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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29 마을 아이들
  2. 2018.09.07 백일홍을 보다가
이웃.동네.세상2018. 9. 29. 23:16



우리 단지 안에 작은 축구장이 있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바로옆에 아기들 놀이터가 붙어있지만
초등1,2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자주 어울려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공가지고 할수 있는 것은 다 하며 논다.

2년 전에 모두 같이 이사온 아이들.
낯설고 서먹한 동네와 친구들, 어른들 사이에서
조금씩 조금씩 어울려 놀다보니 이제는 제법 아는 얼굴도 많아졌고
많이들 모여 잘 논다.

큰 아이들은 운동기구가 있는 배드민턴장 쪽에서 발야구도 하고 피구도 하느라
가끔 오후 늦게 떠들썩할 때도 있다.

학원을 많이 가고, 스마트폰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짬짬히 용케 틈을 내어 뛰어논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곁을 맴돌다가 끼어서 논다.
숨이 차게 이어달리기도 해보고, 자전거 경주도 한다.

아파트 단지들 입구에 작은 상가가 있고
작은 소아과병원과 약국, 학원들, 슈퍼, 부동산들, 떡볶이 가게가 있는데
가끔 아이들끼리만 온 것을 본다.
집에서 멀지 않고, 늘 동네 어른들이 오가는 곳이니 아이들끼리만 보내도 조금은 안심인 곳들.
떡볶이집에 앉아 간식을 사먹는 남매도 있고 친구들끼리도 곧잘 있다.

소아과 병원에도 혼자 카드를 들고 오는 초중등 아이들이 가끔 있다.
혼자 와서 진료를 보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지어간다.
연수 학교 친구 아이도 혼자 왔길래 나와 같이 얘기하며 조제약을 기다렸다.
그 엄마도 동네에서 뵌 적이 있는데 아마 직장을 다니시는 모양이다.
많이 아픈건 아니지만 그래도 낮에 병원다녀와 약을 지어놓으면 안심이 될 것 같은 부모님 마음이 이해된다.

더운 날 같이 더워하고 추운 날 같이 추워하며
함께 크는 마을 아이들.
놀기 좋은 가을이 왔지만 아침저녁 쌀쌀해진 날씨에 기침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꼬마들도 콜록, 쿨쩍.
다들 많이 아프지말고 잘 나아서
친구들과 건강하게 잘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연신내새댁
오늘 그림2018. 9. 7. 22:52

우리 아파트 단지안에 백일홍 나무가 참 많다.
작은 나무도 있지만 가지를 넓게 벌린 키 큰 백일홍 나무도 여럿 있다.

백일동안 붉은 꽃이 피어있어 백일홍이라 불리는 ‘배롱나무’.
친정집에서 가까운 강릉 오죽헌에는 아주 오래되고 고운 배롱나무들이 많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배롱나무>에서 한 꽃이 백일을 가는게 아니라
작은 꽃들이 피었다 지고 또 피고 지고 하며 백일 동안 나무가 붉은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뒤로는
배롱나무를 보면 괜히 한번더 쳐다보게 되었었다.

아파트 마당의 배롱나무들을 보며
고향 생각, 시 생각에 애틋한 맘이 들어 한번 그려보고 싶었다.
이 작은 배롱나무는 단지안에 있는 정자 옆에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럴지 모른다.
빛나는 어느 한 시절이 계속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꽃이 지면 또 다른 시절의 꽃이 피고,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모두 다른 꽃, 삶의 다른 시기들에 저마다의 곱고 빛나는 꽃들을 피워내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며칠전 한결 시원해진 바람을 맞으며 걷다가
나뭇가지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보았는데
이 잎들은 모두 올해 이별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슬펐다.

생명은 피고 진다.
아이들 교육방송을 보다가 우리 몸의 세포는 7년마다 거의다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7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세포로 보면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라는 얘기.
(그런데도 나를 계속 같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를 묻는 어린이 철학 강의였다^^;;)

나날이 새롭고, 매일 변하고, 매순간 피고지는
백일홍 꽃, 배롱나무, 나, 우리들.
매일매일은 비슷한 것 같지만
부단히 달라지고 있고
큰 리듬을 타며 중요한 한 굽이 한 굽이를 넘어가는..
산다는 건 쉬운듯 하면서도 참 어려운 일인것 같다.

가을이다.





Posted by 연신내새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