.
제 때에 무언가 필요한 것들을 잘 채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을
나는 잘 하지 못해서
우리 아이들은 공부며 생활습관, 건강.. 여러모로 허술하고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을 두루 잘 보살피는 주위의 언니들이나
후배맘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하고 반성할 때가 많다.
도시의 복잡하고 바쁜 삶속에서
아이들 키우며 살뜰하게 살림하며 살아가는게 참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 해내시고들 계실까..
정말 부지런히 애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살수록 느낀다.





음식이 때가 있듯 아이들 키우는 것도 다 때가 있겠지..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때인지..
가을 햇볕 아래 많이 뛰어놀며 알밤처럼 영글기도 해야할 때이고
편식하는 습관을 이제는 고쳐야할 때이고..
또 어떤 때일까.
내가 놓치고 있는 때는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해서도, 나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본다.





부족한 것은 부족한 것이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이 가을은 참 아름답다.
마음에 이 한 때를 잘 간직하자.
아쉬움도, 희망도, 보살펴주시는 사랑도, 함께 살아가는 오늘 속에 녹아들던
빛나는 가을을.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0. 6. 09:53




가끔 장을 봐가지고 오는 큰 마트앞 버스 정류장 근처에
여성 의류를 파는 작은 노점이 있다.
행거 두 개 정도를 놓고 블라우스나 조끼, 치마 등을 걸어놓고 판다.
파라솔도 없이, 나무 그늘에 의지해
정류장에 사람이 많은 낮시간에만 차려지는
작은 노점이다.
그래도 2년 가까이 버스를 기다릴때마다
거의 늘 보았으니 그 자리에서 꽤 오래 장사를 하신 것 같다.

어제도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버스 정류장 끝으로 스타렉스 봉고차 한대가 와서 섰다.
살짝 흠간 곳이 보였다.
아저씨가 내리시는데 손에 하얀 스타로폼 도시락을 들고 계셨다.
왕만두 같은 것을 사면 담아주는 그 스티로폼.

순간적으로 알았다.
옷가게 아주머니의 점심 도시락이구나.

행거옆에 서계신 아주머니 옆으로 등받이없는 플라스틱 의자가 하나 있었다.
물통이 있는 그 의자 위에 아저씨가 도시락 봉지를 놓으시는게 보였다.

내가 탈 버스가 와서 얼른 버스에 오르며
그 작은 가게 풍경을 그리고 싶다.. 생각했다.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는 세상 모든 관계들의
애틋함이 찡하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10. 1. 15:52




손길이란 신기한 것이다.
손길이 한번 가면 달라진다.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마음, 시간, 부지런함, 성실함 같은 것이 필요하다.

재능이 있다면 더 좋겠지.
금손이나 야물고 재주많고 빠른 손이라면 더 좋겠지.
그러나 그렇지 못해도
천천히 한번씩 손길이,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가닿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고맙고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고 게으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애쓰는
내 손아, 고맙다.
배우려고 하고 익히려고 하고
십년째 버벅거리는 살림과 육아의 나날들에도
꾸준히 움직이는
내 작은 손.
애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