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ma! 자란다2008. 8. 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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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젖을 먹이다 무심코 창밖을 쳐다보니
하늘은 환한데 쏴아하고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시원한 빗줄기를 한참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다 아이를 보니
어느새 아이는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다.
무릎위에서 곤히 자는 아이를 그대로 두고 잠시 더 비구경을 했다.

우산을 받쳐쓴 할머니 한분이 무성한 나무가지들 아래로 골라 걸으며 조심스레 골목길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자리 한마리가 날아오더니 베란다 창틀 아래에 붙어 비를 피한다.
우리집은 15층인데 이렇게 높은 곳까지 날아오르다니.
라디오에서는 남도민요 '농부가'를 배우는 사람들의 노래소리가 신나게 울려나오고
소나기내리는 환한 하늘에서는 이따금씩 천둥소리도 우르릉 들려왔는데
아기는 아랑곳않고 잘도 잤다.
비냄새가 섞인 시원한 바람이 온 집안을 휘젖고 다녔다.

한참을 내리던 비가 그칠무렵 아기도 잠에서 깨어났다.
칭얼거리는 아기를 토닥이며 무슨 큰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얘기한다.
"아가야, 네가 자는 동안 소나기가 왔단다. 이번 여름 마지막 소나기일지도 모르겠어.
우르릉 하고 천둥도 많이 쳤단다. 잠자리 한마리가 우리집 베란다창틀 아래에 와서 비를 피하고 갔어.
높이 올라왔는데 무사히 친구들에게 잘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얘기하다 바라보니 아이는 다시 잠이 들어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세상과 처음 만난 너도, 처음 엄마가 된 나에게도 지난 여름은 참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래도 어느새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입추 즈음에 와서 돌아보니
무사히 살아낸 우리 모두가 신기하고 대견하구나.
생애 첫 여름을 살아낸 아가야, 이 다음 계절은 가을이란다.
너에게는 모두 처음 만나는 계절들..
작은 네가 자고, 깨고, 자라는 이 날들이 어쩌면 엄마에게는 인생에서 제일 아름다운 날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잘 자라, 아가야.




Posted by 연신내새댁